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전생의 그가 기억하는 최초의 순간은 무너지던 담벼락이었다.
요란한 굉음, 비산하는 돌가루, 괴수의 울음소리와 그를 낚아채어 품에 안고 달리던 타인.
그렇게 살아남아 괴수를 사냥하는 헌터가 되었다. 마법도, 초능력도 없는 몸이었지만,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다.
무력만이 살 가능성을 높이는 전장,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배신, 갈수록 사라져 가는 희망.
그럼에도 그는 살아남았다. 이적을 다룰 수는 없으나 재능은 존재했던 덕이다.
콩알만 한 기를 다루는 것, 무기를 다루는 것, 싸우는 것, 괴수를 사냥하는 것, 사람을 죽이는 것, 살아남는 것.
주변인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도 그는 살아남았다. 파트너가 몇 번이나 바뀌고 옆에선 동료들이 달라져도 그만은 변하지 않았다. 저주스러운 재능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처음엔 그 사실이 죽도록 증오스러웠는데, 나중에 가선 미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그립기만 해서.
그렇게 그는 전장을 전전하는 유령이 되었고, 영웅이 되었다. 순수한 인간으로 시작해 괴수들을 사냥하는 괴수가 돼 버린 어느 날의 일이었다.
▣ 008. 서비스로 하겠습니다
“적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어!”
파트너의 말에 은우는 조금 난처해졌다. 사람들이 몰살의 켄이라고 놀리는 탓이다.
하지만 그는 살리는 것보다 죽이는 것에, 지키는 것보다 섬멸하는 것에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도망쳐서 안전을 구축하는 것보다 적을 전멸시켜 위험을 없애는 편이기도 했고.
천성이라서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러다 문득 그는 그들이 향하던 방향 끝에 무언가 존재함을 깨달았다. 시야에 비치는 도로 끝에는 차들 한 무리가 서 있었다.
“…아닌 것 같은데.”
은우는 헬멧 뒤통수를 쓸다가 검을 다시 쥐었다.
─학살자 다시 나간다ㅋㅋㅋㅋ
─안돼! 도망쳐!ㅋㅋㅋ
─저들도 이제 죽는 것입니까?
─이쯤되면 켄이 보스라는게 학계의 정설
「‘한결같은시우’ 님이 ‘1,000원’ 투척!
이제 다시 숨참으면 되나요?」
“한결같은시우 님, 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아직 확실하진 않습니다.”
직감이랄지 경험이랄지, 보이는 무리에선 적의가 보이지 않는다. 무기를 들고 있지만, 그들에게 겨누지 않는 점이나 대기하는 폼이 그랬다.
“젠장! 포위당한 건가!”
파트너가 운전대를 거세게 쳤다. 길을 꺾어서라도 도망칠까 했지만, 위치가 안 좋았다. 절벽을 깎아 만든 길로 진입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컷신에 돌입했다.
“차를 돌릴까?”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뭐?!”
“우리를 공격할 것 같지 않아.”
그들의 차가 앞으로 쭉쭉 나아가 포위망을 형성하던 이들 앞에 섰다. 은우의 캐릭터가 말한 대로 포위자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우린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라는 의사를 표시했다. 연구원 차림의 사람들이 전면에 선 것이 그 증거였다. 그들은 무기도 없고 무기를 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지?”
파트너는 남고 은우 캐릭터가 차에서 내렸다. 손에 총을 쥔 상태였기에 포위하던 일부 무장 세력이 무기를 들었다. 은우의 캐릭터도 당연히 총을 들어 올렸다.
“그만두세요.”
연구원 중 리더로 보이는 여성이 은우와 무장 세력들을 중재했다. 무장한 이들이 슬그머니 무기를 집어넣었다.
“반가워요, 켄. 당신과 꼭 만나 보고 싶었어요.”
“난 당신들의 정체를 물었어.”
“우린 트리니티예요.”
연구원 리더의 말에 난리가 난 건 채팅창이었다.
─트리니티???
─언급만 되고 등장 한 번 안 하던 세력입니다??
─헐 미친!! 진짜 다른 세력으로 가는 거냐??
─헐헐, 트리니티래....
─쟤네 그거 맞죠?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화합 뭐시기 하는 애들
─ㅇㅇ 맞음
─개미쳤다 진짜 화합엔딩각인듯??
채팅 창 덕분에 은우는 트리니티가 뭐 하는 집단인지 알게 되었다. 그가 진행한 부분까진 트리니티에 대한 떡밥이 딱 한 줄밖에 안 나왔기에 알아차리는 것이 좀 늦었다.
