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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73화 (73/233)

73화

실종 신고를 한 건 서건우였다. 그래, 그의 형이었다.

은우는 전화 통화를 끊은 후 떨떠름한 얼굴로 전자 노트의 화면을 봤다가 또 한 번 놀랐다. 부재중 전화가 엄청 찍혀 있다.

어제는 시내를 돌아다니느라, 오늘은 하루 종일 카롬 본사에 박혀 있느라 전자 노트 켜 볼 생각을 안 했다. 희수나 박 팀장 아니면 연락이 올 일이 없다 보니 신경 안 쓴 것도 있었다.

덕분에 이걸 지금 알았다.

은우는 형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쳤다.

그는 일단 화면에 형의 전화번호를 띄웠다. 다만 그럼에도 쉬이 걸 수는 없었다. 전화를 걸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상상이 잘 안 가서다.

사실 그는 그가 돌아가는 날짜까지 저들이 그 사실을 알아챌 거란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있었다. 알아채더라도 신경 안 쓸 거라 여겼고.

그런데 설마 수십 번의 부재중에 실종 신고까지 할 줄이야.

보통은 사흘 연락 안 됐다고 실종 신고까지 하나? 애초에 이런 것도 접수받아 주긴 해?

모르겠다. 이건 상정 못 한 사태다.

은우는 망설였다. 전화… 걸어야겠지? 아, 근데 여기 외국 아닌가? 국제전화 요금이 얼마였지?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통화 버튼을 꾹 눌렀다. 조금의 연결음 끝에 [은우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 형. 전화했었네.”

[어디야? 몸은 괜찮아? 다친 거 아니지?]

“멀쩡해.”

[…다행이다.]

과하게 안도하는 듯한 그 목소리에 은우는 또 한 번 떨떠름해졌다. 부모님에 비해 당신이 신경을 좀 더 써 주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정도였던가?

[어디, 놀러간 거야?]

“비슷해.”

[그래……. 말이라도 좀 해 주고 가지 그랬냐. 네가 계속 안 들어와서 놀랐어.]

“…미안. 신경 쓸 거라 생각 못 했어.”

은우는 목덜미를 쓸었다. 잠시 침묵이 전파 사이에 끼어들었다.

[신경, 안 쓸 리가 없잖아. 동생인데.]

동생인가. 동생이니까 신경을 썼던가.

하긴, 생각해 보면 건우가 그에게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서도 종종 말 걸어 주고, 저녁 같은 것의 여부도 가끔 물어봐 주고 그랬으니까.

형이란 존재가 어떤 건지 모르는 그 입장에선 저게 평균인지, 그보다 못하거나 잘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관심은 아니었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 썼잖아.”

그래서 은우는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뱉었을 때 본인 스스로가 더 놀랐다. 방금 왜 그런 대답을 내놨지?

그는 입가를 매만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형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의 어중간한 접근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게 달가웠던 적도 있다. 최소한 가족이란 느낌은 들어서.

“제대로 신경 쓴 적은 있었어?”

[은, 은우야…….]

그러니까 신경 쓴 것 자체에는 별로 부정할 생각이 없었는데.

“…말 안 하고 나온 건 미안해. 아마 며칠 더 여기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잠깐, 잠깐만…….]

그는 전화를 뚝 끊고 그대로 전원을 껐다. 동시에 무언가가 끊겨 나간 기분이 들었다. 무섭다. 괴수신을 앞에 뒀던 때보다, 죽을 거라는 확신을 세우고 배반자들에게 칼을 추켜든 때보다.

“…내가 잘못한 건가?”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딘가 꺼림칙했다.

▣ 073. 이미 새 집 구했어

[아니, 시발 놈아. 이런 건 의사 쌤한테, 아냐. 미국이랬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가정을 겪어 본 적 없는 자가 혼자 생각해 봐야 어떤 명답이 나올까. 은우는 그래서 희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시간을 두고 전자 노트를 켜니 다행히 형에게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은우는 그게 아쉬웠는지 안도가 됐는지 알 수 없었다.

[말 잘했어. 신경 안 쓴 거 맞잖아?]

“그렇게 쉽게 말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니지. 말 안하고 간 거야 네 잘못은 맞는데, 그렇다고 지금까지 네 가족이 너한테 신경 안 쓴다는 팩트가 사라져? 아니잖아?]

“형 정도면 신경 써 주는 거 아닌가.”

[미쳤냐? 신경 쓴 인간이 신고부터 해?]

“…아니야?”

