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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63화 (63/233)

63화

Extrasolar Hunter도 끝났겠다, 밤새면서 방송했겠다. 은우는 오늘 방송을 가볍게 하기로 결정했다.

그를 위해서 필요한 건 방송 한 번으로 충분히 끝낼 수 있고, 그러면서도 재밌는 단편 게임이었다.

『박 팀장님> 그렇다면 지렁이 전쟁은 어떻습니까?』

『나> 제가 좀 피곤해서…….』

『박 팀장님> 아니, 아니. 이상한 게임 아닙니다. 정 신뢰가 안 가시면 영상 찾아보셔도 좋습니다.』

글쎄. 과연 괜찮을까.

은우는 흐린 눈으로 검색을 시도해 보았다. 다행히 진짜 멀쩡한 게임이었다. 아마도 말이다.

▣ 063.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

“어제 방송을 길게 해서 오늘은 좀 짧고 가볍게 갈 예정입니다.”

─짧고 가볍게 학살...?

─학살 가즈아ㅏㅏㅏ

“학살 아닙니다. 애초에 PC 게임인걸요.”

─아 그러네

─설마 박 팀장님이ㅋㅋㅋㅋ

─설마사카 악마가ㅋㅋㅋㅋ

애초에 괴수신 잡던 날의 꿈을 꾸어서야 어지간한 액션 게임으론 만족도 못 할 거다. 은우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바로 게임을 켰다.

“박 팀장님 추천은 맞지만, 이번엔 멀쩡한 것 같습니다.”

추억의 고전 게임, 지렁이 전쟁의 최신판 타이틀이 떠올랐다.

─아 이거ㅋㅋㅋㅋㅋ

─핵꿀잼인데

─캬아 추억 오진다

─팀장님이 뭘 아시네ㅋㅋㅋ

시청자들 중 나이 좀 있는 사람들에게서 바로 반응이 왔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지렁이 전쟁은 턴제 포격 전략 게임입니다. 나온 지 오래된 게임이라 고인물들이 많다는데… 괜찮겠죠?”

장르명에 액션도 붙긴 하는데, 그의 기준에선 액션이 아니므로 뺏다. 중요한 건 한 턴, 한 턴 돌아가며 상대를 무기로 타격하고, 체력을 0으로 만들거나 바다에 떨어트리는 게 게임의 본질이란 거다.

“디자인은 대충 정하고… 카테고리가 많네요. 싱글에 멀티에.”

그밖에 트레이닝, 캠페인, 챌린지, 보너스도 있다. 은우는 그걸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손가락으로 금 간 유리판을 톡톡 두들겼다.

“트레이닝부터 해 보겠습니다.”

박 팀장 추천치고 멀쩡해 보이는 게임이긴 하지만, 혹시 모른다. 은우는 조심스럽게 조작법부터 배우기로 했다.

VR이 아니라 키보드로 하는 PC 게임이라 조작법이 익숙하지 않았다.

“카메라 조작은 마우스로 하네요.”

주인공인 지렁이를 조작하는 방법에서부터 무기를 다루는 방법, 건물 안에 들어가면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까지. 기본적인 조작은 금방 배울 수 있었다.

다만 중요한 포격이 조금 어려웠다.

“힘 조절이랑 바람에 따라 각도가 달라지는 게, 초보자분들은 익숙해지기 어렵겠습니다.”

─?

─??

─본인은 초보자가 아니란 소린가

─몇 번만에 고이셨는디;;

시청자들에게 보이지 않을 것임에도 은우는 괜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면 클릭의 세기, 시간을 통한 섬세한 조절 따위는 어렵지 않다.

“그래도 아직 바람은 계산하기 힘듭니다.”

은우는 바람 방향에 따라 탄이 휘어지는 바주카를 발사하며 말했다. 당연하지만 명중이었다. 트레이닝이라서 바람 계산하기 쉬웠다.

“탱크도 있고, 헬리콥터도 있고. 진짜 많다. 고인물 게임이라더니 정말 초보자 배려가 없네요.”

─그러니까 초보자 티 내면서 그런 말하라고ㅋㅋㅋ

─에임 미춌다ㄷㄷㄷ

─성스러운 수류탄이 꿀잼인데ㅋ

─트레이닝에서 고인물 되누ㅋㅋㅋ

그는 금방 트레이닝을 마쳤다.

“처음이니까 멀티 말고 컴퓨터랑 돌릴게요. 맵은 랜덤으로 고르겠습니다.”

