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계약은 며칠에 걸쳐 진행되었다. 계약이란 건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기에, 변호사와 동행해 가며 조건을 검토하느라 지연된 시간이다.
물론 해당 변호사는 희수의 인맥이었다.
“항상 신세 지네. 고맙다.”
“고마워할 거면 우리 삼촌한테 감사해야지.”
“소개해 준 건 너잖냐. 삼촌도, 박 팀장님도.”
“그건 그렇네! 야야, 한턱으론 안 되겠다. 두 턱 쏴라.”
“오냐. 세 턱도 쏘마.”
희수가 키득키득 웃으며 맥주 캔을 들이밀었다. 은우 역시 마시던 캔을 가볍게 마주 대었다. 통. 건배였다.
“계약 진짜 잘된 거 맞지?”
“혹시 몰라서 실례를 무릅쓰고 스트리머들한테 메일 보내 가면서 대조해 봤는데, 나쁜 조건은 아니었어. 배분율은 평균이지만, 대신 계약 기간이 1년이니까.”
“좋아, 좋아. 그럼 방송은 언제부터?”
“아, 그거.”
은우는 뒷목을 쓸었다.
“일단 유어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이목이 좀 끌리면 시작하기로 했어. 무조건 뜨게 만들 테니 방송 연습이나 하라던데.”
어찌나 확신에 차 있는지 그는 제 재능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전생에서도 영웅이니 뭐니 떠받들어지긴 했지만, 설마 여기서도 먹힐 줄이야. 배운 게 싸움질이라고, 여기서도 그러고 살 팔잔가 보다.
“잘할 수 있겠어?”
“잘해야지. 처음으로 잘한다는 소리 들은 분얀데.”
희수의 걱정에 은우는 엷게 웃었다.
“오히려… 이쯤 되니 기대도 돼. 부적응자에서 드디어 탈출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부적응자는 지랄……. 채널은 어딘데.”
“여기.”
은우는 전자 노트를 통해 유어튜브에 접속했다. KEN이란 이름으로 개설된 채널은 아직 영상이 하나밖에 없다. 며칠 전 찍은 ‘외팔이검객’ 게임 플레이 영상이다.
“예명이 켄이냐? 너무 대충 지었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전생의 이름을 쓸까 하다가, 이쪽 발음으론 썩 좋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선심 써서 구독해 준다. 절해라.”
“성은이 망극합니다, 이 자식아.”
희수가 키득키득 웃곤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첫 방송 잡히면 말해 주고. 내가 15년 우정 봐서 1호 팬 해 줄 테니까.”
“어… 고맙긴 한데…….”
은우는 재차 뒷목을 쓸었다. “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 희수의 눈이 세모꼴로 변했다.
“계약 체결 하자마자 박 팀장님이 ‘그럼 이제부터 대놓고 덕질해도 되겠군요!’라고 외쳤거든.”
“뭐야, 그 사람. 네 팬 된 거였어? 설마 이번 계약, 콩깍지 아냐?”
“그래서 지금 좀 불안하다.”
그를 설득해 내는 거나 제시한 비전을 보면 실력 있는 사람 같은데, 덕질이란 한 마디에 신뢰성이 전부 사라졌다.
“아, 그래. 그럼 그건 공개 안 하냐?”
“뭐.”
“그, 검은양이랑 붙었던 거.”
“딱히 공개 안 한다던데. 공개해 봤자 합방 요구만 들어올 뿐이지 큰 이익은 안 될 거라던가. 사람들 눈치 빠르니까 알아서 눈치챌 거라고, 직접 공개는 하지 말랬어.”
“아하.”
검은양이 다른 채널 소속이라는 게 비공개에 한몫했지만, 은우로선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희수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 은우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의 미간이 좁아졌다.
“맛없어.”
“양주도 눈 깜짝 않고 처먹게 생겼으면서 술 더럽게 싫어해, 하여튼.”
