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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39화 (464/500)

외전 39화 어버이날

강인 초등학교.

어린이날이 끝나고 모인 아이들의 주제는 바로 선물이었다.

다들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승준이 먼저 말했다.

“나는 어린이날 선물로 만화책 받았어. 내가 책 빌려 갔는데 막상 잘 안 읽으니까 이거라도 보래.”

“어떤 만화책인데?”

“스트라이커들이라는 만화책인데 진짜 재밌어. 스트라이커들끼리 사커로 엄청 싸우는 만화야.”

“재밌겠다.”

뭐든 읽으면 좋은 것이다.

승준이 그걸 받으면서 엄청 열심히 보았다.

비록 1권이었지만 말이다.

“다음 권 보고 싶은데 엄마가 생일에 선물로 줄 거래. 크리스마스날이랑. 근데 더 보고 싶으면 열심히 일해서 사도 된다고 했어.”

“응? 우리 일 못 하잖아.”

“근데 시하는 일해서 돈 벌었잖아?”

“응? 아! 나는 일한 게 아니라 논 건데?”

시하는 임티 만드는 일을 한 게 아니다.

그냥 그림 그리고 논 거였다.

놀았는데 돈이 생겼네?

이런 느낌이었다.

“나도 사커하고 노는데 돈이 안 생겨!”

승준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돈이 생기는 놀이가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노래 불러서 나중에 돈 벌 거야. 작곡도 해서 저작권료 받을 거야.”

하나는 아이돌로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시하는 대단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야. 근데 선물 뭐 받았어?”

“나는 책을 잘 읽으니까 만화책 말고 책갈피 받았어. 아이돌 얼굴 있다~”

“우와.”

하나가 책갈피를 들어 시하에게 자랑했다.

잘 코팅되어있는 책갈피가 빛에 의해 반짝였다.

하나가 소중히 품에 안았다.

“근데 멤버 하나라서 나중에 엄마가 크리스마스나 그런 특별한 날에 한 명씩 늘려준다고 했어.”

“그렇구나.”

앞으로 싸게 먹힐 선물들을 주는 승준 엄마였다.

물론 생일날에는 거창하게 쓰겠지만 말이다.

이런 자잘한 날에 주는 선물로 좋은 선택이었다.

“연주는 뭐 받았어?”

“나는 선물 말고 맛있는 파스타 먹고 뮤지컬 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했어.”

어떻게 보면 연주가 제일 비싼 선물을 받았다. 차라리 선물이 더 싸게 먹혔을지도 몰랐다.

승준이 시하에게 물었다.

“그럼 시하는?”

“나는 형아랑 24시간 놀 수 있는 표를 받았어. 그래서 놀이터에서 엄청 재밌게 놀았어.”

“와. 재밌었겠다.”

“응. 집에 와서 같이 게임도 하고 밥도 맛있게 먹었어. 샤워도 같이했어.”

“똥도 같이 쌌어?”

“아니. 똥은 따로 쌌어.”

하나는 승준의 질문에 ‘으엑 더러워’ 하는 표정을 지었다.

승준이 하나의 찡그린 표정을 보며 뿌듯한 얼굴을 했다.

시하만이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 이시하. 겨우 그거 갖고 되겠어? 하하.”

종수와 아이들이 다가왔다.

오늘 시하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시하가 부러워했으면 해서 다가온 거였다.

“종수는 뭐 받았는데?”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종수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기프트 카드 5만 원 받았다!”

“기프트 카드가 뭔데?”

“어?”

부러움도 뭘 알아야 생기는 것이다.

시하는 기프트 카드가 뭔지 몰랐다.

“게임에 뭐 좋은 아이템이나 옷을 사려면 기프트 카드 필요하잖아. 그것도 몰라?”

“몰라. 나는 게임에 옷 안 사도 되던데.”

시하가 하는 건 혼자나 둘이 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이라서 그렇다.

폰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이었으면 결제할 필요가 생겼을 것이다.

“어. 어. 으음. 아무튼, 이거 있으면 좋은 앱도 다운받을 수 있고 그래.”

“응. 잘됐다. 종수야.”

“어. 그래. 고마워.”

종수는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하는 아직 앱 게임을 안 해서 그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고 있었다.

“일종의 돈이라고. 돈.”

“5마넌 돈. 응. 알겠어.”

“어. 음. 그래.”

