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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40화 (40/233)

40화

‘엔젤 돈 크라이’의 스토리는 처참할 정도로 간단하다.

천사가 악마들을 쳐 죽인다.

요약이 아니라 실제 줄거리였다.

반전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세계관 단위의 이야기니.

흥미로운 스토리, 깜짝 놀랄 반전 요소,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람들을 매혹하는 현세대 게임과는 제법 동떨어진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엔젤 돈 크라이’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이유는 오직 하나. 가감 없이 묘사되는 폭력과 학살, 스타일리쉬한 액션으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낮은 난이도의 경우 피지컬이 없어도 즐길 수 있고, 있다면 더욱 일방적인 폭력을 가할 수 있다. 19세 이상만 플레이 가능한 시점에서 그 수위가 얼마나 높은지는 감이 잡힐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은우는 그 게임의 최신작을 꺼내 들었다. 시리즈 자체의 신작일 뿐 아니라, 실제로도 나온 지 얼마 안 된 게임인지라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시작합니다.”

대기실이 부서짐과 동시에 검붉은 행성이 그의 아래에 펼쳐졌다. 저편에서 날아오는 거대한 운석은 그 행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너는 지옥의 모든 악을 처단하는 나의 검이요, 세상을 불태워 정화하는 끝이자 시작의 존재이니.]

내레이션이 그의 귀로 흘러들고, 은우는 운석이 지상과 충돌하는 것까지 지켜보았다.

[찢어 죽여라, 악이 멸할 때까지. 그것이 네가 태어난 이유라.]

시야가 거멓게 변했다. 정적 속에서 띠롱, 하고 떠오른 것은 알림 창이었다.

『난이도를 선택해주세요.

1. 신이 나와 함께한다

2. 신이 나를 보내셨다

3. 신이 나를 주시한다

4. 신이 나를 믿으신다

5. 내가 신의 의지니라

*해당 설정은 게임 도중 바꿀 수 없습니다. 신중한 선택 부탁드립니다.』

“난이도 이름이 미묘하네요. 5번이 가장 어려운 겁니까?”

─넹

─한 번 뒤지면 게임 끝나여ㅋㅋㅋ

─난이도는 4번이랑 똑같은데 목숨이 하나

─실수하면 진짜 쫑나는 난이도;;

─걍 깨지 말라고 만든 거임ㅋ

“혹시 부위 파괴나 현실 반영은 어떻게 됩니까?”

─난이도가 현실성반영이랑 연결돼요

「‘형님5번하십니까?’ 님이 ‘10,000원’ 투척!

일단 피통없이 약점 찔러야만 뒤지는 구조라 원하는대로 갈아버리실 수 있음」

─4번부터 리얼액션 하는 기분;;

─4번 이상에선 진짜 인정사정없어여

─이번 작은 아직 사오 노클이지 않음??

─ㅇㅇ 노클임

─심지어 이번거 난이도 더 높였잖어;;

“아, 그렇습니까? 아직 클리어한 사람이 없어요?”

─아무래도 리얼액션이다보니;;

─전작도 4번 클리어한 인간 별로 없음

─5번 클리어한 인간은 아예 없는데ㅋ

─전작 4번 첫클 몇 달 걸렸지?

─한달

이 게임도 어지간한 난이도인 모양이다. 은우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가 할 난이도를 골랐다.

“그럼 5번 하죠.”

─엔크 첫도전에 최고난이도로도 모자라 목숨 하나로 플레이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근데 그게 켄이다?! 쿠쿠루삥뽕삥빵

「‘아니그건좀’ 님이 ‘1,000원’ 투척!

4번이랑 5번이랑 난이도 똑같아요;; 차라리4번으로 가시는게?」

─이러다가 중도에 죽으면 레전드ㅋㅋㅋㅋ

─켄이면 4번도 어찌어찌 깨긴 할 것 같은데;;

“방금 전 게임 같지만 않으면 안 죽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ㅈㄴ 치 떠는 거 봐ㅋㅋㅋㅋ

─아ㅋㅋㅋ팀장님 오늘도 당신이 해냈습니다

─그래도 안전하게 4번 하죠

“5번 하고 죽으면 4번 하죠.”

