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농장에 도착한 나는 곧장 오두막으로 직행했다. 미리 달아 둔 3중 잠금장치를 걸고, 두툼한 암막 커튼까지 닫은 후에야 비로소 안심했다.
“휴, 웹툰 주인공으로 살기도 쉽지가 않다. 금수저 물었다고 전부가 아니라니까.”
한차례 넋두리를 토해 낸 나는 불룩한 주머니를 만지작댔다. 그러곤 조심조심, 품에 든 열매 꾸러미를 꺼냈다.
“폭탄이 문제가 아니라 심장 마비로 먼저 죽겠네.”
행여 옷 속에 든 폭탄 열매가 그대로 터져 버리진 않을까, 오는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두 번은 못 할 짓이다.
“시작하기 전에 유서라도 써 놔야 하나? 나 죽고 재혼하면 죽어서도 쫓아간다고.”
오두막 곳곳에 놓인 폭죽 재료를 보고 있자니, 그제야 현실감이 들었다. 출처도 불분명한 서책 하나에 휘둘려 너무 큰일을 벌인 게 분명했다.
“그냥 하지 말까? 이거 만들겠다고 설치다가 죽으면 어떡해.”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가장 이상적인 이유를 갖다 붙였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구태여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 의문이 든 것이다.
참 빠르기도 하다.
휴, 작게 한숨 쉰 나는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테이블에는 빛바랜 서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제조법을 따로 옮겨 적기는 했으나, 어쩐지 손이 갔다.
[속성 : 쉽고 빠르게 배우는 폭죽 제조법]
익숙한 타이틀을 보며 나는 건성건성 책장을 넘겼다. 별빛 폭죽을 지나 강아지 폭죽 그리고 마지막 축제용 폭죽까지.
제조법을 살핀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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