82화
톰이 코스트라인과 파인즈의 협력자로 다시 등장했다. 다니엘이 톰을 구하기 위해 발악한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너, 미쳤어? 내가 왜 이 녀석들과 함께하고 있는데!”
“알지, 어떻게 몰라.”
“그걸 알면서……!”
“형이 생각하는 최선을 위해서 그런 거잖아?”
“뭐?”
톰은 다니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형이 생각한, 형만의 최선을 위해서.”
또박또박 떨어지는 말들은 다니엘의 입을 막았다. 언제나 그랬다. 톰이 그를 보고 말할 때 다니엘은 항상 입을 열 수 없었다.
“나도 내가 생각한 최선을 위해서 움직일 뿐이야.”
톰에 한해서 다니엘은 언제나 죄인이었으므로.
▣ 082. 벌써 세 번이나 붙어 봤다
“…….”
은우는 시스템으로 인해 그를 졸졸 따라다니게 된 톰을 미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톰을 답답하다 말했고, 실제로도 톰의 행위는 어리석은 편이 맞았지만… 차마 비판─비난에 더 가까웠지만─에 동조할 수 없었다. 그냥 그랬다.
톰은 뛰어난 고고학자고, 설정상 다니엘보다 지식이 많다. 실전 경험은 떨어지지만, 대신 합법적인 위치다 보니 자료 구하기도 편하다.
또한 톰이 안전한 곳에 있었어도 코스트라인과 파인즈의 힘이면 언제든 톰을 살해할 수 있지 않나.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시야 안에 있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는 톰의 무모함을 합리화하다 말고 목덜미를 쓸었다. 이건 그다운 행동이 아니다. 평소였다면 톰이 욕을 먹든 뭘 먹든 멋대로 군 대가려니 방관했을 것이다.
심지어 톰의 행동은 실제로도 옳지 않았다. 은우가 톰의 입장이었다면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을 여럿 강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객관적 사실을 두고도 왜 이리 두고 보기가 힘든지.
단순히 동생이라는 동질감 하나 때문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 하나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답지 않은 일이었다.
은우는 톰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를 두고 말을 아꼈다. 비이성적인 판단은 생각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서 발언까지 한다면 어리석은 건 톰이 아니라 그가 될 거다.
“그보다, 정말 별걸 다 시키는군요.”
그는 언제나처럼 화제 돌리기를 택했다. 사람들은 손쉽게 따라 주었다.
은우는 손전등으로 유적 안을 살폈다. 곧 벽화라고 하긴 뭐한 것이 보였다.
“이건 헤로도토스의 인장이 아니야.”
주인공이 머릿속으로 생각하기도 전에 톰이 발언했다.
“그는 대체 무엇을 원했던 거지…….”
톰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주변을 살피는 척만 했다.
“제가 뭘 찾아야 하나 보네요.”
은우는 목덜미를 쓸며 주변을 살폈다. 곧 동상에서 버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퍼즐이야……. 형은 이거 풀 수 있어?”
상호작용을 하니 톰이 다가왔다. 차마 동생에게 화는 못 내겠고 그렇다고 분노가 삭지 않았단 설정의 다니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실상 플레이어라서 대답 못 한 것이 더 옳겠지만 말이다.
“여기 세워진 동상들이 전부 앞을 보게 만들면 되는 것 같네요.”
은우는 첫 번째 동상 앞 버튼을 눌러 보았다. 첫 번째 동상만 돌아갔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세 번째는 두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 마지막 네 번째 동상은 두 번째와 네 번째만이었다.
별로 어려운 퍼즐은 아니었으므로 은우는 적당히 손을 놀렸다.
“아직까진 퍼즐이 쉽네요.”
─최고난이도라도 퍼즐은 똑같네
─없는 게 있긴 한데 다 간단해서 머ㅋㅋㅋ
─쉽나??
─켄 능지도 좋누;;
“이렇게 저렇게 돌리면 되는 수준이니까요.”
그는 동상들을 돌리며 힐끗 톰을 보았다. 말을 아끼려고 했는데, 도저히 궁금해서 못 배기겠다.
“그보다 전 톰과 다니엘의 심리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 안의 형은 이미 죽었다면서 꼬박꼬박 다니엘을 형이라 부르고 사지까지 같이 따라오는 톰이나, 걱정하고 있으면서 티 내지 않는 다니엘이나.