“아니, 인간적으로 맛이 없잖아. 쓰다고.”
“닥치고 먹어.”
성격 더러운 자식. 은우는 불만을 술과 함께 삼켰다. 쓴 건 둘째 치고 알코올 향이 굉장히 별로였다.
그는 결국 맥주를 내려놓았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그런 밤이었다.
▣ 004. 피할 줄 알면 쉽다
캡슐까지 지원받은 은우는 기철이 주문한 대로 게임을 몇 개를 플레이하고 영상을 찍었다. 전부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게임들이었다.
그 영상은 다이아박스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편집자들의 손을 거쳐 유어튜브에 올라갔다.
홍보가 전혀 되지 않은 채널은 조금씩 조금씩 구독자 수가 올라가는 중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영상이 올라오는 유어튜브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의 채널은 주목받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노릇이니.
박기철은 다이아박스 팀장으로서 하나의 술수를 부려 그 시간을 앞당겼다.
시작은 ‘별의 기사와 안개 숲’ 개발자의 SNS였다.
『‘별의 기사와 안개 숲’에 버그가 발견됐습니다. 내부 회의를 통해 크게 고치지 않겠다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정말 놀랍습니다. 스토리 도중에 어둠을 잡아내는 플레이가 가능할 줄은 몰랐습니다.』
얌전한 말투로 올라온 문장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무렴 ‘별의 기사와 안개 숲’은 PC 시절부터 인기를 끌던 별의 기사 시리즈의 최신작이었다. 팬층이 확고하고 그 난이도 때문에 주목하는 이도 많다.
출시된 지 좀 되었다고 해서 이목 끌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스토리 도중에 어둠을 잡아내? 그게 가능한 일이었음?
─어둠 나오는 데가 몇 구간 없는디;; 대체 어디서 잡은 거지
─영상 마렵다. 공개 안 해 주나.
─지금 몇몇 놈들 어둠 도전 중임ㅋㅋ
─그리고 조져진다
사람들의 이목이 어느 정도 쏠렸을 즈음, 은우의 채널에 ‘별의 기사와 안개 숲’ 영상이 올라갔다. 박기철과 처음 만났던 날 플레이했던, 동시에 개발자에게 버그 신고용으로 보내졌던 영상이다.
물론 얼굴이 나온 부분은 편집했다. 삼인칭 시점이 캐릭터의 뒤통수를 주로 보여 준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유어튜브 구독자 수와 영상당 조회 수가 순식간에 치솟기 시작했다.
“자신 있어 하실 만했네.”
사람들이 그의 영상에 열광하는 걸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다. 현대에서 싸움의 재능은 사건, 사고만 일으키는 류가 아니었던가?
은우는 수직 상승 한 지표들을 보며 철봉에 매달렸다. 그는 현재 선지급 받은 돈으로 헬스장에 온 상태다.
증강 현실과 접목해 게임하듯 운동하는 것도 가능한 헬스장은 기본 기구도 많아서 제법 돈 쓴 가치를 한다.
등 근육이 우둘투둘 두드러질 때마다 거구의 몸이 상하 운동을 했다.
날카로운 얼굴과 근육이 맞물리며 흉악한 분위기를 뽐내자 사람들이 슬금슬금 물러났다.
“…….”
사람들이 소동물처럼 물러가는 걸 보며 은우는 얼굴 비공개를 절대 다짐했다. 기철은 괜찮을 거라 했지만, 겪어 온 게 있다 보니 믿음이 잘 안 갔다. 일종의 콤플렉스였다.
대신이랄지, 그를 대표할 이미지는 이미 정해 놓았다. 오토바이 헬멧을 쓴 유순한 인상의 캐릭터다.
커피색 피부와 금색에 가까운 갈발, 처진 눈이면 절대 현실의 그를 연상하지 못할 것이니. 헬멧은 혹시라도 야방(야외 방송)을 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씌웠다.