아무리 트레이닝을 마쳤다지만, 이 게임을 오래 하는 사람만 못할 것이다. 은우는 시청자들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생각을 하며 첫판을 시작했다.

기본 설정으로 은우는 아무 맵이나 돌렸다. 그러자 돌로 만들어진 절벽이 나타났다. 참가 지렁이의 수는 6. 은우 빼곤 죄다 컴퓨터다.

위치 또한 제멋대로였다. 어떤 지렁이는 절벽 사이에 갇혀 있고, 어떤 지렁이는 절벽 위에 있고.

“내 거는…….”

그가 조작하는 지렁이는 어디 있나. 잘 안 보여서 화면을 크게 넓히니 드디어 보였다.

“이게 뭐야.”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이 방송할 줄 아네ㅋㅋㅋㅋ

─저기서 시작하는 거 처음 봄

─ㅋㅋㅋㅋㅋ돌았ㅋㅋㅋㅋㅋ

갇혔다. 절벽 안에 아주 작게 난 구멍 안에. 갇힌 빨간 지렁이가 가련할 지경이었다.

“이런 데서 시작할 수도 있습니까?”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런 말을 하고 말았다. 키보드를 누르면 지렁이가 구멍에 갇힌 채로 왔다 갔다 한다. 3D 게임이 아니라 2D 게임이라 어떻게 도망칠 방법이 없다.

여기서 나가려면 무기로 땅을 파서 구멍을 내는 수밖에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턴 뒤에 순간이동 열려요ㅋㅋㅋ

─초월자라서 일부러 가두고 시작함ㅋㅋㅋ

─아니 저기에서 시작할 수도 있네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깔깔대며 그를 비웃었다. 이런 게임이니 답답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은우는 앓는 소리를 내며 기본으로 들고 있던 수류탄을 집어넣었다. 구멍 간격이 너무 애매해서 괜히 땅파기를 시도했다가 본인까지 타격 입을 것 같았다.

땅파기 도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쓰면서 나가자니 또 애매하다. 그의 턴이 넘어가면 안전한 자리였다.

그는 결국 공중 폭격을 사용했다. 절벽 왼쪽 끝에 있는 노란색 지렁이였는데, 공중에서 쏟아지는 다섯 발의 미사일에 그대로 얻어맞았다.

물론 공중 폭격의 대미지는 그렇게 크지 않으므로 이것만 맞았다면 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은우가 노린 건 그게 아니었다.

바닥이 터져 나가고 폭발의 여파로 노란색 지렁이가 날아갔다. 절벽 끝, 바다까지.

─침수-

─우측담장~~!!

─완벽한 각재기

─고인 초보다;;

지렁이당 체력은 150.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은근히 잘 죽으면서 은근히 안 죽는 그런 피통인 것이다. 그렇지만 바다에 빠트리면 체력이고 뭐고 무조건 죽는다.

은우는 만족스럽게 한 놈을 보내 버렸다.

“이제 제 턴 돌아올 동안 아무것도 못 하니 무기나 살펴볼까요.”

워낙 중심에 박혀 있어서 그가 나가기 힘든 만큼 상대도 공격하기 힘들다.

은우는 태연히 무기 칸을 살펴보았다. 트레이닝을 너무 오래 했다간 시청자들이 지루해할 수도 있어 기본적인 무기만 연습하고 말았으니. 그는 그 외 무기에 대해서 몰랐다.

“무기가 장난 아니게 많네요. 양? 양은 뭐지?”

─양이 앞으로 통통 걸어가면서 터지는 거예요ㅋㅋ

─좀 운빨임

─대신 템도 먹어짐

“아하.”

턴을 넘겨준 사이, 그다음 턴은 초록색이 가져갔다.

초록색 지렁이가 수류탄을 들더니 던지는 자세를 취했다. 이리저리 고개와 수류탄을 움직여 각을 재는 게, 인공지능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었다.

“잘하네요.”

수류탄이 던져졌다. 던질 때 숫자 2를 달고 던져진 그것은 중도에 1이 되고, 파란색 지렁이에게 닿았을 때 터졌다. 파란색 지렁이가 튕겨 나갔다. 절벽 중간이므로 딱히 침수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후도 상황은 비슷했다. 파란색이 초록색에게 복수하거나 핑크색이 보라색을 공격하려다가 제한 시간이 끝나서 역공당하거나.

첫 턴이라서 그런지 무기가 많이 풀린 게 없어 첫 턴은 고만고만하게 끝났다.

다시 은우의 턴이었다.

