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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31화 (31/233)

31화

은우는 이안을 통해 새롭게 만든 무기를 들고 시험해 보았다. 무기 조합 시스템을 통해 본인에 맞는 무기를 새로 만들 수 있다더니, 정말이었다.

쾅!

은우는 전생에서 사용하던 것과 비슷한 형태의 무기를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완전히 같진 않지만, 이 정도면 그럭저럭 쓸 만하다.

“마음에 드네요.”

쌍도의 손잡이를 가져다 대자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무기가 되었다. 양쪽으로 날이 붙어 있는, 썩 실용성 있진 않아 보이는 무기다.

결국 그것도 쓰기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예고한 대로 9시부터는 파티 플레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큰 각오로 파티 플레이에 도전해 보았다. 생각보다 불쾌하지 않았다. 불편할 뿐.

─악!! 파티!!

─머이ㅁ???? 언제 공지 올렸어??

─너무 빨리 차서ㅋㅋ,,,,ㅜㅜㅜㅜ

─오우쉣 켄이랑 균열을 할 수 있다고?

─선정된 분들 너무 부럽다ㅠㅠㅠ

─(대충 솜사탕 잃은 라쿤 표정)

“참가하실 분은 이미 다 선정되었으니 이제 와서 흥분하셔도 안 됩니다.”

낮부터 말해 둔 사항이건만, 사람들은 처음 듣는 사람처럼 반응했다. 그만큼 그와의 파티 플레이를 기대하고 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음 기회를 노려 주세요.”

─나는 성공했지롱

─다음 기회를 노린다!!

─이건 무조건 한다 켄 딱 대

─너무 늦게 봤어ㅠㅠ

─마! 행님이랑 무조건 한 판 해야한다!

소식을 듣지 못했던 이들이 아쉬움의 탄성을 지르고, 선점에 성공한 이들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은우는 그들의 반응에 뒷목을 슬슬 쓸었다. 저렇게 좋을 일인가? 전생에선 그와 함께 싸우는 걸 반기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물론 실력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싸움터가 전장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곳이라는 여파가 컸을 거다. 서른 중 스물여덟 명이 죽어 나가던 곳이었으니까. 당연히 남은 둘 중 하나는 그였다.

“그럼, 그분들께 민폐 끼치지 않도록 레벨 업 하러 갈까요.”

─과연 민폐는 누가 될 것인가...?

─ㅋㅋㅋㅋ솔찌키 여기서 렙업을 아무리 많이 해도 B급 갈 수준은 아니긴 하지.....

─근데 그게 켄이잖아

─켄이면 킹정이지ㅋㅋㅋ

은우는 생각을 멈추고 자신의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일찍 접속하긴 했지만, 무기를 만드느라 1시간을 날렸다. 다양한 무기로 묘기를 선보였다고 한들 그게 진짜 싸움만큼 재밌을까.

그는 시청자들의 환호 속에서 지체 없이 균열을 골랐다. 5인 권장 C급 진입형 균열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 혼자만 진입한다.

학살좌가 균열 속에 강림했다.

▣ 031. 눈치 없게

은우는 심호흡을 했다.

‘검은기사’ 때 시청자들이 침입의 형식으로 종종 찾아오곤 했지만, 그건 아군이 아닌 적군이었으니. 몬스터로 치부하고 죽이면 됐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동료로서 대해야 한다.

그 간극에 그는 얕은 긴장감을 느꼈다. 타인과 합을 맞춰 싸우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접속됐다!”

그사이 시간에 맞춰 참가 신청자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균열은 B급 웨이브형 균열인지라 속속들이 합류하는 사람의 수는 꽤 많았다.

“안녕하세요!”

“켄 님, 방송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엄마! 나 방송탄다!”

“으아아! 잘 부탁드립니다!”

차분히 인사를 건네는 이가 있는가 하면, 호들갑을 떠는 이도 있었다. 은우는 그들에게 하나하나 악수를 해 주었다.

─ㅗㅜㅑ;; 포상 부럽누

─아악!! 나도 악수!!