은우는 정체를 꽁꽁 숨길 만반의 준비를 마친 채, 몇 번 더 움직인 후 기구에서 내려왔다.
이제 곧 첫 방송이 시작된다. 언제나 할 수 있는 운동과 달리 첫 방송은 인생에 단 한 번만 존재하는 법.
조금이라도 더 나은 최초를 위해 그는 집에 가서 다른 스트리머의 영상을 보기로 했다.
* * *
영광스러운 첫 방송은, 정확히 따지자면 해명이자 검증 방송에 가깝다. ‘어둠’을 잡은 영상에 대해 조작이 아니냐는 댓글이 무수하게 달린 탓이다.
풀 영상이 아니다 보니 더욱 그런 경향이 심했다. 얼굴을 드러내기 싫은 은우로선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물론 이마저도 기철의 손바닥이었다. 그는 해명 방송을 첫 생방송으로 진행할 것을 제시했고, 은우는 받아들였다.
그 이면엔 해명을 외치는 댓글 외에, 제발 생방 해 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이 존재했다.
“안녕하세요, 유어튜브, 비위치 시청자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다이아박스 소속 스트리머, 켄입니다.”
─목소리 좋누ㅋㅋㅋ
─요즘 목소리 변조 안 하는 스트리머가 어딨음
─당신의 증명을 기다렸습니다
─다이아박스 소속이었음? 거기 진짜 유명한 애들만 있는 곳 아님?
─맞음
─첫방부터 매니저가 다 있네;;
─국기 머 이리 다양함ㅋㅋ
─별기사가 외국에서 유명한 게임이라서 그럼
방송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시청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채팅 역시 빠른 속도로 갱신되었다. 대체로 영상이 진짜냐는 의문이 대부분이었다.
그걸 보며 은우는 뒷목을 쓸었다. 정확히는 쓸려 했다. 만져지는 건 오토바이 헬멧이었다.
그는 조금 머쓱해져서 헬멧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시청자는 벌써 5백 명을 넘기고 있다.
“제가 유어튜브에 업로드한 영상이 화제가 됐더군요. 조작이다 아니다 등등.”
은우는 특유의 저음으로 조곤조곤 말을 이어 나갔다.
수백 명의 사람 앞에서 말을 하려니 조금 긴장되다가도, 고작 수백 명이라는 사실에 편안해졌다.
아무렴 수만 명이 있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 선 순간보다 지금이 더 낫다. 이건 실패한다고 해서 누가 죽거나 다치지 않지 않나.
그는 그냥 기철이 당부한 대로 인사나 채팅에 대한 답, 후원에 대한 감사 인사만 꼬박꼬박 하기로 했다. 사람이 많든 적든 그가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예고한 대로 오늘 증명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보는 앞에서 ‘별의 기사와 안개 숲’을 플레이할 예정입니다. 예상 소요 시간은 3시간입니다.”
사람들은 의문을 쉽게 풀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럼 한 번 더 해 주면 될 일이다. 당시 기철은 한술 더 떠 퍼포먼스 하나를 더 추가하자고 제의도 했다.
은우로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뭐든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의문을 가지실 분이 계실까 해서, 한 가지 결정을 더했습니다.”
─설마?
─설마설마?
은우는 대기실에서 설정 창을 띄웠다.
“포맷하고 다시 게임 깔아서 하겠습니다.”
외형이야 그의 생체 정보에 저장되는 설정이므로 포맷해도 초기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이나 핵, 목소리 변조 프래그램 등등은 포맷할 경우 반드시 삭제된다. 확고한 증명이었다.
이걸 위해 방송 송출용 기기를 따로 마련했다. 포맷한다 해서 방송이 끊기진 않으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걸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얼마나 자신 있으면 포맷을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목소리도 나오겠네ㅋㅋㅋㅋㅋ
채팅창이 폭발하듯 위로 올라갔다. 채팅 아이디 옆 국기는 여러 종에 달했다. 번역되어 전부 한국말로 보일 뿐, 외국인도 있다는 증거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 그리고 처음 해 보는 방송이니 만큼 조금 어색할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채팅에 대한 답은 최대한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은우는 느긋이 기다렸다. 기실 다이아박스에서 최신형 캡슐을 보내 준 덕에 엄청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기계는 비싼 값을 해 주었다.
