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에임든브와 스홀들라의 리더를 해치우니 승리 모션이 떴다. 그들이 있던 부락은 불에 타올랐고 잿더미 위에는 카카라 족 고유의 무늬가 그려진 깃발이 꽂혔다. 지도를 살펴보면 빠른 이동이 개방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굴복할 것 같으냐! 퉷!”
“용의 창기 주제에!”
포로로 잡힌 병사 몇몇이 입력된 대사를 질러 댔다. 그가 신경 쓸 가치는 없었다.
“천박한 창부들을 스홀라께서 굶겨 죽이시리라!”
“에이브께서 우리를 가호하시니, 너흰 에임든브의 단단함을 절대 꺾지 못한다!”
“두고 보라! 스홀들라의 사령관이 친히 네 목을 따러 갈 터이니!”
“에이든브의 용사가 너의 살을 찢고 뼈를 부수리라!”
그러나 가치는 없을지언정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사령관? 용사?”
은우의 목소리가 확 올라갔다. 워낙 낮아서 그렇게 티가 나진 않았으나, 오랫동안 방송을 본 자들은 그것마저 눈치챘다.
─켄 존나 신난 듯ㅋㅋㅋㅋ
─학살좌 나가신다
─아ㅋㅋㅋㅋ도망쳐ㅋㅋㅋㅋ
그들은 깔깔 웃으며 사령관과 용사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그들의 죽음은 이미 확정됐다는 투다.
그렇지만 틀린 말 또한 아니었다. 이 게임보다 어려운 게임도 죽지 않고 클리어했는데 이 게임에서 못 할 이유는 없다.
“기대되네요.”
은우는 포로들 앞에서 그 말을 한 후 몸을 틀어 해당 퀘스트 진행 구역을 빠져나갔다. 이대로 마을 내에 복귀해서 이후 메인 퀘스트를 이어 나가도 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좀 더 돌아다니며 빠른 이동을 뚫어 놓을 생각이다.
참고로 빠른 이동은 상대의 부락을 점령해야 개방된다. 아득바득 걸어갈 필요 없이 그 지점까지 이동하게 해 주므로 이동 시간을 굉장히 단축시켜 주는 기능이었다.
파트너로 데리고 다니는 괴수도 같이 이동되므로 사용을 꺼릴 이유도 없다. 비록 점령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
“스홀들라와 에임든브의 구역을 관통해 갉아먹는 사막을 거쳐서 다시 복귀하겠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은우는 기억났다는 듯 한 마디 더 뱉었다.
“보스들이랑 마주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건 오랜만의 사냥에 흥분한 헌터의 발언이라. 은우는 목덜미를 쓸며 부락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 컷신이 시작되었다.
크아아아아!
우렁찬 포효 소리가 귀를 때렸다. 은우의 캐릭터와 그를 뒤따르던 카카라 전사들이 몸을 낮췄다.
“뭐지?!”
“이건… 름플브흐인가?”
관록 있는 전사인 캐릭터는 포효 소리의 주인을 바로 알아챘다. 정작 그 캐릭터를 조종하는 은우는 모르는데 말이다.
“름플브흐라면…….”
“이율드크르의 가죽을 찢은 발톱과 트큐크보다 강맹한 이빨을 가진 괴수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몸통만 한 날개를 두 쌍 가지고 있죠.”
은우는 제 입을 빌려 나온 소리에 잠시 떨떠름해졌다. 그가 아는 동물들과 동떨어진 이름에 이미지가 곧바로 연상되지 않은 탓이다.
그러니까, 대충 악어의 가죽도 찢는 발톱에 사자 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면 되나? 은우는 그가 잡았던 괴수들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이미지를 그렸다.
날개가 있다 하니 새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관 강조도 좋지만, 이런 점에선 좀 불편하다. 이미지 구축이 어렵다.
“름플브흐는 갉아먹는 사막 남단에 서식하는 대괴수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캐릭터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그러니 이상한 겁니다. 이곳에서 들려선 안 되는 울음소리인데.”
그는 잠깐 침묵하더니 무기를 들었다.
“자칫하다간 로크즈류까지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니… 확인해 보고 오겠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복귀하십시오.”
“네?!”
주변 인물들이 깜짝 놀라 만류하려는 순간, 캐릭터의 곁에 흐딕스가 섰다. 캐릭터는 그런 흐딕스의 등에 손쉽게 올랐다.
