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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45화 (470/500)

외전 45화 학습 평가 (3)

학습 평가는 수학만 치는 것이 아니라 국어 역시 친다.

비록 수학에 풀이 과정을 적게 몇 문제를 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국어에서 배우는 건 수학과 결이 좀 다르기 때문이었다.

화자의 심정도 보이고 또 얼마나 잘 쓸 수 있는지도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문제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수업을 잘 따라왔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

이건 어차피 개념이 잘 잡혀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선생님도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내지 않는다.

[바르게 소리가 나는 낱말이 아닌 것은?]

[다음 중 들어갈 알맞은 말은?]

뭐 이런 문제가 출제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재밌게 할 수 있게 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문제도 냈다.

선생님은 슬며시 아이들이 푸는 걸 지켜보았다.

대부분 잘 풀고 있었다.

아이들이 말도 잘하니까 국어에서 뛰어남을 보인다.

물론 맞춤법이나 그런 것들을 조금 어려워하는 게 당연하다.

어른들도 헷갈릴 때가 있으니.

‘응?’

담임은 승준의 답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선 그어서 연결하는 문제.

그냥 일자로 그으면 될 텐데 선생님을 골탕 먹이려고 그러는 것인지 굉장히 구불구불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눈으로 하나하나 따라가며 답을 내려야 했다.

너 왜 그렇게 창의적으로 답을 쓰니! 선생님 채점하기 불편하잖아!

그 와중에 답이 맞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담임은 벌써 채점할 생각에 피곤함을 느껴버렸다.

애써 고개를 돌려서 다른 아이들을 보았다.

연주랑 하나는 깔끔하게 대각선으로 선을 그었다.

저렇게 하는 게 정상이었다.

종수랑 재휘, 윤동도 마찬가지.

남은 건 은우랑 시하인데 차마 뭘 어떻게 했는지 가보지 못하겠다.

일단 은우부터 보았다.

‘다행이다.’

의외로 정상적으로 그었다.

그래. 아무리 창의적으로 생각해 봤자 승준이처럼 구불구불한 선을 만들 수밖에 없다.

별거 있겠어?

선생님은 시하의 답을 보았다.

‘……?’

선을 잇는 빈 곳에 미로가 그려져 있었다!

심지어 쓸데없이 퀄리티가 좋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까 한 방향으로 가는 미로네. 아닌가? 길인가?’

교차되는 선이 마치 계단을 그리듯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저 그림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정답을 만날 수 있었다.

선을 그린 게 아니라 벽과 길을 놓아버려서 선생님이 그걸 따라가야 했다.

다른 문제의 답은 정상적이었는데 저 선 문제만 쓸데없이 고퀄리티 답변을 내놓고 있었다.

뭐 이건 시험문제를 많이 내지 않고 시간을 너무 충분히 준 선생님의 잘못도 있긴 했다.

‘내가 애들의 창의적인 답을 얕봤구나.’

담임은 시하의 그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설마 저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저건 나중에 찍어서 기록에 남겨야겠는데?’

다른 반에도 짓궂은 장난이나 재밌는 오답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저건 명백하게 재밌는 답이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도 저런 답변이 있다는 게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또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얼마나 재능이 넘치고 창의적인지.

‘그래도 다른 나머지는 정상적으로 쓰겠지?’

아무리 그래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테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아이들이 마지막 문제를 풀 때쯤이 왔다.

마지막은 서술 형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 소개하는 글을 쓰시오.]

[1. 소개하는 것과 까닭 : ]

[2. 특징 : ]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까닭을 이야기하는 것도 말이다.

까닭과 특징이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많은 것들이 담겨있는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고 쉬워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대충 뭐라 쓸지 예상은 되긴 하는데.’

특히 강인 어린이집 출신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은가.

먼저 승준.

[1. 사커를 소개합니다. 사커를 하면 몸에도 좋고 엄청나게 재밌습니다. 또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고 국가대표도 될 수 있습니다. 다들 사커 선수가 되어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뭔가 엄청 장황한 까닭이 적혀있었다.

왜 다른 아이들의 직업까지 정하는 것이지?

다 사커 선수가 되어 만나다니…….

[2. 사커는 멋있습니다.]

그러면서 사커의 특징은 한 줄로 압축한다.

어마어마한 실력이다.

다음은 하나.

[1. 아이돌 지나를 소개합니다. 처음 영상을 봤을 때부터 너무 노래를 잘해서 반했습니다. 그리고 직캠을 봤는데 너무 예뻐서 또 반했습니다. 지나처럼 멋진 아이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2. 예쁘고 섹시하고 귀엽고 노래 잘하고 상큼하고…….]

예상은 했지만 지나라는 인물을 요즘 하나가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음은 연주.

