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저택에 도착한 건, 저녁 시간쯤이었다. 식사 준비가 한창인지 주방에선 맛있는 냄새가 폴폴 풍겼다.
“오셨습니까? 시장하실 텐데 식당으로 가시지요. 이제 막 음식이 완성됐습니다.”
미리 나와 있던 집사와 사용인들이 깍듯이 인사하며, 바지런히 움직였다.
“부인, 겉옷을 주시겠어요?”
나는 입고 있던 숄을 건네며 빠르게 복도를 스캔했다. 제법 늦은 시간임에도 샤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 우리 샤샤가 비밀 유지를 위해 구슬을 만들어 오는 모양이로구나. 기특하기도 하지.’
나는 차오르는 빡침을 찍어 누르며 애써 평정을 유지했다. 괜히 샤샤를 볶아 봤자 내게 득 될 게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데릭, 오후에 시킨 물건들은 잘 왔나요? [닉거내거]라는 가게에서 왔을 텐데.”
“안 그래도 두어 시간 전쯤 주인이 왔습니다. 주문하신 것들은 농장 오두막에 잘 넣어 뒀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물건 위치를 파악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이 틀어진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간 단축이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있는 것부터 미리 손질하고, 폭탄 열매만 캐 오면 곧장 배합할 수 있게 만들어 놓는 거야.’
홀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나는 곧바로 다음 행동에 돌입했다.
“아~ 그랬구나. 그럼 잘 뒀는지 한번 보고 와야겠네. 식사는 조금 이따가 하지 뭐.”
나는 부러 크게 말하며 운을 띄웠다. 자연스러운 농장 진입을 위해 방향을 바꾸던 그때.
끼익, 소리와 함께 입구가 열렸다.
“부인~!!”
이제 막 복귀한 샤샤가 해맑게 웃으며 달려왔다. 두둑한 손에는 구슬 보따리로 추정되는 헝겊 떼기가 들려 있었다.
‘오지 마, X발. 오지 말라고.’
옆에 있던 에드먼드를 의식하자니 양 볼이 부들부들 떨었다. 제발 멈추라는 무언의 압박이 통했는지, 샤샤가 잠시 주춤거렸다. 그리고 손에 든 보따리를 감추며 무리 뒤에 섰다.
‘와, 하마터면 걸릴 뻔했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샤샤 쪽을 살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던가, 순진무구한 영혼께서는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손으로 원을 그렸다. 그러곤 “구했어요.” 하고 입 모양을 냈다.
“와하하! 갑, 갑자기 배가 왜 이렇게 고프지? 여보,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에드먼드를 잡아끌었다. 의심 많은 남편과 저 시한폭탄을 한곳에 뒀다가는, 폭죽 제조는 시도도 못 하고 탄로 날 게 분명했다.
* * *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저녁 식사가 끝나고, 이제 막 방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던 차였다.
‘부인, 시키신 것들은 서랍에 잘 넣어 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