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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71화 (71/233)

71화

접속하니 무기들이 무수한 흰 공간이 펼쳐졌다. 은우는 거기서 손을 먼저 쥐었다 폈다 해 보았다. 놀랍도록 현실과 흡사했다.

캡슐 접속 상태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면 가상이라는 것을 눈치 못 챘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정말 놀라웠다.

왜 이렇게 게임을 내지 않지? 그런 생각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가 정신병원을 다시 다니게 만든 망상범이 있지 않나.

그렇지만 VR로 미치는 인간이 나오는 것처럼 VR 때문에 살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은우는 설핏 웃으며 자조했다.

그는 무기들을 살폈다.

천재들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미리 신체 데이터를 보내 뒀다곤 하나, 무기마저 그의 체격에 맞게 구현해 두다니.

심지어 무기도 조금씩 다를지언정 중요한 기능은 전부 탑재시켰다. 은우는 그 무기들을 하나하나 살피다가 그중 하나의 무기만 꺼내 들었다.

몸풀기니까 전부를 짊어질 필요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감각을 바짝 살리는 일이다.

은우의 손에 쌍검이 들렸다. 균열 사냥꾼에서 썼던 무기와 비슷하지만, 좀 더 원초적이고 실용성을 추구한 쌍검이다.

그가 가장 애용한 기능도 부착되어 있다. 쌍검에서 양쪽에 날이 달린 커다란 검으로 바꿀 수도 있고, 창으로 만들 수도 있는 기능이다.

조작이 어렵지만, 잘만 다루면 이것만큼 상대를 농락할 수 있는 무기도 없다. 리치도 달라지고 검날의 위치도 바뀌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그의 특성이 아니었으면 탄생되지 않았을 거다. 솔직히 이렇게 변환이 가능한 무기는 내구성이 떨어지고 자칫하면 조악해질 수 있지 않나.

그가 다룰 수 있는 기가 조금만 더 많았다면, 신체나 무기에 두르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지 않았다면 이 무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반대로 말하면 그 조건이 모두 만족되었기에 이 무기는 태어났다.

[구현된 것들은 어떻게, 괜찮으십니까?]

조금 조마조마한 목소리가 물었다. 무술가들을 초청할 때마다 그들에게 맞는 무기들을 생성해 주는 카롬사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은우가 신청한 것들은 까다로웠던 게 아닐까 싶다.

은우는 나른하게 웃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합니다.”

수천의 무기를 다뤄 본 자가 내리는 칭찬이었다. 비록 듣는 이는 그 가치를 몰랐지만.

[통각 제한을 정말 풉니까?]

“네.”

[자칫하다 정말 쇼크가 올 수 있습니다.]

은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걸로 발목 잡히고 싶지 않다.

“각오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쇼크가 일었다간 그것을 허락해 준 게임사도 휘말리므로 그들은 절실하게 말렸다. 어찌나 구구절절한지 은우는 사탕을 받았다 빼앗긴 아이의 심정이 되었다.

마른 목에 계속 물방울만 찔끔찔끔 흘려 대니 화마저 나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전장에서 기십 년을 굴러먹었는데 그딴 걸로 죽을 것 같느냐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저들은 그걸 모른다. 또한 저들이 이대로 물러 버리면 겨우 생긴 가능성마저 사라진다.

은우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제안을 수용해야 했다. 물론 자신의 억지를 전부 무를 생각 또한 없었다.

“절반의 수치라도 켜 주십시오, 그럼.”

[후… 알겠습니다.]

은우는 감각이 한층 더 또렷해지는 걸 느꼈다. 쌍검의 손잡이가 그의 손가락 끝에서 단단히 존재감을 내비쳤다.

[이제 데이터를 구현하겠습니다.]

새하얀 공간 위로 오현이 나타났다. 어제 새로 기록을 갱신했다던 (가짜)오현이.

은우의 입술이 삐뚜름해졌다.

[시작합니다.]

바깥 인간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그의 발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졌다.

한 걸음.

상대를 죽여야 할까, 아니면 놀아 줘야 할까.

두 걸음.

망설임 없이 기계적으로 죽인다면 사람들은 그를 어찌 볼까. 두려움? 경외? 아니면 단지 감탄? 어쩌면 살인마라고 생각할지도.

