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23화 (23/233)

23화

『박 팀장님> G페스티벌 티겟을 벌써 구하셨습니까?』

“산 건 아니고, 친구가 줬습니다.”

『박 팀장님> 나쁜 일은 아니네요. 아니, 오히려 좋습니다. G페스티벌은 괜찮은 콘텐츠니까요. 야방에 거부감만 없으시다면 정말 좋은 소재입니다.』

은우는 잠깐의 고민 끝에 질문했다.

“방송을 하려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제가 방송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요?”

『박 팀장님> 물론입니다.』

질문과 답장 사이에 텀이 거의 없는 대답이었다.

『박 팀장님> 경력이 걸리긴 하지만, 은우 씨는 저희 다이아박스 소속이니까요. 은우 씨가 플레이하신 것 중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요. 무엇보다 G페스티벌까지 기한이 좀 남았습니다. 그 기간까지 문제가 터지지만 않으면 그쪽에서도 큰 문제 삼지 않을 겁니다.』

『박 팀장님> 방송을 계속하신다는 가정하에, 아마 내년부턴 심사받을 일도 없어질 겁니다.』

“무슨 이야기이신지.”

『박 팀장님> G페스티벌은 매해 인기 많은 스트리머에게 초대장을 보내곤 합니다. 저희 다이아박스 소속 스트리머 중에서도 단골들이 계시고요. 참고로 초대받은 스트리머들은 방송 허락 신청을 넣지 않아도 됩니다. 애초에 방송해 달라고 주는 거거든요.』

『박 팀장님> 내년부터는 은우 씨도 거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철의 확신 어린 말에 은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 방송 허락 신청은 그렇다 치자. 근데 내년부터 초대장 받을 거란 건 어찌 자신한단 말인가.

“오늘로 방송 일주일 차인 제게 뭘 보고 그리 자신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박 팀장님> 사실 경력이 문제일 뿐 은우 씨는 지금도 받을 만한 조건이 됩니다. 평균 시청자 수 1만 이상에 최고 기록은 10만을 넘겼으니까요. 은우 씨 나이가 나이인 이상 피지컬이 떨어질 이유도 없고 방송인으로선 점점 완숙되어 갈 텐데, 1년 뒤에 이 숫자를 유지 못 하겠습니까?』

『박 팀장님> 콘텐츠 부족 같은 기타 문제는 걱정 마십시오. 그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가 돈을 받는 거니까요. 물론 합방에 대한 거부감을 최대한 덜어 주시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만.』

『박 팀장님> 제가 당부드리고 싶은 건, 저희가 덮을 수 없는 사고만 치지 마시란 겁니다. 그것만 조심해 주시면 1년 뒤의 은우 씨는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을 겁니다.』

은우는 단호한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나 그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는 것일까, 이 사람은.

그는 메시지 창을 한동안 들여다보았다. 꿈이 깨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현실이었으므로.

그를 신임했던 왕이 떠올랐다.

『박 팀장님> 혹시 G페스티벌에 별생각 없으십니까?』

“아뇨, 그건 아닙니다.”

『박 팀장님> 그렇다면 티켓을 추가로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팀장이라서 그런가, 제게도 티켓이 몇 장 왔거든요. 티켓당 하루에 한 번 입장 가능이니, 더 가지고 있는다 해도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아,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때의 그가 자신을 잘 알아서 확신했다면, 늙었지만 현명한 왕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를 믿었더랬다. 지금의 그가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기철이 가치를 아는 것과는 대비되게.

그 괴리감 속에서 은우는 전자 노트의 가장자리를 쓸었다. 이 순간에도 메시지 창은 계속 갱신됐다.

『박 팀장님> 그럼 우편으로 보내겠습니다. 아참, 제가 따로 부친 물건도 같이 갈 겁니다. 방송에 쓰세요 :)』

“항상…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그들의 결말은 같을까. 혹은 다를까.

▣ 023. 속아

G페스티벌이고 뭐고, 은우는 3주 뒤 있을 행사보다 당면한 방송이 더 중요했다.

일단 검은기사로 이틀을 더 때웠다. 엔딩은 보았을지언정 즐길 거리가 아직 남아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우려먹는 건가 조금 걱정도 되었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싫어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그가 검은기사를 한 기간은 고작 나흘에 불과했다. 검은기사에 대한 흥미를 잃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었다. 사람들은 새 게임도 좋지만, 그보단 배신자를 최초로 잡은 이의 무력을 엿보길 바랐다.

