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 남편과의 이혼을 거부합니다 (20)화 (20/107)

제20화

타이밍 좋게 나타난 에드먼드의 모습에 나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절로 넓어지는 코 평수를 의식적으로 조절했다.

“어머, 여보! 여기에는 무슨 일이에요.”

이어진 목소리에 두통이 일었다. 지끈거리는 감각이 퍽 불쾌했다. 커다란 에드먼드의 손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저 망둥이 같은 여자가 도망이라도 간 줄 알고, 여간 신경 썼던 모양이군.’

에드먼드가 입술을 짓이기며 흐트러진 표정을 바로 잡았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당신이 왜 여기에 있지? 이것들은 또 다 뭐고.”

주변을 살피던 그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물었다. 서늘한 눈초리에 한껏 들떠 있던 단원들의 입술이 꾹 닫혔다.

“아! 당신을 보러 왔다가 없길래, 기사님들이랑 이야기도 나눌 겸 레틴에게 음식을 좀 준비해 달라고 했어요. 맛있는 건 같이 먹으면 더 즐겁잖아요.”

“훈련 중에 먹자판이라니 아주 잘들 하는 짓이군.”

무뚝뚝한 목소리와 함께, 에드먼드의 붉은 눈동자가 빠르게 클로엔을 살폈다.

드러난 어깨와 목덜미, 푹 파인 가슴께까지.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자유분방한 의상이었으나 유독 눈길이 갔다. 옷 군데군데 묻은 거뭇한 자국을 발견하곤 에드먼드가 말했다.

“꼴은 또 그게 뭐지?”

“아! 이거 기사님들이 냄새 때문에 힘들다길래 숯을 좀 가져다줬거든요. 그러면서 좀 묻었나 봐요. 모양은 이래도 탈취에는 숯이 최고라.”

나는 부러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싸늘하디싸늘한 남편의 반응이었다.

“이만 돌아가.”

“아직 음식이 많은걸요. 아직 단원들과 할 이야기도 남아 있고……!”

“그 꼴을 하고, 여기에 계속 있을 참인가? 당신이 방해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모양이군.”

날카로운 그의 말에 입술이 꾹 닫혔다. 틀린 말이 없어 더 짜증스러웠고, 반박할 말이 없어 더 작아졌다.

“그래요, 거참 미안하게 됐네요! 내 나름대로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방해꾼은 이만 갈게요!”

상한 기분을 드러내려 부러 뾰로통하게 대꾸했다. 그러곤 빠르게 몸을 돌려 걸음을 내디뎠다.

“부, 부인! 같이 가요!”

옆에 있던 샤샤가 후다닥 뒤를 따랐다. 클로엔의 퇴장과 함께 화기애애하던 연무장은 순식간에 얼음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에드먼드의 시선이 자연스레 티베로에게 향했다.

“공작님…….”

손에 든 물건들이 눈에 익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제 부인의 손가락에 끼어 있던 반지들이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따라와.”

이내 서늘한 목소리가 울렸다.

* * *

내부는 숨 막히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가시방석이나 다름없는 공작과의 독대였다. 티베로의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어서 빨리 이 지옥 같은 시간이 끝나기를. 상황을 지켜보던 멜빈은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죽였다.

얼마나 흘렀을까, 굳게 닫혀 있던 랜돌프 공작의 입술이 틈을 벌렸다.

“클로엔과 무슨 이야기를 했지? 주방에도 함께 갔다던데.”

“그게…….”

일순 티베로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다. 공작님께 절대 비밀을 유지하라던 부인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우리 그이한테는 꼭 비밀로 하고요. 알았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