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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65화 (490/500)

외전 65화 직업 인터뷰 (2)

삼촌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귀찮아하면서 다 들어준다는 점에서 시하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정말 제대로 쓰는 거 맞지?”

“응!”

삼촌이 시하의 인터뷰를 의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시혁이 인터뷰할 때 이상하게 적는다는 정보를 획득했으니 의심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었다.

시하는 그런 삼촌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인터뷰 속행.

“삼촌은 어떤 일을 했어?”

“스파이.”

“스파이?!”

“응.”

“스파이가 뭐야?”

“그것도 모르면서 왜 놀랐어?”

“그냥 한번 놀라봤어.”

삼촌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설명할지 고민하다가.

“적한테 몰래 같은 편이라고 속이는 거지.”

“그래서 삼촌이 거짓말을 잘하는구나.”

“아니야! 아니. 아닌 게 아닌가?”

“스파이라서 거짓말 잘함.”

“왜 그런 답변을 쓰는 건데!”

뭐 펙트이긴 하니까 쓰는 것 아닐까요?

시하 놀린다고 거짓말도 잘하긴 하니까.

“그럼 다음 질문. 삼촌 씨.”

“삼촌 씨라고 하면 이름이 삼촌인 거 같잖아.”

“그럼 이화상 씨.”

“그거 진짜 내 이름 아니거든!”

“삼촌은 스파이니까 진짜 이름 안 해도 되잖아.”

“은퇴한 지 오래야…….”

“그럼 삼촌 씨.”

“그래. 마음대로 불러라.”

“스파이 일은 재밌었나요?”

“아니요. 살벌했습니다.”

“왜?”

“들키면 안 되잖아.”

시하는 연필을 끄적이며 공책에 적기 시작했다.

“스릴을 즐겼다.”

“안 즐겼어! 무슨 놀이공원인 줄 알아?”

“네. 다음은.”

“말 좀 들어라.”

시하는 그런 삼촌의 말을 듣지 않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힘든 일은 없었나요?”

“삼촌은 우수하기 때문에 힘든 일이 생겨도 금방 해결했지.”

“정말?”

“그럼. 웬만한 건 총으로 다 해결되는 법이니까.”

이번에는 나는 황당하다는 듯이 삼촌을 보았다.

아니. 뭔 그런 일을 아무렇게나 말해.

“삼촌. 그 대답은 조금 그렇지 않아요?”

“아니야. 시하도 이제 알 건 알아야지. 때로는 강력한 힘이 대부분의 일을 해결 해준다는걸.”

나는 등을 찰싹 때렸다.

삼촌이 따갑다는 듯이 등을 싹싹 긁었다.

“아파.”

“아프라고 때렸어요.”

시하가 열심히 뭔가를 적는다.

“총으로 대부분 해결된다.”

“그런 거 안 적어도 돼!”

“응.”

시하가 두 줄을 그었다.

삼촌이 경악했다.

“그게 제일 중요한데! 미국은 총이 호신용이야!”

“네. 알겠고요. 여기는 한국입니다.”

시하가 다음 인터뷰 질문을 날렸다.

“스파이 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싸움 실력이지.”

“싸움 실력!”

그거 맞아?

속이고 속이는 게 아니라?

“그러면 마지막 질문입니다. 다음에 태어나도 이 직업을 하실 건가요?”

“아니!”

“그러면 어떤 직업을 하실 건가요?”

“금수저로 태어나 아무 일도 안 할 거야. 하하하!”

시하가 공책에 그 말을 열심히 적었다.

“다음에는 태어날 때부터 백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 중얼거림을 삼촌도 들었는지.

“금수저로 태어나고 싶다고 적어야지!”

“금수저 백수로.”

“백수는 빼도 되잖아.”

“이게 제일 중요해.”

파란만장했지만 어찌 되었든 삼촌과의 인터뷰는 끝이 났다.

아. 힘들었다.

“이제 백동 형아랑 인터뷰해야지. 형아. 백동 형아한테 연락하자.”

“아. 그럴까?”

백동환이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요새 만난 적이 없어서.

연락은 하고 지내는데 서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접점이 많이 사라졌다.

“그럼 통화해 보자.”

“응!”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백동환이 전화를 받았다.

「형님! 어쩐 일이십니까! 이렇게 통화를 다 주시고!」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목소리만 들어도 건강한 걸 알 수 있었다.

잘 지내나 보네.

“내가 볼일 있는 건 아니고 시하가 너한테 볼일이 있대.”

「정말입니까? 너무 영광이네요. 시하가 저한테 볼일이 있다니.」

“뭘 또 영광이기까지야.”

「잠시만요. 이거 녹음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간직해야 해요.」

“그 정도는 아니야. 진정하고.”

시하가 연락 준 걸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시하에게 폰을 건네주었다.

“여보세요. 백동 형아.”