─크읏....다음번엔 반드시!

고작 악수일 뿐인데 시청자들은 그마저도 부러워했다.

하기야 G페스티벌 때도 비슷했던 것 같다. 박기철 덕에 알게 된 팬 카페에서 부러워 미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곤 했으니까. 이것도 그것과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참가자에게도 인사를 건넨 후 은우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가라앉은 저음이 실로 오랜만에 브리핑을 시작했다. 굳이 필요한 과정은 아니지만, 있어서 나쁘지도 않다.

“이미 아시겠지만, B급 웨이브형 균열입니다. 출현 몬스터는 오크와 다이어울프입니다. 균열주는 오크 전사장이고요.”

공략법과 패턴을 알려 주는 리딩이 아닐지라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짚고 넘어가는 게 좋다. 전투란 건 정보를 확인, 또 확인하고 실행해도 부족한 행위였다.

“다음으로 능력 소개해 주세요. 반시계 방향으로, 저분부터.”

은우는 연이어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전기 속성의 은우와 불 속성의 ‘모두까기인형’, 마찬가지로 불 속성의 ‘이해나’, 바람 속성의 ‘마늘의민족’, 대지 속성의 ‘우럭우럭’, 물 속성의 ‘서울대합격’, 빛 속성의 ‘좀대학원생비’가 이번 파티 멤버였다.

닉네임 중복도 가능한 이상 멀쩡한 이름으로 지어도 될 텐데 왜 저 모양들인지는 모르겠다.

“대학원생 님은 우럭우럭 님을 최우선으로 마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힐 필요 없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왜 하필 그 부분만 골라서 말하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학원생은 햄보칼 수 엄서

─??: 교수님!! 그것만은!!

좀대학원생비가 채팅 창의 희생양이 된 동안 은우는 마지막으로 진형을 검토했다. 균열 사냥꾼은 처음이라서 다른 이들의 의견도 받았는데, 틀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전투란 결국 거기서 거기인 법이다.

다만 은우는 사람들과 타협을 보며 진형을 짤 때, 자신의 위치를 쏙 빼놓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은우가 자기 자신의 위치를 말하지 않는 것에 의아하다가도 알아서 수긍하고 넘어갔다.

“켄 님, 진짜 파티 플 잘하시네요. 용어는 모르시는데 숙련자의 스멜이.”

“여윽시 학살좌는 전투의 천재란 것입니까?”

“아, 성운대전 참가하셨어도 잘하셨을 것 같은데.”

보통은 웃음으로 무마할 말이나, 그는 헬멧을 써서 미소를 보여 줄 수 없다. 은우는 대신 어깨를 들썩였다.

“이제 시작합니다.”

은우가 가장 앞서서 나가고, 그 뒤를 사람들이 쫓았다.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균열이 시작되었다.

“진형 잡아 주세요.”

지시를 내린 은우는 평소처럼 앞서 나가는 대신 좀대학원생비 옆에 섰다. 그녀가 힐 담당임을 고려하면 맨 뒷줄에 선 셈이다.

“켄 님?”

“제가 전선에서 날뛰는 건 솔플 할 때도 자주 보실 수 있으니까요. 다른 걸 보여 드릴까 합니다. 이게 될진 모르겠습니다만.”

실상 전열에서 합을 맞추는 것에 아직 자신 없는 것도 있었다.

좀대학원생비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손을 얹었다. 시야를 앞에 고정한 채로 바닥을 짚는 모습은 쓸데없이 근엄하고 뭔가 있어 보인다.

─머임....먼데 멋있음....

─요즘 겜에서 헬멧 쓰고 다니는 놈들 는 거 암??

─켄 따라하고 있잖어~

─대체 뭐하려는 거지??

─묻따믿켄ㅋ

시청자들이 의문과 기대를 반반 섞을 무렵, 대지를 매개 삼아 은우의 손에서 전기가 퍼져 나갔다. 그것은 균열 앞까지 도달했는데, 덕분에 막 균열 밖으로 쏟아지던 몬스터들은 전기가 파직거리는 대지를 밟아야 했다.

