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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 남편과의 이혼을 거부합니다 (60)화 (60/107)

제60화

마주 본 거대 불곰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몸을 굳혔다. 그러곤 소리를 낮춰 현 사태에 관해 조심스레 물었다.

“샤샤, 아까 그 표지판, 혹시 불곰 경고문이었니……?”

“아, 아뇨. 몰타 숲처럼 깊은 산이면 몰라도 여기는 그냥 언덕일 뿐인걸요.”

“그럼 저 산만 한 게 대체 왜 나타났을까?”

“글쎄요. 설마…… 아까 버린 그것, 때문일까요?”

“아까 그거?”

나는 빠르게 눈알을 굴려 옆에 있던 샤샤를 살폈다. 울먹이는 표정을 보아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게 분명했다.

“공병 가져오라고, 흑. 부인께서 버리라고 하셨던 그거요. 사실 꿀로 만든 에이드거든요.”

젠장, 오늘 운수가 좋더라니.

상황을 보아 인근에 있던 불곰이 꿀 냄새를 맡고 내려온 모양이었다.

“으흑, 부인, 저희 이렇게 죽어요? 아직 연애도 못 해 봤는데.”

적잖이 억울하고 서러운지, 샤샤는 코끝을 물들이며 연신 훌쩍였다. 울고 싶은 건 이쪽도 매한가지였다.

그냥 죽은 척할까?

“크르르릉!”

잠시 고민했으나, 기세를 보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듯했다.

아니면 이대로 튈까?

고민과 동시에 어릴 적 보았던 동물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커다란 몸집을 빠르게 날려 앞발로 상대를 가격해 버리던 무자비함은 정말이지 아찔했다.

“크르르. 크릉.”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거대 불곰은 몸을 잔뜩 낮추며 경계했다. 벌겋게 충혈된 눈알을 보아 적어도 며칠은 굶은 모양이었다.

“샤샤, 나 죽거든 에드먼드한테 새장가는 어림없다고 전해.”

“으흑흑, 전하기는 뭘 전해요, 저도 같이 죽을 텐데.”

기어코 눈물을 터뜨린 샤샤와 달리 나는 마지막 유언을 남긴 채, 겸허히 두 눈을 감았다.

크릉! 마지막 이갈이와 함께 거대한 몸집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던 그 순간, “쀼쀼!”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동시에,

-불의 속박.

몽롱해진 머릿속에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젊은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냐 이 중이병 같은 대사는.

“불, 불의 속박!”

생각과 달리 나는 무의식적으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가지런하던 두 팔이 자연스레 허공에 들리고, 이따금 간질거리던 손끝에 열기가 돌기도 했다.

‘왜 조용하냐, 설마 벌써 죽었어? 이렇게 쉽게 간다고?’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주변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거대 불곰의 앞발에 가격을 당해도 두 번은 더 당할 시간이 지났지만, 정적은 계속됐다.

“부, 부인? 여기 지금 천국인가요? 제, 제가 지금 눈을 감고 있어서 뵈는 게 없거든요.”

이상함을 느낀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겁에 질린 샤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나는 천천히 감긴 눈꺼풀에 힘을 줬다. 행여 무언가 달려들까 눈살을 가늘게 뜨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허공으로 시선을 들어 올렸을 땐, 붉은 막에 갇힌 거대 불곰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이런다고?

기막힌 광경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보고도 믿을 수 없어 눈을 비비적거렸으나 변함이 없었다.

‘진짜 마법사라고……?’

나는 황당한 얼굴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열기로 화끈한 두 손이 앞선 상황을 증명하듯, 붉은 아우라를 뿜었다.

‘일전에 부탁했던 마법 서식.’

‘꼭 구해 달라고 했었잖아. 네가 나한테.’

‘로너스 스트릿 8번지, 붉은 차양 카페. 나머지 이야긴 거기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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