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남편과의 이혼을 거부합니다 (73)화 (73/107)

제73화

‘그러고 보니 술 먹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불현듯 스친 생각에 올려진 유리병을 조용히 응시했다. 그러곤 지금껏 해 온 식사 자리를 곰곰이 떠올렸다.

‘오늘은 마제스산 포도주입니다. 산미가 높고 무거운 질감이 특징입니다.’

소문난 주당인 레틴 덕분에 끼니마다 포도주가 올라왔으나, 에드먼드는 단 한 번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주사가 심한가? 취하면 개가 된다든지, 사람을 문다든지. 몹쓸 애교를 부린다든지…….”

나름의 추측을 더해 가며 이유를 찾아보았으나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매일 피 밭이었던 원작에서 희희낙락 술이나 퍼먹는 장면이 나왔을 리가.

“하여간 도움이 안 돼 도움이. 아, 어떻게든 먹여야 하는데.”

나는 턱 끝을 두드리며 방법을 떠올렸다. 에드먼드와 불꽃 같은 밤을 보내는 것도 중요했으나 굳이 오늘, 복분자주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원흉 제거.

한 번은 사용인들의 눈을 피해 후원에 가는 길이었다. 하루하루 불안하게 사느니 어서 빨리 꽃밭에 홍수를 내자는 계획 때문이었다.

‘여긴 어쩐 일이지? 온 김에 산책이라도 하지.’

‘요즘 한가한가? 농장 준비 때문에 한창 바쁜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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