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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41화 (466/500)

외전 41화 학부모 공개 수업 (2)

학부모 공개 수업 날이 다가왔다.

시하는 형이랑 아침에 손을 흔들며 헤어진 뒤부터 빨리 2교시가 되길 원했다.

“시하야. 오늘 시혁이 형 와?”

승준의 물음에 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시혁이 형이라면 꼭 올 줄 알았어. 이런 거 있으면 꼭 왔잖아.”

“응. 형아는 무조건 오지. 내가 꼭 오라고 했어.”

“나는 오늘 엄마가 일 있어서 못 온대.”

“그러면 내가 형아한테 승준이랑 하나 사진 찍어 달라고 할게.”

“오! 그러면 되겠다.”

“그런데 하나야. 뭐 해?”

하나는 수학책을 펴고 공부하고 있었다.

“나 오늘 공부해. 시혁이 오빠 오니까 멋진 모습 보여야지.”

“근데 오늘 2교시 수학이야?”

“???”

하나가 뒤를 돌아서 시간표를 확인했다.

국어라고 적혀 있었다.

살며시 수학책을 접어서 책상 안에 넣고 국어책을 꺼냈다.

승준이 그걸 보며 푸하하 웃었다.

“아. 수학책 꺼냈대요~”

“아니야. 내가 못하는 거 좀 꺼내서 복습한 거야.”

“거짓말하지 마. 2교시 수학인 줄 알았잖아. 시간표 잘못 봤네.”

“아무것도 공부 안 하는 오빠보다 낫다 뭐!”

“지금 봐도 어차피 모르거든!”

“오빠야 그렇겠지!”

쌍둥이 둘이서 투덕투덕했다.

하지만 시하는 하나를 보고 뭔가 깨달았다는 듯 국어책을 꺼내서 펼쳤다.

형아가 오는데 멋진 모습을 보여줄 생각은 못 했던 것.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벌써 벼락치기를 하는 시하였다.

승준이 그런 시하를 보며 배신감 어린 눈을 했다.

“시하야. 너도 공부해?”

“응. 형아한테 멋진 모습 보여야지.”

“아. 그냥 나랑 놀자~”

“안 돼. 오늘은 중요한 날이야.”

단호한 시하의 말에 승준이 시무룩해졌다.

하나도 시하에게 잘했다는 듯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옆에 연주는 이미 복습하고 있었다.

갑자기 공부하는 분위기.

승준이만 뭔가 안 하고 있는 게 그런지 책을 하나 펼치기 시작했다.

원래 친구들이 다 하면 따라 하게 되어 있는 법이다.

“이야. 좋네.”

그 모습을 보던 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공부하는 분위기가 좋았다.

“종수야. 이거 뭐야?”

재휘가 모르는 걸 물어보았다.

종수가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근데 뒤에서 은우가 열심히 윤동한테 웃으며 이야기한다.

“야. 은우. 너도 공부 좀 해.”

“푸하하. 공부하래.”

“아니. 이게 웃겨?”

“푸하하. 나한테 공부하라고 해도 소용없어. 차라리 그 시간에 랩이라도 한 곡 더 부를래.”

“어?”

“난 래퍼될 거니까 래퍼 공부하는 거야. 푸하하.”

의외로 효율을 중시하는 은우의 발언.

종수가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슬쩍 윤동을 본다.

“왜?”

“아니. 윤동이 너는 공부 안 해? 오늘 엄마 안 와?”

“왜 와야 하는데?”

“어?”

“나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

설마 오지 말라고 하는 친구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근데 오긴 온대.”

“아. 그럼 오는 거네.”

“어.”

“그럼 공부해서 멋진 모습 보여야지.”

“난 춤 빼고 딴 건 안 멋져도 돼.”

“!!!”

그렇게 말하는 윤동이 고개를 돌려 창문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종수는 뭔가 은우랑 윤동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같이 느껴졌다.