은우는 5번을 택했다. 많은 사람이 걱정을 하거나 만용이라며 혀를 찼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가 악마를 걱정해야지 왜 켄을 걱정하냐며 농담을 지껄였다.

엔젤 돈 크라이의 악명도 악명이지만, 켄의 명성 또한 못지않게 늘었다는 증거다.

『사용자의 정신 보호를 위해 심장 박동 수가 일정 이상이 되거나 뇌파 이상이 발견될 시 게임이 강제 종료 될 수 있습니다.』

『게임과 가상을 혼동하지 마세요.』

그사이 알림 창이 몇 번 더 떠오르며 경고를 전했다. 그것들이 전부 사라졌을 때엔 시야가 붉은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은우는 일단 몸을 움직였다. 모래 뭍에 묻힌 듯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좀 더 힘을 주면 팔다리가 들썩거리며 움직여진다. 그는 몸에 힘을 더 담았다. 기어코 그의 육신이 자유를 되찾았다.

몸을 온전히 빼낸 후 뒤를 돌아보면 그가 지금껏 바위 안에 박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봉인되어 있던 건가요?”

─아녕, 지옥 본토에 불시착한 거예요

─전작에서 지옥의 악마들이 쥔공 하나만은 조지겠단 신념으로 봉인해서 이동시킴ㅋ

─미친놈들ㅋㅋㅋㅋㅋ

─역으로 본토 털리쥬?

─그것들은 멍청했다.

“아하. 전작을 안 해 봐서 몰랐습니다.”

은우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바위 속에서 위화감 들게 반짝이는 것을 집어 들었다. 그건 총과 비슷한 것이었다.

주인공이 천사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것은 굉장히 희고 마법적인 디자인이다. 총구 주변을 금테 장식이 빙글빙글 돌고 파아란 보석이 박혀있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그나마 사용법은 일반 총과 같았다.

그르륵.

그때, 근처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가래가 낀 것도 모자라 갈라진 성대로 소리를 뽑아내면 대충 비슷할 것이다.

“튜토리얼은 딱히 없습니까? 아니면 이것도 전 단계에서만 알려 준다든가?”

─특별한 무기의 경우 튜토리얼 진행함니다

「‘felixfelises’ 님이 ‘1,000원’ 투척!

악마와 대화할 때 필요한 것=샷건과 대검」

─따로 없음

─없어여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는 걸음을 내디디며 이번 육체에 대해 파악했다. 신체 능력은 인간의 극한에 다다른 것 같고, 등 뒤에서 간질간질한 감각이 있는 걸 보니 뭐라도 달린 모양이다.

은우는 총을 한 손으로 든 채 등에 손을 가져다 댔다. 딱히 만져지는 건 없었다.

─날개 찾으시는 거면 이단 점프 할 때만 생깁니다

─와, 난 저거 안내창 나오기 전까지 몰랐는데ㅋㅋㅋ

─보면 되게 예민하심

“아, 날개는 원할 때만 생기는 구조군요. 감사합니다.”

나쁘지 않다. 갑작스럽게 생긴 기관은 감각에 방해만 되니까. 몸을 띄울 정도면 무게도 제법 나가서 무게중심 잡는 데 방해도 될 테고.

은우는 가장 기본적인 파악을 끝내며 커다란 바위를 빙 돌았다. 그곳에는 인간과 비슷하되 딱 봐도 인간은 아닌 존재가 있었다.

철컥.

총구가 그것에게 닿았다.

“손맛은 어떠려나.”

타앙!

듣기만 해도 뻥 뚫리는 격발음은 악마의 몸이 산산조각 나는 광경과 어울려 압도적인 쾌감을 선사했다. 총이 발사한 것은 탄환이 아닌 빛인데도 그랬다.

은우의 옷에 악마의 핏물이 후드득 튀었다.

“좋네요, 이거.”

「‘남자는맨손’ 님이 ‘5,000원’ 투척!

