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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47화 (472/500)

외전 47화 방학 (1)

나는 눈을 껌뻑 뜨며 폰을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이렇게 댓글이 많이 달릴 일인가? 그것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생각해 보니 인별 팔로워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시하 덕분에 방송도 나가고 그래서인지 굉장히 빨리 늘어났는데 그 이후로 별다른 걸 올리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영상을 하나 투척했는데 이렇게 빨리 댓글이 막 달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너무 귀여워요 ㅠㅠ

-아놔 시혁이 보러왔다가 시하한테 빠지네ㅠㅠ

-나도 닭다리 먹여줘....

-하아... 다이어트해야하는데... 시하 때문에 치킨 시켰어...

뭐 대부분 시하가 귀엽다는 댓글이 달렸다.

-좀 많이 올려줘요ㅠㅠ

-이게 대체 얼마 만이야ㅠㅠㅠ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인데 뭔가 더 올려줘야 하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아니. 이거 그냥 개인 인별이라구요.

그건 그렇고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 올리긴 했다. 개인 인별치고는 너무 소홀했던 걸까?

가끔 올려야 하나?

그런 느낌도 없잖아 생기기는 했다.

“형아. 많이 올려달라고 쓰여 있네.”

시하가 내 옆에 딱 붙어서 같이 폰을 바라보았다.

“응. 시하가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이 더 보고 싶나 봐.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하고.”

“왜?”

“시하가 귀여우니까.”

“그건 아닌데. 나는 형아 닮아서 멋있는데. 안 귀여워.”

“그럼 시하가 멋있으니까.”

“형아. 여기 답글 달아줘. 나 안 귀엽다고. 나 멋있다고.”

“알았어. 알았어.”

이거 답글 달아도 되나?

괜히 볼을 긁적이게 된다.

-시하가 옆에서 말하는데 저 안 귀엽고 멋있다고 하네요.

-응! 너무 멋있어!!

바로 답글 달리는 건 뭘까.

뭔가 오구오구 해 주는 느낌이다.

그렇게 인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앞에 있던 배상현이 물어봤다.

“시하가 그렇게 인기가 많아요?”

“아…. 네. 시하가 영화도 전에 한 번 나왔고 이번에 너튜브 방송도 나가고 토크쇼도 한 번 나갔으니까…. 아마 인기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거기 나간 건 알았는데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냥 뭐 이제 아는 사람만 아는 거죠.”

진짜 연예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일반인 중에서라면 인기 있는 쪽이겠지만 그래도 인플루언서에게는 안 되지.

“치킨 먹어요. 치킨.”

“네. 그래요.”

인별로 깜짝 놀랐지만 여기까지다.

지금은 가족의 시간을 즐길 때니까.

시하가 치킨을 들고 반들반들한 입으로 말했다.

“형아. 맛있다.”

“응. 맛있네.”

***

강인 초등학교.

담임이 시끌시끌 떠드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은 눈치챘는지 얌전히 앉아 있었다.

“자. 자. 여러분. 여기 보세요.”

그제야 아이들이 떠드는 것을 멈췄다.

물론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서 귀를 닫아버린 아이.

바로 승준이었다.

“아. 그래서 있잖아. 내가 공을 뻥 찼는데 골대가 맞더라고. 하하하.”

“승준아. 여기 보세요~”

“앗!”

승준이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았다.

시하도 승준이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가 선생님이 오신 걸 이제야 눈치챘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여기를 봐달라고 할 뿐이다.

“이제 방학식까지 얼마 안 남았죠?”

“네!”

종수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일주일 남았어요!”

이렇게 정확하게 날짜를 대답하는 아이도 있는 법이다.

담임은 그런 종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일주일 남았어요. 방학 때 다들 놀 생각에 좋죠?”

“네!”

“하지만 방학 때 놀기만 하면 몸에 안 좋아요. 그래서 선생님이 숙제를 준비했답니다.”

“안 돼~~”

아이들이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했다.

숙제라니!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놀고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제일 안 좋아하는 건 숙제였다.

“방학에는 방학 숙제가 있어요. 놀기만 하지 말고 알뜰하게 숙제도 하면 더 재밌어져요.”

“아닌데요!”

“정말이라니까요. 보세요. 여러분. 숙제 끝나고 놀 때가 더 재밌다니까요!”

원래 재미는 상대적이다.

뭔가 엄청 열심히 하고 놀면 더 재밌는 법.

그때 승준이 말했다.

“사커는 숙제하든 안 하든 최고로 재밌는데요! 그러면 숙제 안 해도 되잖아요.”