다만 꾸며 둔 대기실이 다시 하얗게 초기화됐다. 이건 캡슐 개별 설정이므로 어쩔 수 없다.
“괜히 꾸몄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초기화잼ㅋㅋㅋㅋ
─그보다 목소리 안 변하네;;
─본 목소리가 좋은 사람은 오랜만에 보네요
─바로 구독 박습니다
귀찮게 다시 설정해야 하네. 은우는 헬멧 뒤통수를 쓸다가 시스템 창을 불렀다.
“그럼 이제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하얀 대기실 속 오토바이 헬멧남이 ‘별의 기사와 안개 숲’을 실행했다. 대기실이 부서지고 어둠으로 물들었다.
『난이도를 선택하세요. 쉬움 / 보통 / 어려움』
은우는 망설임 없이 어려움을 택했다. 채팅창이 또 한 번 터져 나갔다. 은우가 올린 영상에는 어떤 모드를 했는지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걸 어려움 모드로 한다고??
─어둠 만나기도 전에 끔살당할 듯
─3시간 만에 끝낸담서요ㅋㅋㅋㅋ
─이 남자의 자신감, 진짜일까?
─어림도 없지!
그들이 의문을 표하든 말든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행동으로 보이면 알아서 납득할 일. 입 아프게 떠들 이유가 뭐 있나.
시야가 밝아지고 인트로 영상이 시작됐다.
“다 알고 오신 것이니 스킵하겠습니다.”
─ㅇㅇ
─공략 영상에 스킵은 국룰임
─ㅋㅋㅋㅋㅋㅋㅋㅋ이걸 공략 영상으로 분류할 수 있나?
─ㅋㅋㅋㅋㅋㅋ최초 어둠 공략이긴 하잖슴
“어둠을 잡는 게 목적이니 만큼 최소한의 스토리만 밀 예정입니다.”
은우는 스킵된 인트로 영상 끝에서 몸을 일으켜,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이미 해 봤던 게임이니 만큼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다.
하얀 몸이 탁탁 소리를 내며 숲을 가로질렀다. 곧 능력을 얻는 첫 운석이 나타났다.
그는 가볍게 터치하고 쭉쭉 나아갔다. 알림 창이 나타나자마자 지워졌다. 채팅 창은 진행 속도에 시원한 쾌감을 맞이하는 중이다.
그런 그들의 쾌감은 금세 경악으로 물들었으니. 출현하는 괴물들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초반 스토리 지점까지 노 히트로 다다르자, 사람들이 감탄을 토해 냈다.
무엇보다 은우는 인기 절정의 스트리머들처럼 재치 있게 오디오를 채우진 못할지언정, 채팅을 수시로 확인하며 답변을 주었다.
심지어 말하면서 튀어나온 중간 보스를 노 히트로 썰어 버렸을 땐 누구라도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목적지에 다다르지도 않았건만 벌써 후원이 팡팡 터지기 시작했다.
“인간인가 님, 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켄님엄청잘하시네요 님, 2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기본은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저귀판매꾼 님, 5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기ㅋㅋ본ㅋㅋㅋㅋ
─당신의 기준이 이상한 듯합니다
─그보다 감사합니다를 지금 몇 분째 하고 있는 거임ㅋㅋㅋㅋ
─후원한 사람 다 외운 것도 지금 신기함ㅋㅋㅋ
─고생한다 진짜
활발한 채팅을 보며 은우는 얼떨떨해졌다.
기철의 말마따나 영상을 올렸을 때 주목을 받았고, 사람들이 좋아해줬다는 건 알았다. 근데 그게 방송에서도 이어질 줄이야.