맨손클 각?」

“맨손으로도 잡을 수 있습니까?”

─가능은 한데 악마가 워낙 많아서;;

─신의 모드에서 맨손플을 시키는 미친놈이 있다?!

─그그그 조금 있다가 너클 비슷한 거 나오는데 그거라도 쓰고 하시는게

─잡을 순 있어요 일단

“으음.”

헬멧이 없다는 허전함에 뒷목만을 매만질 때, 후원이 들어왔다.

「‘이럴땐미션이지’ 님이 ‘10,000원’ 투척!

맨손으로 악마 잡을 때마다 1천 원.」

「‘강남건물주’ 님이 ‘50,000원’ 투척!

묻고 천 원 더.」

“후원 감사합니다. 악마는 얼마나 나옵니까?”

─글쎄여,,,,

─튜토만 해도 수십 마리 나올 텐데;;

─역시 맨손은 에바인듯

─뭐 초반 구간이니까 상관 없지 않음?

“그게 아니라.”

은우의 오른손이 총을 허리춤에 걸었다. 그의 다른 손은 뒤쪽에서 튀어나온 악마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머리를 꺾어 버렸다.

그래도 죽지 않자 바닥에 내리꽂은 후 그대로 머리를 밟았다. 기어코 머리가 터져 나갔다.

“통장에 구멍 나실 텐데 감당하실 수 있나 싶어서.”

뺨에 피를 묻힌 채로 입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 040. 이제 누가 악마지?

검정색 신부복 위에서 스톨Stole이 나풀나풀 흔들렸다. 해당 캐릭터의 복장 중 유일한 흰색이었으나, 피가 묻는 바람에 큰 의미는 없었다.

“왜 헬멧이 없는 걸까요.”

은우는 악마의 목을 발로 걷어차고, 넘어진 그것의 대가리를 밟아 으깼다. 피와 뇌수가 촤악 퍼지며 그의 부츠를 더럽혔다.

물론 그다지 신경 쓰이진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새까만 광택을 잃은 상태였다.

찰박.

피 웅덩이를 밟아 가며 이동하면 방금 있던 자리를 스치는 적색 탄환들을 볼 수 있다. 그가 총을 쏘듯 악마들도 붉은색의 구체를 날리기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것만 있으면 완벽했는데.”

─이쯤되면 헬멧이 본체인듯

─누구 본사에 연락 좀 해봐라 헬멧 추가하라고;;

─진짜 추가해주면 레전드ㅋㅋㅋㅋ

─ㅋㅋㅋㅋㅋ아 근데 켄이면 킹정이지ㅋ

─켄 때문에 지금 이거 구매한 사람만 수백일 듯;

「‘형ㅠㅠ’ 님이 ‘10,000원’ 투척!

형이 게임 너무 빨리빨리 깨서ㅠ 나 게임 사느라 돈없어ㅠ」

─ㅅㅂ 나온 지 한 달도 안 돼서 신의 모드 깨질 각인데 누가 안 봄

─시청자 수 오졌다;;

“후원 감사합니다. 근데 안 사도 결말 빼곤 다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기만인가’ 님이 ‘30,000원’ 투척!

님 방송을 일부만 보는 게 가능할 거라 생각함?」

─맞는 말이다. 켄의 방송은 다 봐야 한다.

─방송시청비 on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들 채팅 ㅈㄴ 많네;; 번역기 안 돌리는 양아치들은 어디 새끼들이냐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은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시청자와 가볍게 대화를 나누었다. 다만 그 목소리는 평소보다 짙고 들뜬 기색이 있다. 다른 게임에서 마주하지 못했던 피와 뭉개진 살점 등 때문이다.

그는 입술을 핥았다. 게임사의 마지막 양심으로 타격감이나 감촉들 만큼은 실제와 다르지만, 시각 효과만으로도 제법 전생의 느낌이 났다.