두 걸음 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회를 놓치기 싫다. 어차피 이건 가상이잖아. 당신들이 마련해 준 무대잖아. 거기서 죽였다고 뭐라 하는 것도 좀 웃기지 않나? 오현 관장도 죽였다 뭐다 쉽게 얘기했는데.

세 걸음.

별로 자제하고 싶지 않다.

“오현 관장님과 같이 안 온 게 다행이네요.”

(가짜)오현이 검을 뻗고 은우의 좌수 검이 미끄러졌다. 격렬한 파쇄음은 나지 않았다. 은우가 유도한 것도 있지만, 둘 다 현실 스펙을 반영해서 능력치가 비슷한 탓도 있다.

좌수 검과 오현의 검이 기교 섞인 힘 대결을 했다. 오현은 빠져나가고자 하고 은우는 그의 검을 놔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은우에겐 왼쪽 검이 아직 남아 있었다.

(가짜)오현이 빠른 판단으로 물러나기 전에 은우는 남은 검으로 (가짜)오현의 왼쪽 겨드랑이부터 어깨를 올려 베었다. 핏줄기는 구현하지 않았는지 베인 자국이 검게 남는 걸로 그쳤다.

그러나 형태가 어찌 되었든 어깨가 베였다는 사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가짜)오현이 뒷걸음질을 쳤으나, 은우는 더욱 파고들었다. 여전히 좌수 검은 오현의 검을 견제하다 못해 봉쇄하고 있다.

푸욱!

심장이 검에 꿰뚫린다. 은우는 그것을 무감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다음.”

대련은 어려워도 죽이는 건 이렇게나 쉽다.

▣ 071. 사람들 눈을 신경 쓴

[오현 관장님과 같이 안 온 게 다행이네요.]

오현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그다음 펼쳐진 광경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짐작은 했으나 상상은 못 했던 광경이 그의 눈에 정확히 박혀 들었다.

찰나간 벌어진 기교 대결. 그리고 빠른 판단을 내린 은우의 공격.

“데, 데이터에 문제가 있나?”

직원들이 웅성거리는 걸 보며 오현은 눈을 감았다. 쭈뼛거리며 다가온 직원 하나가 차마 말도 걸지 못하고 옆을 맴돌았다.

“문제가 있는 게 아닐세.”

오현은 그런 그가 불쌍해서라도 눈을 다시 떴다. 비록 한국인 직원은 아니나 성능 좋은 번역기는 그의 말을 알아서 전해 주었다.

“단지 진짜와 가짜의 차이인 거지.”

오현은 제대로 된 실전을 감상하며 허심탄회하게 인정했다. 스포츠용 검과 다르다고 자부했던 그들마저 결국 온실 속 화초에 불과했다.

* * *

은우는 다시 소환된 (가짜)오현을 마주했다. 다음을 다시로 알아들었나? 그의 눈썹이 치솟았을 때 직원의 음성이 들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만 상대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너무 허망하게 상대를 죽인 게 안 믿기나 보다.

그는 알았다는 의미로 검을 다시 들었다. 아까 검이 부딪쳤을 때 오현의 실력을 알았으므로 굳이 먼저 움직이진 않았다.

그리고 (가짜)오현이 움직였다. 스포츠에서 벗어난, 그러나 여전히 형식에 매여 있는 스텝.

오현이 못난 것은 물론 아니다. 실제로 그는 스포츠에서 벗어나 실전을 추구한다 말할 수준이 되었다. 데이터 쪼가리를 몇 번 벤 전적이 있어서 그런지 움직임도 과감하고 위협적이다.

다만 그래. 오현이 아무리 상대를 베어 죽여도, 쓰러트려도 결국 그 대상은 대련을 중점에 두고 만들어진 것 아닌가.

기술 시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AI를 몇 번이고 죽인다 한들 그건 결국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그것을 죽이는 기술까지 꾸준히 업로드해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실전과 다르다.

은우는 조금 실망했다. 그가 기대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는 과연 조금이라도 만족한 채 돌아갈 수 있을까?

(가짜)오현이 그를 향해 덤벼들었다. 은우는 오른손에 쥔 검을 교묘하게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검과 검이 맞닿았다.

진짜 오현이었다면 즉각 대처했을 것이다. 인간은 발전하기에 인간인 법이므로. 그러나 상대는 학습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AI다.