그러나 너무 길게 끄는 것도 방송에는 좋지 않으니. 은우는 사흘째에 검은기사를 포기했다. 그가 가져온 것은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추천받은─게임이었다.

“구하, 유하. 안녕하세요, 켄입니다.”

─켄하~

─ㅎㅇ

─켄 ㅎㅇㅎㅇ

─? 머임 VR 아니네?

“아, 네. 오늘은 VR 게임 아니라서요. 검은기사는 적당히 즐긴 것 같아 다른 게임으로 준비했습니다.”

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 수가 무섭게 올라갔다. 자동 번역 기능이 있다지만, 외국인 숫자도 만만치 않다.

은우는 그것을 현실에서 지켜보며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손에는 기철이 사양 말고 받으라며 건네줬던 게임 패드가 들려있다. 쪼만한 방에는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컴퓨터가 듀얼 모니터를 띄우고 있다.

「‘켄의팬티킁카킁’ 님이 ‘5,000원’ 투척!

오겜무?」

모니터 중 하나에서 채팅이 주르륵 올라왔다.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 할 게임은 ‘빨간 망토의 액션’입니다.”

그가 이름을 입에 담자마자 채팅 창이 난리가 났다. 나름 마니악한 게임이라 아는 사람들은 치를 떨고, 모르는 사람들은 그게 뭐냐고 물었다. 대부분 후자였다.

“가격이 싼 게임이니까 구매 인증 하신 분만 방송 볼 수 있도록 설정해 두겠습니다.”

거기서 시청자가 좀 더 떨어졌다. 그렇지만 금방 차오를 거란 건 누구나 다 알았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먹는 거나 게임 사서 켄의 방송을 보는 거나 비슷한 값이었으므로. 그 정도로 ‘빨간 망토의 액션’은 쌌다.

“직접 고른 거냐고요? 아뇨… 사실 팀장님이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의 피지컬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 그렇다고 액션 게임만 주야장천 하면 질리지 않겠냐며 환기용으로 ‘빨간 망토의 액션’을 추천해 주었다.

이것도 액션 게임이니 비슷한 느낌이 나지 않겠느냐 되물었을 땐 그냥 웃었다. 은우는 콘솔 게임과 VR의 차이로 받아들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아박스 팀장님....그렇게 안 봤는데....

─그 인간은 악마입니까??

─마우스피스 주문해야게따ㅋㅋㅋ

사람들의 반응이 거세다. 은우는 뒷목을 슬슬 쓸었다.

“콘솔 게임이라서 잘할 자신이 없긴 한데… 이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안이,,,,그게 어렵긴 어려운데,,,,

─약간 달라요ㅋㅋㅋㅋㅋㅋ

─검은기사는 극한의 피지컬 게임이면 빨망은 극한의 인내심 겜임ㅋㅋㅋㅋ

─이 악물 준비하셈ㅋㅋㅋ

─거기 머냐, 검기 저주받은 굴보다 더할 거임ㅋ

시청자들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시당하는 느낌보단 좀 질려 하는 반응들이다.

거기에 예시로 든 것이 저주받은 굴이라니? 함정 밭이란 소린가?

“일단 해 보겠습니다.”

─켠왕 가즈아

─ㅋㅋㅋㅋㅋㅋ빨망은 무족온 켠왕이지ㅋㅋㅋ

─어림도 없지!

─패드 박살나는 거 아님?

─쌉가능ㅋㅋㅋㅋ

─그는 좋은 패드였습니다,,,,(웃음)

은우는 일단 게임을 시작했다. 컨트롤러는 그의 손에 비해 무척 작았지만, 어찌어찌 조작은 가능했다.

“잘 보입니까?”

─ㅇㅇ 잘 뜸

─채팅창 좀 작아도 될 것 같은디

─왜 캠 안 킴?

─음향장비 별로 안 좋은 거 쓰나보네

“채팅 창은 잠시만요……. 음향 장비는 다이아박스에서 제공해 주는 기본 쓰고 있습니다. 곧 바꿀 예정입니다.”

─오, 적당-

─편-안

그는 다이아박스에서 배웠던 대로 창들을 적당히 조절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괜찮은 듯하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은우는 START 버튼을 눌렀다. 지옥의 시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때의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림이 엄청 아기자기하네요.”