살이 찢어지고 핏물이 흐르고, 뼈가 아작 나는 꼴들이 제법 향수를 지워 주는 것이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은우는 이런 학살보단 정말 강한 상대 하나를 상대하는 걸 사랑했으므로. 아무래도 이런 건 과거 그 빌어먹을 놈들이 맡았던 일이 아니던가.

그러나 약한 적 여럿 내보내는 것보다 강한 적 하나 만드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안다. 그러니 이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적들이 죄다 약하긴 한데, 학살하는 재미는 있네요.”

무엇보다 그는 지금 사는 현대가 싫지 않았다. 자신이 겉돈다고 생각은 하나, 방송을 한 이후로는 그것도 많이 사라져서 괜찮다. 그러니 전생과 온전히 같지 않아도 좋다.

다만 그래도 아쉬워지는 건, 전장이란 게 그에게 뗄 수 있는 부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일 테다.

그것은 마치 그의 요람이고 그의 때때옷이었으며, 그의 연인이자 친구이고, 그의 원수이자 무덤이다. 그에게서 떼어 내는 순간 삶의 절반이 비어 버렸다.

─형님, 이새끼 웃는데요??

─아까 얼마나 스트레스 받은 거임;;

─와, 켄 ㅈㄴ 신나보인다

─신의 모드를 이렇게 재밌게 한다고??

─아;; 갑자기 엔크 마렵네;;

다행히 사람들은 그가 신나 해 하는 걸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부 때 경호 대상 지키기 게임에 어련히 스트레스 받았다고 여기는 듯했다.

마냥 틀린 말도 아니어서 은우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 게임이 만일 사람이었다면 지금 악마들 죽이듯 쳐 죽였을 것이다.

「‘엔크할까’ 님이 ‘10,000원’ 투척!

너무 신나게 하니까 나도 신의 엔크 하고 싶잔어」

─??: 이봐, 그앞은 지옥이다

─주님 오늘 한놈 갑니다

“이미 지옥이지 않습니까?”

─ㅋㅋㅋ그러네ㅋㅋ

─특) 이미 지옥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우는 치열하게 덤벼드는 악마들을 보며 눈가에 묻은 핏물을 닦아 냈다. 바다와 녹음이 뒤섞인 듯한 색의 눈동자는 진정한 생명을 머금다 못해 광기로 빛나고 있다.

타닥.

아주 조그만 소음과 함께 그 몸이 또 다른 악마를 쫓았다.

맨손 타격도 좋지만, 무기 특유의 예리함도 원하는 사람들 덕에─사실 얻고 난 후 강제로 채워져서 선택지가 없었다─ 그의 손에는 끝을 날카롭게 벼린 손가락 갑옷이 채워져 있다.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지향하는 게임인지라 이런 무기도 주어졌다.

콰직!

은우는 악마의 대가리에 손톱을 박곤 그대로 옆으로 던졌다. 아주 단단히 손톱을 박은 덕에 적은 꼭 인형처럼 그의 손길을 따라 휘청였다.

거친 손길에 붙잡혔던 악마의 안면이 기어코 으스러지고, 그 몸뚱이는 다른 악마를 후려쳤다.

은우의 상체가 아래로 굽혀지며 뒤에서 접근하던 적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 손은 뾰족하게 모여들어 복부를 후벼팠다. 근접 무기는 방어막 관통 판정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창자가 억지로 뽑혀 나왔다. 날것의 잔인함에 사람들이 비명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너무 잔인하다며 눈살 찌푸리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엔젤 돈 크라이는 원래 이런 맛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었다. 시청자들은 잠시 현대인의 윤리적 금제를 내려놓고 방송을 즐겼다.

1부 때 조금 시들했던 시청자 수가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은우는 뽑아낸 창자를 또 다른 악마에게 던져 버리며, 순대를 쏟아 낸 놈은 발로 걷어찼다. 엎지른 요구르트를 손으로 내려친 것처럼 피가 후드득 튀었다. 입술 새로 몇 방울이 흘러 들어왔지만, 특별한 맛은 나지 않았다.

이 현실감을 위한 미각은 구현해 두지 않은 모양이다. 상관없었다.

