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이걸로 ‘Extrasolar Hunter’ 마지막 보스가 사냥되었습니다.”
─크, 재밌었다
─엑헌 잘가ㅠ
─갓겜이 또 간다
─엑헌 무한 파밍 가보싈?
─이제 엔딩만 남았나
─엑바
─ㄴㄴ 디엘씨 남았다ㅋ
은우는 부위 파괴 된 것이나 시체에서 갈무리를 끝낸 후, 퀘스트를 확인했다.
『◈│위협 제거
■ ??? 사냥하기
■ 다프카 사냥하기
□ 귀환하기 』
“이제 귀환만 하면 되겠네요. 빠른 이동은… 안 되고, 근처에 파론이랑 연구원이 있을까요.”
─엑헌 즐거웠다ㅠ
─그런듯?
─(금지된 채팅입니다)
─아나 스포
그는 일단 둥지를 벗어나기 위해 시체의 산을 밟고 걸었다. 비틀. 은우의 걸음이 흔들렸다.
“…이상한데.”
은우는 멋대로 가물어지려는 시야와 제멋대로 도는 감각을 느꼈다. 마치 중독된 것 같은…….
털썩.
그는 멀리서 달려오는 파론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의 몸은 부패한 시신들 위에 엎어진 채다.
“차라리 컷신이 더 낫네요.”
괴수신을 죽인 후 뒤통수 맞아서 죽은 순간이 떠올라 기분이 상당히 더럽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지만, 무릎과 복부가 쑤시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시야가 암전했다.
“…….”
다행히 곧바로 타인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껌뻑껌뻑하고 곧바로 눈이 뜨이긴 했으나, 말소리가 안 나오지 않는다. 이벤트 신이라는 증거다.
멋대로 중독되는 것보단 컷신이 낫긴 한데, 그렇다고 진짜 컷신에 돌입할 줄이야.
“드디어 눈을 떴나!”
파론의 얼굴이 보였다. 슬쩍 돌아가는 시야를 토대로 살핀 주변은 로크즈류의 막사였다. 몇몇의 사람이 깨어난 그를 보고 있다.
─얼굴치워라 아재ㅡㅡ
─아니 아픈 사람을 구경하고 있네;;
─ㅋㅋㅋㅋㅋ존나 카카라들 긍지 없음ㅋㅋ
깨어난 캐릭터는 사람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 많은 사람이 막사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며 인사하는 등 경외를 보내 왔다.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부패하는 대지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 얼어붙은 시체 역시.”
“…그분은 죄가 없습니다.”
“…그런가. 믿겠다. 다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주도록. 일단 모두의 노력을 다독일 연회가 열릴 예정이니까. 당연하지만 주인공은 너다.”
파론이 등을 탁탁 치더니 마련된 단상에 섰다.
“모두! 그간 고생했다! 그대들의 노고 덕에 부패독이 멈추고 대지가 정화되기 시작했다. 비록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모두가 있었기에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파론은 캐릭터에게 힐끗 눈치를 주었다. 단상에 따라 올라오라는 것 같다. ‘너넨 한 거 없잖아.’라는 시청자들의 팩트가 채팅 창에서 쏟아졌다.
“그리고 여기,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서서 지탱해 온 대전사가 있다. 모두의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나, 이 대전사의 고생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캐릭터가 떨떠름한 얼굴로 단상에 밀려 올라가고, 파론이 그 팔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찬양하라! 위대한 카카라 대전사를! 대영웅을!”
“와아아아아!”
사람들이 동시에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당사자이자 당사자가 아닌 은우마저 낮뜨거워지는 장면이었다. 뒤통수 맞기는 싫지만, 이런 걸 바란 적 또한 없다.
다행히도 엔딩 크레딧이 쓱쓱 올라오기 시작하며 장면이 뒤바뀌었다. 그제야 은우는 목소리를 되찾았다.
“아, 컷신이 길어서 좀 답답했네요.”
─엑바~
─수고하셨어요
─아직 컨텐츠 남았다
─안 잡은 놈들 잡으러 가죠ㅋㅋ
─엑헌 미국 간다
─디엘씨 가요
“참, 아직 8시 안 됐죠?”
─아직임ㅋㅋㅋ
─이거 보면서 출근 준비하니 완-벽
─엑헌이 나흘만에 아작나네ㅋㅋ
─근데 엑헌 진짜 잘만들었다 요소요소 잘 넣어서 만든 듯
─아 회사가서 졸겠다ㅋ
“하루 밤샜다고 조는 체력이 어디 있습니까.”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그는 시청자들과 도란도란 떠들었다. 그러다 게임 썸네일이 떠오르며 시작 화면으로 돌아가거든 이제 현실로 돌아갈 때다.