‘빨간 망토의 액션’은 플랫포머 게임 중 사이드 뷰(측면 고정 시점)를 채택한 게임이었다. ‘별의 기사와 안개 숲’이 아름답고 몽환적이었다면 이 게임은 아기들이 좋아할 법한 귀여움이 있다.

“어려울 것 같진 않은데.”

─'그 발언’

─근데 켄이라서ㅋㅋㅋ

─ㄴㄴ 켄도 이 게임엔 얄짤 없음

「‘켄이들고있는패드’ 님이 ‘10,000원’ 투척!

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이 깔깔 웃는 사이, 그는 빨간 망토 캐릭터를 조작했다. 사이드 뷰답게 왼쪽, 오른쪽밖에 못 움직인다. 앉거나 뛸 수도 있지만, 이동 자체는 좌우뿐인 듯하다.

“점프는 이거고… 이걸 머리로 들이받으면 되겠죠.”

은우는 허공에 떠 있는 발판 하나를 캐릭터의 머리로 쳐 보았다. 그러자 알림 창이 크게 떠올랐다. 화면 절반을 가리는 알림 창이다.

“어제 빨간 망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크게 다투셨습니다. 그것을 목격한 빨간 망토는 침울해졌고, 그를 부드럽게 다독여 줄 할아버지 댁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빨간 망토를 할아버지 댁까지 데려다주세요……. 가정 폭력인가요?”

─그런 설이 있긴 함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그렇지 않은 뒷설정....

─난이도,,,,,;;

─크, 목소리 쥑인다

그는 컨트롤러의 버튼을 눌러 알림 창을 껐다. 그와 동시에 화면 위쪽에서 손이 떨어져 내렸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달리 실제 사진을 가져다 쓴 손이다.

은우의 손가락이 본능적으로 스틱을 쭈욱 기울였다. 빨간 망토가 손을 겨우 피했다.

“…왜 여러분들이 어렵다고 경고하셨는지 알겠네요.”

은우는 그 한 번으로 이 게임의 정체를 직감했다. 근본 없는 함정이 ‘빨간 망토’의 본질이었다.

“이거 정말 집중해야겠─.”

손을 가까스로 피한 빨간 망토가 앞으로 전진했다. 그런데 밑에서 손이 와이퍼처럼 반원을 그리며 빨간 망토를 치고 도로 돌아갔다. 심지어 빨랐다.

얻어맞은 빨간 망토가 몸을 웅크리는 자세로 추락했다.

『GAME OVER × 1』

여덟 글자가 아프도록 눈에 박혔다.

“…습니다.”

─저게 뭐얔ㅋㅋㅋㅋ

─???ㅋㅋ??ㅋㅋ이 게임 대체??

─그냥은 안 보낸다 이말이야~

─검은기사<<<빨간망토

박 팀장, 이 사람 참. 은우는 사리물었다.

* * *

박기철이 ‘빨간 망토의 액션’을 추천해 준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어제까지 은우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어땠던가. 절대적인 무언가였다. 불가능을 가능의 범위로 끌어내리고, 미지를 개척하는 압도적인 존재였단 말이다.

말 그대로 천재. 범인은 따라 할 수 없는 지고의 영역.

그러나 범접할 수 없는 절대자는 제법 괜찮은 컨셉일지 몰라도, 스트리머로서 대성은 불가능했다.

훈수를 둘 수 없는 정도의 피지컬 차이는 경외를 불러오나, 극단적인 차이는 질시를 부르니.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피지컬 게임이 적다는 것도 문제였다. 은우의 피지컬이 적당히 뛰어났다면 한 게임을 사골처럼 우려먹었을 것을. 그는 뛰어나도 너무 뛰어났다.

아마 그가 한 게임을 계속한다면 사람들은 금방 질려 할 것이다. 뭘 하든 압살이고 양학일 것이므로.

그런 점에서 ‘빨간 망토의 액션’은 딱 적당했다. 게임 자체가 악랄한 구조이므로 은우의 피지컬이 의심받을 일 없고, 그렇다고 성공만 보여 주지도 않는다.

요컨대 은우가 실패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고 재밌게 사람들 머릿속에 박아 넣는다는 거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그래.

플레이하는 은우가 이를 악물다 못해 패드를 부숴 버렸다는 것이다.