댓글과 실시간 반응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전자는 제삼자의 행적을 보는 느낌이라면 후자는 정말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라는 게 와닿았다.
영웅. 전생에서도 그는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던가.
어렴풋한 기대감이 들었다. 드디어 그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은 듯한 그런 기대감이었다.
은우의 검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은우는 나오는 족족 몬스터들을 죽이며 나아갔다.
그럼에도 진행 시간은 처음 할 때보다 짧았는데, 길을 전부 외워 효율적인 루트로만 진행하는 덕이었다. 그렇게 1시간 반 만에 사막 파트와 동굴 파트가 끝났다.
아이템도, 스킬도 구매하지 않아 화폐는 1만이 넘게 모인 상태다.
─스피드 런 기록도 여기까지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데, 거기서 12분을 단축해 낸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이 와중에 더 놀라운 점=오는 길의 몹 다 잡음
─더더 놀라운 점=강화를 안 함
─당신은 미쳤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지옥을 맛보는데 이분은 산책을 하시네ㅋㅋㅋ
─이거 어려움 모드 맞나요?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어려움 모드는 맞습니다.”
한 층만 더 올라가면 이제 지상이다. 은우는 공중에서 몬스터를 처치하곤 벽을 박찼다.
그의 동체 시력은 미친 듯이 올라가는 채팅창에서 용케 답변할 만한 질문을 잡아내었다.
“별로 안 어려울 뿐이지.”
─?
─??
─?
─네?
「‘개소리마’ 님이 ‘1,000원’ 투척!
??: 어려움 모드지만 안 어렵습니다」
“개소리마 님, 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인사를 건네자마자 컷신이 시작됐다. 이건 스킵도 안 되기에 은우는 잠시 숨이나 돌렸다.
이참에 몇 명 들어왔나 보자. 그는 시청자 수를 보았다. 깔끔히 아랫자리 수를 떼면 7천이다.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잘 모르지만, 어쩐지 채팅 창 갱신이 너무 빠르다 싶었다. 저 중 1%만 채팅을 쳐도 70개다.
『게임을 저장했습니다!』
익숙한 메시지와 함께 육체의 지배권이 돌아왔다. 은우는 바로 대지를 굴렀다. 둥둥둥. 배경 음악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노히트’ 님이 ‘10,000원’ 투척!
???: 여기서 잡는 거 아닌데? 켄: 잡히던데?」
「‘Awesome!’ 님이 ‘6,151.5원’ 투척!
여기서 잡을 생각은 어쩌다 했습니까?」
“지금까지노히트 님, 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어썸 님, 6151원 후원 감사합니다. 그냥 잡아 보고 싶어서 도전했습니다.”
그의 몸이 올가미와 가속을 사용해 빠르게 ‘어둠’에게로 접근했다. 이미 걸었던 길을 걷는데 지체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서걱!
기어코 ‘어둠’의 발아래에 도달했을 때, 그의 칼이 난도질을 시작했다. -8. 대미지가 다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의 후원을 터트렸다.
그러나 대부분 은우의 죽음을 점쳤다. 이제 죽는다, 이제 죽겠다, 어둠좌 등등.
하지만 어림도 없다. 죽는 건 그가 아니라 저 용인지 새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날아오르는 ‘어둠’의 다리에 올가미가 묶였다. 은우의 몸이 딸려 가며 하늘로 떠올랐다.
“어둠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피할 줄 알면 쉽습니다. 패턴이 너무 뻔해서.”
─???
─저걸 어떻게 피해요??
─그 피하는 게 안 쉽습니다 선생님.
그는 대답 대신 실천으로 보여 주었다. 점프와 가속, 올가미면 충분했다.
쏘아지듯 덤벼드는 ‘어둠’과 찰나의 판단으로 피해 내는 은우.
조회 수 수십만 단위의 영상이 생방송에서 다시 펼쳐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