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남편과의 이혼을 거부합니다 (67)화 (67/107)

제67화

“휴, 고되다.”

피로가 밀려왔다. 지친 숨을 내쉬며 근처에 있던 벨벳 소파에 몸을 맡기던 찰나, 어느새 곁으로 온 샤샤가 말을 붙였다.

“부인, 많이 힘드셨죠?”

“응……. 엄청. 온몸이 흐물거려. 낙지가 된 기분이야.”

말을 끝으로 샤샤는 야무진 손길로 팔다리를 주물렀다. 나는 가물가물한 시야를 어렵사리 이어 가며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요, 부인…….”

“아냐, 말하지 마. 다음에. 다음에 하자. 나 좀 쉬고 싶어. 젊어서 그런가, 쟤들은 지치지도 않냐. 나 귀에서 피 나는지 좀 봐봐, 샤샤.”

“정말 중요한 얘기예요.”

“중요한 얘기?”

퍽 진지한 샤샤의 반응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공작님께서 찾으세요.”

아까부터 쭈-욱.

[후원, 여섯 시]

작은 종이 위에는 정갈한 필체가 가지런히 적혀 있었다. 내용을 살핀 나는 묘한 기시감에 작게 코웃음 쳤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이렇게 자꾸 후리면 곤란한데.’

전과 다른 에드먼드의 행동이 의심스러웠으나 이윽고 생각하기를 멈췄다. 때아닌 데이트 신청에 밀려든 피로감이 환기된 건 사실이니까.

“하여간 귀찮게 한다니까.”

작게 툴툴거린 나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고된 몸을 어기적거리며 후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후원까지 약 10미터 남짓한 거리를 남긴 상황이었다.

“공작께서 유달리 부인을 찾으시네요.”

“내 빛나는 외모에 드디어 마음이 동한 모양이지.”

“아.”

이어진 내 말에 샤샤는 단답형으로 응수했다. 그러곤 불쑥,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요, 부인……. 혹시 멜리사 님과 무슨 일 있으셨어요?”

멜리사. 단 세 글자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갑자기 저 불길한 이에 대해서는 왜 묻는 것인지 저의가 궁금했으나 애써 의연하게 대처했다.

“멜, 멜리사? 뭐, 일이랄 게 있나. 갑자기 멜리사는 왜?”

“전에는 하루에도 몇 통씩 서신을 보내시더니 근래 들어 통 연락이 없으셨잖아요. 찾아오지도 않으시고. 지난번에 오셨을 때 두 분이 무슨 일이 있으신 건 아닌가 해서요.”

“에이, 일은 무슨. 그냥 조금 바쁜가 보지. 하하하.”

부러 호탕하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던 그때였다.

“뫄아악!!”

훅 끼친 인기척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집사장님! 돌아오셨군요. 갑자기 휴가를 내셔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어디 아프셨던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잠시 고향에 다녀왔단다. 이 늙은이를 찾았다니 고맙구나, 샤샤.”

“집사장님 없이 연회 준비를 하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아세요? 그래도 이렇게 돌아오셨으니, 다행이에요.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불러 주세요.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드릴게요!”

“믿음직스럽구나, 샤샤. 부인 곁에 네가 있어 다행이야.”

놀란 나와 달리 샤샤는 데릭과 친근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데릭 요하테. 원작 내 클로엔에게 깊은 애정을 보인 이이자, 어릴 적부터 모시던 제 주인을 위해 기꺼이 랜돌프 가문의 집사를 자원한 충신 중의 충신.

퍽 인자해 보이는 외관을 가졌으나, 나에게는 수많은 기피 대상 중 하나였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부인의 오랜 친우이신 멜리사 영애…… 꼭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