되물으니 희수가 ‘허어어어어참’ 소리를 내뱉었다. 그가 틀렸나 보다. 은우는 경청했다.

[사람이 신고를 왜 하냐? 신고밖에 대상의 위치를 알 방도가 없어서잖아? 그런데 네가 가족에게 말 안 했다고 해서 네 위치를 아는 사람이 너밖에 없어 지금?]

전화 너머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희수가 테이블 때리는 소리다.

[당장 나도 알고 박 팀장님도 알 거고. 어쨌든 아는 사람이 있긴 있다는 거잖아.]

“그렇지.”

[근데 그 인간은 우리한테 물어볼 생각을 안 했지.]

“그런 모르니까─”

[그래, 모르니까. 동생이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누군지 저언혀 모르니까!]

말하다 말고 스스로 화가 났는지, 희수가 급발진했다. 희수랑 대화하다 보면 자주 겪는 일이기에 은우는 침착히 스피커 볼륨만 줄였다.

[상식적으로 그래, 동생이 업무적으로 만난 사람은 모를 수 있지. 근데 내가 업무로 만난 사람이냐? 야, 너랑 나랑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시발, 10년? 아니야, 15년이냐?]

“12년.”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났으니까 12년일 거다. 그러니까, 아마?

[동생이 12년이나 알고 지내 온 친구 새끼도 모르는 게 가족이냐? 내 전화번호 자체야 모를 수 있어도 이름은 알 거 아냐. 야, 너희 부모님이 우리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내 전화번호만 물어봤어도 나한테 너 어딨는지 아냐고 물어볼 수 있어.]

“…그렇지.”

아는 사람이 두 사람밖에 없는 시점에서 조금 억지가 아닌가 싶지만, 그럴 듯했다.

무엇보다 은우는 제 형이 희수의 이름을 아는지도 확신이 안 섰다. 형은 그에게 친구랑 놀았냐, 재밌었냐까진 물어도 논 친구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었다.

[백 번 양보해서 형제 사이에 동생새끼고 형 새끼고 누구랑 노는지 모른다고 치자. 아직도 너 방송 하는 거 모르지?]

“…모르지.”

[한 집에 살면서, 고가의 컴퓨터랑 캡슐이 갑자기 생겼어. 거기에 너 언박싱 방송 한 거 보니까 피규어랑 게임 관련 물품도 줄곧 생겼을 텐데. 그걸 눈치 못 채는 것부터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희수의 말에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유리판은 여전히 깨져 있을 것이다.

“…내가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걸 싫어해서.”

[호구 새끼냐? 왜 네가 변명해. 야, 그리고 잠깐 말 샐 만한 질문 던지는데, 의사 쌤이 이런 거 말 안 하든?]

은우는 눈을 껌벅였다.

“…내가 말 안 했어.”

[…3년 동안?]

“어.”

[왜?]

“문제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정확힌 그 스스로 가족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의사에게 가족을 포함한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넘기기 싫었다. 정보를 받지 못했으니 의사가 가족에 대한 걸 지적하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비정상임을 알았다면 글쎄. 상담할 마음이 들었을까?

[이런 @[email protected]%#%@#.]

희수가 쌍욕을 멀찍이서 내뱉었다. 그에게 퍼붓고 싶은데 그렇다고 환자에게 욕하긴 또 뭐하니 떨어져서 욕하는 게 분명하다.

[…그으으으래. 아주 잘했다, 염병할 놈아. 아무리 거부감이 들어도 그렇지……. 네가 돈 아깝지 내가 아깝냐. 어휴, 나한테 말이라도 하는 게 다행인 거야 뭐야. 내가 너 때문에 심리 치료도 배워야 하냐? 아니, 그 의사는 실력이 대체 어떻길래…….]

대화가 잔소리로 샜다가 금방 다시 돌아왔다.

[됐고, 어디까지 말했더라.]

“방에 물건이 생겼는데 눈치 못 챈 거.”

[아, 그래. 네가 호구 발언 했었지.]

희수는 곧바로 떠올렸다. 듣는 호구 기분 나빠지는 깔끔함이었다.

[야, 네가 방 들어오는 걸 싫어한다 해도 최소한이란 게 있는 거야. 넌 밥 안 처먹냐? 밥 먹을 때 안 불러? 네가 먼저 나갈 새끼는 아니니까, 최소한 부르러 올 사람이 있긴 하겠지. 그때 방문 여는 걸로도 방 안쪽이 보일 텐데, 캡슐 그 더럽게 큰 거 하날 눈치 못 채? 그쯤 되면 안과 가야 한다, 진짜.]