사실 전자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건우 형이 다니엘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그는 아마도 형을 구하러 갔을 것이다.
물론 그건 그가 제 무력에 대한 자신이 있고, 지금 톰이 한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며,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는 게 가능해서지만 아무튼 그렇다.
형이라 부르는 것도… 그래, 사실적시일 뿐 별 의미는 없다.
그렇지만 그 모든 건 그는 톰과 달리 형을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건우 형을 미워하지 않는다. 죽었다고 여기지도 않고, 사과를 바라지도 않는다.
건우를 형 대접 하는 것, 건우가 형 대접 받는 건 결국 그가 무던한 인간인 덕이다. 그러니까, 아마도?
반면 톰은 다니엘을 싫어하고, 미워한다. 은우랑 다르게 다니엘을 경멸하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그는 왜 사지까지 걸어 들어왔을까. 싫어한다면 그냥 잊고 살면 될 텐데. 아니면 역시 그런 건가? 목숨 빚 지고는 못 사는 성격?
“톰은 왜 따라나선 걸까요?”
사람들이 다시 톰을 답답하게 여길 테지만, 궁금하다. 은우는 퍼즐을 조작하며 물었다. 수만 명이나 있으니 누구 하나쯤은 정답을 알 거다.
─애증 때문 아님?
─미워도 형이니까 그런 거겠죠
─형이 개새끼긴 한데 그래도 형이니까 뭐
─미련 남은 걸지도
“…그냥 형이라서?”
단순히 형이라서 미움도 삼키나? 싫어도 형이라서 사랑하나? 그냥 피가 이어져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은우는 목덜미를 쓸었다. 그건 좀, 그러니까 좀.
─원래 가족이란 게 다 그러지 않나요?
─진짜 환멸나고 개빡쳐도 뭔가...포기하기 힘든 그런 게 있긴 함
─그냥 형이라서, 누나라서, 동생이라서, 엄마 아빠라서...걍 이유 없이 좋아하는 듯
─난 우리집 개새끼 진짜 싫어하는데...ㅎㅎ
─케바케져 머ㅋㅋㅋ
멍청도 아니고 아둔도 아니고 이상도 아니고.
“…신기하네요.”
그래, 신기하다. 신기한 쪽이다.
은우는 차마 어리석단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 말은 누워서 침 뱉기였다. 아무렴,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가 건우를 끊어 내지 못한 것도 건우가 그의 형이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 탓이었다.
만약 건우가 남이었어도 그는 봐주었을까?
─켄 님 외동이구나ㅋㅋ
─켄님 형제나 남매 없음?
─외동 부럽다ㅠㅠㅠ
그럴 리가 없다. 남이었다면 처음부터 버렸을 것이다.
“…있습니다.”
은우는 쓰게 웃었다. 없을 땐 몰랐는데, 핏줄이란 건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나 보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톡 치면 부러질 것 같은 형이 있습니다.”
그는 거기까지 말한 후 약간 망설이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서… 가끔은 다가가기 너무 힘드네요.”
혹시 당신이 볼지도 모르니까.
“길이 열렸어, 대니!”
퍼즐이 풀렸다.
「‘반밀반구’ 님이 ‘1,000원’ 투척!
얼마나 약하면 다가가기도 힘든 거임ㄷㄷ」
─톡 부러질 것 같은....ㅋㅋㅋ
─형에 대한 동생 평가 실화냐ㅋㅋㅋ
─형이 있었어??
사람들은 ‘톡 치면 부러질 것 같다.’라는 발언에 집착했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으므로 은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밝혀져도 문제없되 저들의 시선을 돌릴 만한 정보를 선정하는 거다.
“형이 작고 가늘어서 그렇습니다.”
─켄 덩치면 엔간한 사람들은 다 가늘 텐데...?
─얼마나 작으신 거임ㅋㅋㅋㅋㅋ
─형이 아니라 누나 아님?
─형도 클 줄 알았는데
“아니, 그렇게 작진 않습니다. 아마… 180 어림이었나.”
─??
─180이 작아요?
─???네??
시대가 바뀌어도 평균 키는 크게 늘지 않은 터라, 180이 작다는 켄의 발언에 사람들이 분개했다. 은우는 그런 그들을 보며 툭 내뱉었다.
“제 입장에선 저보다 15cm는 작습니다만…….”