은우는 막 그렇게 멋진 거 같지는 않은데 윤동은 좀 멋진 느낌이라고 할까?

“크흠. 너희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종수도 역시 국어 교과서를 펼쳤다.

그렇게 은근히 공부 분위기가 형성되는 시점.

선생님이 들어왔다.

“응? 왜 다들 공부를 이렇게 하고 있어요?”

뭔가 낯선 풍경에 선생님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2교시가 되었다.

학부모들이 교실에 들어왔다.

“전에 봤는데도 정말 세대 차이가 난다고 느껴요.”

“그렇죠? 뭔가 칠판부터가 다르고요.”

“그러니까요. 화면에 캐릭터들도 보이고 그걸로 수업하고. 적응이 안 돼요.”

“와. 여기 뒤에 게시판 좀 봐요. 정말 잘 꾸몄다.”

“진짜네? 선생님이 하신 건가?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데요?”

나는 그 말에 뿌듯한 마음을 가졌다.

그거 우리 시하가 꾸몄습니다. 선생님은 왼손만 거들어줬을 뿐이죠.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으나 보기에 너무 좀 그럴 것 같아서 참았다.

그저 시하에게 손을 흔들었을 뿐이다.

“형아!”

“응. 시하야. 앞. 앞. 앞을 봐야지.”

시하는 몸을 완전히 돌리고 있다가 수업 시간이라는 걸 알았는지 다시 몸을 돌렸다.

다들 책상이 팀으로 붙여져 있었는데 오늘은 뭔가 함께하는 수업인가 보다.

나도 어릴 때 저렇게 책상 붙여서 조별로 활동했던 것 같다.

뭔가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시설이나 이런 건 달라졌어도 아이들이 활동하는 건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까?

뭐 그래도 좀 달라진 게 있다면 시간표가 뭔가 창의적이게 좀 발전했다는 느낌이었다.

슬기로운 생활이나 즐거운 생활이라는 교과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또 다르구나 싶었다.

“자. 오늘은 교과서를 돌아가면서 한 문장씩 읽을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퀴즈도 있으니 맞추면 돼요. 알았죠?”

“맞추면 뭐 줘요?”

“잘하는 조는 별 하나씩 줄 거예요. 나중에 많이 모은 사람은 1학년 끝나고 선물이 있을 거예요.”

“네!”

선물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닌 것 같았지만 무슨 선물을 받을지 모르는 아이들은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 한 문장씩 조별로 읽어보기 전에 조 이름부터 발표해 주세요.”

시하조가 먼저 손을 들었다.

발표한 사람은 승준이었다.

“우리 조의 이름은 서로 좋아하는 것들로 만들었습니다.”

뭔지 안 들어도 알 것 같은데.

형아, 사커, 아이돌, 배우가 합쳐진 거겠지.

“돌배형사입니다.”

“형사? 경찰관이니?”

“아니요. 아이돌에 돌이랑 배우의 배, 형아의 형, 사커에 사를 붙여서 돌배형사요.”

왜 아이돌만 뒷글자인지 모르겠다.

담임이 그렇구나, 하고 잘 지었다고 칭찬해 줬다.

저게 잘 지은 거 맞아?

그런 의문이 있었다.

다음은 종수 조였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다.

왠지 모르지만 종수가 피곤해 보였다.

조율이 힘들었나 보다.

“저희 조 이름은 크루크루입니다. 패션 크루, 래퍼 크루, 댄스 크루라는 걸로.”

생각보다 괜찮은데?

돌배형사보다 나은 것 같기도.

어찌 되었든 조별 이름이 끝나고 아이들이 교과서를 한 문장씩 읽기 시작했다.

다 같이 발표하는 거니 다른 아이들의 부담감도 덜 수 있고 얼마나 잘 읽는지 확인할 수도 있어서 좋았다.

담임이 말했다.

“그럼 문제를 낼게요. 자. 여기 화면을 보세요.”

칠판에 영상이 띄워졌다.

아이가 거울을 보는 모습이었다.