“그게…….”

은우는 말을 흐렸다. 그 침묵의 미묘함에서 희수는 그가 말하지 않은 이면을 읽어 냈다.

[아, 젠장. 설마 너, 가족이랑 밥 안 먹냐?]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먹은 적 자체가 별로 없는데.”

[이런 씨…….]

또다시 전화기에서 희수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아마 욕일 것이다. 은우는 눈을 감았다.

[너, 지금까지 뭐 처먹고 살았냐.]

“초등학교 때야 내 몫을 만들어 두셨고… 중학교 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해 먹었을걸.”

중학교 때 공부했던 건 기억나지 않아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텅텅 비어 있던 집은 기억난다.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던 반찬이나 식은 밥도.

그러고 보니 알아서 해 먹게 된 이유가 그때 관심 받고 싶어서 직접 요리한 것 때문인 것 같다. 부모님이 바쁘시니까 나라도 반찬을 만들어 놔야지, 하는 마음이었던가.

부모님 드시라고 기쁘게 만들었던 반찬이 그나마 있던 관심을 앗아갔다. 그는 그날 이후로 부모님이 만든 음식을 잃었다. 남은 건 미리 사다 둔 식재료나 돈이 든 카드뿐이었다.

[후, 그럼 중학생한테 알아서 밥 해 먹으라 한 거네? 형 새끼는, 형 새끼는 그때 뭐 했는데.]

“형은 몰라. 그때 입원해 있었으니까.”

애당초 집이 비어 있던 것도 어머니는 일하고 아버지는 형 간병을 하느라 그런 거였다. 재택 근무라 병원에서도 따로 일하신 것 같지만.

그런 형이 부러워서 그는 병원에 잘 가지 않았다. 대신 공부를 열심히 했다.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마저도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온라인 등교하며 좋은 성적을 받아 오는 형 때문에 묻혔지만 말이다.

[아, 시발, 진짜 좆 같게……. 너, 왜 이거 말 안 했어.]

그가 집에서 찬밥 대우인 것만 알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던 희수가 이 악문 듯한 소리를 내뱉었다. 은우에겐 과민해 보이는 반응이었다.

“말해야 하는 거냐.”

[적어도 혼자 저녁밥 먹는 것보단 우리 집 와서 먹는 게 나았을 거 아냐.]

“됐어. 한 번 갔다가 사귀냐 소리 들은 거 아직도 충격이다, 난.”

[나도 그 소리 좆 같은 거 인정하는데, 혼자 먹는 것보단 낫잖아.]

“이제 와서 뭘.”

뭣보다 중학교 3학년 때 전생 떠올린 걸 생각하면 나쁜 일은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집은 적응을 도왔다. 그 덕에 가족이란 개념은 또다시 동떨어져 버렸지만.

때문에 형이란 존재가 더 낯설고 거북한지도 모른다. 그가 유도부 다섯 명의 사지를 분지른 것을 기점으로 정신병원을 다닐 때쯤 형이 집에 돌아왔으니까.

병원에서 귀가할 적이면 형과 부모님 다 집에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평범한, 그가 정말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으로 있는 광경을.

거기서 조금 입맛이 썼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형이 신경 써 준 게 뭔데. 적어도 퇴원하고 뭘 했을 거 아냐.]

“어… 잘 기억 안 나는데.”

퇴원한 후에도 가늘고 여렸던 형인지라 접근 자체를 안 했다. 저가 동아리에서 사고 친 게 있어서 그런가, 부모님도 형과 그가 마주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 입장에선 겨우 건강해진 첫째가 건장하고 폭력적인 둘째에게 얻어맞기라도 할까 봐 걱정한 게 아닐까.

때문에 그는 형이 집에 돌아온 이후에도 밥은 따로 챙겼다. 부모님은 그가 무엇을 해 먹든 신경 쓰지 않았다.

“형도 퇴원하고 돌아다니는 것에 푹 빠져서 나를 별로 신경 안 썼던 것 같고. 또 직장 구하는 것도 겹쳐서…….”

[염병, 그래 놓고 걱정해 줬다고 말한 거냐, 지금?]

“직장 구한 이후엔 그래도 신경 써 준 것 같아. 그러니까, 이번 해부터.”

[더 재수 없어. 아파서 신경 못 쓴 거야 이해한다지만, 결국 자기 놀 만큼 놀았고 생활도 조오오온나 안정됐으니까 널 보기 시작한 거잖아? 물론 인간이 자기 여유 없으면 남 둘러보기 어려운 건 맞는데, 아, 아!]