방송이 종료되었다.
▣ 062. 오늘 기념일로 지정
그것의 첫인상은 괴수들에 둘러싸인 또 하나의 괴수였다.
“@#%@─@$%#.”
아니, 괴수이긴 했나? 그것은 사지가 달려 있지 않았으나 손과 발이 있었고, 입이 없었으나 이빨은 있었으며, 무언가를 삼킬 구멍이 없되 소리를 듣고 낼 수 있었다.
살점은 끝없이 흘러내렸으나 부피는 줄어들지 않으매, 거대한 몸뚱어리는 눈동자 없이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녹아내린 살점─혹은 촉수의 결집─사이에서 수십 개의 팔다리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구역질 나네.”
“@#%&*##$냐.”
멀리서 보았을 땐 분명 멀쩡한 것이었다. 용, 또는 그 이상의 생명체.
그렇지만 가까이서 마주한 괴수는 이토록 끔찍하고 비참하며 동시에 불가해의 융합체였다.
대단하진 않으나 이상하고, 경이롭진 않으나 공포스럽다. 단 한 번도 그의 목을 가른 적 없던 죽음이 마주침만으로 사슬이 되어 숨을 옥죌 만큼.
“하루 안에 끝내자.”
그러나 인간은 무지하기에 용감하고, 공포를 알기에 승리를 그리는 생물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상대의 파악을 위해 갖가지 무기를 썼다. 화살, 단도, 마법을 담은 무기. 그러나 괴수신은 그것을 피하거나 잡거나 무위로 돌리지 않았다.
하다못해 무기를 치켜들고 그것에게 쏘아졌다. 발 힘만으로 충격파가 일 정도의 도약이 시전되었다.
연이어 두 개의 날이 괴수신의 고름 가득한 피부를 갈랐다. 가끔 손이나 발이 걸리기도 했지만, 기를 희미하게 머금은 날붙이는 그것들마저 갈라 냈다.
당혹감이 그의 심장에 꽉꽉 들어찼다. 땀방울 하나가 톡, 하고 떨어져 내렸다.
“……?”
이렇게나 쉽게 공격을 허가한다고? 그는 경계를 더욱 높이며 바닥에 미끄러졌다. 이런 게 신일 리 없다. 괴수들이 경외할 리 없다. 분명 무언가가 더 있다.
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그것을 공략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반격을 기다리며, 하다못해 마법이나 저주를 쓸 수 있음을 가정하면서.
“@#는%#[email protected]#.”
아까부터 소리가 구체화되는 것 같은데…….
그는 공격을 잠시 포기하고 꿀렁거리는 그것을 살폈다. 기의 양이 손톱만큼도 못한 이상 그의 유지력은 좋지 않으니. 저렇게 공격이 아예 안 통하는 녀석들은 극상성이다. 어느 쪽으로든 돌파구가 필요하다.
“어@#? [email protected]$%새.”
살점이 점차 빠르게 녹아들고 손과 발이 계속해서 표면에 솟구친다. 그는 그것에서 하나의 변화를 발견해 냈다.
“…인간.”
괴수들의 손발만 따라하던 그것은 점차 인간의 사지와 닮은 것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엄청난 수의 괴수가 동료들에 의해 막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저 괴수신과 상성이 맞지 않다. 만약 저 괴수신이 인간형으로 변한다면 그에겐 나쁠 것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
사선에서의 판단과 결정은 빨라야 한다. 그는 화검사의 이름을 불렀다.
“뭐냐!”
멀찍이 떨어져 있던 화검사가 대답했다.
“바꾸자!”
답은 빨리 돌아오지 않았다. 전장이니까 크게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굳이 화검사인 이유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동료들 중에서도 화검사가 유일하게 대신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다.
비록 불길을 전방위로 퍼트릴 순 없으나, 한 개체, 한 개체 제거 속도는 그가 더 빨랐으니. 거대 괴수를 담당하는 성주나 전장을 속박하는 그림자술사, 잡졸들을 처리하는 시체교주를 대체하는 것보단 낫다.
“꼭 필요하냐?!”
화검사가 되물었다. 거기서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들은 언제나 그의 판단을 존중했고 그의 결정에 군말 없이 따랐다. 반론 같은 건 없었다. 언제나 그의 말이 옳았으므로.
그렇지만 이번에는 왜?
화검사의 목소리는 왜 이리 멀지?
