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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9화 (9/233)

9화

박기철은 은우의 메일 및 유어튜브를 확인했다. 은우에게 권한을 위임받은지라 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 정도면 유어튜브는 선방했네.”

은우의 실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편집 덕에 유어튜브 반응은 나쁘지 않다. 구독자 수도 벌써 실버 버튼을 달성할 수준이 되었고.

업로드 속도가 좀 느리긴 하지만, 영상 질이 좋은 만큼 감수할 수 있다.

“메일은… 역시 미어터지고.”

합방 제의부터 영상 사용 허락을 구하는 메일까지 다양하다. 인기가 별로 없는, 은우의 인기에 업혀 가 보려는 이들이 대다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 속에 보석은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그 사람 소리가 나는 스트리머나 리뷰 및 소개로 유명한 유어튜버까지.

박기철은 행복한 얼굴로 보석들을 골라냈다.

영상 허락이야 은우가 상관없다고 미리 의사를 밝혔으니 바로 허가하면 되고, 합방은… 은우가 좀 더 무르익었을 즈음 전달하면 된다.

그의 입에서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런 그의 콧노래가 멈춘 건 새롭게 온 메일의 발신자를 확인했을 때였다.

▣ 009. 이걸 바랐어요

튀어 나간 몸이 정부 소속 연구원의 심장을 찔렀다. 현실성을 강조한 게임은 그 공격 한 번으로 연구원을 절명시켰다.

은우는 연이어 컨테이너 벨트 사이를 내달렸다. 긴급히 출동한 안드로이드들 중 몇 마리가 그를 공격했다.

개 형태의 안드로이드와 인간 형태의 안드로이드가 섞여 있다.

은우의 몸이 조립대를 발판 삼아 튀어 오른 후 나이프를 던졌다.

푸욱!

세 개의 나이프가 던져지며 세 마리의 안드로이드를 정확히 꿰뚫었다. 이어 그의 손이 미리 뽑아 둔 검으로 근접해 있던 한 마리의 목을 쳤다.

총알 하나가 스쳐서 옷이 살짝 찢어졌지만, 이만하면 깔끔한 정리였다.

타다닥.

빠르게 달리다 말고 상체를 낮추면 안드로이드의 시체에 박힌 플라잉 나이프를 회수할 수 있다. 난전에 돌입하면 무기 하나하나가 소중해지는 법이다.

[이봐, 아직 멀었어?! 어서 후퇴해야 한다고!]

알렉스의 무전은 무시했다. 답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나 애초에 전달 자체가 안 됐다. 스토리가 정해진 게임의 한계였다.

대신 그는 센서로 타인의 위치를 살폈다. 사운드 플레이(소리로 정보를 파악하는 플레이)로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쓰라고 준 기능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별동대로 추정되는 혁명군 발견. 클레어가 있으면 좋겠네요. 3초 뒤에 돌입합니다.”

그의 경고에 채팅 창이 ‘숨 참는다!’, ‘치킨시켰다!’ 등의 말로 도배됐다. 그리고 은우가 전장에 뛰어들었다. 목표는 아까 전의 그처럼 시스템을 노리는 혁명군 별동대다.

은우는 조심스레 빙 둘러 가 별동대 뒤꽁무니를 노렸다.

서걱!

가장 먼저 후방 경계를 하던 안드로이드가 베였다. 그는 연속해서 인간의 몸을 가르며 바닥을 굴렀다.

한발 늦게 총알이 땅에 박히고, 그의 몸은 주변 컨테이너 사이로 들어갔다. 공장 지대라서 그런지 엄폐물이 될 만한 구조물들이 많았다.

“뭐야! 죽여 버려!”

안드로이드 대원 두엇이 따라 들어왔다. 그런 그들이 마주한 것은 은우의 검날이었다.

퍼엉!

아까 바닥을 구를 때 던지고 온 수류탄이 터졌다. 은우는 신경 쓰지 않고 생존자를 체크했다.

수류탄 화력이 미약한 탓인지, 방어구가 좋아진 건지 아직 꽤 살아 있다. 그의 몸이 다시 소리를 죽이고 이동했다.

“대열을 고쳐!”

저놈이 대장이군. 90도 정도 돌아간 그는 몸을 숨긴 채 나이프를 던졌다. 그 결과는 확실했다.

분대장을 잃은 혁명군들이 순간 머뭇거렸다.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은빛 섬광이 허공에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상모를 돌릴 때 긴 술이 둥글게 여러 원을 그리듯 그 검로 또한 선명했다.

춤을 추었나, 혹은 살육제를 벌였나.

