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남편과의 이혼을 거부합니다 (64)화 (64/107)

제64화

“빌어먹을…….”

낮게 읊조린 에드먼드의 시선이 텅 빈 의자를 바라봤다. 공백을 증명하듯, 식탁에는 클로엔이 먹다 남긴 음식과 식기 따위가 놓여 있었다.

“지금 거부당한 건가? 내가?”

짜증스러운 듯, 에드먼드의 손끝이 구겨진 이마 위를 지분거렸다. 그러곤 조금 전 나누었던 클로엔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합, 합방이요? 갑자기?’

‘그래. 합방. 이 정도면 당신 몸도 나아진 듯하고, 지체할 이유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따로 뭘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동시에, 풉! 에드먼드가 마시던 물을 내려놓으며 발끈했다.

‘꼭, 굳이 뭘 해야만 하나! 부부라면 응당,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던 게 누군데?!’

‘그때야 그랬다만…….’

‘그랬다만? 허, 나라고 마냥 좋아서 그러는 줄 알아? 이렇게라도 해야 우리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질 테니까. 각자의 위치에서…… 그래, 최소한의 노력을 보이자는 거지. 최소한으로.’

‘최소한의 노력, 뭐 다 좋은데 어쩌죠? 뭐가 됐든, 오늘은 좀 곤란한데…….’

‘뭐?’

‘오늘은 아니라고요. 나도 나름대로 계획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튼, 우리 합방은 조금 뒤로 미뤄요. 그럼 이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