위화감은 짧았다. 그는 괴수가 너무 많아서 몸을 빼기 힘든 거라고, 그래서 거리가 멀어진 거라고 여겼다. 그럴 만한 괴수 떼이기도 했다.
“그…….”
찌지직-!
살갗이 찢어지는 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는 예의 주시하고 있던 기척이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필요 없을 것 같다.”
화검사에게 대답하는 목소리는 확 낮아진 상태이니.
“알#다, 너@# %있는 것이#@구나.”
기이한 외형의 괴수신은 어느새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투둑, 떨어지는 뭉개진 살점과 사지가 마치 추수철 과일 나무에서 떨어지는 과일 같다.
“내가 #@%@으로 넘어갈 수 있@ 해 주는.”
인간과 비슷하나, 아직은 인간과 다른 살점 덩어리가 찌익찌익 찢어졌다. 비록 뱃가죽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그건 아마 입이었을 것이다. 살점에 아무렇게 달려 있던 이빨들이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네놈을 먹겠다.”
찌이이익. 그것의 목 위에 붙은 동그란 덩어리에서 실선이 그어졌다. 실선이 벌어진 자리에는 커다란 눈동자가 있다. 그의 것을 똑같이 따라한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나와 같은, 아직 자각하지 못한 어린 신아.”
* * *
헛숨과 함께 잠에서 깼다. 요즘 꿈을 이상하게 많이 꾸는 기분인데.
은우는 눈을 몇 차례 껌뻑이다가 시계를 확인했다. 10시. 한 시간 반 좀 넘게 잔 것 같다.
더 잘까, 말까.
은우는 목덜미를 쓸다가 그냥 헬스장이나 가기로 했다. 밤샜다고 피곤해할 체력도 아니거니와 방금 쪽잠 잔 것으로 회복이 되었기 때문이다.
워낙 체력이 좋아서 그런 건지 젊어서 그런 건진 알 수 없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꿈에 대한 고민을 접어 버렸다. 꿈을 꾸는 것으로 얻는 불이익이 없다 보니 고뇌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혹시 알까? 어쩌면 단순히 그 시절과 겹치는 게임을 해서 그런 것일지도. Extrasolar Hunter가 끝났으니 앞으론 꿈이 줄어들 수 있다.
은우는 언제나처럼 꿈을 가볍게 넘겼다.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한다는 선택지는 당연히 없다.
『박 팀장님> 광고 촬영 일정이 드디어 정해졌습니다!!』
그렇게 헬스장에 처박혀 두 시간 정도 몸을 풀고 있자니 문자가 왔다.
『박 팀장님> 은우 씨가 말하신 대로 월요일 날로 잡았는데, 괜찮으신가요?』
광고를 찍기로 한 건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게 확정이 되니 싱숭생숭한 느낌이다. 은우는 보지 않아도 들리는 희수의 놀림에 이를 갈았다.
그래도 이 광고만 찍으면 목표 금액을 넘치게 채운다. 기철이 벌써부터 괜찮은 집터를 물어오고 있으니, 운이 좋으면 이번 달 안에 독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놀림은 놀림이고 돈은 돈이지. 은우는 독립의 결정타를 날려 준 광고가 못내 고마워져서 조금의 진심을 더하기로 했다. 제대로 찍기로 한 거다.
그는 먼저 검색 창에 광고를 몇 개 검색해 보았다. 많았다. 그리고 오글거리거나 이상했다. 그냥 볼 땐 괜찮은데 그가 저런 걸─좀 다르지만─찍는다 생각하면 이상한 것이다.
목에 걸친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고민했다. 이럴 땐 경험자의 조언이라도 듣는 게 좋은데, 어쩔까.
반사적으로 전자 노트의 화면을 띄웠다. 연락처 목록은 제법 많이 늘었다. 개중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들도 꽤 됐다.
그는 그것을 가만히 보다가 충동적으로 레드바의 채팅방을 띄웠다. 가장 많이 대화한─그쪽에서 걸어온─사람이 그라서 좀 만만했다.
“레드바 님, 광고 찍어 보신 적 있으십니까.”
핵인싸 레드바는 과연 확인도 빨랐다.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답장이 뾰롱 도착했다. 그가 턱걸이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레드바 님> 헐, 대박. 형님이 처음으로 먼저 말 걸어 주셨네요. 댑악댑악』
『레드바 님> 오늘 기념일로 지정☆』
『레드바 님> 그보다 광고요??』
『레드바 님> 저는 아직 안 찍어 봤어영』
그는 문자 하나만 보냈는데 4개가 답장으로 도착했다. 이 기적의 계산법에 은우는 벌써부터 시끄러움을 느꼈다.