「오. 시하야. 안녕~」

“안녕!”

「근데 시하는 어쩐 일이야?」

“백동형아 직업 인터뷰 해야 해. 승준이랑 하나랑 같이 가기로 했어.”

「직업 인터뷰? 성우?」

“응. 성우. 학교 숙제야.”

「그래? 시하가 내 직업에 대해서 인터뷰하다니. 정말 가문의 영광이네. 나도 녹음해야겠다.」

“왜?”

「하하하! 당연히 기록에 남겨야지. 이런 일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잖아.」

“그건 그래.”

확실히 이런 일은 흔하지 않긴 했다.

역시 성우라서 그런지 바로 녹음할 생각을 한다.

「시하야. 이왕이면 내가 학교에서 강의해 줄까!」

“응!”

아니. 아니. 뭘 멋대로 강의해 준다고 하나. 심지어 그걸 왜 시하가 허락해?

이제 그만 제지를 좀 해야겠다.

“그만하고. 언제 시간 돼?”

「으음. 잠시만요. 스케줄 좀 확인하겠습니다.」

스케줄을 확인한다는 모습에 정말 열심히 일하는구나 싶었다.

하긴 성우니까 방송 스케줄에 따라서 해야 하는 일도 있을 거니.

「저는 토요일에 괜찮습니다. 그때 한번 보시겠습니까? 시하야. 다른 아이들은 어떤지 물어봐 줘.」

“백동 형아. 나도 토요일 괜찮아. 승준이랑 하나도 괜찮을걸?”

「승준이랑 하나랑 오는 거야?」

“응.”

「혹시 모르니까 시하가 한 번 더 물어봐.」

“알았어. 백동 형아 그럼 토요일에 재밌게 놀자.”

아니. 논다니. 인터뷰는?

「흐음. 토요일에 어떤 걸 준비해야.」

아무것도 준비 안 해도 되거든!

인터뷰인데 뭘 준비하려고 하는 거야.

「이왕이면 캠핑 인터뷰를…….」

나는 시하가 쥐고 있는 폰을 잡았다.

스피커 모드라서 목소리가 들릴 테지만 그만큼 다급했다.

“캠핑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야. 캠핑할 시간 없으니까 끊어.”

「아쉽습니다.」

“하나도 안 아쉽거든?”

어찌 된 게 기겁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럼 토요일에 볼게. 안녕~”

「그래. 나중에 시간은 알려주고.」

“응!”

통화가 종료되었다.

하마터면 당일치기 캠핑을 할 뻔했다.

당일치기는 절대 안 되지.

“형아.”

“응?”

“미술쌤도 인터뷰해야 해.”

“아. 그래?”

바쁜 토요일이겠구나.

인터뷰하러 돌아다니는 하루.

근데 이렇게 많이 인터뷰해야 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담임쌤이 이렇게 많이 숙제를 내주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담임쌤이 이렇게 많이 숙제 안 내줬지?”

“응? 응! 내가 인터뷰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응. 그럴 줄 알았어.”

그래도 다행인 게 있다면 승준, 하나 집도 자신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할까.

나만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

시하, 승준, 하나.

삼총사가 모였다.

서로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반긴다.

언제나 봐도 쟤들은 왜 오랜만에 만났다는 듯이 서로를 반기는 걸까?

아무래도 그만큼 친해서 그런 것이겠지.

“저희 애들 때문에 이렇게 인터뷰도 잡아주시고. 고마워요.”

승준 엄마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아니에요. 어차피 승준이랑 하나 아니었어도 이렇게 됐을 거예요.”

“그래도요. 오늘 애들이 종일 있을 건데. 누굴 닮아서 저렇게 기운이 넘치는지.”

“스스로 일을 찾는 건 좋은 거죠.”

“때로는 안 찾았으면 좋겠다 싶지만요.”

“하하하. 체력이 안 따라주기도 하죠.”

이해한다.

체력이 안 따라주면 참 쉽지 않은 것이니.

“형아. 빨리 와.”

“알았어.”

먼저 들린 곳은 미술 선생님의 집이다.

배상현이 문을 열고 아이들을 보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미술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세 아이가 인사를 한다.

나도 승준 엄마도 함께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서 오세요. 들어와요.”

쌍둥이는 신기한지 집 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배상현은 시하와 쌍둥이를 가만히 보았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아무래도 아들이 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온 느낌을 받고 있지 않을까 싶다.

“승준아. 하나야. 여기 와 봐. 내가 엄청난 거 보여줄게.”

시하는 자기 집처럼 배상현의 집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먼저 시하가 열심히 그린 그림들이 있는 방.

그리고 수업할 때 들어가는 방.

2층으로 올라가서 배상현이 임의로 만든 피씨방까지.

“어때? 여기 엄청나지? 피씨방이야.”

승준이 놀란 얼굴을 했다.

“우와. 진짜 피씨방이다!”