“우리는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화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다.”
“이해해요. 하지만 진심입니다.”
자신을 캐서린이라고 소개한 리더는 턱짓했다. 무장 세력 중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걸어 나오며 얼굴에 쓰고 있던 헬멧과 복면을 벗었는데, 이목구비가 제법 캐서린과 닮았다.
“알렉스는 제 동생이에요.”
─동생치고는 나이차이가 있어보이는데.
한 시청자의 채팅이 의문을 제기했다. 비아냥은 아니었다. 실제로 50대로 보이는 캐서린과 달리 알렉스는 이제 겨우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남매보다는 모자 관계가 더 어울렸다.
“젊음 시술이라도 받았나?”
“아뇨, 알렉스는 젊음 시술을 받지 않았어요.”
사람들의 의문은 곧 해결되었다.
“저 애는 1세대 안드로이드예요. 켄, 당신처럼요.”
“안드로이드라고?”
“네. 제가 그리고 우리들이 화합을 바라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죠.”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파트너마저 차에서 내렸다. 캐서린이 꿋꿋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자, 이제 우리의 이야길 들어 줄 생각이 들었나요?”
은우의 캐릭터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총을 내렸다. 대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시야가 암흑으로 물들었다가 장면이 뒤바뀌었다. 다시 밝아진 풍경은 어느 연구동의 통로였다. 캐서린과 파트너가 옆에서 걷고 있다.
“잘 쉬었나요? 이곳의 휴식 시설이 당신들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요.”
트리니티와 조우한 것은 야밤이었으니. 아무래도 쉬었다는 설정인 듯하다. 몇 마디 더 중얼거린 캐서린이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고칠 수 없는 질병은 존재했어요. 연구원들은 그것을 안타까워했죠. 그러다 육체를 고칠 수 없다면 다른 걸로 대체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컷신이 아니네.”
─그냥 따라가면 되는 듯
─ㅋㅋㅋㅋㅋ켄리둥절
─형, 그냥 평소처럼 해ㅋㅋㅋ게임 안 해본 사람처럼 굴지 말고
진짜 별로 안 해 봤는데. 은우는 통로를 서성거리다가 일단 캐서린의 뒤를 따라갔다. 캐서린은 그가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으며 제 말만 토해 내고 있다. 파트너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안드로이드입니다. 오직 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죠.”
“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가 전쟁에 쓰이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러나 정부는 연구자들이 만들어 낸 기술을 전쟁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부서지면 고치면 되는 기계. 죽지 않는 병사.”
“정답이네요.”
─인간이란....
─근데 미래에 정말 저럴까봐 무서움
─ㅇㅈ
─킹능성 있다
─환자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에 환자를 배제해버림;;
─지금도 기계가 대체한 부분 ㅈㄴ 많지 않냐ㅋ
“연구자들은 그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좋은 의미로 만들어진 기술이 사람들을 죽이게 되었으니까요. 그건 질병에서 벗어난 환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네. 그래서 우리는 탈출했습니다. 정부로부터,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화합을 거부하는 사회로부터요.”
대사가 그쯤 진행되었을 때 그들은 한 방 앞에 도착했다. 캐서린이 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
“우리는 세계를 바꾸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켄, 파트너. 정부에 버림받았고 혁명이란 이름의 거짓말쟁이들을 겪어 보았던 당신들이요.”
그 안에는 수많은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있었다.
「‘히든루트개오져’ 님이 ‘10,000원’ 투척!
전개가 완전 달라졌어;;」
“히든루트개오져 님, 만 원 감사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본래 전개가 어떤지 모르는 처지에선 크게 와닿지 않는 말이다. 사람들이 너무 담담한 거 아니냐며 후원을 쏘고 채팅을 갱신했다.
그 가운데 우연히 목격한 시청자 수는 7만이었다. 그마저도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캐서린은 배경 설정을 누설했다. 컷신이 아니기에 육체 지배권은 빼앗기지 않았지만, 별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은우는 대기실 안을 살피며 얻어 낼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NPC들의 대화를 들었다.
“먼저 정부를 막아야 해요. 화합을 위해서는 안드로이드들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져선 안 됩니다.”
“어떻게 막습니까?”
“지금 세대의 안드로이드들은 공장에서 탄생하는 한낱 기계일 뿐이죠. 생명이 없이 명령에만 충실한 기계 말이에요. 공장을 파괴하면 그들의 생산을 멈출 수 있을 거예요.”