저런 말은 씨알도 안 먹힌다.

시하는 이미 돈을 많이 벌어본 사람이니까.

5만 원 받을 생각보다 시하가 많이 벌어서 형아에게 용돈 줄 생각하는 아이였다.

저런 거로 부러움을 느낄 수가 없었다.

종수가 침몰하자 옆에 있던 재휘가 종수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괜찮아. 종수야. 난 부러워.”

“어? 고맙다.”

재휘가 부러워하는 건 전혀 힘이 안 나는 종수였다.

시하가 그런 재휘에게 물었다.

“재휘는 뭐 받았어?”

“으응? 나는 신발 받았어. 갖고 싶었던 게 있었거든.”

“오늘 신고 왔어?”

“아, 아니. 옷이랑 맞아야 신고 오지.”

“그렇구나.”

패션에 관심 있는 재휘는 아무 신발이나 신지 않는다.

상의와 색감을 맞추거나 아니면 신발의 포인트인 주황색이 있다면 모자나 가방으로 맞추는 편이었다.

어릴 때부터 굉장히 감각이 뛰어났다.

물론 그런 패션과 다르게 어딘가 내성적이었다.

그나마 잘 나서는 종수랑 어울리는 덕분에 그 부분이 좀 많이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푸하하. ‘신’발 안 ‘신’고 왔대. 푸하하.”

“???”

“그럼 양‘말’도 안 ‘말’리고 왔어? 푸하하.”

“???”

은우의 이상한 말장난에 윤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윤동이는 뭐 받았어?”

시하는 가볍게 은우를 뛰어넘고 윤동에게 물었다.

“연양갱.”

“??? 아. 그거 맛있지.”

“응. 그래서 달라고 했어.”

“연양갱 좋아해?”

“춤추고 힘 떨어졌을 때 간단히 먹기 좋아. 바나나랑.”

“???”

시하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로지 승준만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고 있었다.

“응응. 사커할 때 열량으로 좋지.”

***

방과 후 학습시간.

선생님이 들어왔다.

“여러분. 어린이날 잘 보내셨나요?”

“네!”

“선물도 많이 받아서 좋죠?”

“네!”

“언제나 그런 선물을 챙겨주시는 부모님에게 박수!”

짝짝짝.

“이제 그런 감사한 날이 오고 있어요. 그게 무슨 날일까요?”

“어버이날이요.”

“네. 맞아요. 어버이날이죠. 태어나게 해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한다는 표현을 하는 날이에요. 물론 이날만 표현하는 날이 아니에요. 하지만 혹시 사랑해~ 라는 말을 잘 안 했다면 이날을 통해서 한 번 하는 거죠.”

“네!”

“그럼 어버이날 선물로 우리가 뭘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요. 편지를 써도 좋고 안마권을 줘도 좋아요. 단!”

“???”

“영어로 말해야 합니다.”

“!!!”

영어로 쓰는 건 어렵지만 말하는 건 그보다 더 쉬울 수도 있었다.

방과 후 시간은 언제나 영어 회화를 중점으로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럼 부모님께 사랑해~ 하고 어떻게 영어로 말해야 할까요?”

“알러뷰!”

“네. 맞아요. 또 선물이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영어로 한번 표현해 봐요. 혹시 해볼 사람?”

손드는 사람은 없었다.

담임도 알고 있었다. 1학년에게는 이런 말조차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영어는 언제나 자신감이다.

뭐라도 말하는 게 중요했다. 그게 맞는 문법이든 아니든 말이다.

“저요!”

시하가 손을 들었다.

담임은 조금 곤란해졌다.

아니. 이 초보 구간에 고수의 풍모를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그렇다고 시하에게 마지막으로 하자고 말할 수도 없었다.

너무 잘하면 아이들이 다음에 하기 힘들어지니까 어떻게 잘 빠져나가지?

“저요!”

종수도 시하에게 질세라 손을 들었다.

“어! 종수.”

“선생님. 저도 들었어요.”

“어? 시하도 들었구나. 선생님이 이거 어떻게 해줘야 하나 고민하느라 못 봤어. 미안해.”

담임은 속으로 자신의 꾀를 칭찬했다.

자연스럽게 종수부터 시킬 수 있는 명분을 쥐었다.

“그럼 종수부터 하고 그다음 시하가 하자. 알았지?”

“네!”

“자. 종수야. 말해보렴.”