─님이 큰 거야
─님 기준이 이상한 거잖아ㅡㅡ
─작다고 해서 160, 170 생각했는데;;
─170 작은 거 아니거든??
─170 루저들 열폭하는 거 보소
─아 작은 거 아니라고
소인들이 우는 사이 은우는 톰을 따라 다음 칸으로 넘어갔다.
톰이 넘어질 뻔한 게 보여 그 목덜미를 붙잡고 일으켜 세워 줬다. 돕지 못해도, 도와도 출력되는 대사 차이만 있을 뿐이나 무의식적인 행위였다.
톰이 떨떠름하게 그리고 복잡한 얼굴로 감사를 표했다. 그건 건우 형의 도움을 받았을 당시 자신의 얼굴과 퍽 닮았을 것이다.
“…다니엘은 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까요?”
이 순간을 계기 삼아 톰과 대화는 불가능하다. 알맹이가 다르니까.
그렇지만 다니엘 본인이 있었어도 과연 말문을 텄을까? 형은 왜 그를 붙잡지 않고 자신을 잊으라 말했을까?
“톰을 아끼는 게 눈에 보이는데.”
걱정하고 신경 쓴다는 게 눈에 보인다. 그렇다고 대역죄를 지었느냐면 그것 또한 아니다. 톰을 방치한 게 죄라고 말하기엔 다니엘은 붙어 있지 못했을 뿐 해 줄 건 다 해 주지 않았나.
그는 범죄를 저질러서까지 돈을 벌어 동생의 앞길을 열어 주었다. 저지른 게 범죄라서 그렇지, 톰에겐 좋은 형이란 거다.
“다니엘은 잘못한 게 없지 않습니까?”
심지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다니엘은 건우 형보다 나은 사람이었다. 건우 형은 무지를 까닭으로 20여 년을 동떨어져 산 반면, 다니엘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선물이라도 주고 돈도 벌어다 줬으니.
그러니까, 아마, 어쩌면, 낫다. 낫나?
─3자 입장에선 그렇긴 한데,,,,
─동생을 방치한 거라서
─톰은 돈보단 형과 있는 걸 바랬으니까 머....
─물질적 풍요 못지 않게 정신적 풍요도 중요하다.
“정신적 풍요…….”
이건 처음 듣는데. 아니다, 어디서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고1 때… 도덕 시간이었나?
은우는 신경 쓰지 않은 단어의 등장에 골머리를 앓았다. 아무도 묻지 않는 걸 보면 상식이 맞는데, 그는 모른다.
─톰이 같이 있어주길 바랐는데 그걸 못해줘서 미안해하는 거겠죠
─이래서 애들은 방치하면 안 됨
─일이다 뭐다 바쁘다고 혼자 두는 것도 학대임
─그 나이대 애들은 같이 놀아주고 곁에 있어주는 게 최고지;;
다행히 사람들의 말 등으로 알아차릴 눈치는 그에게 있었다. 대충 곁에서 놀아 주고 같이 있어 주면 채워지는 게 정신적 풍요인 모양이다.
하면 그는 정신적 기아인 걸까? 부모님도 그를 방치했고, 형도 채워 주지 못했으니.
그렇지만 톰처럼 사고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애들은 솔직히 장난감이나 돈 쥐어주는 것보단 같이 있어주는 걸 도 좋아함
─난 누나랑 같이 있으면 존나 싫은데?
─그건 부모님이 계시니까 그런 거고 멍청아
─정보) 톰과 다니엘은 고아다
─부모님의 빈자리를 형인 대니가 채워줫어야 했는데 안 그랫으니까 애정결핍 된 거 아님?
채팅 창에 또 싸움이 났다. 덕분에 은우의 상식 부족 사태는 발각되지 않았다.
은우는 제 약점이 들키지 않았다는 것에 관대해져서, ‘욕설 및 비방은 안 됩니다.’라고 경고만 해 주었다. 물론 어기는 자들은 칼같이 제재했다.
* * *
[톡 치면 부러질 것 같은 형이 있습니다.]
서건우는 방송을 보다 말고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동생보다 작은 건 사실이지만, 톡 치면 부러질 것 같다는 소리를 들으니 형으로서의 자존심이 부서진다. 뒷말이 아니었다면 좀 울컥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래도 동생이 그에게 말 걸기 어려워하는 이유를 하나 알게 되지 않았나. 그가 너무 가늘고 약해서… 톡 치면 부러질 것 같이 보여서…….