그는 순간 이동으로 바깥으로 이동했다. 절묘하게 가려져서 공격받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러나 그건 은우의 착각이었다.

녹색 지렁이가 꼬물꼬물 걸어오더니 은우가 이동한 골로 쏙 들어왔다. 그리곤 은우가 있는 곳보다 더 낮은 곳으로 이동하더니 야구 배트를 들었다.

불안감이 은우를 휘감았다.

“…배트는 어떤 무기죠?”

시청자들이 답할 새도 없었다. 초록색 지렁이는 배트를 뱅글뱅글 돌리더니 각도를 맞춰서 은우의 빨간 지렁이를 때렸다. 야구공이 된 것처럼 빨간 지렁이가 훅 날았다. 바다까지 두 개의 언덕이 있었음에도 그걸 지나 멀리, 멀리.

퐁당.

따라라 단 따단─!

“…….”

홈런을 축하하는 경쾌한 트럼펫 소리와 함께 빨간 지렁이는 바다에 잠겨 죽었다.

─여윽시 빠따ㅋㅋㅋㅋㅋㅋ

─좌측 담장~~~!!

─풍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르면 죽어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

─완벽한 빠따질에 말을 잃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 창은 웃음바다에 잠겨 버렸다. 과연, 실전과 연습은 다른 세상이었다.

* * *

인공지능과의 2번째 판.

은우는 팀전으로 플레이해 보았다. 6마리의 지렁이가 3마리, 3마리씩 나뉘어 전쟁을 치르는 전이었다.

배경이 되는 땅은 2구역으로 나뉘어 중간이 파여 있으니. 바다를 건너지 않으면 넘어갈 수가 없다. 인원 분배는 심지어 같은 팀 둘에 상대 팀 하나가 각 땅에 있는 식으로 되어 있었다.

“각이 안 나오네요.”

은우가 있는 곳은 두 지역 중 왼쪽이었다. 적군이 더 많으니 적진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아무튼 그곳에서 은우는 혀를 찼다. 적진인 거야 상관없는데, 하필이면 꼭대기였다. 상대도 그를 타격하기 힘들지만, 그는 더 힘들다.

아무래도 그의 턴이 오면 비행 아이템인 제트팩JetPack으로 아래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그때 적진 구역에 있는 적군 지렁이가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시야에 적이 들어오면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센트리건SentryGun이었다.

“저쪽으론 못 가겠네요.”

각도상 지금 있는 자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무조건 맞는다. 은우는 아쉬움에 혀를 끌끌 찼다. 다음 턴은 아군의 차례다.

다만 건물 안에 있는지 시야에 보이질 않았다. 곧 삐삐삐 하는 소리와 함께 본진 쪽 지역에 구멍이 뻥 생겨났다. 적의 비명 소리가 들린 걸 보면 일단 맞긴 했나 보다.

다시 턴이 돌아갔다. 은우가 있는 적진 구역의 적 턴이다. 맨 첫 턴을 가져갔던 적이 왼쪽에 있었는데, 이번 적은 오른쪽에서 꼬물꼬물 기어왔다.

“…불안한데.”

은우는 그것이 무기를 바꿔 드는 걸 보았다. 그리고 등장한 건 센트리건이었다. 은우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목덜미를 쓸었다.

─공동경비구역ㅋㅋㅋㅋㅋ

─움직이지마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봉쇄죠?

─잔인한 놈들ㅋㅋㅋㅋㅋㅋ

다음 턴은 그의 차례였으나, 여기서 움직이면 그냥 얻어맞는다. 하필이면 오른쪽 센트리건이 설치된 지대가 높아 제트팩을 쓰기만 하면 무조건 얻어맞았다.

“제가 순간 이동을 빼놨었죠.”

왜 첫판부터 이런 시련이. 은우는 순간 이동을 사용 가능 무기에서 제외하던 과거의 자신을 탓했다.

─켄님 무기는 쓸 수 있어요ㅋㅋㅋ

─움직이지만 않으면 됨ㅋㅋㅋㅋㅋ

─센트리건 날려요

“아, 진짜요?”

시청자가 다행히 그를 구했다. 여기서 적 지렁이를 타격하진 못해도 센트리건은 때릴 수 있으니.

은우는 센트리건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수류탄에 얻어맞은 센트리건이 핑 튕겨 나며 위치를 바꿨다. 탈출로가 생긴 거다.

이제 본진으로 넘어가거나 아래로 내려가 적 지렁이들을 타격할 수 있다.