종수가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영어 회화가 그렇게 뛰어난가 하면 시하에 비해 손색이 있었다.

잘하는 편이기는 했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이 어?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이 주는 느낌이다.

물론 막상 해보면 다른 아이들이 좀 어려워하지만 말이다.

“yes! umm…. mom. dad. 알러뷰. I birth for you? thank you. 아엠 해피!”

“와. 잘했어요.”

짝짝짝.

이렇게 했다는 게 중요했다.

“이제 한국어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선생님이 영어로 말해줄게. 오늘은 그걸 배우자.”

“네!”

종수가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선생님이 그걸 영어로 말해 주었다.

아이들도 들으면서 표현을 업데이트했다.

오늘은 이렇게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종수 다음에 바로 시하를 안 시키고 이렇게 가르쳐주는 이유가 있었다.

종수, 시하 순서면 비교되기 쉽지만 종수, 담임, 시하 순서면 비교는 종수랑 시하가 아닌 담임과 시하가 되어 버린다.

교육이라는 건 여러모로 생각해 줘야 한다.

물론 학교에 오는 순간 경쟁이라는 건 불가피하겠지만 적어도 자존심 상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종수라면 시하가 얼마나 영어를 잘하는지 알고 있을 테니 그렇게 자존심이 상하거나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종수, 시하 순으로 두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럼 시하가 해볼래?”

“네!”

“그럼 시작.”

[엄마, 아빠.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형아랑 삼촌도 고마워.]

담임은 시하를 보았다.

솔직히 시하가 한다고 손을 들어 나설 줄 몰랐다.

엄마도 아빠도 없는데 어버이날이 혹시 아이에게 가혹한 날이 될까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시하는 의젓하게 자신이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담임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시하도 평범하게 대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괜히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그게 더 상처가 될지도 몰랐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시하는 그런 것 같았다.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형아가 엄마 배 만지면서 말 걸어줘서 재밌었어.]

담임의 그런 생각과 별개로 시하의 말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배 속에 있을 때 기억이 있다고?

[어제도 형아가 많이 놀아줘서 고마워. 나 형아랑 놀 때 정말 좋아. 삼촌도 맨날 장난치지만, 진짜 좋아해.]

담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아가 내 엄마랑 아빠야. 삼촌은 삼촌이야.]

담임이 이를 악물었다.

형아가 엄마랑 아빠라는 말에 살며시 울컥 올라왔다가 삼촌은 그냥 삼촌이라는 말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아니. 형아가 엄마고 삼촌이 아빠인 것도 아니고 삼촌은 삼촌이라니.

[나 길러줘서 고마워. 근데 아직 형아 키 못 따라잡아서 계속 길러줘야 해. 잘 부탁해. 사랑해.]

시하의 말이 끝났다.

담임이 시하의 말을 전부 알아들었다.

다른 아이들도 어설프게 알아듣기는 했다.

아는 말들만 말이다.

“네. 정말 잘했어요. 오늘은 이런 말을 이제 편지로 쓸 거예요. 아. 영어로 쓰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알았죠?”

“네!”

그렇게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편지를 썼다.

시하도 열심히 썼다.

담임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다 쓰고 선생님에게 보여주세요. 영어로 말하는 거 배워야지요.”

“네!”

시하는 딱히 배울 게 없었다.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잘했으니까.

다 쓴 아이들이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이 친절하게 하나하나씩 가르쳐줬다.

어찌 되었든 선생님은 혼자이기에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승준은 시하에게 물어보았다.

“시하야. 나는 엄마, 아빠를 사커보다 더 좋아해, 라고 할 거야.”

“응.”

“단어 다 알아.”

“응. 근데 왜? 뭐가 모르겠는데?”

“근데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돼서 나중에 엄마, 아빠 세계 사커 경기 보는 여행시켜드리고 싶다고 말할 건데 어려워.”

부모님에게 세계여행이 아니라 세계 사커 원정!

엄마, 아빠가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아, 그건 이렇게 말하면 돼.”

“어떻게?”

“팔로우 미! 포에버!”

“응? 날 계속 따라다니는 건 아니지 않아?”

“어차피 승준이 세계 제일의 사커 선수가 될 거니까 승준이 경기 보러 계속 오면 다 여행 가지 않아?”

“와! 맞네! 시하 천재다!”

담임이 생각했다.

그게 과연 어버이날에 말하는 게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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