[1. 재휘를 소개합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지만 그게 또 좋은 것 같습니다. 저한테 친절합니다.]

[2. 옷 잘 입고 멋있습니다.]

다음은 재휘.

[1. 연주를 소개합니다. 저한테 언제나 뭐 좋아하는지 물어봅니다. 친하게 지내주고 놀리기도 하지만 저는 그게 좋습니다.]

[2. 연기도 잘하고 착하고 예쁩니다.]

담임은 그 답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재휘랑 연주 둘이서 뭐 하니?

무슨 문제에 둘이서 서로 연애편지를 쓰고 있어!

짠 것도 아닌데 서로를 소개해 주고 있었다.

그것도 알콩달콩하게 말이다.

재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은 종수.

[1. 저는 저를 소개합니다. 저는 컴퓨터 타자도 빠르고 또 공부도 잘합니다. 아이들에게 반장으로서 언제나 도와줍니다.]

[2. 잘생겼습니다.]

뭔가 종수는 자기애가 좀 강하다.

설마 믿었던 종수가 자신을 소개할 줄이야.

‘역시 종수도 강인 어린이집 출신…….’

다음은 은우.

[1. 뭐가 문제야? 라는 랩을 소개합니다. 사람의 비트를 뛰게 만드는 쏘울이 담겨 있습니다. 이 플로우에 몸을 타고 그루브를 만들게 합니다.]

[2. 졸라 힙하다.]

은우야. 졸라는 빼야 하지 않을까?

다음은 윤동.

[1. 비보잉을 소개합니다. 제 삼촌이 비보잉 대회에 나가서 1등도 하셨는데 엄청나게 재밌습니다. 하루에 연습 5시간씩만 해도 엄청 늡니다.]

일단 5시간씩 연습하는 건 윤동이 너밖에 없을걸? 근데 진짜 5시간씩 연습하니?

[2. 몸 전체를 잘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하가 남았다.

분명 형아를 소개하는 걸 썼겠지.

안 봐도 뻔하다.

[1. 저는 담임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담임은 그 답에 놀랐다.

설마 자신을 소개할 줄은 몰랐다.

선생님을 많이 좋아했구나!

살며시 감동에 들어서 다음 문장을 읽었다.

[까닭 : 형아가 선생님 말 잘 듣고 좋아하라고 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형아가 한 말을 찰떡같이 잘 듣는구나. 그래도 좋아해 줘서 고마워.

[삼촌이 선생님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학교생활이 편하다고 했습니다.]

저기요? 시하 삼촌 씨? 애한테 뭘 가르치는 거예요! 뉘앙스가 좀! 이상하잖아!

[2. 선생님은 예쁘고 공부도 잘하시고 날씬합니다.]

특징을 적은 시하를 보고 담임은 흐뭇해졌다.

하지만 아직 적은 게 더 남아있었다.

[까닭 : 삼촌이 선생님에 대해서 물어보면 무조건 저렇게 대답하라고 시켰다.]

‘저기요? 이시하 씨? 특징에 대해서 까닭을 적을 필요가 없는데요!! 그리고 시하 삼촌!! 애한테 대체 자꾸 뭘 가르치는 거야!!’

어찌 되었든 모든 학습 평가가 그렇게 끝이 났다.

***

선생님은 부지런히 아이들의 평가지를 채점했다.

한 반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있고 국어와 수학만 평가해서 그런지 메기는 것은 금방이었다.

물론 틀린 이유에 대해서 하나하나 다 적어주는 건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나서야 모든 시험문제를 다 매길 수 있었다.

오늘 수업 다 끝나고 채점할 수 있겠지만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할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여러분. 오늘 방과 후 수업은 틀린 거 확인해서 다시는 틀리지 않게 공부할 거예요. 자기가 뭐가 부족한지 확실히 알아야겠죠?”

“아니요!”

“네. 알아야 한답니다. 그래야 고칠 수 있어요. 나중에 어른이 돼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하고 고쳐야 한답니다.”

“우리 아빠는 엄마한테 맨날 혼나는데 안 고치던데요!”

어떤 아이의 말에 반이 빵 터졌다.

푸하하.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뭐 함께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법이다.

“흠흠. 지금부터 평가지를 나눠줄게요. 자. 부르면 받아 가세요.”

아이들에게 자신의 평가지가 돌아갔다.

승준이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평가지를 바라보았다.

“어?”

비가 내린 흔적이 꽤 있었다.

“그래도 많이 맞았네! 수학에서 5개 틀렸다!”

총 20문제에서 15개를 맞춘 승준이었다.

그 말을 들은 종수가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야. 나는 수학 백 점이지롱! 내가 이겼네.”

승준이 발끈했다.

“야. 아직 국어 남았잖아.”