“아니야. 숙제하면 슛을 더 잘 쏠 수 있어요.”

“그건 거짓말이에요!”

“정말이라니까. 수학을 공부하면 딱 계산대로 골대에 들어가요.”

“에이! 그럼 국어는요?”

“국어를 잘하면 나중에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울 때 도움이 돼요. 해외리그 갈 때 같은 팀이랑 이야기해야 하잖아요.”

“!!!”

승준이 완패.

담임은 이제 승준이에게 익숙해졌다.

이렇게 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시하가 말했다.

“숙제 있으면 형아가 내 옆에 더 오래 있어 줘.”

그래. 너는 숙제가 목적이 아니라 형아가 목적이지? 형아가 옆에서 숙제하는 거 봐주니까.

시하가 갑자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삼촌이 끼어들어서 틀렸다고 놀리면 힘든데.”

저기요? 시하 삼촌 씨? 대체 애한테 뭘 하는 겁니까!

가만 보면 삼촌이라는 분은 시하를 놀리기 위해 사는 게 아닐까 싶다.

담임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아무튼 그러니까 방학 숙제 프린트를 보여줄게요. 엄마랑 아빠랑 그리고 형아한테 잘 보여주세요.”

“네!”

아이들이 방학 숙제 프린트를 받았다.

[공통 과제]

-그림일기 쓰기 : 일주일에 한 번(물론 매일 써도 됩니다)

-독서하기 : 독서 스티커에 색칠해 주세요(20개)

-선택 과제 2개 (물론 2개 이상 해도 됩니다.)

[선택 과제]

-교육 방송 시청하고 인증 사진 찍기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인증 사진 찍기

-팝송 2곡 이상 외워서 부르기

-수학 문제 덧셈, 뺄셈 20개 풀어오기

-‘여름방학’을 주제로 그림 그리기

-폐품으로 만들기

-독서 감상화 그리기

-내 마음대로( )

담임이 말했다.

“독서는 20개 읽고 채우면 방학 끝나고 왔을 때 별 하나 줄 거예요.”

“네!”

“그리고 선택 과제는 2개를 골라서 해보세요.”

의외로 손쉬운 숙제였다.

먼저 어머니들이 방학 때 문제집을 아이들에게 주는 경우가 있어서 수학 문제를 방학 숙제로 넣었다.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방학 숙제 하나는 금방 클리어될 것들이었다.

선생님 나름대로 아이들이 방학 숙제를 편하게 할 수 있게 만든 배려!

아이들은 이런 배려를 한 것인지 잘 모를 것이다.

어려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팝송 2곡 외우기는 빼고.

가끔 어려운 거 넣어줘야 상대적으로 쉬운 걸 선택하는 법이다.

아이들이 방학을 잘 즐길 수 있는 숙제였다.

선생님들은 이런 것에조차 머리를 쓰고 있었다.

“자. 자. 그럼 여러분 한번 골라봅시다.”

선택 과제를 고르는 것도 아이들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었다.

종수가 당당히 선택 과제에서 수학 문제를 체크했다.

“난 매일 문제 푸니까 이거면 쉽네. 방학 숙제 벌써 클리어지.”

종수는 재휘를 보았다.

옆에 있던 재휘가 독서 감상화 그리기를 체크했다.

“독서 감상화 그리기 하게?”

“응. 이거 독서하는 거 있으니까 같이하면 편할 것 같아서.”

“그러면 너무 쉽잖아.”

“으응? 응. 그렇지.”

“그래도 어려운 거 해야지. 난 팝송 2곡 외우기 할 거야.”

“우와. 종수 대단하다.”

“그치?”

종수는 자신의 대단함을 보이고 싶었다.

팝송 2곡이면 충분히 외울 수 있었다.

“재휘 너도 팝송 2곡 해.”

“으응? 아니. 난 팝송 2곡 말고 딴 거 하고 싶은데.”

“아니야. 나랑 같은 거 해. 도움이 된다니까.”

재휘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팝송 2곡을 체크했다.

그때 연주가 말했다.

“재휘야. 나도 같은 거 할게.”

“어? 으응. 연주도 나랑 같은 거 하게?”

“응. 나도 팝송 2곡 외울 테니까 나한테 들려줘야 한다? 나도 들려줄게.”

“어? 으응. 알겠어. 열심히 외워볼게.”

재휘가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숙제할 동기가 생긴 순간이었다.

종수는 자신이 추천해준 것과 연주가 추천해준 게 같은 건데도 반응이 다른 것에 조금 서운했다.