은우는 (가짜)오현의 목을 잘랐다. 머리통이 목과 떨어지려던 때, 그것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내가 그렇게 약한가?]

“…계셨군요?”

[방금 왔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약한가?]

본인 앞에서 본인 얼굴을 한 적의 머리통을 따 버렸다. 그 기묘함에 은우는 약소한 죄책감과 삐뚜름한 흥미를 느꼈다.

이걸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당신은 투쟁하는 사람이 아니다.

“약한 게 아니라 무지하신 거겠죠.”

[…기다리게.]

바깥쪽이 부산스러워졌다. 마이크를 통해 흘러드는 소리가 조금 짱알거렸단 의미다.

아마 오현이 직접 들어오겠지. 그 방법은 알아서 가져올 거고.

은우는 가만히 기다렸다. 오현 덕분에 이곳에 왔으니 그 값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을 상대하고 싶기도 하고.

솔직히 이대론 영 마음에 차지 않을 것 같다.

곧, 진짜 오현이 다시 나타났다.

“현실과 완전히 같진 못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겠지.”

“기분 더러우실 겁니다.”

한 번 죽어 본 사람이 잘 쓰지 않던 단어까지 사용해 가며 충고했다. 달리 말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현은 물러나지 않았다.

“가만히 있는 게 더 더러울 걸세.”

평화에서 힘을 숭상하고 싸움을 갈구하여 무(武)를 추구하는 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전생의 피 냄새를 그리워하는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같지 않은 건 경험의 유무였다.

“어떤 결말이 나와도 탓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말게.”

“그러시다면야.”

은우는 쌍검을 버리고 곧은 직검을 불러들였다.

“오시죠.”

두 사람의 나이와 경력을 고려한다면 광오하기 그지없는 발언이나, 그 누구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다.

현대의 상식에서 어긋난 존재가 그곳에 있었으므로.

오현이 눈을 부릅뜨며 검을 들었다. 두 사람의 영역이 다시 뒤섞였다. 기계 때와는 또 달랐다. 감정이 없는 기계와 달리, 오현은 기세를 가다듬자마자 와닿는 강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실시간으로 오현의 생체 리듬을 체크하는 기계가 바깥에서 요란하게 울었다.

그렇지만 저런 것이 오히려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재능이란 칼날은 냉정한 이성만으로는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본능을 이성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언정 이성 그 자체가 칼잡이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칼날이란 것은 결국 살생을 위한 것이고, 살생은 원초적인 본능에 의거하니.

이성을 통한 계산은 한계를 이끌어 내는 도구에 불과하다. 재능 자체를 쥐는 건 언제나 본능이어야 한다.

기계가 인간보다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본능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성은 칼날을 편협하게 만든다.

“오시라 말씀드렸는데.”

은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현은 거부할 수 없었다. 맹수의 아가리로 인간이 뛰어들었다.

촤르르륵-

그것은 꼭 쇠사슬이 우는 것 같다. 혹은 별들의 군집이 풀어 헤쳐지는 소리 같다.

기계를 상대할 때는 은우가 단 하나의 각도로 검로를 파훼했기에 들리지 않았으나, 지금은 인간이 상대였다. 오현은 은우가 관대히 내준 영역을 급급히 따라갔다.

그리고 팔이 베였다. 오현은 섬뜩하게 치고 들어온 검날에 아릿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지독한 흥분을 느꼈다. 하나하나가 순전히 상대의 목숨을 노리기 위해 존재하는 검은 감겨 있던 그의 눈을 강제로 잡아 뜯었다.

살기 위해서, 오직 생존을 위해서 본능이 치를 떨며 개안했다. 지금껏 어지럽게만 쓰이던 재능이 제대로 된 칼잡이의 손에 잡힌 것도 그때였다.

은우는 실시간으로 교정되는 오현을 보며 장난치듯 그의 팔다리를 베었다. 현실에선 상처를 냈다가는 문제가 터질 것이므로 할 수 없는 짓이나, 이곳은 아니지 않나.

이러다 실수로 죽여도 괜찮다. 정신적으로 버틸 수만 있다면 이 거짓 세상에선 무엇이든 허용된다.

“기계보다 낫습니까?”

“훨씬.”