“혼자로도 충분하니까.”
그 순간, 채팅 창이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었다. ‘멋있다’ 파와 ‘오글거려’ 파였다.
은우는 중립을 서기로 했다.
▣ 055. 사람 탈락
갑작스레 름플브흐를 쫓는 미션이 생겨났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은우가 염두해 둔 경로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였던 탓이다.
그는 흐딕스의 등에 탄 채 오랜만에 눈썰미를 켜고 움직였다. 지금까지 워낙 발견한 개체가 많아 사냥꾼의 눈썰미를 켰을 때 보이는 노란 흔적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71%)』
『???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64%)』
“름플브흐가 새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그는 커다란 흔적을 발견하자마자 흐딕스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물소와 비슷한 종의 사체가 바닥에 뉘어져 있다.
거대한 몸뚱이는 내장이 전부 파헤쳐져 있었다. 지금껏 배설물이나 깃털만 흔적으로 남아 있던 걸 생각하면 제법 큰 단서다.
『???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76%)』
단번에 게이지가 차올랐다. 그렇지만 은우는 게이지만 채우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름플브흐 자체의 정보를 캐냈다. 녹색 눈동자가 예리하게 번쩍였다.
“일단 뜯어먹은 흔적만 보면 부리 형태의 입을 가진 짐승이 확실한데…….”
그렇지만 바닥에 난 흔적을 보면 네 발이다. 두 마리가 겹쳐 밟은 것 아니냐는 추측은 불가하다. 그는 그런 것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았다.
은우는 그곳에 제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의 손─중지 끝부터 손목까지─이 23cm 어림인데, 그것보다 조금 작다. 이 정도면 대괴수치고는 소형에 속할 거다.
“앞발은 발가락이 세 개고 뒷발은 발가락이 네 개군요.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감도 안 잡힘ㅋㅋㅋㅋ
─그냥 다른 거 아님니까,,,?
─아침엔 네발 점심엔 두발 저녁엔 세발 뭐 그런 거냐고ㅋㅋㅋ
─머르겠다@@
─돌연변이 아냐 그냥...?
“돌연변이는 아닙니다. 보시면 앞발과 뒷발의 발자국 자체가 다르니까요. 이건 그냥 발이 다른 거라고 보면 됩니다.”
─오오오....
─진짜 전문사냥꾼 같음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배워오는 거임
“…앞발은 새의 발을 가지고 있고 뒷발은 고양잇과 맹수인 괴물이란 겁니다. 심지어 조금 떨어진 이쪽 부분을 보면… 도약의 흔적이죠.”
새의 부리를 가지며 날개가 있고 네 발이 달린 동물. 전생에서야 그런 동물이 많았다지만, 지구에는 그런 동물이 없다. 전설 속 환상종이라면 모를까.
─어......앞발은 새고 뒷발은 고양이과 맹수인 괴수....
─그런 것도 있음?ㅋㅋㅋㅋㅋ
「‘확신은안서는데’ 님이 ‘10,000원’ 투척!
그리핀인가?」
─그리핀인 것 같다.
“아, 그러네요. 그리핀이 가능성 있겠습니다.”
게임을 시작한 이후로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몬스터들을 찾아본 그다. 은우는 시청자들이 내뱉는 다수의 이름을 알아듣고 그중 맞는 녀석을 골랐다.
질리지도 않는지 사람들이 또 한 번 그의 현실 직업을 물어보았다. 은우가 해 줄 수 있는 답은 당연히 백수 겸 스트리머란 말뿐이다.
“름플브흐의 생김새는 대충 그리핀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상공을 이동하는 녀석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은우는 목덜미를 쓱 쓸며 흐딕스의 등에 올랐다.
“활을 가져와야 할까요?”
하늘을 나는 것을 상대하기 위함이라면 물어볼 것도 없이 당연히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은우는 부러 질문했다. 이건 현실이 아니라 게임이니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청자에게서 새로운 정보가 나올지도 몰라서다.
─찐 그리핀이면 길들여서 타고 다니면 좋겠다ㅋㅋ
─와 그럼 개멋있을 듯;;
「‘엑헌마렵다’ 님이 ‘1,000원’ 투척!
활 필요 음슴요 내려와서 상대해서」
─길들일 수 있음ㅋㅋㅋ
─스킬 찍음 길들이는 건 가능인데 타는 건 X
“후원 감사합니다. 아, 길들일 수도 있군요. 활은 필요 없다니 다행이네요.”