그의 손이 쫙 펼쳐지며 막 날아오던 탄환을 가르고 쳐 냈다. 육체에 맞으면 얄짤없으나, 무기에 맞을 경우 방어, 튕겨 내기 판정이 되기에 벌어진 일이다.

발이 또다시 대지를 박차며 다음 타깃을 향해 날렵히 움직였다.

얇은 신부복 위로 물결치는 근육은 꼭 검은 재규어가 내달리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멋있다거나 관능적이라거나 하는 감탄보단 진정 인간이 아닌 인외를 마주한 느낌이 강하다. 그것의 은색 손톱과 부슬거리는 밀빛 머리카락이 핏빛 옷을 입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 위로 눈부시게 새하얀 날개깃이 솟아오름에야.

은우는 해당 칸의 괴물을 모조리 잡아 죽인 후, 손톱을 털었다. 소매로 입술과 눈가를 닦아 보았지만, 그건 별 효과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 세척 된다는 설정밖에 믿을 게 없다.

『숨겨진 도전 과제를 달성함! -맨손 전사』

“업적도 떴겠다, 시청자님 지갑 걱정도 되겠다, 다음 칸부턴 잠깐 쉬는 타임 가져 볼까요? 슬슬 다른 무기도 써 보고 싶고.”

─지갑 걱정도 해주는 참된 스트리머

─켄은 정말 신의 의지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몇 마리나 잡았냐?

─내가 직접 세봤는데 202마리임ㅇㅇ

─아니 쉬는 시간이 본인 쉬는 시간이 아님ㅋㅋㅋ

─그걸 셌냐고ㅋㅋㅋㅋ미친놈ㅋㅋㅋ

─벌써 사십만원임??

─켄쳤다 켄쳤어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떻든 은우는 등에 비껴 매진 것의 손잡이를 잡아끌었다. 너무 긴 나머지 어깨 위로 손잡이가 툭 튀어나올 정도였던 그것은 대검과 전기톱을 섞어 낸 기묘한 무기다.

─로드롤러다아ㅏㅏㅏㅏㅏ

─오라오라오라!!

─개간지;;;

─켄은 인간이 아닙니다.

─원클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7

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대검의 날 부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빛으로 이뤄진 체인은 신성함과 기이함을 동시에 뿜어낸다.

“탄약도 안 쓰는데 탄약 보충하게 됐네요.”

설정상 주인공은 악마의 죽은 심장에서 부상을 회복하는 힘과 각 무기마다 드는 동력원을 획득할 수 있다.

맨손의 경우 모든 무기의 에너지원을, 대검의 경우 성총의 탄환과 성류탄을, 성총은 아주 가끔 성류탄만 등등 이런 형식이었다.

─매 게임마다 물자 넘쳐나는 켄ㅋㅋㅋ

─쓰지를 않으니ㅋㅋㅋ...ㅋㅋ

─난 맨날 탄환 부족해서 허버허버거렸는데...

─켄 진짜 개천재인듯....

사람들이 웃는 사이, 대검이 악마들의 등허리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살점이 짓이겨지고 뼈가 갈리는 모습이 생생하다.

은우의 몸은 이제 피범벅이 되어 붉은 대지와 분간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둘러싼 흰자는 피로 인해 적색이 되어, 실로 기괴하다.

“아, 이거 정말 시원한 재미가 있네요.”

그는 처진 눈꼬리를 미미하게 휘며 대검을 양손으로 잡고 풍차처럼 돌렸다. 가뜩이나 무거운 몸체에 가속도가 붙으니 꼭 태풍 같았다. 휩쓸리는 이들은 전부 갈아 버리는 무지막지한 태풍이다.

키아아아아!

먼 거리에서 서브 머신건처럼 탄환을 발사하는 적이 나타났다. 은우는 망설임 없이 무기를 놓고 위로 점프했다. 탄환이 쫓아왔지만, 순간 날개를 꺼내며 기이한 각도로 튕겨 나가는 그를 맞추긴 무리다.

거대한 대검에 깔려 악마 두 마리가 죽었다.

탕탕탕탕!

