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뒷일은 다이아박스 사원에게 맡긴 채 은우는 콜라와 교청 레드콤보 두 마리를 사 들고 귀가했다.
4인이 먹기엔 턱없이 적은 양이나 상관없다. 이건 그 혼자 먹을 양이었다.
튀긴 감자와 치즈볼, 밥 한 그릇, 거기에 치킨 두 마리. 한 사람이 먹기엔 좀 많으나, 은우의 체격을 생각하면 이상한 건 아니었다.
방송에 대한 걱정 또한 없다.
광고 때문에 휴방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단지 매일 방송하는 것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쉬는 것으로 지침이 바뀌었을 뿐이다. 오늘은 그 월요일이었고.
즉, 오늘 쉰다고 초심 잃었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을 필욘 없다는 거다.
은우는 편한 마음가짐으로 봉지를 달랑거리며 집에 들어갔다.
과연, 교청 레드콤보는 맛있었다.
▣ 066. 상당한 불안감과 약간의 기대감
“방송 휴일이 생기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형 없는 하루가 너무 길었음ㅠ
─월요병 치료제가ㅠㅠ
─다시 와주심 안 되요??
은우는 첫 정기 휴일에 대한 시청자들 반응을 보며 얕게 웃었다. 제 존재를 아쉬워해 주는 게 퍽 기꺼워서다.
낮고 잘은 웃음소리에 사람들이 어리광─이걸 어리광이라 할 수 있다면─을 더욱 피우기 시작했다. 본인 주장으론 스무 살이라고 하나, 귀를 닦고 들어도 동생이 아닌 것 같으니 제 나이를 내려놓고 징징거리는 것이다.
“저도 슬슬 쉬는 날을 가져야죠. 저, 그리고 어제 안 놀았습니다. 광고 찍었어요.”
─뭔 광고??
─이제 켄도 광고에서 볼 수 있는거임??
─올ㅋ
“균열 사냥꾼이랑 크루 러시라는 게임 광고 찍고 왔습니다.”
은우는 차근차근 두 게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균열 사냥꾼이야 예전에 했었고 유어튜브에 영상도 올려서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지만, 크루 러시는 달랐다.
“꽤 재밌더라고요. 곧 데모가 풀릴 거라는데, 데모 풀리면 또 해 볼 것 같아요.”
액션 장르가 아닌 게임을 칭찬하는 건 처음이라서 그런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혹시 몰라 은우는 새로운 설명을 덧붙였다.
“레이싱 게임은 그게 처음이었어서요, 제 평가를 너무 믿으시면 안 됩니다.”
다양하게 해 본 사람과 한두 개만 해 본 사람의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은우는 자신의 평이 후할 수 있음을 명시하라 충고하곤 이야기의 궤도를 돌렸다.
“참고로 저, 거기서 균열 사냥꾼 아이템을 선물받아 왔습니다.
균열사냥꾼을 계속할 생각은 없으나, 잠깐 정도는 켤 의향이 있다.
은우는 사람들의 아우성을 들으며 균열 사냥꾼에 로그인했다. 받은 코드를 입력하자 선물함에 알림이 떠올랐다.
도착한 선물은 그의 헛웃음을 이끌어 냈다.
“같은 회사라고 짠 건가?”
성능 부여 없이 외관의 옷만 바꿔 주는 그것은 레이서 복장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빅엿ㅋㅋㅋㅋㅋ
─이와중에 잘 어울려ㅋㅋㅋㅋ
─그 상태로 오도방구 한 번만 타주세효
─ㅋㅋㅋㅋㅋ존나ㅋㅋㅋㅋㅋㅋ
「‘사랑동이’ 님이 ‘10,000원’ 투척!
이건 게임 하라는 무언의 압박 아님??ㅋㅋㅋㅋ」
사람들이 어김없이 킬킬거렸다. 은우는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오히려 화가 안 났다. 그는 시청자의 부탁대로 해당 템을 착용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몇 번 돌다가 게임을 종료했다.
“아… 슬슬 이제 오늘 할 게임으로 넘어갈까요?”