“…팀장님이 패드 두 개를 보내 주실 때부터 예상했어야 했습니다. 어쩐지 이건 안 갚아도 된다고 손사래를 치시더라니.”

─아직 스테이지 4개 남았는데ㅋㅋㅋ

─팀장님 진짜 개사악햌ㅋㅋㅋㅋㅋㅋㅋㅋ

─손 멀쩡해욬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스테이지 8. 성을 배경으로 하는 곳에서 은우는 이를 뿌득 갈았다. 그의 손에 들린 컨트롤러는 맨 처음 집었던 것과 다른 것이다. 바다 스테이지─대체 할아버지는 얼마나 멀리 사시는 건지─에서 첫 컨트롤러를 부숴 먹은 탓이다.

은우는 게임 패드가 이렇게 약한 물건인지 처음 깨달았다. 덕분에 열불 나는 이 순간에도 도자기 다루듯 살살 쥐고 있다.

“설마 3번까지 함정을 파 두겠냐마는, 이 게임이라면 가능할 것 같네요. 조심해서 가 봅니다.”

─그 설마ㅋㅋㅋ

─ㅋㅋㅋㅋㅋㅋ

─패드 용케 안 부수시네ㅋㅋㅋㅋ

─이미 하나 작살났음ㅋㅋㅋㅋ

─삼중트랩 가즈아!

조심스러운 조작 속에서 빨간 망토가 점프했다. 투명한 허공 속에서 발판 하나가 생겨나며 빨간 망토의 점프를 가로막았다.

은우는 추락한 빨간 망토를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한 칸짜리 발판은 자칫하면 낭떠러지로 추락하기 십상이다.

허공의 발판에 오른 그는 다시 점프했다. 허공에 또 하나의 발판이 생겨났다.

“후우.”

그는 반 칸씩 어긋나게 배치되어 있는 발판들을 보며 옆으로 점프했다. 2번째 발판에 올라갈 듯 안 올라가게 점프하자,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4칸짜리 가시였다. 알고 있지 않으면 절대 못 피하는 패턴. 빨간 망토가 추락하며 알림 창을 띄웠다.

『GAME OVER × 114』

쾅! 쾅!

차마 컨트롤러를 던지지 못한 은우의 주먹이 책상을 가열하게 내려쳤다. 이를 악물었던 탓에 비명은 못 질렀다. 아니었더라도 비명을 지르진 않았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예상 못했닼ㅋㅋㅋㅋㅋㅋ

─샷건 소리 개오지구연

─ㅋㅋㅋㄱㄱㄱㅋㄱㄱㅋㅋ

─지렷다ㅋㅎㅋㅎㅋㅋㅋㅋㅋㅎ

─3번이라니

─하나 더 받아라!!

─책상 부서지겠어욬ㅋㅋㅋㅋ

─1게임 1비명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 창이 웃음꽃을 가득 피웠고, 은우는 책상을 두 번 더 쳤다. 콰직. 책상 위 유리판에 기어코 금 갔다.

“아.”

─? 방금?

─방금 뭐 깨지는 소리가 들렸는데욬

─ㅋㅋㅋㅋ패드 또 부순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뇨… 패드는 살아 있는데…….”

은우는 거미줄처럼 금이 쫙 간 책상을 아련히 내려다보았다. 너무 힘을 줬나 보다.

“책상 위 유리판이 깨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전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남건물주’ 님이 ‘50,000원’ 투척!

손은 괜찮으세요??」

─1데스 1쨍그랑

「‘시켜줘명예구울단’ 님이 ‘10,000원’ 투척!

주먹으로 유리판을 박살내시다니...켄 당신은 대체....」

“손은 괜찮습니다. 유리가 좀 박히긴 했지만, 상처는 안 났네요. 혹시 모르니 이것 좀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어서 정리하셈ㅇㅇ

─유리가 박히긴 했지만 상처는 안 났습니다 나만 섬뜩하냐

─ㄱㄴ?

─피부 두꺼우신가봄...

─갔나?

─ㄱㄴㄱㄴ?

─그나마 다행이네

─ㅋㅋㅋㅋ와중에 진짜 웃기다....ㅋㅋㅋㅋ

─힘 진짜 세신듯

─신장 근 2m일 때부터 알아봤다ㅋㅋㅋ

은우는 깨진 유리 위에 종이 책들을 깔았다. E북이 상용화된 지금, 종이 책은 소수만 발행되는지라 가격이 제법 나가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유리판을 갈 수는 없으니까.