양 떼에 난입한 늑대처럼 연약한 양들을 씹고 짓밟은 은우는 버릇처럼 검을 털었다. 15세 이상 이용가였기에 핏물이 맺히진 않았다.

“클레어는 없네요.”

─아쉽....

─다른데 있나?

─어쩌면 루트 변경돼서 안 온 걸지도?

그는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자리를 옮겼다. 별동대를 전부 처치했으니 이제 다른 쪽을 죽일 차례다.

은우는 적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산개해서 습격하고 있는지 혁명군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여러 군데 흩어져 있다.

물론 대여섯씩 뭉쳐 있긴 한 것 같지만… 그를 상대론 턱도 없다.

가장 가깝던 혁명군 부대 위로 은우가 떨어졌다. 시작부터 둘을 베어 넘긴 그의 몸이 빠르게 바닥을 구르며 총탄을 피했다.

발이 다시 한번 대지와 작별을 고했다. 앞으로 몸을 기울인 채 가속하는 몸이 혁명군과 대치하던 소수의 제군군 안드로이드를 맞이했다.

퍼엉!

뒤에서 폭음이 울렸다. 마찬가지로 떨어트린 수류탄이 해낸 일이다.

왼손에 역으로 쥐어진 나이프가 안드로이드의 심장을 찍고 도검이 상체와 하체를 분리했다.

안드로이드의 심장에서 나이프를 뽑아낸 은우는 그대로 몸을 회전하며 던졌다. 회전력까지 받은 플라잉 나이프가 살아남은 혁명군의 목에 틀어박혔다.

이쪽 부대는 전멸. 은우는 새 먹잇감을 찾아 이동했다. 곧 다른 무리가 보였다.

그는 총알을 피해 달리며 나이프를 던졌다. 날아간 나이프는 총에 맞아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나이프가 총구에 박히고, 발포된 총알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며 그대로 터진 것이다.

튄 파편에 의해 총알 세례가 잠시 멈췄을 때, 은우의 몸이 직선으로 내달렸다. 혁명군들이 다급히 총을 들었지만, 그는 슬라이딩하며 검을 휘둘렀다. 은빛이 부채꼴로 펼쳐졌다.

혁명군들─안드로이드─의 다리가 잘려 나가고, 은우의 권총이 빛을 뿜었다. 전원 목에 새로운 구멍이 뚫렸다.

무장은 이곳에 있는 어떤 존재보다 단출하나 재능으로 모든 걸 메꾸는 광경이었다.

소요된 시간만큼 적들도 움직였을 터. 은우는 그것을 감안하며 발을 움직였다. 곧 새로운 혁명군 분대가 보였다. 마찬가지로 클레어는 없으나 간부급이 그곳에 껴있다.

“이, 미친 괴물!”

─ㅋㅋㅋㅋㅋㅋ저거 맏따

─아무리 봐도 인간 아님ㅋㅋㅋ

─클레어 울어욧!!

─나 슬슬 숙련자 난이돈지 입문자 난이돈지 헷갈림

은우는 검을 곧추세우며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총알을 목격할 순 있어도 게임의 신체적 한계 때문에 베어 낼 순 없다. 그가 전생의 기억을 그리 쌓아 두고 이리 돌아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렇다면 달리 싸워야겠지. 그는 주변을 쫙 살펴본 후, 귀한 연막탄을 하나 소비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벽을 타고 위로 올랐다.

두두두두!

머리가 나쁘진 않은지 총알이 연막 속에서 꾸준히 튀어나왔다. 등을 맞대고 각자 한 방향씩 맡아 가며 총을 쏘는 모양새다.

“위를 경계하지 않는 건 게임의 한계 때문인 걸까요?”

─저 상황에서 위를 경계하는 경우가 세상에 어딨음

─저격수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저격수도 경계 안 함ㅋㅋㅋㅋ연막이 있는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연막 속으로 점프했다.

은우의 발에 적 하나가 밟히고, 그대로 칼에 찔려 죽었다. 적들이 다급히 몸을 돌렸지만, 은우가 검을 휘두르는 게 더 빨랐다.

이게 만약 19세 이상 게임이었다면 지금 핏물이 허공을 곱게 물들였으리라.

달칵.

검집에 검이 들어가는 소리가 허망히 울려 퍼지고, 은우는 몸을 일으켰다. 뒤늦게 적들이 몸을 바닥에 뉘였다. 털썩, 하는 둔중한 소리가 여러 개 겹치며 합주가 되었다.

질리지도 않았는지 사람들은 감탄만을 토해 냈다.