「‘동방제과’ 님이 ‘5,000원’ 투척!
오겜무?」
─겜ㄱㄱ
─오팬무? (덜렁덜렁
─스파이가 있다ㅋㅋㅋㅋ
“오늘 할 게임은 ‘모르포맨’입니다.”
반응은 곧바로 왔다. 아무렴, 해당 게임은 미국의 유명 코믹스 회사, 버블 코믹스의 간판스타 ‘모르포맨’이 주인공이었다.
만화 원작을 넘어서 영화화도 되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게임으로 만들어진 전적도 많다. 은우가 하려는 건 개중 최신판이지만.
어쨌거나 모르는 이들보다 아는 이들이 더 많은 캐릭터란 소리다.
“콘솔 버전이 먼저 나왔다던가요?”
─영화 개봉 신경안 쓰고 만들어서 그런지 ㅈㄴ 오짐
─그래픽이 진짜 대박이다예요
─콘솔은 1:1비율로 만들어진 오픈 월드인데 VR은 축소했다 들었음
─VR도 할만 해요
─근데 VR은 콘솔보다 평이 안 좋음;;
은우는 게임을 다운로드받으며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짧게 이어 나갔다. 다운로드받는 동안 떠오른 이미지는 게임 제목이자 주인공인 ‘모르포맨’의 사진이다.
플레이할 때야 플레이어의 성별을 따라가지만, 원작 캐릭터는 여성이므로 이미지의 주인공도 여성이다. 모르포맨의 모티브, 파란색 모르포 나비가 수컷뿐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여성 캐릭터임에도 Woman이 아니라 Man을 붙인 이유는 VR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안다. Man은 인간 그 자체를 칭할 때도 쓰이는 단어였으니까.
“그보다 모르포맨 옷차림, 엄청 화려하네요.”
─그나마 남자버전은 바지가 덜 펑퍼짐해요
─부츠도 무릎까지 안 오고 종아리까지 옴
─그렇지만 나비장식은 똑같지!
─그럼 뱀주인 성좌 옷 입으실?
─ㅗㅜㅑ;;; 뱀주인 퍄퍄ㅑ;;;
은우는 시청자들의 농담을 무시하며 모르포맨 캐릭터를 살폈다.
검정색과 푸른색을 기조로 만들어진 옷은 판타지풍과 현대를 적당히 섞은 정장이다. 모르포Morpho라는 이름에 맞게 옷 끝자락이나 전체적인 형태가 나비와 퍽 닮은 편이었다.
숄의 겉면은 뱀눈 무늬가 그려져 있고, 안은 고아한 푸른빛을 띠는 점이 특히 그랬다.
얼굴에는 하얀 민무늬 가면이 씌워져 있다. 헬멧이 없어서 아쉽지만, 가면이 얼굴 전체를 가려 준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때 다운로드가 완료되었다. 고즈넉한 대기실의 세상이 무너지고 새까만 암흑이 펼쳐졌다.
『난이도 선택
├◆ 친근한
│ 어색한
│ 심각한
┴──────
스토리를 즐기기 좋은 난이도입니다.』
난이도는 3개뿐이었다. 은우는 당연하게도 가장 어려운 ‘심각한’을 골랐다. 알림 창이 사라졌다.
따르르르릉!
알람 소리가 울리면 새까맣던 시야가 화악 바뀐다. 식물이 많고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기묘한 방이다. 열린 창문 새로 불그스름한 저녁놀이 보였다.
따르르르릉!
알람은 참 지독하게 울었다. 침대에 누워 있던 누군가가 알람을 끄기 위해 전자 노트로 손을 뻗었다.
틱. 무언가가 전환되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창가를 타고 들어온 나비들이 그 사람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응… 응.”
하품을 하며 일어난 그는 옷걸이에 잘 걸어 둔 옷가지를 집어 들었다.
“예, 예. 오늘도 인간 혐오 히어로, 출동합니다.”
책장에 잠깐 가려졌던 시야가 도로 돌아왔을 땐 익숙한 차림새의 모르포맨이 창가 앞에 서 있는 상태였다.
