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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69화 (494/500)

외전 69화 운동회 (2)

시하는 하나하나 빠르게 그렸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그린 캐릭터였고 임티처럼 단순한 그림이 많았다.

보완해야 할 것들은 살며시 보완했다.

거기에 색을 입혔다.

캐릭터들은 확실히 색을 입히니 생동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끝!”

오래 걸릴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아이들이 이미 그림을 그려서 그런 걸까.

아니면 시하의 손이 빠른 걸까.

이미 그린 그림에 색을 적어두어서 그럴까.

엄청나게 빨리 된 느낌이었다.

‘한 반에 사람이 적은 것도 있으니까.’

시하는 패드를 보며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형아. 이거 봐봐. 캐릭터 다 귀엽지?”

“응. 다 귀엽네.”

“이제 이거 다 합친 것도 나올 거야.”

“응? 아직 다 안 끝났어?”

“아니. 다 끝났어. 이거 캐릭터는 앞에 여기에.”

시하가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티셔츠 앞면에 작게 붙일 생각인 것 같다.

“애들 캐릭터 다 모아서 등에 붙일 거야.”

“오!”

확실히 캐릭터들이 각자 있는 것도 좋지만 반티니까 모두가 모인 것도 필요한 것 같았다.

시하가 교실 배경에 캐릭터를 모두 모이게 만들었다.

마치 단체 사진을 찍듯이 말이다.

“이렇게 하면 끝!”

복사 붙여넣기가 이렇게 편리하다.

진짜 깔끔하게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이거는 승준이 캐릭터고.”

축구공에 유니폼을 입힌 캐릭터.

“이거는 하나 캐릭터.”

귀여운 토끼 캐릭터가 복슬복슬한 헤어밴드를 하고 있었다.

“이거는 종수.”

노트북이 안경을 쓰고 있는 캐릭터였다.

종수다운 똑똑한 느낌이기는 했다.

“이거는 재휘.”

모자를 쓰고 야구 져지를 걸쳐 입었다.

뭔가 멋진 느낌이 있었다.

“이거는 연주.”

여자애가 그려져 있었는데 꼬리가 아홉 개였다. 누가 봐도 구미호 컨셉이었다.

“이거는 은우.”

스냅백을 쓰고 선글라스를 낀 얼굴만 크게 그려져 있었다.

몸이나 팔다리는 아예 그리지 않은 것 같았다.

입은 씨익 웃으며 이빨을 보였는데 장난꾸러기 캐릭터처럼 느껴졌다.

“이거는 윤동!”

“우와!”

팔다리가 분리된 회오리였던 그림이 시하의 손에서 수리됐다.

알고 보니 윈드밀을 하는 캐릭터였다.

어쩐지 회오리가 있는 게 이상했다.

근데 저건 그냥 새로 그려준 수준인데 수리라고 하는 게 맞나?

“마지막으로 형아!”

“응?”

단체 캐릭터에 옥에 티처럼 천사페페가 떡하니 있었다.

아니. 저건 언제 넣은 거야?

이 반티에 저게 있으면 이상하잖아?!

“시하야. 형아는 빼는 게 좋지 않을까?”

“나중에 애들한테 물어볼게!”

“아니. 물어보고 자시고 형아는 시하 반이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네가 괜찮으면 다 괜찮은 거니?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저기 천사페페가 있는지도 몰랐을 것 같았다.

이거 이렇게 막 사적인 거 넣으면 안 돼! 공적인 일인데!

“이제 저장하고 꺼야지. 형아는 일 다 했어?”

“어? 응? 응! 형아도 다 했지.”

어차피 내일 할 일을 앞당긴 것뿐이니까.

거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근데 시하야. 진짜 천사페페 넣을 거야?”

“응! 이게 제일 중요해.”

“시하야. 반티라는 걸 잊지 말아줬으면 해.”

“안 잊었어!”

아니야. 너 잊은 것 같아.

***

강인초등학교 1학년 1반.

시하의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다들 자기 캐릭터가 패드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우와! 색칠도 예쁘게 되었어!”

“캐릭터 진짜 좋다!”

“시하야. 고마워!”

“시하야. 너 진짜 대단하다.”

다들 시하에게 고마워했다.

담임도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았다.

“흠흠. 여러분. 이제 티를 만들 거예요.”

“네에!”

“생각보다 금방 와서 다행이에요.”

선생님이 잉크젯 열전사지를 보여주었다.

저 종이에 캐릭터가 인쇄되는 것이다.

“이제 인쇄를 해서 가위로 오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한 사람은 선생님에게 오면 다림질해서 예쁘게 티에 붙여줄게요. 알았죠?”

“네!”

선생님이 아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과정은 매우 간단했다.

