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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35화 (460/500)

외전 35화 토크 온 퀴즈 (4)

강인 초등학교.

아침부터 아이들이 열심히 떠들고 있다.

그 속에서 시하는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재미에 끝이 없다~ 틴틴틴! 오늘 저녁 8시 40분~ 토콘퀴즈~ 많이 기대해 주세요~”

방송 프로그램 광고를 흥얼거린다.

종수가 듣기 싫다는 듯이 귀를 막았다.

“야. 이시하! 그만 좀 해.”

“왜? 종수야. 오늘 한다고 했어.”

“그거 맨날 들었거든!”

“까먹었을 수도 있잖아.”

“너 때문에 까먹을 수가 없어!”

방송을 찍고 돌아온 날부터 계속 불러댔으니 잊어먹으려야 잊어먹을 수 없다.

시하가 종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역시 기억하고 있었구나. 종수는 똑똑해.”

“뭐지? 칭찬인가?”

“칭찬이야.”

종수가 이상한 건지 왠지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종수야. 꼭 볼 거지?”

“아, 본다고! 그러니까 그 노래 좀 그만 불러. 귀에 딱지 앉겠다!”

“역시 종수야. 아, 맞다. 나 방송에서 종수 말했는데.”

“어? 정말?”

종수가 그건 처음 들었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애들이 시하에게 자기 언급해 달라고 했지만 정말로 언급했을 줄 몰랐다.

“응. 종수가 반장이라고 했어.”

“오오! 대박!”

종수의 눈에 기대감이 비쳤다.

방송에서 언급되었다는 것만으로 흥분될 일이었다.

1학년 1반 반장이라고 이시하가 멋지게 말했겠지.

종수는 시하가 자신을 챙겨주는 것이 고마워졌다.

“멋있게 말했구나?”

“응! 똑똑하고 공부 잘한다고 말했어.”

“크으.”

실상 보면 굉장히 미묘한 장면이었지만 시하는 거짓말은 안 했다. 거짓말은.

“이야. 사실 안 보려고 했는데 꼭 봐야겠네.”

“뭐? 안 보려고 했어? 종수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

“야! 원래 보려고 했는데 네가 하도 광고하니까 보기 싫어진 거잖아.”

“아니야. 나 그렇게 많이 안 했어.”

“매일 그 노래 흥얼거리는데 많이 안 했다는 게 말이 되냐.”

“진짜 많이 안 했는데? 1교시, 2교시, 3교시. 모든 교시 다 해야 많이 한 거지.”

“그래야 많이야?!”

시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의 기준이 심상치 않았다.

형아랑 종일 놀아야 많이 놀았다는 시하의 기준에는 저 기준이 맞을지도 몰랐다.

종수가 시하를 황당하다는 듯이 보았다.

“시하야! 나는? 나는 말했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승준이 자신을 가리켰다.

“응! 당연히 승준이를 제일 먼저 말했지.”

“역시 우리는 베스트 프랜드야.”

베스트 프랜드 되기 참 쉬웠다.

다른 친구들도 시하에게 물어봤다.

시하는 당연히 어린이집 패밀리들을 다 말했다고 대답했다.

제일 친한 친구들인데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와. 진짜 기대된다. 그런데 시하야. 퀴즈는 맞췄어?”

승준의 질문에 종수의 귀가 쫑긋 선다.

시하의 퀴즈.

미리 연습도 한 그 중요한 퀴즈다.

시하가 음~ 하면서 고민을 하더니.

“궁금하면 본방사수!”

“아~! 뭐야. 말해줘!”

“힌트 줄게. 속담이 나왔어!”

“!!!”

“나는 엄청 좋았어.”

“!!!”

사실 저런 말을 들으면 다들 시하가 맞췄다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실상은 노트북에 당첨되었지만 말이다.

100만 원보다 더 좋은 거였다.

“자자.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

담임이 들어왔다.

이제는 익숙한 시간인지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앉았다.

하지만 할 말은 했다.

“선생님. 오늘 시하가 토크 온 퀴즈에 나온대요!”

“정말? 시하야. 선생님 꼭 볼게.”

시하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났다.

담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재미에 끝이 없다~ 틴틴틴! 오늘 저녁 8시 40분~ 토콘퀴즈~ 본방사수!”

종수가 저걸 또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담임은 웃으면서 생각했다.

그걸 꼭 일어나서 말해야 했니?

시하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

부엌에서 파를 송송 썬다.

프라이팬에 파 기름을 만든 뒤에 달걀 볶음밥을 만들었다.

간단한 저녁으로 때울 생각이었다.