모르포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감각이 앞으로 이동하며 모르포맨과 합체했다. 은우는 눈을 껌뻑였다. 모르포맨도 같이 눈을 깜빡였다.
“게임 시작이네요.”
은우는 몸을 가볍게 푼 후 창가를 밟고 섰다. 대충 체감한 신체 능력은 일반인을 초월한 상태다.
『모르포맨은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날개를 움직여 보세요.』
그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날개. 날개? 그는 날개를 덧그려 보았다. 등에서 간질거리는 느낌이 일더니 아주 느릿하게 떨렸다.
고개를 힐끗 돌리면 숄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던 망토 자락이 날개가 되어 팔락이는 걸 볼 수 있다.
“제 쪽에서는 날개의 푸른빛을 못 본다는 게 아쉽네요.”
─그거 진짜 이쁜데
─색감 미춋다ㅠㅠ
─생각보다 괜찮은 듯?
─몰포맨 디자인 잘 뽑힘ㅋㅋ
─킹직히 쫄쫄이보단 낫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은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날개에 좀 더 힘을 주었다. 날갯짓이 한층 강력해지며 그의 몸이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이제 창가 밖으로 뛰어내려도 될 것 같다. 충분히 추락하지 않고 날아오를 자신이 있다.
『날갯짓을 느리게 하면 천천히 활강하고 빨리 하면 위로 떠오릅니다. 나비가 알려 주는 목적지까지 도달하세요.』
그는 숨을 한 번 고른 후 바로 뛰어내렸다. 방금 전에 얻은 감각이건만 은우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양 자유롭게 허공을 쏘다니기 시작했다.
길 안내자인 나비 떼가 그보다 한 발짝 앞서서 날아다녔다.
은우의 날개가 벌새의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가 곧 귀부인의 부채처럼 살랑거렸다. 1인칭인 이들은 볼 수 없으나, 3인칭으로 보는 이들에겐 거대한 모르포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배경이 엄청 예쁘네요. 크루 러시보단 이게 더 그래픽이 좋은 것 같은데… 대신 여긴 뉴욕 한정이었죠?”
─넹
─그래픽 많이 안 좋은가 보네
─크루 러시 그래픽 별로임??
─그래픽 별로면 하기 싫어지는데ㅡㅡ
“대신 미국 전역을 무대로 하는 오픈 월드입니다. 차 타고 돌아다니는데도 네 시간 동안 얼마 돌아다니지 못했어요.”
─그럼 킹정이지
─미국 대리여행ㅋㅋㅋ
─데모 나오면 꼭 해주세요ㅠ
─크 미국 전역 오졌다
─멀티 되면 개꿀잼일 듯;;
“뭐, 이 게임 하면서 다른 게임 얘기하는 것도 좀 그러니까요. 모르포맨에 집중합시다.”
은우의 날개가 빌딩만큼 고도를 높였다. 거리에는 자그만 자동차들이 줄지어 다니고 사람들은 도보를 따라 걸었다.
서쪽에서 저물어 가는 태양은 그보다 낮은 고도에서 날고 있는 길라잡이 나비들을 붉게 물들였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그래픽에 사람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마음 같아선 주변을 더 훑어보고 싶지만, 일단 튜토리얼부터 다 끝내야겠죠. 이동하겠습니다.”
은우는 길라잡이 나비 근처에 다가갔다. 그가 속력을 올리면 저들도 속력을 높이고, 그가 고도를 멋대로 바꾸거나 경로에서 이탈하면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했다.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오는 것처럼 은우의 시야가 밖으로 튕겨지며 카메라워크를 했다. 이벤트 신이다.
은우가 빠져나온 모르포맨이 바닥에 착지하며 사건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던 건 은행을 급습하여 돈을 빼내 가려던 범인들이다. 수가 꽤 많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 다 모였네.”
“모르포맨이다!”
“맨이 나타났다!”
“난 범죄자가 싫고, 소란이 싫고, 인간이 싫어.”