인쇄를 하면 아이들이 가위를 가지고 캐릭터를 자른다.

가져오면 선생님이 티를 가지고 다림질을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순식간에 반티가 완성된다.

“짜잔! 벌써 하나 완성되었어요.”

“우와!”

아이들이 반티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모두가 함께 만든 반티가 너무나도 귀엽고 특별했으니까.

어디에서도 구하지 못하는 특별한 티였다.

“자. 시하야.”

제일 먼저 시하에게 주었다.

시하가 바로 윗옷을 벗어서 입어보았다.

“어때?”

아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예쁘다!”

“와! 진짜 귀엽다.”

시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거 멋있는 거야.”

시하에게는 멋있는 게 중요했다.

“아! 맞다! 너희들한테 말 안 한 거 있는데!”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등을 돌려서 단체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손을 등 뒤로 해서 열심히 어딘가를 가리켰다.

“사실 여기에 천사페페라고 우리 형아 캐릭터도 숨어있어.”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단체 캐릭터를 보았다.

승준이 풉 하고 웃었다.

“하하하. 우와 진짜네. 시혁이 형 캐릭터다. 너무 캐릭터 많아서 여기 숨어있는지 몰랐어.”

“진짜 시혁이 오빠네? 웃기다.”

아이들이 다들 몰랐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시하는 어리둥절했다.

“우리 형아 캐릭터 있는 거 괜찮아?”

“응. 괜찮아.”

“맞아. 그리고 시하의 페페 캐릭터랑 별 차이도 없고.”

실제로 시혁의 얼굴도 아니고 그냥 날개만 달린 페페가 하나 더 있을 뿐이기에 아이들은 별 상관없어 했다.

“어? 시하아. 근데 여기 우리 사이에 뭔가 이상한 거 있는데?”

“어? 그러네? 악마 날개 하나가 있어.”

시하가 웃었다.

“그거? 앙마날개야. 일부러 무섭게 숨겼어!”

“귀신 같은 거네? 하하하. 재밌다! 이렇게 있는 거.”

아이들이 시하의 등을 보고 열심히 뭔가를 또 찾기 시작했다.

시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아무것도 없는데…. 그리고 내 등 이제 그만 봐. 패드로 보면 되잖아.”

“아, 맞네.”

그때 담임이 옷을 또 완성했다.

“자. 다들 자기 거 가져가서 보세요.”

“네!”

금방금방 만들어져서 반티를 전부 입게 되었다.

선생님은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반에 비해 자신의 반이 제일 특이한 반티를 한 것 같았으니까.

“자. 자. 그럼 우리 단체로 입고 사진 찍을까요?”

“네!”

그 말에 아이들이 알아서 책상을 밀었다.

담임은 당황했다.

“어? 책상까지 밀게?”

“그래야 공간이 나오죠.”

담임은 그냥 다들 앉아 한 컷 찍을 생각이었는데 역시 아이들은 달랐다.

순식간에 책상이 밀어지고 자리가 만들어졌다.

“흠흠. 그럼 한 컷 찍을게.”

“네!”

찰칵.

사진을 찍었다.

포즈를 통일하지 않아 다들 다양했다.

승준이는 괴상한 얼굴로 입을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나는 한 손을 뺨에 대고 예쁜 표정.

연주는 재휘의 팔짱을 꼈고 재휘가 부끄러운지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종수는 어딘가 딱딱한 표정으로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윤동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았다.

은우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배를 부여잡았다.

마지막으로 시하는 브이를 머리 위로 붙이며 귀를 만들었다.

“흠흠. 다들 잘했어요.”

시하가 말했다.

“쌤. 빨리 와서 같이 찍어요.”

“응?”

“쌤도 찍어야죠. 다 나와야 단체 사진이잖아요. 여기 등에 반티도 쌤 캐릭터 있는데.”

“응. 그렇지.”

선생님 캐릭터.

긴 머리에 얼굴과 어깨까지만 그려진 그림이 있었다.

“그럼 여기에 세워두고. 자. 또 한 번 찍는다.”

“네!”

찰칵.

“등 보이며 찍는다.”

다들 등을 보이며 한 컷 더.

찰칵.

이로써 사진을 다 찍었다.

담임이 사진을 흐뭇하게 보더니 선생님들이 있는 단톡방에 올렸다.

아마 보고 난리가 날 것이다.

***

이제는 운동회에 나갈 인원들을 뽑는다.

정말 중요한 일이기에 진행은 반장인 종수에게 맡겼다.

선생님은 종수가 못 하면 도와주기 위해 교실 창가에 서 있었다.

괜히 바로 옆에 있다가 시선이 분산될 수 있으니까.