이것 보아라. 다르지 않은가.
은우는 름플브흐를 길들일 수 있다는 정보와 탈 수는 없다는 정보를 얻었다. 아쉬운 일이었다. 공중 기동만큼 좋은 것도 없는데.
그는 아쉬움을 삼키며 흐딕스를 불렀다. 조용히 다가온 괴수가 그의 팔에 얼굴을 비비더니 몸을 낮췄다. 그가 타기 편하도록 배려해 준 것이다. 명석한 녀석이다.
“다시 출발합시다.”
은우는 흐딕스의 등에 채워진 안장에 올라 배를 가볍게 찼다. 흐딕스가 몸을 뒤로 살짝 뺐다가 앞으로 우다다 달려나갔다.
율피드만큼 안정감 있진 않지만, 이것도 그렇게 엉덩이가 아프지 않다. 현실성과 유저를 위한 편의 중 후자가 승리한 게 분명하다.
캬오-
나름 사막 지역의 패자였던 흐딕스답게 주변 괴수들이 다가오질 못했다. 덕분에 그는 편안히 추적할 수 있었다. 가히 엑헌의 벤츠였다.
* * *
영역 지도를 그린다면 북쪽에서 남쪽 순으로 카카라, 스홀들라, 에임든브가 땅을 지배했다. 미개척지를 끼고 계산한다면 프픽스도 있겠지만, 그네들은 땅이 맞닿아 있지 않아서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다만 스홀들라와 에임든브의 경우 영역 구분이 모호한 경향이 있다. 둘이 사이가 좋은 건 물론 아니다. 단지 강대한 카카라를 경계하느라 힘을 합친 쪽에 가깝다.
그들의 영토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갉아먹는 사막이 있다. 카카라가 맞대고 있는 개척 수림보다 강력한 괴수들이 서식하고, 살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사막 말이다.
그들이 괜히 카카라의 땅을 노리는 게 아니었다.
“역시 사막으로 이어지네요.”
이왕 스홀들라와 에임든브의 영역을 가로지르는 것, 중간중간 부락을 무너트리고 점령함으로써 빠른 이동을 뚫어 두었다.
지금 그의 레벨로 갈 만한 부락은 아니었으나, 은우에게 레벨은 무의미한 숫자에 가까웠다.
가능하면 사령관이나 용사란 녀석과도 만나고 싶었으나, 그것은 아쉽게도 불가능했다. 스토리상 아직 못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그가 가지 않은 마을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크, 이제 바다다
─름플 머시기 어떻게 생겼는지 ㅈㄴ 궁금함....
─흐댕이 넘 커엽
─그보다 이 렙, 이 장비에 벌써 바다를 가네;;
─켄이잖음ㅋㅋㅋ
“바다가 다음 지역인가 봅니다. 그래도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해 주십쇼.”
은우는 점령지에서 바꿔 낀 무기를 들며 속삭였다. 빠드드득. 이율드클르의 뼈를 갈아 만든 활대가 비명을 질렀다. 팽팽히 당겨진 시위에는 마찬가지로 뼈를 깎아 만든 화살이 걸려 있다.
팽!
살벌한 파공음과 함께 화살이 발사되었다. 뱅그르르 회전하는 화살이 밤의 사막을 가르더니 저 멀리 모래 사이에 숨어 있던 괴수를 정확히 꿰뚫었다.
한 발, 한 발 날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강맹한 위력을 자신하는 대궁다웠다.
은우는 히딕스의 배를 차 괴수의 사체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그때 갑작스레 컷신이 시작됐다. 아직 갈무리도 못 했는데! 은우보다 시청자들이 더 화냈다. 타이밍을 못 맞춘다는 말들이 한가득이다.
컷신 동안 말도 못 하는 은우는 시청자들의 대리 분노를 보며 발생한 이벤트나 감상했다. 멀리서 끼이익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가 날아왔다.
태양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던 점은 점차 커지더니 기어코 히딕스만 한 크기의 괴생명체로 변했다. 아마도 름플브흐일 그것은 은우의 예상대로 그리핀의 모습이 맞았다.
새의 머리와 다리, 사자의 몸통과 뱀의 꼬리가 참 기이하면서도 신묘했다. 흰 털에 찬란한 금빛 털이 섞인 탓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벤트 신 때문에 생겨난 스크륵스떼를 공격했다. 낙타를 닮은 스크륵스 떼가 깜짝 놀라 흩어졌다.