[철수가 ㅁㅁㅁ 봅니다.]

아무래도 가운데 빈칸에 들어갈 말을 맞추는 것 같았다.

쉽구만. 세 글자니까 거울을 본다는 거겠지.

아니면 얼굴을 본다는 거나.

시하야. 손을 들어서 맞추자.

“저요!”

다들 재빨리 손을 든다.

대부분이 참여를 잘하는 것 같다.

다른 교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1반의 아이들은 적극적이다.

“네. 승준이 해보세요.”

“철수가 미쳤나 봅니다?”

“그거 아니에요.”

담임이 황당하다는 듯 승준을 보았다.

아이들이 재밌다고 깔깔 웃었다.

뒤에서 보고 있던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승준 엄마가 일 때문에 여기에 왔다면 부끄러워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지 않았을까?

“저요!”

“네. 시하 해보세요.”

“철수가 형아를 봅니다!”

“그거 아니에요.”

“근데 거울로 형아를 비쳐서 볼 수 있잖아요.”

“그렇게 말하면…….”

천재인가?

생각해 보니 거울을 들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비쳐 있다고 해서 내 얼굴을 보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저거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철수의 얼굴을 보고 있는 거 아니겠나.

역시 우리 시하는 천재다.

선생님. 이거 정답으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담임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지만 맞다고는 못하겠네요.”

뭐야. 그게 틀린 거야?

“형아를 보는 걸 수도 있고 딴 걸 보는 걸 수도 있으니.”

그렇게 말하면 또 그렇다.

“아깝습니다. 다른 답 없나요?”

시하가 아쉽다는 얼굴을 했다.

정말 아까웠지만, 발상이 좋았다. 역시 우리 시하는 천재가 맞다.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이런 창의적인 부분은 우리 시하가 한 수 위다.

뭐, 승준의 답도 좀 굉장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요!”

“그래. 하나야.”

“철수가 거울을 봅니다.”

“네. 그림에 철수가 거울을 보고 있죠. 맞아요.”

뭐 오늘 읽은 내용에 있는 문제들이었다.

아이들이 답을 알면서 그렇게 하는 건가 헷갈린다.

“다음 문제는 오늘 이야기에서 어머니가 있었죠?”

“네!”

“철수가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있는데 엄마가 뭐라고 했죠?”

철수가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는 그림이 화면에 띄워졌다.

철수의 돈이지만 집에 장난감이 많은 상황.

아마 엄마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게 정말 필요한 건지 한번 생각해 보렴.]

뭐 교과서에 있는 건 좋은 내용이었다.

낭비를 안 하는 게 중요하니까.

은우가 그걸 보며 손을 들었다.

“저요!”

“네. 은우.”

“플렉스! 철수 플렉스!”

“아니. 엄마는 그런 말 안 했잖니.”

역시 힙합 감성이 있는 아이였다.

설마 플렉스를 외치다니. 뭐 사고 싶은 거 살 수도 있는 거지. 후회는 당사자의 몫이다.

그렇다고 없는 돈 대출 받아서 사는 건 굉장히 위험하기는 하지만.

“저요.”

“그래. 재휘야.”

“장난감 말고 옷 사는 게 좋아. 장난감은 계속 갖고 놀면 질리는데 옷은 계속 입어도 안 질려.”

“어?”

의외로 정답인 거 같은 느낌의 대답이었다.

담임도 저 말에 고민하는 것 같다.

아니. 다들 오늘 읽었으면서 저리 창의적인 대답을 내놓다니.

뭐 정답을 거부하는 그런 거라도 있는 건가?

그때 승준이 말했다.

“사커공을 사야지. 옷보다 더 오래 써!”

흠. 그건 승준의 경우고 이거는 좀 논란이 있을 것 같다.

그때 시하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 돈 굴려야 해요. 그러면 더 많은 장난감 살 수 있어요. ETF. ETF에 넣어요!”