“종수야. 선생님이 칠판에 다 적어뒀거든. 필요한 인원 수도.”

“네!”

“이제 잘 진행해 보자.”

“네!”

아직 1학년이라 이런 역할은 멀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게 다 경험이었다.

종수가 크흠 하면서 헛기침을 하고 아이들을 쭉 둘러보았다.

“자. 그럼 단체로 나가는 건 빼고 우리 반에서 개인으로 운동 나갈 사람이 필요해. 먼저 달리기! 제일 잘 달리는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뽑을 수 없었다.

종수가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승준이 네가 잘 달리잖아.”

“아! 싫어! 나는 사커해야 해.”

“야. 운동회 때 사커 안 하거든?”

“왜?”

“아니. 칠판에 없는 거 이야기하면 어떡하냐.”

“그럼 교장 선생님에게 가서 건의하자. 사커 만들어 달라고!”

“그게 되겠어!”

“반장이 그런 일을 해야지.”

“아니거든?”

시작부터 삐걱거리며 위기를 맞은 종수였다.

역시 반장은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크흠. 그럼 윤동이 네가 할래?”

“귀찮아.”

“어차피 너는 운동 잘해서 이 중에서 나가야 해.”

“으음. 알았어.”

종수가 드디어 해냈다는 얼굴을 했다.

담임이 다가와서 개인 달리기에 윤동의 이름을 썼다.

“다음은 이어달리기. 계주 할 사람? 바통 넘기고 달리는 거야.”

시하가 손을 들었다.

“나 할래!”

“그래. 이시하.”

승준이 손을 들었다.

“시하가 하면 나도!”

“야! 승준이 너는 아까 달리기 안 한다면서?”

“그건 시하가 없었잖아. 내 베스트 뿌렌드가 나간다는데 나도 나가야지.”

능글맞은 승준의 말에 종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시하랑 승준이. 여자 2명 남았는데.”

그때 하나랑 연주가 손을 들었다.

결국, 마지막 계주는 강인어린이집 출신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자. 그럼 다음은 전부 단체 게임이야. 줄다리기랑 공 던지기, 그리고 판 뒤집기가 있네.”

시하가 물었다.

“공 던지기는 뭐야?”

“어. 이건 상대편에게 공을 많이 던져서 우리 편의 공을 많이 없애 이기는 게임이야.”

“판 뒤집기는?”

“빨간색 파란색 판이 있는데 그걸 많이 뒤집는 게임이야. 우리가 빨간색이면 판을 뒤집어서 빨간색이 많이 나오면 승리.”

“종수 바보 아니다!”

“야! 그럴 때 똑똑하다고 해야지. 왜 바보 아니라고 해!”

“종수 똑똑하다.”

종수는 뭔가 당한 것 같지만 시하가 똑똑하다고 해줘서 별말을 못 했다.

“끄응.”

그저 속으로만 앓을 뿐이다.

종수가 다시 칠판을 보았다.

“보자. 이제 남은 거 없지? 다 정해졌네?”

“종수야. 저건 뭐야?”

“응?”

시하가 가리킨 곳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학년 대표 학부모 계주.

“아. 저거? 1학년이랑 2학년 학부모가 달리기 시합을 하는 거야. 각 반에 학부모 대표를 뽑는다고 선생님한테 들었어.”

담임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기면 뭐 좋은 거 줘?”

“어. 여기서 이기면 점수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학년 전체에게 상품을 준다고 하던데? 뭔지는 비밀이랬어.”

시하가 눈을 반짝였다.

“그럼 1반 대표는 우리 형아가 하자.”

“어?”

시하는 형아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참가시켰다.

종수가 고개를 저었다.

“이거 우리가 정하는 거 아니야.”

“그럼 누가 정해?”

“어? 아무래도 엄마나 아빠가 알아서 정하겠지?”

종수는 잘 모른다는 듯이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담임이 살며시 웃으며 일어섰다.

“운동회 때 오실 수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 먼저 조사부터 할 거예요. 그리고 오신다는 분 중 이야기 나눠보고 결정할 거예요.”

시하가 말했다.

“우리 형아는 무조건 와요.”

“응. 그럴 것 같기는 해.”

왜인지는 모르지만 시하의 어깨가 쫙 펴졌다.

“그러면 종수야. 엄마한테 우리 형아가 1학년 대표한다고 전해주면 되겠다. 다른 반에 있는 엄마들도 찬성할 거야.”

종수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뭔데 다 찬성한다고 해?”

“우리 형아니까.”

당당한 말에 종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뭐, 일단은 엄마한테 전달은 할게…….”

그렇게 며칠 뒤.

이시혁. 1학년 1반 학부모 계주 대표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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