─루트는 다른데 하는 건 혁명군이랑 똑같네ㅋㅋㅋ
─저것 혁명군 루트 다음 임무와 동일합니다.
─어, 그러네?? 설마 마주치나?
“그건 위험해! 위선자 놈들도 노리고 있다고!”
“차라리 위선자 놈들이 부수게 내버려 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건 안 됩니다. 위선자들의 수장, 클레어가 공장의 핵심 기술을 빼내 갈 거예요. 그리고 후일 써먹겠죠. 현 정부가 그랬듯이.”
─미친, 그러고보니 이번 임무에서 클레어 상동작전이니 뭐니 하더니 되게 늦게 합류하지 않음?
─시스템 장악 머시기 하긴 했지?
─헐 대박
─그럼....?
NPC들의 대화와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아하니 다음 임무는 공장 파괴인 모양이다. 상황으로 미뤄 볼 때 적으로는 군대와 혁명군, 둘 다 출현할 터.
캐서린은 그들보다 먼저 치겠다고 말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 없다.
은우는 검 자루에 손을 얹고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특정 상황이 아니면 그가 설정해 둔 기본 무장으로 돌아간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 검이 평범한 검에 불과하단 건 좀 아쉽지만.
“원래라면 시도하지 않았겠지만… 이젠 다릅니다. 켄이 있으니까요.”
─켄 만능설ㅋㅋㅋㅋ
─근데 진짜잖아
─켄멘.....
“특수부대 출신, 안드로이드화되기 전 전쟁 다회 경험. 안드로이드 시술을 받은 후 은퇴해서 승무원이 되었다지만, 전적은 사라지지 않죠. 당신이라면 사람들을 이끌고 이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만 괜찮다면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게임 캐릭터 배경 설정인 건 아는데 왜 진짜같지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이 농담을 지껄이는 사이, 켄은 혹시 몰라 거절해 보았다. 임무 자체가 싫다기보단 거부가 가능한지 궁금했다.
그러자 캐서린이 간곡하게 말했다. “정말 안 될까요?” 사람들이 단호한 남자라며 자지러졌다.
“거절.”
“정말 안 될까요?”
“수락밖에 안 되나 보네요.”
두어 번 더 시도해 보았지만 같은 말만 반복되었다. 은우는 결국 수락했다. 그러자 컷신이 시작되며 캐서린의 동생, 알렉스가 나섰다.
알렉스는 대략적인 임무 브리핑을 했다. 공장에 잠입해 폭탄을 설치하고 안드로이드 생산 시스템을 초기화시켜 버리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알렉스의 계획에 대해 은우의 캐릭터가 조금씩 참견했다. 전직 특수부대원이란 설정에 맞게 참견은 타당했고 합리적이었다.
곧 계획이 완성되고, 역할이 분담되었다. 그중 은우가 맡은 건 안드로이드 생산 시스템을 초기화시키는 임무였다. 가장 위험한 임무기도 했다.
“난 아직 널 믿지 못해.”
브리핑의 끝에서 알렉스가 한 마디 남겼다. 그에 은우는 뒤통수를 쓰다듬고 싶어졌다. 게임 캐릭터에게 화내고 싶진 않지만, 정말 방해되는 건 누구일지.
공장 파괴 임무가 시작되었다.
* * *
은우는 검 한 자루와 폭탄 몇 알, 권총 한 정, 플라잉 나이프 여러 자루를 챙겨 돌입했다. 혁명군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지라 공장은 아직 조용했다.
“흩어진다.”
알렉스가 폭탄 설치를 맡고 은우는 시스템 초기화를 위해 좀 더 내밀한 곳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몸뚱이와 은밀함은 공존할 수 없는 조합 같았으나 그는 그것을 해냈다. 탐지 센서가 있다곤 하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푸슉!
날아간 플라잉 나이프 두 자루가 공장을 가동시키던 이들의 목에 박혔다. 어찌나 깔끔한지 사람들은 리액션과 후원금을 같이 토해 냈다.
“여기까지 20분이네요.”
내뱉은 말대로 그는 20분 만에 공장 최상층에 도달했다. 마주친 모든 안드로이드를 죽이고 공장 직원들을 사살했음에도 달성해 낸 기록이었다.
참고로 미션의 본질은 절대 걸리지 않고 도달하는 것이다. 한 번에 죽이지 못하면 경계 시스템이 발동되는 까닭이다.