모르포맨은 인간들을 구하고 악당들을 처치하는 히어로 캐릭터이나, 놀랍게도 인간 혐오적 사상을 가지고 있다. 요컨대 자비롭고 헌신적이지만 인간은 안 좋아한다 이거다.
아마 환경 파괴 때문에 그런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 제발 입 좀 다물어 주겠어?”
모르포맨이 숄을 펄럭였다. 새파란 안감에서 빛 가루 같은 것이 화악 뿜어져 나왔다. 은우가 다시 모르포맨의 몸에서 깨어난 것도 그때였다.
자유가 쥐어지자마자 시야에 UI(User Interface)가 몇 개 떠올랐다. 체력 바, 인분, 퀘스트 창 등등.
싸움터는 적들만 존재했으며 시민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모르포맨은 여러 종류의 인분을 쓸 수 있습니다. 그중 폭발 인분을 흩날린 후 손가락을 튕기면 인분이 폭발을 일으킵니다.』
“소란이 싫다면서 폭발을 일으키네요.”
그는 떨떠름하게 그 점을 지적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퍼어엉! 폭발이 일어났다. 오른쪽 상단의 인분이 한 칸 줄어들었다. 남은 건 5개다. 아무래도 횟수 제한이 있나 보다.
“잡아!”
“죽여!”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녀석들이 은우를 공격해 왔다. 그는 체력 바를 시야에서 치우며 적의 머리를 찼다. 움직임이 묘하게 멋대로 움직이는 느낌이 있다.
“이거 자동 보정입니까?”
─넹
─끌 수 있어요
─끌 수 있을 텐데?
「‘켠왕임니까’ 님이 ‘5,000원’ 투척!
설정 부르시고 자동보정 OFF하심 됨」
“켠왕임니까 님,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켠왕은 안 합니다. 설정.”
순간 세계가 정지하며 나비 떼가 날아왔다. 그의 시야를 가릴 것처럼 맹렬히 그의 머리 주변을 돈 그것들 덕에 잠깐 눈앞이 캄캄해졌을 때 알림 창이 커다랗게 생겨났다.
은우는 그것에서 자동 보정을 찾아 끄기로 설정을 돌려 두었다. 멋대로 움직이는 건 질색이다.
알림 창을 닫자 시야가 다시 밝아졌다. 멈췄던 세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의 머리를 걷어차던 은우의 다리가 본래 하려던 일을 수행했다.
퍼억!
깔끔한 킥에 적이 비틀거렸다.
그때 지잉, 하는 느낌과 함께 뒤에서 한 명의 적이 다가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르포맨은 나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나비들이 위험을 경고하면 회피를 준비하세요.』
“탐지 센서랑 비슷한 거네요.”
딱히 필요한 건 아니나, 있어서 나쁠 건 없다. 은우는 적이 다가오는 방향에 맞춰 회피했다.
순간 시간이 느려졌다. 기분 탓이나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느려졌다.
『‘완벽한 회피’에 성공할 경우 ‘집중’ 상태가 됩니다. ‘집중’ 상태에 돌입하면 세계가 느리게 흘러갑니다.』
세계는 느려졌는데 그는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다. 은우는 허, 하는 소리를 내며 역으로 공격을 넣었다.
주먹이 호쾌하게 적의 명치를 때렸다.
『모르포맨은 지팡이를 통해 수면 인분을 살포할 수 있습니다.』
기이한 형태로 뭉친 나비 떼가 날아오더니 무언가를 떨어트렸다. 그것은 까맣지만, 나비 장식이 달린 지팡이였다. 손잡이 부분을 더듬어 보면 버튼 하나가 달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은우는 지팡이를 잡고 빙글 돌았다. 드레스 자락처럼 풍성한 장식용 천이 나풀나풀 퍼졌다가 접혔다.
지팡이를 자연스럽게 추켜세우면 적의 머리 바로 앞에 지팡이의 촉이 다다른다.
탕!
총 발사하는 소리 비슷한 것이 들렸다. 실제로 지팡이의 끝에서는 보라색 구체가 사출되었는데, 그것은 적의 머리에 닿자마자 뭉개지며 흩어졌다. 아무래도 수면 인분을 동그랗게 뭉친 탄환이었나 보다.