희수가 다시 한번 욕설 타임을 가졌다. 그동안 은우는 뺨을 톡톡 쳤다. 생각해 보면 꼭 직장을 구한 이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것과는 다른 계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뭘까.

[아, 진짜 좆 같은 집.]

조금 시간이 흐르니 희수가 돌아왔다.

[됐다, 됐어. 야, 어차피 너 지금 집 살 준비하고 있지?]

“어.”

[그대로 나가, 그냥. 내가 보기엔 그것밖에 답이 없다.]

그런가. 은우는 목덜미를 슬슬 쓸었다.

“그렇게 나쁜가? 딱히 심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내가 심리 좆도 모르지만, 이거 하난 확실히 할 수 있는데, 너 지금 절대 정상적인 집안에 있는 거 아니야. 네 형한테만 천사 같은 집이지, 너한텐 아니라고.]

목덜미를 쓸던 손이 멈췄다.

[첫째는 아프단 이유로 병간호도 해 주고 시간도 같이 보내 주면서 둘째는 방치해? 또라이야? 그럴 거면 왜 낳았는데? 거기에 퇴원해서 돌아왔으면 뒤늦게라도 둘째 신경 써 줘야지, 그대로 방치 메타? 그게 부모야?]

“…….”

[형도 정상 아냐. 그 새끼야 사랑 조오오온나 받고 자랐으니 네가 그런 상황인 줄 몰랐을 수도 있지. 근데 퇴원한 시점이 고등학교 때라며. 시발, 그때 너, 존나 힘들어했잖아. 다른 반에 있던 나도 그걸 눈치챘는데 같은 집에서 사는 새끼들이 그걸 몰라?]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야, 멍청아! 비정상이라고, 비정상! 네 가족은 가족이 아니라 족 같은 비정상이라고!]

희수가 악을 쓰듯 주장했다. 그 말을 그는 몇 번 곱씹으며 되새겼다.

“그러네.”

그건 결국 시인하는 말이었다.

“비정상 맞네.”

무관심한 그네들을 남처럼 여김으로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것을 포기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는 그들의 비틀림에 상처받아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희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듣고 정신이 멍해질 리 없으니까.

진실이 아니고서야 그가 이리 멍해질 이유가 없으니, 결국 그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던 거다.

“새로 지어서 이주하려 했는데, 그냥 일찍 나가는 게 낫겠지.”

[…응, 그게 더 나을 것 같다.]

은우는 눈가를 지그시 짚었다. 오늘 하루, 참 여러 가질 포기한다. 전생의 미련도, 현생의 미련도.

이것 또한 성장이라면 성장이고, 적응이라면 적응인 거겠지.

“근데.”

[뭐.]

“형은 정말 왜 신고한 걸까.”

[…지금이라도 네가 좆 같은 대우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나 보지! 근데 그렇다고 네가 지금까지 거지 같게 살아온 게 달라지냐? 버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말해 주기도 너무 늦었어. 소 이미 새 집 구했어.]

“아직 안 구했어.”

[아, 구한다매, 새꺄. 그럼 구한 거지.]

억지였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은 억지다. 은우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스스로가 듣기에도 조금 젖은 웃음소리였다.

“고맙다.”

[오냐. 한국 들어오면 연락해라. 술 한잔 꺾자.]

“…그건 좀.”

[네 술주정 존나 웃기니까 그거 볼 거야.]

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까지 웃기지는 않지 않나? 웃긴가?

[아, 맞다. 너, 앞으론 상담 좀 제대로 받아.]

“…싫어.”

[아니, 이 염병할 놈이. 지금 나한테 한 것도 상담이거든?]

“넌 친구니까 그런 거고, 의사는 믿음이 안 가.”

[나는 내가 더 믿음이 안 가는데. 얼척 없네, 진짜. 3년 동안 돈 안 아까웠냐?]

“아까웠는데.”

[이 또라이 새끼가.]

“몰라.”

[뭘 모르긴 뭘 몰라! 내가 더 몰라! 아!]

희수가 열받는 소리를 내더니 외쳤다.

[끊어!]

은우는 순순히 말을 들었다.

『✉ 메시지 │서건우 오전 8:14

은우야, 내가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종료 마크가 화면에 떠올랐다. 상단에 슬쩍 시선을 주면 메시지가 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그것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끝내 확인하지 못한 채로 노트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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