“난 국어도 백 점… 이 아니라 하나 틀렸네?”

“푸하하. 봐라. 틀렸잖아.”

“그래도 합쳐서 너보다 많이 맞혔거든? 난 총 하나 틀렸는데 넌 5개 틀렸잖아.”

“괜찮아. 네가 백 점 안 됐으니까.”

“그래도 내가 이겼다. 뭐.”

“응. 네가 이겼어.”

승준이 쿨하게 인정했다.

종수는 그 모습에 왠지 이긴 기분이 들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건 이시하였다.

“야. 이시하. 너는 얼마나 틀렸어?”

“나?”

“그래.”

“나는 백 점이야!”

“??? 어디 보자!”

종수가 시하의 평가지를 보았다.

정말로 틀린 게 없었다.

하나같이 다 맞은 것이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아니! 답이 이상한데 맞았어?!”

“아닌데. 다 잘 적었는데.”

“뭐 이렇게 많이 적었어! 수학 문제가 아니라 국어 문제 아니야?!”

“수학 문제 맞는데?”

“그리고 국어 문제 봐봐. 이게 말이 돼?”

“말이 되는데?”

종수가 어이없는 얼굴로 시하를 보았다.

사실 답은 다 맞긴 했다. 답은.

약간 뭔가 이상한 게 좀 껴있을 뿐이지.

“진짜 말도 안 돼…….”

종수는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것과 상관없이 재휘와 연주는 서로 몇 개 틀렸는지 맞춰보았다.

“우리 서로 두 개씩 틀렸네?”

“으응. 그러네.”

“똑같다. 그치?”

“으응. 똑같네.”

한편, 은우와 윤동은.

“푸하하. 종이비행기 다 만들었다!”

은우가 평가지를 종이비행기로 만들었다.

“너 나중에 엄마한테 혼나는 거 아니야?”

“푸하하. 괜찮아. 나중에 내가 더 잘하면 되지.”

“지금 안 괜찮은 거 같은데?”

은우 뒤에서 선생님이 웃고 있었다.

그런데 어딘지 무서워 보였다.

은우의 등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났다.

“은우야. 뭐라고?”

“하하하. 다시 펴야지~”

살며시 꼬리를 내리는 은우였다.

***

시하가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있었던 일을 쫑알쫑알 이야기해 주는데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형아. 오늘 있잖아. 나 시험 쳤어.”

“시험이 아니라 학습 평가 아니었어?”

“그게 시험이지~”

“그건 그렇긴 하지.”

학습 평가나 시험이나 별다를 바가 없긴 하다.

뭐 순위를 세우는 것도 아니고 어디 생활기록부에 성적이 적히는 것도 아니긴 한데 말이다.

“나 백 점이야! 봐봐!”

“우와! 정말?!”

시하가 평가지를 꺼내왔다.

동그라미가 가득했다. 정말 다 맞아온 것이다. 이것으로 시하는 전교 1등이라는 거지.

물론 선생님이 점수를 매기지는 않았다. 일단 문제 자체가 몇 점짜리인지 적혀 있지 않았다.

딱 보니까 정말 자기 평가를 위해서 낸 문제라는 것 같았다.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선생님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시하 대단하네. 정말 잘했어.”

“응! 종수도 하나 틀렸어.”

“그거 정말 분했겠네.”

“종수가 실수했대.”

“정말? 우리 시하는 실수 안 했네?”

“응! 나 형아 동생이니까.”

형아 동생은 대체 뭐길래 실수를 하지 않을까?

정말 신기한 것 같다.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알려야지.

“삼촌! 삼촌! 시하가 백 점 맞았대요.”

“나도 옆에서 들어서 알고 있어.”

“드라마 보느라 못 들은 줄.”

삼촌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에서 시험지를 가져갔다.

몇 번을 보더니 표정이 오묘해졌다.

“야! 이시하! 내가 가르쳐준 걸 여기다 쓰면 어떡해!”

삼촌의 말에 시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쓰라고 가르쳐준 거 아니야?”

“아니. 그렇게 물어보면 맞긴 한데…….”

나는 뭔지 궁금해서 삼촌이 들고 있는 국어 문제를 보았다.

동그라미만 봤지 시하가 뭐라고 썼는지 확인을 하지 않았으니까.

“응?”

“어어! 시혁이 너는 보면 안 돼!”

삼촌이 당황하며 시험지를 위로 올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다 봤다.

“이 화상 씨?”

“크흠. 크흐흠.”

나는 내 방을 가리켰다.

“진실의 방으로 따라와요.”

“안 돼! 싫어!”

“야이 화상아! 좋은 거 가르친다!”

나는 거부하는 삼촌의 등을 때렸다.

대체 언제 이런 걸 가르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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