“이제 우리 쪽이랑 대치하고 있는 혁명군만 처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은우는 마지막으로 남겨 둔 전장을 향해 움직였다. 공장 외곽 지대인 그곳에는 세 세력이 부딪치고 있다.

“빨리 뚫어! 곧 군대가 몰려올 거다!”

혁명군과 정부 소속 경비들, 알렉스가 포함된 트리니티.

도망치려는 트리니티를 혁명군이 막아서고, 안드로이드 경비들이 가운데 낀 트리니티를 쏴 죽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다.

은우는 먼저 안드로이드를 습격했다. 시퍼런 도검에 기계들의 사지가 잘려 나갔다. 트리니티를 공격하던 중이라 뒤돈 상태였다는 게 그들을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결국 세력의 균형이 혁명군 대 트리니티로 기울어 버렸다.

“저것들만 뚫으면 돼!”

알렉스가 악을 지르고 은우는 검을 고쳐 쥐며 총을 들었다. 날아오던 수류탄이 공중에서 터져 나갔다. 그게 신호인 양 그의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것은 마치 검격으로 이뤄진 돌풍과 같으니. 트리니티의 엄호사격을 받으며 혁명군 사이로 뛰어든 그는 혁명군 사이에 착지하자마자 검을 내질렀다. 입구에 있던 혁명군 두 명이 무릎을 꿇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혁명군이 밀집된 곳으로 덤벼들었다.

위험한 판단처럼 보이나, 이럴 경우 사격이 중지되어 오히려 안전하다. 적들이 아군의 피해를 걱정해 저어하는 사이, 그는 마음대로 헤집으면 되기 때문이다.

은우는 어깨와 다리에 조금 피격당한 것으로 혁명군의 절반을 도살했다. 기세를 놓치지 않은 트리니티가 집요하게 밀고 들어오자 혁명군의 방어진이 금세 무너졌다.

퍼어엉!

공장이 파괴되는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퍼졌다.

『도전 과제를 달성함! -공장 파괴』

『숨겨진 도전 과제를 달성함! -그들이 오기 전에』

『숨겨진 도전 과제를 달성함! -복수의 서막』

「‘강남건물주’ 님이 ‘500,000원’ 투척!

이걸 바랐어요ㅠ」

임무와 미션, 동시 성공이었다.

“강남건물주 님, 50만 원 감사합니다.”

─와ㅋㅋㅋㅋ도전과제 줄줄이 클리어 되는 거 봐라ㅋㅋ

─복수의 서막은 눈씻고 봐도 몰살 과제각ㅋㅋ

─혁명군 진짜 개불쌍하다ㅋㅋㅋ정보 간수 못해서 켄을 적으로 맞이했엌ㅋㅋㅋ

은우는 검을 버릇처럼 털고 검집에 넣었다. 그러면서 쏟아지는 후원 사이로 눈에 띄는 채팅 하나에 답을 주었다.

“전 혁명군이 별로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실수로 손해 본 거니까요. 들키기 싫었다면 좀 더 방비를 단단히 했어야죠. 후원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그의 말에 맞장구쳤다. 곧 알렉스가 다가왔다.

“너… 굉장하군. 덕분에 살았어. 믿지 못한다고 말했던 것, 사과하지.”

─쫄? 쫄?ㅋㅋㅋㅋ

─알렉스 이새끼 쫄았넼ㅋㅋㅋ

─호다닥 사과해버리기~~!!

─알렉스의 사과는 당연합니다. 저라도 켄에게 사과할 것입니다.

알렉스는 정해진 스크립트를 내뱉었을 뿐이거늘, 반응은 뜨거웠다.

은우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눈매를 곱게 휘었다. 즐겁다. 싸우는 것도, 그러면서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 수 있는 것도.

“퇴각한다!”

알렉스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채근했다.

* * *

은우는 캡슐에서 나왔다. 장장 5시간에 걸친 방송은 익숙지 않은 뻐근함을 준다. 정신은 실컷 날아다녔는데 몸은 캡슐 안에 얌전히 누워 있던 탓이다.

그 괴리감이 제법 불쾌해서, 그는 다른 일을 다 제치고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침대와 캡슐, 책장과 컴퓨터로 가득 찬 좁은 방이지만, 플란체 푸시업 정돈 할 수 있다.

그러던 와중에 문자가 날아왔다.

그는 물구나무서기 자세로 바꾼 후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한 채 전자 노트를 집었다. 보낸 이는 팀장님, 즉 박기철이었다.

