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알싸하게 풍기는 알코올 향과 달콤한 과실 향이 에드먼드의 코끝을 자극했다.
“안 그래, 샤샤? 근데 너, 얼구리 탄 거야? 왜 꺼먼데 빨게?”
이어진 물음에 에드먼드가 달아오른 뺨을 지분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흐트러진 클로엔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한 마음이 차올랐다.
“근데 너 왜 아까부터 왜 마를 안 해, 마를. 혹씨 이너공주야?”
“많이 취했군. 이만 들어가지.”
“아~ 변성기구나. 근데 이상하다? 어디서 분명 드러 본 목소린데…….”
한계에 다다랐는지, 느리게 깜박이던 라벤더색 동공이 자취를 감췄다. 읏차, 힘주는 소리와 함께 늘어진 클로엔의 몸이 허공에 들렸다.
“귀엽군.”
길쭉한 두 다리가 허공을 가로지르고,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혼잣말은 에드먼드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 했다.
* * *
“아이고, 머리야……. 콩나물 국밥에 고춧가루 팍팍 쳐서 해장하고 싶다.”
위장을 강타하는 강한 통증과 윙윙거리는 정신은 반갑지 않은 그분이 오셨음을 확신시켜 줬다.
“혼자 얼마나 퍼마신 거야. 오우, 숙취가…… 우욱!”
나는 쓰린 속을 두어 번 문지르곤 재빨리 샤샤를 불렀다. 동시에 얼음물을 손에 든 샤샤가 죽상을 지으며 들어왔다.
“일어나셨어요?”
“굿 모닝, 샤샤.”
“벌써 해가 중천이랍니다.”
“아침부터 또 잔소리지.”
캬아! 얼음물을 한입에 털어 넣은 나는 띵한 관자놀이를 누르며 태연히 물었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역시 숙취엔 얼음물이지. 근데 어제 어떻게 된 거야? 나 혼자 여기까지 왔어? 그러고 보니 옷도 갈아입었네. 나 완전 순했구나?”
너풀거리는 커튼과 꽃분홍 벽지는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평화로웠다.
“정말 기억이 안 나세요?”
“응, 전혀. 내가 뭐 실수했어? 또 정신 놓고 헛소리했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냥 잊어. 그게 우리 둘 다 정신 건강에 좋아.”
“제가 아니니까 문제죠.”
“응? 네가 아니라니?”
그제야 심각성을 느낀 난 몸을 번쩍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아,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봐. 뭔데 그래.”
“어제 공작님 옷에 토하신 건 기억나세요?”
“뭐?! 말도 안 돼. 야, 나 아무리 취해도 토는 안 해!”
“공작님 앞에서 덥다고 훌렁훌렁 벗으신 건요?”
“내가 사상이 열린 것 같아도 뼛속까지 유교 걸이야. 맨정신이면 몰라도 취해서 덤벼들지는 않지.”
“잘생긴 건 유죄라고, 공작님 뺨을 몇 번이나 후려치신 건요?”
나는 가만히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을 대신에 했다. 후일담이 길어질수록 수척한 내 얼굴은 파리하게 질렸고, 입으론 “말도 안 돼.”를 반복했다.
“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그 엄청난 걸 부인께서 해내셨네요. 어제는 공작님께서 참으셨다지만, 이제 정말 어떻게……!”
샤샤의 잔소리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그때, 똑똑! 문밖으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거 놔! 내가 내 발로 거러갈 수 이따고.’
‘아까도 고집부린 덕에 몇 번이나 넘어진지 알기는 아나?’
‘몰라, 모른다고오! 나는 남펴니 있는 몸이라고요. 남펴니. 나한테 손대면 어? 막, 우리 여부가 아주 혼구녕을 내요.’
‘휴, 알겠으니까 제발 좀 똑바로 걷지.’
‘나는 똑바로 걷고 있는데 땅이 흔들…… 우욱! 토하고 시퍼. 나 토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