적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하나당 하나일까요? 아니면 여럿도 가능할까요?”
사용 가능한 인분이 또다시 하나 줄었다. 은우는 뒤에서 달려오던 적의 머리에 팔꿈치를 빡, 박고 그대로 돌려 차기로 제압했다. 맷집이 좋은지 다시 일어났지만, 두 대 정도 급소를 골라 때리자 그대로 기절했다.
4칸이었던 인분이 5칸으로 도로 차올랐다.
『인분의 사용 횟수는 적을 처지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회복됩니다.』
“스킬로만 버틸 생각 말라는 거군요.”
─최고 난이도라 그런지 6개밖에 없네;;
─쉬움은 몇 개지? 15개?
─ㅇㅇ 15개 맞음
─적들 한 방에 안 죽는 것보소ㅋㅋ 인분회복 힘들겠는데?
시청자들이 과연 최고 난이도 값 한다며 떠들어 댔다. 근접전에 자신 있는 은우로선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그는 시큰둥한 얼굴로 적 세 명이 뭉쳐 있는 곳 중간에 수면 인분을 쏘아 보았다. 세 사람 다 잠들지 않고 멀쩡했다.
“1인용인가 보네.”
손잡이 부분을 잡았던 손이 지팡이 기둥 부분을 고쳐 잡았다.
그리곤 그대로 휘둘렀다. 뻐억! 적 한 명의 턱을 얻어맞고 부웅 날아갔다.
“미국 히어로물이라서 그런가 전체적으로 싸울 때 현실감보단 만화적 과장감이 드네요.”
잘 만든 덕에 현실 같은 그래픽임에도 큰 위화감은 없다지만 손맛이 묘한 것도 사실이다.
『모르포맨은 지팡이를 통해 광화 인분을 살포할 수 있습니다. 인분 교체는 음성 인식, 뇌파 인식 등으로 할 수 있습니다.』
“광화 인분?”
─그거 맞은 애가 미쳐돌아가요
─버서커 만드는 거임ㅋ
─적 한 가운데 있는 애한테 맞추는 게 젤 효율 조아요
이번엔 이름만으로 감이 딱 잡히지 않았다. 은우가 눈을 가늘게 접자 사람들이 앞다투어 설명해 주었다.
“이것도 1인용 같네요.”
은우는 시험 삼아 가장 멀리 있는 이에게 광화 인분을 발포했다. 의외로 인분 탄환의 사거리는 길었다. 광화 인분에 얻어맞은 적의 머리 위로 빨간색 다이아 표시가 떠올랐다.
해당 적은 피아 구분도 하지 못한 채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적들이 미친 아군을 향해 기입된 대사를 날렸다.
“유용하네요.”
─저걸 보며 유용하다고 말하는....
─역시 무자비한 학살좌.....
─ㅎㄷㄷㄷ
시청자들이 타박했지만, 정말 유용한 걸 뭐 어쩌란 말인가? 적들을 분열시키고 그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기 딱 좋은 무기다.
“그보다 폭발 인분은 허공에 떠오른 상태에서도 뿌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공격 범위에 포함되는지 궁금하고.”
그리고 궁금한 건 언제나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은우는 날개를 펼쳐 비행을 시작했다.
폭발 인분을 쓰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어떤 방향으로, 범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란색으로 표기되었다. 뇌파에 따라 저절로 바뀌었는지라 방향 및 범위 설정은 금세 끝났다.
딱!
손가락이 튕기자 폭발이 일어났다. 은우까지 포함된 범위였으나 은우는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다.
“다행히 자기 공격에 죽을 일은 없겠습니다.”
쉽긴 하지만 신체 능력도 좋은 편에 기술들도 다양하다. 아직까진 애매하지만 설마 재미가 그렇게 없진 않겠지. 그렇겠지?
은우는 상당한 불안감과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게임에 임했다. 여전히 전생의 여파에 휩쓸린 상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