꾸에엑!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체력 바가 조금씩 줄어든다. 은우의 마나는 회복되는 양과 소모되는 양이 엇비슷했다. 몬스터와 맞닿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부분 외 전기 장판은 캔슬과 발동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난 게임사도 해당 행위에서 마나가 소비되지 않는 버그를 하루아침에 고치는 건 불가능하다. 은우는 그 점을 제대로 노렸다. 전선에 서 있던 딜러들과 탱커진이 입을 떡 벌렸다.

“미, 쳤, 다─!”

“와씨, 이게 가능해?”

“…전기 캐들은 장판도 깔아요?”

“저 본캐 S인데 본 적 없음.”

“심지어 우리한테 딜이 안 들어오는데?”

진형을 잡고 몬스터를 기다리던 파티원들은 경악에 가까운 찬사를 보냈다. 바닥에 기술을 깔아 밟으면 대미지나 디버프를 주는 장판기가 ‘균열 사냥꾼’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기 능력자가 쓴 적은 없었다. 은우가 최초란 이야기다.

“집중하세요.”

“앗, 넵!”

그런 굉장한 일을 해냈음에도 은우는 담담했다. 냉정한 은우의 한 마디에 탱커 역의 우럭우럭이 감탄을 그치고 움직였다. 그녀를 뒷받침하는 건 힐탱인 서울대합격이다.

우럭우럭의 몸에서 금빛에 가까운 갈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몬스터가 근처에 접근했을 때, 그녀는 바닥을 세게 찍었다. 대지가 출렁이며─은우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몬스터들의 피를 깎았다.

단번에 어그로가 우럭우럭에게로 몰렸다. 그렇지만 그녀는 방어력이 높기로 유명한 대지 속성이다. 전담 힐러까지 붙으면 피통이 줄지를 않는다.

“흐합!”

우럭우럭이 버티는 동안 불길들이 쏟아졌다. 모두까기인형과 이해나였다. 꾸역꾸역 나오던 몬스터들이 단번에 정리되었다.

“마나 신경 쓰면서 하세요.”

“물론이죠!”

B급 정도면 기본은 한다는 이야기라, 파티원들은 사고 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했다.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은 은우가 전열에 서지 않고 후열에서 공격한다는 사실이었으나,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같은 파티원에게도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게임 특성상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하는 은우는 맞춰 주기 힘든 존재였는데, 이렇게 되면 평소처럼 해도 되었다.

무엇보다 은우는 뒤에 있다고 존재감이 줄어드는 부류가 아니었다.

콰앙!

바닥에서 역으로 천둥이 솟구치며 우럭우럭을 공격하려던 다이어울프를 바싹 구웠다. 누구도 못 찾은 빈틈을 보완해 줌과 동시에 전기의 압도적인 화력을 선보이는 장면이었다.

“혼자 있을 땐 못 해 보는 시도를 마음껏 해 보네요.”

─스킬이 아니란게 제일 무서움

─미리 연습해온 거 아니쥬?

─(금지된 채팅입니다)

─미리 연습했다 해도 미친 거 아님??

─아 핵논란 끝난지가 언젠데 들고 오는 머저리가 있냐 ㅉㅉ

─머리에 슈퍼컴퓨터 박아두셨습니까 휴먼?

─휴먼이 아니라 구울입니다 휴먼

─앗 ㅈㅅ

─(대충 존나 쩐다는 채팅)

─파티원들이 장판 마구 밟는데도 타격을 안 입네;;

─화력 어쩔 건데ㅋㅋㅋㅋ

─짜-릿

앞에서 막아 주는 이들이 있다 보니 은우는 그들을 믿고 마나 소비가 큰 기술들을 마구 내질렀다.

가령 바닥에 깐 전기 장판이라거나, 그보다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일격에 구워 버릴 공격이라거나.

그것이 파티 사냥의 장점이었다.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는 동료의 존재는 믿고 싶지 않아도 믿게 된다.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애매했던 기분이 확 나아졌다.