보다 보면 이 양반, 나보다 더 흥분한 것 같아. 이쪽과 마음가짐이 다르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은우는 기철이 보내는 열렬한 환호를 적당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가 읽어 보라는 반응들─사이트─을 확인했다.

슬쩍 읽어 보니 피드백보다는 인기를 누려 보라는 것 같다.

<켄 이 새끼 인간인가?>

가상현실 존나 잘하는 새끼들은 영화 찍는단 거 잘 알거든? 근데 켄은 진짜 찐이더라

오늘 아임휴먼 방송 이어서 했는데 미션마다 레전드 찍음ㅋㅋㅋ 다섯 시간짜리 영화 보는줄

빌리보다 쩌는듯

─응, 그래봤자 프로만 못해~

└응, 방송하는 프로게이머 중에서 아임휴먼 히든 루트 발견한 사람 없어~

─어디 하꼬한테 빌리를 갖다댐ㅡㅡ

└그래서 빌리 아임휴먼 히든루트 깸?

─프로게이머도 발견못한 히든루트를 플레이하는 스트리머가 있다?!ㅋㅋㅋ루삥뽕

└글케 치면 어둠 잡은 것부터가ㅋㅋㅋ

─켄이 누군데? 글케 잘함?

└킹시보기 가능하니까 보러가셈 후회절대 안함

└ㅇㅋ믿고 보러감

└ㅅㅂ....보고 왔다 알려줘서 존나 감사....

혹시 몰라 다른 글들도 확인했다. 그만 방송한 것도 아닐 텐데 커뮤니티는 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생방 보다가 목격한 학살좌>

켄: 그럼 지금 죽일 수 있겠네요?

켄: 혁명군 다 잡으면 클레어도 나오겠죠

안 그래도 클레어 ㅈㄴ 싫었는데 사이다 들이킨 기분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쌉ㅇㅈㅋㅋㅋ클레어 처음엔 좋았다가 전말 밝혀지고 개썅년 됐자너ㅋㅋ

└지금까지 못친 통수, 켄이 쳐준다!

└공장파괴 미션에서 클레어 나왔어야 했는데 아깝

─머임? 도망루트에서 혁명군 잡을 수 있음?

└ㄴㄴ 히든루트 새로 발견됨 스트리머 켄 쳐보셈

이러다가 학살좌란 말이 별명으로 정착되게 생겼다. 은우는 앓는 소리를 냈다. 틀린 건 아니지만, 기분은 영 별로였다.

<켄 방송 본 외국 스트리머 반응>

[외국 스트리머가 경악하는 영상]

님들 위해서 자막까지 달아옴

참고로 이 스트리머 아임휴먼 매니아임ㅋ

─그는 신이야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신 같음ㅋㅋㅋㅋ

└학살의 신

└학살의 신ㅋㅋㅋㅋㅋ미쳣나ㅋㅋㅋㅋ

─이쯤되면 프로해도 잘할 듯?

└어디서 스트리머를 프로에 갖다댐ㅡㅡ

└켄 방송 보고 말해라

└님이 그렇게 물고 빠는 프로들도 방송함 ㅅㄱ

─자막을 달았다고...? 너 비수 아니지?

└번역기 ㄱㄱ

└아 그럼 킹정이지ㅋㅋㅋ

그럼에도 계속 보게 되는 건 그마저도 즐겁기 때문이라.

<암살미션을 어케 1시간 안에 함?>

켄 시발련ㄴ아 어케 했냐

아 진짜 개미친 것 같음

지금 밤새서 일곱 번째 도전중인데

탈출은 고사하고 암살 자체도 한 시간 컷이 안 됨

이게 게임이냐 ^^ㅣ발

─ㅇㅈ 3번 도전해보고 집어치움 해내라고 만든 미션이 아님

└개빡쳐서 될때까지 도전한다

└걍 켄 방송이나 보셈

└평생 불가능할 듯

└ㅅㅂ

─더웃긴 건 켄 첫도전해서 해냈단 거임ㅋㅋㅋ미친 거 아냐;;

└인간이 아닌듯

└학살좌라 그럼

─켄이 쓰면 탐지센서인데 내가 쓰면 시발센서임ㅋㅋㅋㅋ

└ㅇㅈㅋㅋㅋㅋㅋ

욕을 먹었으나 부정적인 의미만 내포하진 않았다.

은우는 운동을 그만두고 콜라를 챙겨 왔다. 침대에 누우며 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그에 대한 글들을 읽어 보는 것이다.

그를 깎아내리는 글도 보였지만, 대체로 찬사가 많다. 가끔 그를 모르는 이들이 누구냐 물어보면 알려 주는 이들도 많았고.