이시하. 천재인가? 아니, 잠깐만. 저거 삼촌이 시하한테 말했던 대사인데?

ETF(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가 뭔지도 모를 건데.

아무래도 시하가 집에 있는 삼촌에게 물들었나 보다.

다들 개성 있는 답을 내놓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건 담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거 아이들이 얼마나 잘하나 공개 수업을 보러 왔는데 선생님의 고생이 눈에 너무 보이는 것 같아서 애잔하다.

“흠흠. 다들 좋은 대답을 해줬어요. 물론 교과서에 나온 정답은 정말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 보는 거였어요. 다들 알고 있었죠?”

“네!”

대답은 한결같이 잘하면서 왜 다들 다른 발표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참 장난꾸러기 같다.

아니, 우리 강인 어린이집 출신 애들만 그런가?

그렇게 문제 몇 개가 지나가고 이야기의 순서를 맞추는 시간이 왔다.

이번 거는 손쉽게 진행됐다.

협동하면서 이야기를 맞추는데 여러 가지 모습을 국어 시간에 다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발표, 협동심, 자신감, 수업 태도 등등.

담임도 이렇게 준비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대단했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할게요.”

“감사합니다.”

수업이 끝났다.

나는 시하랑 함께 사진을 찍었다.

뭔가 기념하고 싶달까?

“시혁이 형아. 나도. 나도.”

“하나도. 하나도.”

“그래. 같이 찍자.”

쌍둥이들과도 열심히 찍었다.

“형아는 이제 갈게. 남은 수업 잘 듣고.”

“응! 형아 나중에 봐!”

“그래!”

인사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쉬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

“시혁 씨.”

종수 엄마가 나를 불렀다.

“우리 잠시 커피 마시러 갈 건데 시혁 씨는 어때요?”

“아, 네. 좋죠.”

시간 되는 어머니들과 티타임.

이런 것도 참여해 줘야 엄마들끼리 좀 친해지고 그런다.

솔직히 의미 있는 활동인가 싶긴 하지만.

나도 이런 부분은 잘 모르고 처음이니까.

그렇게 카페에 앉았는데 질문이 마구 날아 들어온다.

“시혁 씨. 근데 시하에게 경제도 가르치고 있어요? 오늘 보니까 돈 불리는 것도 알고.”

“맞아요. 벌써 그런 거 가르치는 거예요?”

“요즘 통역사는 그런 것도 잘 알아요?”

“지금부터 가르쳐줘야 하나?”

음. 아주 큰 오해를 하고 계신다.

“하하하. 저는 뭐 가르치고 그러지는 않아요. 그냥 학교 숙제 오면 좀 봐주는 정도라서.”

그런데 다들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태권도 보내고 미술 보내고 영어도 회화를 잘하고 이번에 너튜브에 보니까 피아노에 쇼팽 악보도 그릴 줄 아니 음악도 좀 배운 거 같은데. 으음.”

거. 그렇게 보이는 것만 늘어놓으시면 제가 엄청 많이 뭘 시키는 것 같지 않습니까.

억울했다.

이거는 그냥 시하가 좋아서 하는 거고 회화는 어쩌다 외국인 삼촌이 집에 있어서 그런 거고 음악은 진짜 배우지도 않았다.

이제는 경제까지 배우는 거라 의심을 사다니.

아니, 이 정도면 거의 뭐 귀족 계층의 교육 아니야? 왕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지 말고 좀 풀어 봐요.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진짜 제가 시키는 건 없는데요.”

누가 보면 여기서 교육열이 제일 심한 사람인 줄 알겠다.

“역시. 시키면 애들이 안 하니까. 자연스럽게 환경을 조성했다는 말이죠?”

“그것도 제가 조성한 게 아닌데요.”

그냥 그렇게 됐을 뿐이지 내가 조성한 게 아니지 않은가?

아, 괜히 티타임에 왔나?

뭔가 말할수록 오해가 쌓이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그냥 조용히 차만 마시다가 약속 있다고 밖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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