턴이 넘어갔다.

꼬물꼬물꼬물.

지렁이 기는 특유의 효과음이 일며 오른쪽 지역, 즉 본진 쪽에서 무언가가 머리를 내밀었다. 은우의 본진에 떨어진 적 지렁이였다.

그리고 그것이 드디어 무기를 설치했다.

“…하.”

또 센트리건이었다.

* * *

인공지능과의 치열한 싸움을 세 번 치른 후, 은우는 마지막 판을 멀티로 하기로 했다. 세 번이라고 해도 2점 승점제다 보니 의외로 많은 판을 돌린 상태다.

그는 앞선 경험을 통해 무기 설정도 바꾸고 시간이 지나면 시작되는 서든 데스Sudden Death의 시간도 좀 더 이르게 설정했다.

참고로 지렁이 전쟁의 서든 데스는 바다의 수위가 상승하는 것이다. 때문에 아래에 있던 자들은 자신의 턴이 오기도 전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갑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방을 판 탓일까, 아니면 원래 빨리빨리 차는 게임인 걸까.

그가 설정을 건드리는 사이에 사람들이 속속 합류했다. 채팅 창에는 ‘들어갔다!’를 외치는 자와 ‘실패했다!’를 말하는 자들로 가득하다.

“다 시청자분들인 건 아니겠죠?”

「‘청곡카스테라’ 님이 ‘5,000원’ 투척!

오빠, 나야ㅋ」

─ㅋㅋㅋㅋ다 시청자일지도ㅋㅋㅋ

─다른 건 몰라도 지전은 이긴다

─저두 들어왔어요ㅋㅋㅋ

“후원 감사합니다. 시청자분이셨군요.”

은우는 킥킥 웃으며 판을 시작했다. 승점 2점제로 할까 하다가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깔끔하게 단판제로 바꾸었다.

“시작 지점이…….”

맵은 사막 같은 노란 암석 대지였다. 중간중간 선인장이 자라 있고 모래로 지은 돌집이 있다.

은우는 그중 왼쪽 언덕 위 건물 옥상에서부터 시작했다. 적들은 죄다 저지대에 있다. 다만 제트팩으로 와서 배트로 때리면 죽을 확률이 높다.

“이거 왠지 번지 각인데.”

은우는 날카롭게 자신의 불운을 확인했다. 심지어 이 판은 3 대 3이 아니라 1 대 1 대 1…이었다.

어김없이 첫 턴인 파란 지렁이가 제트팩을 타고 그를 잡으러 날아왔다.

─잘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각 나오죠??

─ㅋㅋㅋㅋㅋ빠따각이다ㅋㅋㅋㅋㅋ

─아무리 봐도 장외홈런 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대로 죽는 건가. 은우는 턴제 게임의 불공평함을 느끼며 그의 끝을 기다렸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길은 있다고, 상대의 제트팩 비행은 미숙했다.

허공에서 비틀거리던 파랑이가 그의 바로 앞쪽에 추락했다. 연료 부족으로 인한 비행의 끝이었다.

그로 인해 낙하 대미지를 입어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턴이 끝나 버렸다. 타인에게 턴이 넘어가 버린 거다.

대미지 고하를 막론하고 공격을 시도했건 안 했건 일단 대미지만 입으면 턴이 끝나는 게임 특성상, 이건 하나의 웃음 버튼이었다. 그가 헛짓을 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반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s Your Turn!』

“사람은 역시 심보를 곱게 써야 합니다.”

심지어 파랑 지렁이 다음 턴은 은우의 빨간 지렁이였다. 은우는 무기 칸에서 야구 배트를 들었다.

“여긴, 제 집입니다.”

집주인을 내쫓으러 온 세입자가 야구 배트에 얻어맞고 왼쪽 바다로 휙 날아갔다. 아마 파란 지렁이가 연출하고 싶었을 그 장면이었다.

퐁당.

따라라 단 따단─!

그가 당하는 입장일 땐 그렇게 짜증날 수 없는 소리가 그가 낼 때는 그렇게 경쾌했다.

은우는 공격을 하고도 움직일 수 있는 3초 동안 옥상에 나 있는 구멍을 통해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또 다른 세입자, 아니 진정한 집주인과 그의 눈이 마주쳤다.

“아.”

하필이면 그 집은 왼쪽 벽에도 입구가 있었다. 그 바깥에 장애물도 없었다. 심지어 다음 턴은 눈 마주친 그 지렁이였다.

퐁당.

따라라 단 따단─!

자고로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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