그러나 무리 중 불운한 한 마리는 꼭 있기 마련. 름플브흐는 처음에 목표했던 한 마리를 잡아 내었다.
새의 앞다리가 스크륵스의 등에 있는 봉우리를 잡았다. 스크륵스가 놀라서 발버둥을 쳤지만, 등에 상처가 날 뿐이었다.
“날개가…….”
그때, 캐릭터가 무언가를 지적했다. 은우는 강제로 캐릭터가 집중하고 있는 부위를 보아야 했다. 그것은 름플브흐의 날개였다.
부패독에 당했는지 본래의 금빛을 잃고 검게 물들고 있다.
키야아아아아!
그사이 사냥에 성공한 름플브흐가 스크륵스를 짓밟고 포효했다. 그리곤 스크륵스의 팔다리를 찢어 떼어 낸 후, 남아 있는 몸통을 움켜쥐었다.
거대한 날개가 펄럭이며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기어코 그 몸뚱이가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남쪽으로 향했다. 그것을 캐릭터가 전부 지켜보았다.
“남쪽인가…….”
이벤트 신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무래도 남쪽으로 가야 하는 것 같네요.”
─름블이 개멋있누;;
─탈 수 있음 진짜 개깐지 날 텐데,,,
─걍 데리고만 다녀도 간지날듯
─괴수 남아있네 다행
─휴;; 눈치 없는 컷신은 아니었잔어~
은우는 컷신이 시작되기 전 상태로 돌아간 것을 확인했다. 다행히 잡았던 괴수도 멀쩡히 있다. 그사이 다른 괴수가 와서 먹어 치우진 않은 모양이다.
“사막은 괴수가 눈에 잘 띄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그 역도 가능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냥감이 될 거라곤 티끌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만이라고 하기엔 게임이 너무 쉬웠다. 어려운 게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은우는 갑자기 치미는 안타까움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보다 강한 캐릭터가 나오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그가 상대했을 때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하다못해 조금의 재미라도 느낄 수 있는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는 우울함에 가까운 아쉬움을 삼키며 흐딕스의 등에서 내렸다. 일단 괴수 갈무리가 우선이다. 마을의 특수 기능을 해금하려면 어마어마한 소재가 필요한 탓이다.
장비 강화를 하지 않아 다른 이들보단 소재가 많지만, 도시 강화엔 비빌 수 없었다. 특히 대괴수만 떨어트리는 재료는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그가 노가다를 하지 않는 이상.
“그럼, 이제 남쪽으로 가 볼까요.”
은우는 지도와 나침반을 꺼냈다. 사람들이 그걸 보며 대체 어떻게 읽냐고 질문해 왔지만, 은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전생에선 이것보다 엉망인 지도조차 감지덕지였다. 축척도 이상하고 형태가 일그러졌어도 대충이나마 알 수 있다면 다행인 것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어떤가. 거리 정확, 형태 정확, 표기 정확. 비록 가지 않은 곳은 검게 표시되지만, 그것마저 밝히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정확하다 못해 완벽한 지도’를 받아 놓고 길을 못 찾으면 그건 사람인가?
은우 기준에선 사람 아니었다. 고로 시청자들은 사람 탈락이었다.
“…뭐, 어쩌다 보니 읽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에게 대놓고 ‘님들 인간 아님’, 이래서야 쓰나. 은우는 어물쩍 넘어갔다. 예민한 시청자들이 꼬치꼬치 깨물어 왔지만, 그는 사막 풍경이 예쁘다는 말로 화제를 돌렸다.
실제로 붉은 모래 위에 태양이 미끄러지는 광경은 장관이 맞았다. 루비를 바스러트린 것 같은 모래 속에 흰 반사광이 물결치는데 어찌 아름답다 말 못 할까.
“가자.”
그는 흐딕스의 등에 타고 남하를 시작했다. 흐딕스가 모래를 밟을 때 나는 특유의 타닥타닥 소리가 귀를 한참 때렸다.
그렇게 대략 10분쯤 달렸을 때,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모래사막이 바위 사막으로 점차 변하기 시작하더니, 기어코 대지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에 잠긴 황야》
그 너머는 놀랍게도 자줏빛의 향연이었다.
“바다가…….”
름플브흐가 날아다니는 바다에서는 썩은 내가 아릿하게 풍겨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