게시판에 글이 끊기지 않는 건, 생방을 챙겨 본 이들의 글을 통해 새로 유입된 이들이 또다시 글을 올려서일 테다. 나름의 선순환이었다.

<(스포)새로 밝혀진 아임휴먼 도전과제 정리>

켄 방송에서 밝혀진 숨겨진 도전과제만 정리햇음ㅇㅇ

조건은 추측이니까 확실하진 않음

1. 무시해선 안 된다

ㄴ첫 번째 탈출미션에서 군인 다섯 마리를 연속으로, 또는 일정반경 내에서 잡으면 되는듯

2. 너무 빠른 거 아니야?

ㄴ세 번째 암살미션을 일정시간 이내에 끝내야함

기준 시간은 잘 모르겠음 켄 이 미친놈이 삼십분만에 끝내서;;

---여기서부터 히든루트 전용--

3.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지

ㄴ트리니티 합류 후에 나오는 공장파괴 잠입 미션에서 적들 다죽이면 됨 근데 한 번에 못죽이면 경계발령돼서 좆되는듯

4. 그들이 오기 전에

ㄴ공장파괴 잠입미션에서 정부쪽 애들 오기 전에 탈출하면 되는 각

5. 복수의 서막

ㄴ이거 좀 미친 것 같은데ㅋ 마찬가지로 공장파괴 잠입미션에서 혁명군 다 조져야하는 것 같음

.

.

.

이걸 다 1트에 해냈습니다..... 아직도 노데스라는게 믿기지 않음ㅋㅋㅋ

켄-멘

─조졋다ㅋㅋㅋㅋ지금 히든루트도 못 가고 있는데 저거 언제 다 깸ㅋㅋㅋ

└게임사 진짜 미친거 아니냐? 저걸 깨라고 만든 거임??

└근데 깨는 사람이 잇잖아

─저 업적들 사실 PC버전에서 깰 것만 염두해둔 게 아닐까ㅋㅋ

└킹능성 있다

└가상현실 버전 두고 누가 PC버전 하냐ㅡㅡ

└너

└팩트 자제요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보니 그가 해낸 일의 무게가 조금은 잡혔다. 아직도 코끼리를 더듬는 장님의 기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은우는 키들거리며 화면을 계속 내렸다.

<오늘 하루에 백오십 헌납한 흑우 있던데>

방송 초기라서 켄 방송 매일 할 각인데ㅋㅋㅋ

돈 개많이 벌겠지? ㅈㄴ 부럽다....

─백오십 지렸다ㄷㄷㄷ

└외국인도 후원 겁나 쏘더라

─근데 킹직히 쏠만하긴 함

└그건 ㅇㅈ 나도 월급날이면 쐈음

└비수 주제에 직업있는 척 우습노ㅋㅋ

그 글을 보고 떠오르는 닉들도 있었다. 150만 원을 쏜 ‘강남건물주’를 필두로 몇 십만 원씩 쏘던 큰손들.

은우는 그들의 화끈함에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를 표했다. 덕분에 기철에게 신세 진 것도 갚았고, 순조롭게 독립 자금도 모으고 있다.

<야, 뜬금없이 나타난 데바뱀 고인물>

검양 잡은 그 킹반인,

왠지 켄 같지 않음?

─켄 데바뱀도 함?

└그건 아닌데 켄이 방송 하기 며칠 전에 검양이 잡아버린 30랭 초보자 있음

└??? 실수했겠지

└ㄴㄴ 검양 이 악물고함

─그럴 듯 한데?

─확실히 그 일반인도 덩치 큰 것 같았는데

우연히 발견한 추측 글에는 감탄도 했다. 눈치 참 빠르다. 기철이 괜히 공개할 필요를 못 느낀 게 아니었다.

은우는 사람들의 눈치에 경의를 표하며 다른 글로 넘어갔다.

<켄 마렵다;;>

켄 방송 빨리 켜줘

─끄자마자 ㅇㅈㄹ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치만...! 마지막 장면에서 클썅년이 이를 갈았는걸...!

─오늘부터 저녁 7시에 켠다고 공지했잖어ㅋㅋㅋㅋ

└아침 7시로 바꿔줬음 조켔음ㅠㅠ

└미친 놈이네 이거ㅋㅋㅋㅋㅋㅋ

끈 지 30분도 안 됐건만 방송을 요구하는 이들도 발견했다. 그만큼 그를 바란다는 증거일 것이다.

은우는 피식 웃으며 기철이 의도한대로 그들의 관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대로라면 정말 할 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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