건우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차라리 다른 이유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동생이 자신을 유리 인형처럼 여기는 건 형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그는 지금이라도 동생에게 자신의 건강함을 피력해야 할지, 아니면 창피함을 덜기 위해서라도 모른 척해야 하는 건지 치열하게 고뇌했다.
“뭐 하냐?”
그가 이틀째 신세 지고 있는 친구가 라면을 가져오며 발로 등을 걷어찼다.
“진짜 오늘도 집 안 가냐?”
“어어…….”
친구가 표정을 더럽게 만들었다. 건우는 찔끔해서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자취하는 친구가 얘밖에 없다.
“내일은 갈게.”
“가야지, 새끼야. 내일까지 있을 거였냐?”
가능하면 그러고 싶은데 직장 때문에 포기한 건우는 현명히 입을 다물었다. 어떤 말은 안 하는 게 더 좋다.
“켄 생방 보지, 너? 기왕 볼 거 화면 크게 해서 보자.”
“그래.”
또한 어떤 기회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르는 게 좋다.
* * *
헤로도토스의 유산을 찾는 과정에서 운명적이게도 톰과 다니엘은 파인즈 티치와 코스트라인을 배신했다. 정확히는 파인즈가 그들을 배신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그 결과가 인트로에서 나왔던 헬기 추적 신이었다. 짧게 짧게 장면이 시야를 스쳤다. 점멸하듯 껌뻑거릴 때마다 바뀌는 상황은 10분짜리 추격 신을 5초로 줄였다.
“대니, 괜찮아?!”
낙하산도 없이 추락한 주제에 그들은 멀쩡히 살아남았다. 게임이라지만 참 놀라운 일이었다.
“대니!”
사소한 문제점이 있다면 다니엘의 눈이 감겨서 떠지질 않는다는 것? 물론 그는 주인공이므로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이 컷신이 바라는 건 톰의 진심이었다.
“제발, 제발 죽지 마, 형…….”
죽지 말란 말을 기점으로 톰이 하나하나 토설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다니엘을 싫어하는 척하던 행위로 숨겨 온 걱정과 가족애였다.
톰이 다니엘을 끌어안고 그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엉엉 울었다. 다니엘의 눈이 슬그머니 뜨인 것도 그때였다.
그 표정은 절대 지금 깨어난 사람의 것이 아니다. 기절한 척 골려 주려 했더니 상황이 심각해져서 좆된 이의 것에 가깝다.
“어… 톰. 네 마음은 잘 알았으니까, 조금 풀어 주면 안 될까?”
다니엘의 말에 톰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 눈동자에 습기가 차올랐다가 이성이 천천히 돌아왔다. 이성이 돌아왔으니 당연히 다음 타자는 분노였다.
“개새끼야!”
정글 속 새들이 파라라락 날아올랐다.
“이 개자식아!”
톰은 다니엘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더니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악.”
다니엘은 순순히 얻어맞아 주었다. 다만 그 표정은 실실 웃고 있다.
그것에 더 빡친 톰이 다니엘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이건 진짜 아팠던지 다니엘이 주저앉아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사, 사랑이 넘 짙구나, 톰…….”
물론 톰을 비롯해 시청자들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톰 진짜 개쪽팔리겠다ㅋㅋㅋㅋㅋ
─공감성 수치 어쩔ㅋㅋ큐ㅠㅠ
─아 수치사ㅋㅋㅋㅋㅋㅋ
공감으로 인한 수치감이란. 동질감을 느끼되 별로 톰의 심정에 이입하지 않았던 은우는 어깨만 으쓱였다. 컷신 도중이라 그가 그러고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어쩌긴…….”
다니엘은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키곤 동생의 물음에 대답했다.
“빌어먹을 파인즈에게 엿을 먹여 줘야지.”
“대체 어떻게? 우린 이제 이곳을 탈출할 방법도 없어. 보급품도 전부 터져 버렸다고. 그렇다고 우리 둘이 헤로도토스의 유산을 다 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톰의 말에 다니엘이 픽 웃었다.
“네 형은 이런 단체랑 벌써 세 번이나 붙어 봤단다.”
그건 전 시리즈 이야기였다.
“그리고 세상엔 이런 교훈이 있지.”
“뭔?”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남도 가질 수 없게 하라.”
그것 또한 전 시리즈 이야기였다. 고의와 실수의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