처음에 얻었던 총과는 다른 디자인의 총이 빛을 뿜었다. 정식 이름은 자비(Mercy)와 친절(Kindness). 쌍권총이었다.

“총 이름이 참 마음에 듭니다.”

은우는 총을 쏘는 족족 머리만 맞추었다. 그럴 경우 대체로 일격사인지라 다른 의미로는 자비이자 친절이 맞았다. 0과 1의 데이터 더미 따위가 죽음의 아픔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고통은 없을 것이므로.

지금까지 악마를 거의 손으로 죽인 덕에 탄환은 쏴도 쏴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게 원래 이런 난이도가 아닌데;;

─원래 이러지 않음?

─난이도 낮다는 가정하에 글치. 근데 지금은 최고 난이도임ㅋ

─ㄴㅇㄱ

─여기 실력 맛집이네

─진짜 켄지컬=갓지컬

사람들이 악명 높은 난이도가 한 사람에 한해 아닌 걸 알자마자 허탈해했다.

그사이 은우는 쌍총을 버렸다. 버려진 무기는 시간이 흐르면 자동 회수가 되므로 그 선택에는 망설임이 없다. 회수 시간이 제법 긴지라 꾸역꾸역 챙겨 가는 다른 사람들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주님.”

은우는 짓쳐들어오는 가고일의 손톱을 피하며 쌍절곤을 들었다. 그의 입술은 신을 찾는 척하며 반세기도 전에 유행했던 만화의 대사를 뱉는다.

“오늘도 정의로운 처형자가 되는 걸 허락해 주십시오.”

쌍절곤을 연결하는 빛의 사슬이 가고일의 목을 휘감았다. 가고일이 공격 때문에 손을 뻗었을 때, 겨드랑이 아래를 통과해 가고일의 뒤편으로 온 은우의 몸이 절묘하게 쌍절곤을 잡고 내리 끌었다.

가고일의 등이 은우의 등과 맞닿고, 은우의 허리가 굽혀졌다. 동시에 은우의 손은 가고일의 목을 휘감은 쌍절곤을 당겼으니.

가고일이 은우를 타고 그대로 메쳐졌다. 바닥에 떨어진 가고일의 머리 위로 부츠 굽이 올라갔다. 콰직! 두개골 짓뭉개지는 소리가 선명했다.

“허락 안 하셔도 죽일 거지만.”

─ㅋㅋㅋㄱㅋㅋㅋㅋㄱㅋ

─아ㅋㅋㅋㅋㅋ켄 요즘 농담 잘해ㅋㅋㅋㅋㅋㅋ

─와중에 목소리 실화냐...???

─퍄퍄ㅑㅑ;; 신따위 모르는 천사;;

─배덕의 맛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이 초성으로 채팅 창을 도배했다. 은우의 손이 쌍절곤을 회수하며 뒤로 몸을 확 틀었다. 자동으로 휘둘러진 쌍절곤에 날아오던 탄환들이 튕겨져 나갔다.

은우는 탄환들을 튕겨 내다 말고 쌍절곤을 허공에 던지며 몸을 바닥에 굴렸다.

“변환.”

작게 읊조리며 쌍절곤을 다시 잡아챘을 때에는 곤끼리 연결되어 하나의 창이 된 상태다.

창을 붙잡음과 동시에 은우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바닥과 수평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앞으로 기울어진 몸이 창을 단단히 그러쥐었다.

퍼억, 또는 파삭. 파열음과 파찰음 사이의 것이 선명하게 아롱졌다. 흩날리는 것은 피로 만들어진 벚꽃이었고, 지는 것은 악마의 육신이었다.

나무가 폭풍을 견디지 못해 부러지듯 악마들의 몸이 갈라졌다. 창날도 아닌 창대에 맞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보며 시청자 하나가 툭 말을 내뱉었다. 엔젤 돈 크라이 시리즈 내내 우스갯소리로 꺼내지는 말이지만, 유독 지금 이 순간 절절하게 인정하는 말을.

─자, 이제 누가 악마지?

명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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