“마늘의민족 님, 윈드커터 좀 띄워 주실래요? 만들고 1초 정도 날리는 걸 늦춰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건 어렵겠습니까?”

“어어… 해 볼게요!”

어제 은우가 스피어를 무기 대용으로 쓴 이후, ‘균열 사냥꾼’에 요구되는 컨트롤이 늘었다. 캔슬과 발동 사이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그 상태에서도 마나 소비가 되도록 고칠 예정이라 제작사에서 발표했고, 아직 은우만큼 길게 해낸 이들은 없지만 1, 2초 정도 해내는 컨트롤은 제법 쓸모 있노라고 급부상했으니.

다행히 마늘의민족은 그걸 연습한 사람이었다.

“합!”

은우는 허공에 생성된 바람의 칼날들을 확인하고 전기를 일으켰다. 바람 위로 전기가 샛노랗게 덧씌워지며 그대로 날아갔다.

파지직!

본래 윈드커터는 몬스터의 가죽을 가르고 피를 깎아 내는 효과밖에 없다. CC기(캐릭터의 행동을 무력화시키는 기술)가 주 기술인 바람 속성이 그나마 쓸 수 있는 공격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은우가 전기를 덧씌우니 피가 훨씬 더 까이는 것은 물론 낮은 확률로 경직이 걸렸다. 이건 절대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허미, 쉽헐.”

“남의 기술도 사물로 취급되네요. 계산하긴 조금 까다롭지만.”

─ㅋㅋㅋ아따 감탄 시원하게 박아주네

─마늘심정 내심정ㅋㅋㅋㅋㅋ

─미쳤나봐 아니 저걸 한다고?? 보정도 없이??

─계산 까다롭다는 한마디로 끝낼 일이 아닌 듯합니다만

─클립 따서 균열 랭커 방송에 수출함ㅅㄱ

─무ㅓ래?

─저거 인간이냐는데

─ㅋㅋㅋㅋ구울입니다 휴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움직임에 보정을 걸어 주는 스킬과 달리 은우의 든 기술들은 최초로 주어지는 ‘전기 발현’에 의해 벌어진다. 남들은 다 자동으로 계산되는 마나 소모량도, 범위도, 형태도 그는 일일이 머릿속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은우는 조금 애매하게 덧씌워졌던 감각을 떠올리다가 주변인의 부름에 상념을 깼다.

“켄 님.”

“네.”

“저, 빛 속성 때려치우고 전기 속성 할까요?”

“권유하진 않겠습니다.”

그는 대신 막 떠오른 것을 실현하기 위해 손을 앞으로 뻗었다.

“저도 힘들게 계산하고 있는지라.”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전기가 창이 되어 쏘아졌다. 직선상에 있던 오크가 꿰뚫리고, 그 오크와 몸을 맞대고 있던 우럭우럭을 통해 다른 오크에게 전류가 전해졌다. 또한 다른 방향으로는 서울대합격이 쓴 물 속성 스킬을 타고 다섯 마리 오크를 감전시켰다.

파지지직!

우럭우럭을 제한 오크들이 전기 마사지를 받고 부들부들 떨었다. 피통은 비록 조금 깎였을지라도 죄다 경직이 걸려 버린 것이다. CC기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마늘의민족이 저건 개사기라며 경악을 토해 냈다.

“와씨, 나는 저거 하려면 마나 오지게 퍼부어야 하는데! 켄 님, 너무 사기 아닙니까?!”

“저도 마나 좀 썼습니다.”

“얼마만큼요?”

“127 정도 쓴 것 같네요.”

“개사기! 저는 그거 세 배 드는데!”

이건 불공평하다며 마늘의민족이 찡찡거리고, 힐 하던 좀대학원생비가 툭 말을 내뱉었다.

“…아무리 봐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꼭 바꾸셔야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본인이 무엇을 하든 그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은우는 쿨하게 경고를 그만두었고 그것이 역으로 좀대학원생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추가 타는 은우가 방송을 의식하고 한 중얼거림이었다.