요즘 재휘가 서운한 행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왜 반응이 다른 거지?”

뒤에서 듣고 있던 은우가 참가했다.

“나도 팝송 2곡 할래.”

종수가 조금 감동 어린 눈을 했다.

“역시 팝송 2곡이 최고지?”

“푸하하. 어. 나는 팝송 랩을 2개 외울 거야. 크으. 내가 굉장히 멋진 거 불러줄게.”

“어…. 어?”

은우는 그냥 자기 좋아하는 랩을 외우고 싶을 뿐이었다.

숙제라는 개념은 아니었다.

“푸하하. 윤동아. 너도 외우자.”

“아니.”

“푸하하. 아니래.”

“……?”

윤동은 대체 은우가 왜 웃는지 몰랐다가 어차피 평소에도 모르니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선택 2개를 했다.

-내 마음대로 (방학 때 춤 하나 마스터)

-교육방송 시청하고 인증하기.

은우가 웃음을 보냈다.

“푸하하. 교육방송이래. 푸하하. 근데 이거 왜 보는 거야?”

“가끔 재밌어.”

“정말?”

“응. 잠이 잘 와.”

“푸하하하.”

은우가 배를 잡고 웃었다.

아무리 봐도 웃음의 역치가 낮아 보였다.

승준이 시하를 보았다.

“시하야. 여기 내 마음대로가 좋은 거 같아. 나는 사커하고 사진 찍고 인증하기 적을래. 엄청나지?”

“우와! 그러면 되겠네.”

승준이는 평소에 사커를 하니 선택하기 쉬웠다.

마지막은 고민이 좀 되긴 했다.

“아! 엄마한테 여행 가자고 해야겠다. 그리고 그거 인증하면 되겠다.”

“응. 나도 형아랑 여행 갈 거야.”

“오. 어디 가는데?”

“워터파크 가기로 했는데.”

“정말?! 나도 같이 가자.”

“좋아! 승준이랑 형아랑 같이 놀면 되겠다.”

그때 하나가 뒤에서 승준의 등을 탁탁 치며 말했다.

“나도. 나도.”

“아. 알았어. 등 좀 치지 마. 나 놀러 가면 너도 당연히 가야지. 우린 쌍둥이니까.”

쌍둥이는 세트였다.

하나가 좋다면서 선택 숙제에 체크했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겼는지 연필을 멈추고 물었다.

“시하야. 근데 나머지 하나는 뭐 선택했어?”

“하나는 뭐 선택했는데?”

“나는 뭐 할지 고민 중이야.”

시하가 자신의 선택 사항을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전부 체크되어 있었다.

하나가 놀란 눈으로 시하를 보았다.

“이걸 전부 하게?”

“응. 전부 하면 형아가 나 하는 거 많이 지켜봐.”

시하다운 선택이었다.

하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 많은 숙제를 다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나가 프린트를 살며시 노려보더니.

“나는 그림 그리기 할까?”

그때 승준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는 팝송 2개 해야지.”

“왜?”

“너 아이돌 될 거니까 팝송 2개 정도는 연습해야지.”

“오! 오빠. 웬일이야? 엄청 잘 말했어.”

“야! 나는 원래 잘 말하거든.”

그때 시하가 손을 들고 끼어들었다.

“말 잘하는 건 형아야!”

쌍둥이 둘 다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통역사가 말을 못 하면 어떡하겠나.

그리고 실제로도 시혁의 멋진 활약상을 봤기 때문에 두 아이는 시하만큼은 아니더라도 시혁을 좋게 보고 있었다.

시하가 물었다.

“근데 다들 워터파크 가는 거면 언제 갈 건지 맞춰야겠다. 형아는 다 괜찮아. 미리미리 말하면 돼. 나도 많이 안 바빠서 괜찮은 거 같아.”

형아부터 시하의 스케줄까지 꽉 잡고 있는 시하였다.

승준이 조금 고민했다.

“우리 엄마는 회사 가야 하니까 쉬는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어. 휴무 날 정하던데.”

“휴무?”

“응. 쉬는 날이래. 나중에 내가 알아보고 시하한테 알려줄게.”

“응. 알겠어.”

옆에서 하나가 말했다.

“어차피 오빠는 까먹을 테니까 하나가 전화할게.”

“야! 나 안 까먹거든.”

“오빠는 나 휴지 갖다 달라고 했을 때도 까먹었잖아. 축구 보느라.”

“아, 아니거든. 그때 한 번만 그랬어.”

그렇게 3명이서 워터파크 갈 작당모의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또 부모님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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