물론 달걀 볶음밥만 있으면 삼촌이 심심해할 테니 옆에 불고기도 굽는다.

파 넣고 마늘도 넣고.

다 구우면 덮밥처럼 볶음밥 위에 올릴 생각이었다.

물론 전체를 뒤덮는 건 아니었고.

“오빠. 뭐 도와줘요?”

서수현이 뒤에서 나타나 물어본다.

오늘 시하가 방송에 나온다고 서수현을 초대했다.

다 같이 봐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꼭 이걸 다 같이 봐야 하는지 의문이긴 했다.

“아니. 앉아있어. 시하랑 놀아줘도 되고.”

“시하는 아까부터 자기 방송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게. 아직 시간 한참 남았는데.”

밥을 다 먹어도 기다려야 했다.

뭔가 좀 애매한 시각에 시작하니까.

하긴 저녁에는 대부분 드라마를 보니까 예능을 편성하기 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토크쇼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리얼버라이어티 쇼라면 몸개그도 나오고 놀리기도 하고 게임도 하니까 저녁에 보기 좋을 것 같았다.

근데 토크 온 퀴즈는 토크하고 퀴즈를 푸니까.

진지한 질문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으니 관심이 없으면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제공하는 니즈 자체의 방향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도 시청률이 상당히 잘 나오는 편이다.

수요가 있다는 점에서 좋다.

“우와. 맛있는 냄새.”

서수현이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요?”

“그냥. 귀여워서.”

“아, 뭐예요~”

서수현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휙 돌린다.

수저통에 기웃거리며 상 차려야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나도 말하고 나니 괜히 쳐다보기가 민망했다.

시하한테 귀엽다고 말하는 거랑 서수현에게 귀엽다고 말하는 건 정말 다르다.

“형아. 빨리 와. 이제 해.”

시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아직 멀었잖아.”

“아니야. 금방이야.”

나랑 시하의 시간 감각은 다른가 보다.

그게 어떻게 금방인지.

드라마 한 편 봐도 될 것 같은데.

“아. 이시하~ 다른 채널 돌리자고. 지금 틴틴틴 채널 안 봐도 되잖아.”

삼촌이 절규 어린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공중파 채널에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오늘은 틴틴틴 채널에서 돌아가지 않는다.

시하가 리모컨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삼촌이 가지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시하가 리모컨을 사수하고 있다.

집에 리모컨을 가진 자가 권력 1순위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시하가 권력 1순위였던 모양이다.

이렇게 리모컨을 쉽게 뺏기다니.

“안 돼! 이제 해.”

“아직 안 하고 있잖아.”

“삼촌. 미리미리 대기해야지.”

“놀이기구도 이렇게까지 안 기다려!”

좀 과하기는 한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하는 카메라로 자신을 보지 못했으니까.

어떻게 찍히고 편집됐는지 궁금할 것이다.

“자. 자. 드라마는 이미 놓쳤으니까 밥 먹어요.”

“아직 안 놓쳤어! 지금이라도 틀면 돼.”

“재방송 봐요.”

“재방송은 뭔가 좀 장면이 잘린단 말이야.”

“중요한 장면 아니니까 잘랐겠죠.”

“나한테는 다 중요해.”

“그럼 구매해서 보면 되겠네.”

“그거랑은 달라. 본방사수해야 한다고.”

이 아저씨는 어쩌다 한국 드라마에 이렇게 빠졌나.

외국인이 빠진 K드라마! 하고 영상을 찍어도 될 것 같다.

음. 괜찮은데? 집에서 티비만 보지 말고 그걸 찍어서 영상을 올려 돈이라도 벌라고 해봐야겠다.

물론 삼촌은 이런 걸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됐고. 밥 먹어요. 삼촌. 손님 왔는데 수현이가 밥상 다 차리고 뭐 하는 거예요.”

“괜찮아. 수현이는 이제 우리 가족이야. 우리가 남이가!”

“남이죠. 가서 물이라도 떠와요.”

“내가 이 집에서 서러워서 살 수가 없다. 정말.”

대체 저 말은 또 어디서 배우셨대?

말은 저러지만 삼촌은 정말 물을 뜨러 갔다.

드라마를 보고 있었으면 한 장면도 못 놓친다며 절대 안 간다고 했을 텐데.

“수현아. 상 차려줘서 고마워.”

“가족…. 네?! 아, 네! 별거 아니에요!”

방금 삼촌이 말한 가족이라는 단어에 꽂힌 거 같은데? 상상이 어디까지 뻗어졌는지는 묻지 말자.

또 아들, 딸 나오고 난리 났겠지.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밥을 열심히 먹고 설거지가 끝나도 아직 조금 시간이 남았다.