그는 화장실에 가서 유리를 털고 돌아왔다. 집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은 방송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게 해 준다. 방음이 잘 되어 있는 것과는 또 다른 요소였다.

“다녀왔습니다. 근데 왜 제 피부 두께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까?”

─^^7

─^^7

─충성충성

─저희집 고양이가 친 댓글입니다 판사님

─^^7

“피부가 두꺼운 게 아니라 굳은살이 많은 것뿐이니까 이상한 추측은 하지 마세요.”

─ㅗㅜㅑ,,,,,

─손에,,,굳은살이 많다고,,,,퍄퍄;;

─손에...굳은살.....메모....

─대체 뭘 하고 살았기에ㅋㅋㅋㅋㅋㅋ

“운동 좀 하면 굳은살 생기지 않습니까?”

─무슨 운동을 해온 거냐

─켄 헬창이었누

─체격이 좋긴 했는데 헬창 수준은 아니지 않았음?

─그것도 커마인가

─헬창 켄? 쿠쿠루삥뽕

그냥 헬스장을 다닐 뿐이다. 그 전엔 평범하게 동아리에 들어가서 운동했었고. 반 학기 만에 사고 치고 나왔지만.

그러고 보니 그때 그 사고 때문에 체육 쪽으로 나갈 생각을 완전히 접었던가.

은우는 어깨를 으쓱이곤 내려놨던 컨트롤러를 다시 쥐었다.

가만히 내려 둔 탓에 이것저것 행동을 취하고 있던 캐릭터가 갑작스러운 조작에 화들짝 놀라는 모션을 보였다. 귀엽다가도 게임의 사악함 때문에 가증스럽다.

“심기일전. 다시 갑니다.”

─가즈아!

─켄또죽켄또죽 신나는 노래

─설마 4중 트랩 나오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4중 미쳤냐ㅋㅋ

─하지만 이 게임 제작자는 '진짜'다....

은우는 한 번 죽고 시작했다. 몬스터를 밟아야지만 넘어갈 수 있는 구간이 있는데, 시작하자마자 움직이지 않으면 몬스터가 제멋대로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

“후… 팀장님, 두고 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개무섭다ㅋㅋㅋㅋ

─현실 2m남이 두고보쟤ㅋㅋㅋㅋ

「‘강남건물주’ 님이 ‘10,000원’ 투척!

기분 푸시고 화이팅!」

그는 아까 죽었던 지점에 도달했다. 그러곤 첫 번째 발판을 만들었다.

“이 게임, 잘 보니까 타점이 정확하지 않으면 발판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는 첫 번째 발판에 아슬아슬하도록 캐릭터를 걸쳤다. 그런 다음 점프하면 두 번째 발판을 만들어 내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위에서 4칸짜리 가시가 떨어졌지만, 은우의 착지 지점은 그것을 뛰어넘었다.

─오오....

─켄 진짜 대단한 게ㅋㅋㅋ 한 번 통과한 부분은 절대 안 죽음ㅋㅋㅋ

─ㅇㅈㅋㅋㅋㅋ

은우는 다음 발판 위쪽 천장에 달린 가시들을 보았다.

“무조건 떨어지겠죠.”

속삭이는 목소리는 허탈함을 담고 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갔다. 8칸짜리 가시 중 왼쪽 4개가 떨어졌다.

“여기서 끝날 리 없─?”

오른쪽 가시 4개가 시차를 두고 떨어졌다. 은우는 다급히 왼쪽으로 후퇴했다. 오른쪽에선 몬스터들이 다가오고 있다.

여기서 끝날 리 없지. 은우는 직감을 따라 몬스터들이 있는 오른쪽으로 와다다 달려갔다. 몬스터들을 절묘하게 피해 점프하면 방금까지 있던 곳을 덮치는 가시들을 볼 수 있다.

“이럴 줄 알았지. 이젠 안 속아.”

은우는 한숨 돌리며 다음 지대로 점프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가 막 점프 버튼을 눌렀을 때, 아래 낭떠러지에서 몬스터가 툭 튀어나왔다.

그가 아무리 빨리 조작해도 피할 수 없다. 이미 그는 점프했으니까.

빨간 망토가 몬스터에게 얻어맞고 추락했다.

『GAME OVER × 116』

쾅!

책상 치는 소리와 함께 시청자들이 자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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