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오셨습니까?”
대기 중이던 멜빈이 공작을 향해 말했다. 이내 가지고 있던 회중시계를 딸깍이고는 서둘러 다음 말을 이었다.
“약속한 시각에 맞추려면 평소 보다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마차를 준비시켜 뒀으니, 이쪽으로 가시죠.”
“됐으니까, 따라와.”
에드먼드가 긴 다리를 뻗어 성큼성큼 내디뎠다.
“공작님!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역시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멀어지는 상관의 뒷모습을 보며 멜빈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재빨리 그의 뒤를 따랐다.
“같이 가시죠, 공작님!”
두 사람의 발걸음이 마구간 앞에 섰다. 에드먼드가 잘 정돈된 흑마의 고삐를 낚아챘다.
“잘 있었나, 막시?”
순식간에 안장 위로 올라탄 그가 막시의 갈기를 비비적대며 말했다. 멜빈 역시 서둘러 말에 올라탔다.
“공작님을 편히 모시려고 마차까지 준비했는데 이번에도 말을 타고 가시는 겁니까?”
“기사에게 마차보다는 말이지. 불편해. 느리기도 하고.”
“하지만 공작께서는 이제 고위 귀족이잖습니까? 보는 눈들이 있고, 전하는 입들도 많은데 조심해서 나쁠 거는 없습니다.”
“…….”
뒤따르던 멜빈이 연신 툴툴거리며 말했다. 더불어 에드먼드의 미간 역시 점점 휘어갔다.
“그렇잖습니까, 말을 타게 되면 아무래도 얼굴이 노출되고 그러다 보면 저희 동선 역시 모두……!”
멜빈이 다음 말을 이어 가려던 찰나, 에드먼드가 다음 말을 가로챘다.
“자네, 원래 그렇게 말이 많았었나?”
“저는 다 공작님을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클로엔이 이런 기분이었겠군.”
“갑자기 부인은 왜……? 혹 식사 자리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글쎄.”
무언가 생각난 듯, 에드먼드가 한쪽 입꼬리를 느슨하게 올리며 말을 아꼈다.
‘에드먼드 경, 당신 원래 그렇게 말이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