여유 있는 시간에 에이드나 한 잔 타서 기다려야겠다.

드디어 8시 40분이 됐다.

토크 온 퀴즈가 시작됐다. 오늘 나올 사람들이 앞으로 슉 지나간다. 저 순서대로면 3번째로 나올 것 같은데?

“아니. 그렇게 기다렸는데 또 기다려야 해?! 세 번째잖아!”

“삼촌. 세 번째는 좋은 거야.”

“누가 그래?”

“내가 그런데? 3이니까 좋지.”

역시 시하의 3 사랑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삼촌이 질색한 얼굴이다.

그래도 이 프로그램은 좋아하니 가만히 지켜본다.

“아. 또 광고! 뭐 이렇게 광고가 많아.”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방송국도 먹고 살아야지.

평소에는 이런 부분은 그냥 지나가면서 오늘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 혹시 삼촌도 은근 우리 나오는 거 기대하고 있는 건가?

빨리 보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기대되는 사람 나오는 거 있으면 빨리했으면 하니까. 그럴 때 나오는 광고가 짜증 나기도 한다.

모 연예인이 나온다고 하자 팬들이 아예 광고를 산 경우도 있지 않은가.

끊기지 않게 보겠다고.

“삼촌. 가만히 기다리면 다 나와.”

아까부터 열심히 기다린 시하는 득도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저렇게 차분히 기다리는 걸 보면 말이다.

“어?! 나온다!”

삼촌이 드디어 기다렸던 차례가 왔다.

우리 모습이 나왔다.

인사를 하고 소개를 하는 장면이 지나간다.

시하가 보조 MC를 모른다고 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온다.

다들 모른다고 하길래 자신도 해봤다는 대답.

삼촌 역시 거기에 웃음이 터졌다.

“오. 이시하. 입담이 좀 되는데?”

“형아 닮아서 그래.”

“맨날 형아 닮았대. 삼촌에게 배운 거 아니야. 저 장난기.”

“아니야. 삼촌 조용히 해. 이제 형아가 대답하잖아.”

“나 참. 너무하네.”

시하가 내 대답에 아주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거기서 같이 들었으면서 다시 또 듣고 싶니?

뭐 시하야 나를 워낙 좋아하니까.

시하처럼 재밌는 장면은 아닐 텐데.

나는 슬쩍 서수현을 보았다.

티비를 안 보고 폰을 보고 있었는데 화면을 보니 지금 토크 온 퀴즈 실시간 채팅이 켜져 있었다.

어쩌면 여기 있는 사람 중 서수현이 이 방송에 제일 진심인 사람 아닐까?

설마 댓글창을 켤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누가 너튜브하는 사람 아니랄까 봐.

-와 진짜 잘생겼다.

-일개미 때 난리난 통역사. 진짜 오랜만인 듯.

-rㅐ굴 : 오빠 너무 멋져요! 오빠 너무 멋져요! 오빠 너무 멋져요! 오빠 너무 멋져요! 오빠 너무 멋져요! 오빠 너무 멋져요!

-님아. 도배 좀 하지 마세요!

-와 근데 멋지긴 해.

-내 남친이 저기 있네?

-rㅐ굴 : ??? 내 남친이거든요?!

-어휴. 잘생긴 사람 나오면 또 시작이네

-시하 진짜 많이 컸다. 너무 귀여워.

글자가 작아서 잘 안 보이는데 뭐라고 쓰는 거지? 더 가까이서 볼까?

내가 슬쩍 다가가자 서수현이 화들짝 놀라며 폰을 숨긴다.

“뭐예요. 함부로 폰 보지 말아요. 프라이버시는 지켜줘야죠.”

“실시간 채팅이던데.”

“아무튼요. 보지 말아요.”

“알았어. 근데 뭐라고 썼어?”

“오빠 멋있다고 썼어요.”

“뭘 또 그런 거 써.”

“이런 거 바람잡이 해줘야 줘.”

“뭐, 고마워.”

“헤헤헤.”

진짜 그렇게 쓴 거 맞나?

뭔가 다른 것도 엄청 열심히 쓴 거 같은데.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서수현의 가드는 뛰어났다.

보지도 않으면서 댓글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저런 경지에 이르는지 궁금했다.

그때 티비에서 시하가 삼촌에게 한마디 했다.

[삼촌. 나 티비 나왔어. 이제 티비에서까지 나 봐서 좋겠네.]

삼촌의 얼굴이 떨떠름해진다.

“매일 봐서 지겹다!”

“삼촌 좋으면서 부끄러워하네.”

“???”

시하가 한 방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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