“오빠. 컴퓨터 엄청 많아. 우와.”

아이들이 컴퓨터를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

저기 얘들아. 방 구경 온 거 아니고 오늘 인터뷰하러 온 건대?

어찌 된 게 벌써 컴퓨터 앞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배상현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친구들을 데리고 왔을 때 조사해 봤습니다.”

“예?”

언제 그런 것까지 조사하셨어요?

아. 설마 올 걸 미리 말했을 때부터?

“피자, 치킨, 햄버거. 삼종 세트를 시켜주면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합니다. 언제 시킬까요?”

“그건 생일 파티 때 정도로 시키지 않을까요? 보통 싸게 하려면 햄버거로.”

“그래도 집에 초대했는데.”

“그거 다 시키면 못 먹거든요?”

“남으면 제가 데워서 먹겠습니다.”

“예?”

대체 어떤 조사를 하신 겁니까.

그것보다 누가 그런 걸 알려줬어?!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배달시켜 주면 더 좋아한다고.”

“거기까지 안 들어간다니까요? 아니. 왜 일단 시키시려고 해요?!”

“이럴 때가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대체 무슨 기회요? 점수 딸 기회?

원래 인터뷰 요청한 사람이 받아줘서 감사하다고 말하지 않나?

어찌 된 게 인터뷰받은 사람이 대접할 생각을 하고 있어?

뭐…. 미술 선생님 집에 들른 거니까 대접할 수 있긴 한데…….

아니다. 이럴 때 나라도 정신 차리자.

“일단 인터뷰부터 진행하고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

“그사이에 시키면 올 거니까 미리 배달부터…….”

“네. 알겠습니다. 그러시죠.”

아무래도 미술쌤은 뭔가 들뜬 느낌이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내버려 두자.

승준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피씨방에 있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 아이들이 좋아할 공간이네요. 위험하게.”

아무래도 어머니 입장에서는 좀 그러시죠?

집안에 피씨방이라니.

그런데 이게 또 남자의 로망이거든요?!

뭘 또 속으로 변명하고 있는지.

그래서 그냥 하하하 하고 웃어넘겼다.

“미술쌤이 애들을 위해 피자랑 치킨 시켜 주신대요?”

“네?! 아니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꼭 해보고 싶대요.”

“미술 선생님이 아이들을 엄청 좋아하나 보네요.”

“하하하. 그렇죠.”

어찌 되었든 피자와 치킨을 시키게 되었다.

햄버거는 말렸다.

좀 과한 것 같아서.

“피자를 조사해 봤는데 여기 피자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토핑도 더 추가하고 치즈크러스트도 추가하고. 어떠십니까?”

배상현이 뭔가 뿌듯한 얼굴로 조사한 걸 자랑하고 있었다.

그. 애들이면 뭐든 좋아하지 않을까요?

세세하게 따지는 애들이 아니라서.

“좋은 것 같아요.”

“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럼 시키겠습니다.”

그래도 아이, 어른 포함해서 6명이니 많이는 안 남길 것 같긴 했다.

이게 무슨 생일 파티도 아니고.

“햄버거 뺏으니 아이스크림도 시켰습니다.”

“예?”

“걱정 마세요. 어른들을 위해 나중에 커피도 시킬 생각이니까.”

그걸 걱정한 건 아닙니다만?

오늘 인터뷰하러 왔다가 배 터지게 생겼다.

백동환 만날 때는 아무것도 못 먹을지도 모르겠다.

“얘들아. 이제 컴퓨터 그만 만지고 인터뷰할까? 오늘 인터뷰하러 왔잖아.”

“아 맞다!”

시하가 이마를 탁 쳤다.

순간 컴퓨터에 정신 팔려서 까먹은 게 틀림없어 보였다.

승준이 말했다.

“게임 한판만 하고 하면 안 돼요?”

하나가 승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오빠. 맨날 그렇게 숙제 미뤘잖아. 빨리하고 하면 더 많이 할 수 있어.”

“아, 이거 하고 할 수 있는데!”

“안 돼!”

나는 쌍둥이를 보며 풉 하고 웃었다.

저 말하는 거로 괜히 평소 생활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으니까.

승준 엄마는 부끄럽다는 듯이 이마를 집고 있었다.

“미술쌤.”

“응?”

시하는 어느새 미술쌤 옆에 와 있었다.

“인터뷰 시작해요. 제가 엄청난 질문 만들어왔어요.”

“정말?”

시하야. 뭐가 그렇게 맨날 엄청난 질문이 있어?

질문지는 굉장히 평범한 거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만.

“빨리요. 빨리.”

“알겠어.”

우리는 피씨방을 뒤로 한 채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승준은 미련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하나에게 끌려갔다.

“피파 해보고 싶었는데…….”

역시 게임도 축구 게임을 하고 싶었나?

승준이답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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