오현은 검정색 자국으로 온몸이 도배되었으나 투지를 삼키지 않았다. 못다 한 재능이 꽃피워지며 그의 검로를 뒤흔들었다.

항상 그리던 검로가 부서지고 더욱 빠른 검이 나타난다. 그것은 막 태어난 아이처럼 서툴고 미성숙하나, 야수의 송곳니처럼 뾰족하고 짐승의 손톱처럼 거칠었다. 아름답진 않으나 원초적이고, 고아하진 못 하나 야성적이다.

비록 오현의 본래 스타일과는 오랜 거리가 있으나, 정형화된 무언가를 부수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 이런 것은 받아들여지고 다듬어질 시간을 요구한다. 재능이 그것을 단축시킬 순 있으나 오현으로선 무리다.

그러다가 오현의 검이 어느 순간부터 멈추기 시작했다.

은우는 오현이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직감했다. 스스로도 깨달았는지 얼굴을 찌푸리는 게 제법 볼 만했다.

“여기까지.”

오현은 이곳에서 죽을 것이나,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므로 이로 하여금 더 나아가게 되리라.

“아쉽구먼.”

은우는 오현의 수급을 베었다. 오현의 육체가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과한 친절을 베풀었나 싶다가도 그 역시 덕분에 흥이 났으니 괜찮지 않을까.

은우는 직검을 버릇처럼 털며 몸을 곧추세웠다. 무엇보다 오현 덕에 감각이 온전히 섰다. 그 정도면 오현은 받아 간 값을 충분히 했다.

“다섯.”

그러니 이제 제대로 놀아 봐야지.

“아무나 상관없으니까 다섯 명 정도 동시에 불러 주세요.”

무기 목록에서 견갑을 불러낸 그는 그것을 팔뚝에 찼다.

“지금 당장.”

* * *

오현은 컥, 소리와 함께 목을 붙잡으며 일어났다.

자신이 언제 어디를 맞았는지 알기 위해 통각 수치를 최소한으로나마 켜 놨더니 온몸이 쑤시고 아렸다. 실제로 다치지 않았건만 아직도 환상통이 남아 있다.

특히 마지막에 잘렸던 목은 더했다.

“괜찮으십니까?!”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들과 직원들이 몰려왔다. 오현은 그들의 걱정에 감사하다가도 그 소란이 거슬려 손을 휘저었다.

“조용히.”

아직 정리할 게 많다. 방금 한 번의 싸움으로 배운 게 너무 많아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넘쳐흘러서.

그는 고통 속에서도 기껍게 웃었다. 상상만으로 채워 왔던 것들이 더한 형태로 찾아왔는데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시에 의구심이 들었다. 대체 서은우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기에 그를 이리 쉽게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가상이라곤 하지만 현실과 똑같이 구현됐는데 저렇게 망설임 없이 목을 벨 수 있나? 그조차도 처음에는 주춤거렸을진대.

살인마? 아니다. 그건 적어도 아니다. 박가 그놈이 살인마를 들일 녀석은 아니니까.

그래, 게임. 게임이 있지. 게임 때문에 익숙해졌다면 그럴 만도 하다. VR 게임 하는 사람치고 인간형 적을 베어 보지 않은 이가 더 드물 테니.

그렇지만 별개로 저 완숙함과 기이한 완성도는 어디서 탄생됐단 말인가? 저건 사람을 한둘 죽여서 만들어질 움직임이 아니다.

저게 정말로 재능이란 것인가? 30년의 세월을 좁히다 못해 무너트리는 저것이 과연 재능이란 단어로 축약될 수는 있나?

만약 그런 게 재능이라면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었을 땐 어떻게 되는 거지?

“이거 정말 괜찮은 거야?”

“아니, 그래도 방금 걸 보면…….”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현실에 그는 확 고개를 치켜들었다.

“화면.”

“네?”

“봐야 해.”

그는 환상통으로 인해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서은우를 비추고 있는 화면 앞에 섰다. 그가 방금 배웠던 것들을 잊기도 전에 새로운 것들이 그의 눈에 박혔다.

그리고 오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방송할 땐 사람들 눈을 신경 쓴 거였군.”

오현은 순식간에 다섯을 베어 넘긴 서은우를 보며 허탈해졌다.

그곳에선 인간이 아닌 것이 무언가를 갈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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