“그보다… 아군을 다리 삼아 공격을 전이하는 건 지양해야겠습니다. 들인 노력 대비 결과가 썩 좋지 않네요. 장판까지 그만두고 계산한 공격인데 별 쓸모가 없네.”

아군의 움직임까지 고려해 가며 머리 아프게 해냈더니 고작 경직이다. 물론 그 경직 덕에 우럭우럭이 물러날 시간을 벌고, 불 속성 딜러들이 공격을 꽂아 넣어 정리할 수 있었지만, 은우에겐 고작 경직이었다.

바람으로 적을 묶는 게 생명인 마늘의민족이 표정을 구겼다. 존경은 존경이고 기만은 기만이었다.

“균열주 등장합니다!”

그때, 균열 속에서 마지막 웨이브가 시작됐다. 균열주를 포함한 정예 몬스터 몇 마리.

은우는 남아 있는 마나량을 셈하곤 칼을 들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균열주의 목을 베어도 되겠습니까?”

“어휴! 영광입니다!”

“시원하게 뽑아 주세요!”

‘균열 사냥꾼’은 기여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양이 달라진다. 대상이 균열주라면 차원이 다를 터. 그런데도 시원하게 넘겨주는 사람들의 태도에 은우는 기꺼워졌다.

게임이란 가상의 환경이 그들을 너그럽게 만든 걸까, 아니면 그를 동경하기 때문에? 필사적일 필요가 없는 환경이라서? 그가 방송을 하는 사람이니까?

“버프 필요 없습니다. 끼어들지 말아만 주세요.”

“넵!”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양보받았다는 사실 하나면 된다.

은우는 쌍검을 들고 천천히 나아갔다. 잡몹들은 파티원들이 끌어 준 덕에 그는 오직 균열주만 상대하면 되었다.

전생에서 그러했듯,

오직 가장 강한 것만을.

“크루 크루카사!”

“눈높이가 맞는 생물은 오랜만인데.”

오크 전사장이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동작이 너무 커. 은우의 몸이 유연하게 휘며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검날이 하얘지도록 맺힌 마나가 전사장의 옆구리에 두 개의 자상을 남겼다.

은우는 오른발을 축으로 몸을 뒤틀며 무기를 결합했다. 그리곤 오크 전사장이 몸을 틀며 땅에 박혔던 도끼를 한 팔로 휘두르는 걸 확인했다.

중요한 것은 피해 없이 흘리는 것.

은우의 쌍검은 손잡이가 각진 U자 형이다. 그런 두 개의 검을 결합할 경우 칼날이 있는 쪽 모서리만 겹쳐졌다. ㅁ자 가운데에 선을 그은 듯한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그 세 개의 손잡이 중 가운데 부분을 잡은 채로 도끼를 날에 미끄러트리면 어떻게 될까. 코등이가 없어 도끼날은 손잡이까지 침입할 것이다. 다만 그가 잡지 않은 바깥쪽 손잡이에서 미끄러질 터.

은우에게 충격조차 주지 못한 도끼가 재차 바닥에 박히고, 은우는 그것을 짓밟았다. 이 순간에도 전기를 그 위에 흘려보내 전사장의 몸에 타격을 입힌다.

또한 그 손은 검과 검의 결합을 풀고 훤히 드러난 전사장의 양어깨를 갈랐다. 집속된 마나가 압도적일 정도로 대미지를 끌어올리며 기어코 전사장의 팔을 잘랐다. B급 균열주로서 전사장 또한 마나로 몸을 보호하는 데도 그랬다.

모자이크된 팔들이 허공을 핑그르르 날았다.

“아.”

그리고 검을 고쳐 쥔 오른손이 오크의 목을 향해 칼날을 겨눴다. 오크 전사장의 샛노란 눈동자가 헬멧 위로 살짝 비쳤다.

“제가 눈치 없게 너무 빨리 잡았습니까?”

뎅겅!

오크 전사장의 목이 하늘을 날았다. 쫄들도 다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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