『레드바 님> 산호 님은 광고 찍은 걸로 아는데』
『레드바 님> 산호 님께 연락ㄱㄱ』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레드바 님> 근데 행님, 광고 찍으세요??? 뭐 찍으세요??』
은우는 이걸 말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레드바가 말해 준 게 있으니 대답해 주기로 했다. 턱걸이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답하는 목소리는 평온하다.
“킨슨에서 게임 홍보 영상을 부탁했습니다.”
괜히 대답했나 후회한 건 레드바가 호들갑을 떨며 문자 7개를 연달아 보냈을 때였다. 산호랑 문자하기도 전에 기가 쪽 빨릴 것 같다.
『산호 님> 광고 찍으시나 보네요』
그렇게 한참을 레드바에게 시달린 끝에 산호와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산호 님> 어떤 광고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그렇게 긴장하실 건 없습니다』
『산호 님> 무슨 광고 찍으시는지 물어도 될까요?』
산호도 분할 문자로 대답하긴 했지만, 차분한 어조 덕분에 대화는 술술 풀렸다. 다만 그녀가 찍은 광고는 게임 홍보 광고가 아니었던지 모호한 반응을 보내 왔다.
『산호 님> 광고가 다 거기서 거기긴 한데…….』
『산호 님> 정 걱정되시면 우탄 님께 연락해 보세요』
『산호 님> 우탄 님이 광고 많이 찍으셨거든요』
레드바는 산호를, 산호는 우유에탄산을.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릴레이에 은우는 애꿎은 목덜미만 쓸었다.
포기할까? 그렇지만 자료 조사는 중요하다. 방송에서야 모르고 덤비는 걸 콘텐츠로 삼는다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지 않나. 되도록이면 흠잡히고 싶지 않다.
은우는 마지막으로 우유에탄산에게 연락했다. 그녀도 늦지 않게 답장을 주었다. 아직 정오도 지나지 않았건만 다들 일찍 일어나는가 보다.
『우유에탄산 님> 오랜만이네요. 그래서, 광고에 대해 묻고 싶으시다고요?』
일주일도 안 돼서 연락한 거지만, 오랜만이라 하기로 했다. 은우는 성심성의껏 답장했다.
마지막 날 그런 일이 있었단 건 두 사람 다 잊어버렸다는 듯 평탄한 대화가 오갔다. 둘 다 그런 ‘사소한’ 일 따위는 기억에 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우유에탄산 님> 일단 게임 플레이 영상이 중점이라면 크게 걱정할 것 없어요. 채팅 창 없이 방송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렇습니까?”
『우유에탄산 님> 균열 쪽이야 은우 씨 실력을 아니까 트레일러 영상에 집어넣을 순 있겠지만, 레이싱 쪽은 아마 아닐 거예요. 자세한 건 가 봐야 알겠지만, 높은 확률로 플레이 시작하는 모습이랑 시행 착오 하는 부분을 따 갈걸요? 티저로 내보내려고.』
티저 트레일러Teaser trailer와 트레일러Trailer는 똑같은 예고편이지만, 영상 길이와 정보의 질 차이가 있다. 티저 영상이 더 짧고 정보가 극단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요컨대 비공식과 공식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티저도 게임사에서 내보내긴 하지만, 이건 낚싯대의 루어보단 미리 뿌려 두는 떡밥에 가깝다.
『우유에탄산 님> 어느 쪽이든 그렇게 걱정할 필욘 없어요. 그쪽도 광고 처음인 거 다 감안하고 있을 테니까.』
『우유에탄산 님> 거기에 다이아박스에서도 사람 보내서 켄 님 뒷받침해 줄 거예요. 자질구레한 건 그쪽이 다 해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할 건 없어요. 그냥 거기서 하란 대로만 하면 돼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긴장을 덜어 갑니다.”
『우유에탄산 님> 별말씀을. 다음에 합방이나 한 번 더 해요.』
마지막 줄에 은우의 눈썹이 휘었다. 그가 떠올리는 건 박 팀장을 통해 전해 듣는 합방 제의 수다. 은우가 받아들이기도 전에 박 팀장 선에서 커트당하고 있긴 하지만.
“그러죠.”
은우는 망설이지 않고 공수표를 날렸다. 우유에탄산이라면 그 공수표를 진짜 수표로 만들 수 있으나, 그래도 상관없다. 정보값이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레그프레스가 드디어 동작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