임무를 또 한 번 바꿔 버린 그는 공장 컴퓨터에 메모리를 꽂았다. 캐서린이 준 악성 바이러스로, 내장 데이터를 전부 날려 버리는 악질적인 물건이었다.
당연하지만 바이러스 주입은 컷신으로 이뤄졌다.
『도전 과제를 달성함! -은밀하고 위대하게』
『숨겨진 도전 과제를 달성함!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지』
사람들이 키득거렸다. 목격자 없는 암살=학살. 그런 채팅이 주르륵 올라가는 게, 사람들 단합력 한번 좋다 싶다.
“캐서린도 악인이라면 좀 웃길 것 같긴 합니다. 가령 이 바이러스의 진짜 용도는 다른 거라든가.”
화제를 돌리기 위해 다른 이야길 꺼냈다. 시청자들이 좋다고 받아 물었다.
─그러면 답 없는 거지ㅋㅋ
─이야, 배신과 배신과 배신의 아임휴먼ㅋㅋ
─베스트엔딩이 도망엔딩이었누
바이러스가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그걸 포함해도 15분 안에 공장을 빠져나갈 자신이야 있다.
임무가 너무 쉬운데. 정말 이대로 끝나나? 아니면 인간이란 추악함을 드러내기 위해 반전을 보여 주려나.
이것도 게임이니까 좋게 좋게 끝날지도.
은우의 눈이 가늘어졌을 즈음, 공장 안쪽에서 폭발이 일기 시작했다.
알렉스 팀은 절대 아닐 것이다. 공장 내 경계 시스템을 발동시키지 않기 위해 기폭 시간은 그들이 탈출하는 시점으로 약속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정부의 군대 또는 혁명군. 군대는 이제야 이 기습을 눈치챘을 것이므로 이 폭발은 혁명군일 확률이 높다.
이래야 재밌지. 은우는 초기화 완료까지 남은 시간을 힐끗 보았다. 2분. 이거면 충분하다.
은우는 그가 박살 냈던 문을 다시 제자리에 박아 넣고 아래로 출발했다. 그렇게 싫었다가도 도저히 떠날 수 없었던 전장의 내음이 그의 코를 찔렀다.
그게 설사 게임이라는 가상의 무대를 배경으로 할지라도.
[위선자들이 공장 지대에 진입했다. 후퇴하겠다. 합류하라.]
은우는 빠르게 층계를 뛰어내렸다. 적들이 튀어나왔지만, 총알과 단검, 도검이면 충분했다.
무전기에서 혁명군과 교전을 시작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멀리서 총소리가 화려하게 울렸다.
그는 불현듯 떠올렸다. 혁명군이 적으로 바뀌었으니 전부 죽여도 되는 거 아닌가? 혁명군 간부들도.
“아까 채팅을 보니까 클레어가 이번 임무에서 나오는 것 같던데. 맞습니까?”
─ㅇㅇ. 혁명군 루트에선 일단 나옴.
─조를 나눈다 뭐다 하면서 주인공이랑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가 나중에 합류함
“그럼 지금 죽일 수 있겠네요?”
─네?
─죽일 생각부터 하는 켄좌....
─어, 근데 진짜 가능한 거 아님?
─어??
그는 오른손에 도검을, 왼손에 나이프를 쥔 채 1층 복도를 걸었다. 총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배신자는 딱 질색인지라. 혁명군 다 잡으면 클레어도 나오겠죠.”
─따돌리라는 임무랑 잠입 임무에서 몰살시키더니 도망가라는 임무에서도.....
─혁명군 도망쳐!! 켄이 간다!!
─학살좌ㅋㅋㅋㅋ
─혁명군이 불쌍해 보이긴 또 처음ㅋㅋㅋ
채팅들이 그의 말을 농담 반 진담으로 받아들일 때, 후원 하나가 도착했다.
「‘강남건물주’ 님이 ‘50,000원’ 투척!
미션 걸어도 될까요?」
「‘강남건물주’ 님이 ‘50,000원’ 투척!
1트 안에 혁명군 몰살시킬 시 50만 원. 방법은 상관 없음.」
그건 흥미에 그쳤던 충동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만드는 문장이었다.
헬멧 속 입꼬리가 사르르 올라갔다. 돈에 목숨 걸진 않지만, 쉬운 일을 두고 안 할 이유도 없다.
“정부 쪽은 서비스로 하겠습니다.”
그의 몸이 대지를 박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