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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32화 (457/500)

외전 32화 토크 온 퀴즈 (1)

토크 온 퀴즈는 말 그대로 토크도 하고 퀴즈도 푸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인들의 섭외도 많이 하고 다양한 직업군도 잘 나온다고 한다.

이번 주제는 형제, 남매라는 것이라는데 시하와 나를 섭외하고 싶다고 했다.

문화가 있는 날에 시하가 화제가 꽤 되기도 했고 나 역시 일개미에 통번역사로 활동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단은 곧바로 허락은 하지 않았다.

언제나 시하에게 의견을 물어봐야 했으니까. 시하가 싫으면 나도 싫다.

“시하야. 토크 온 퀴즈 알아?”

“그거 삼촌이 보는 거잖아.”

“응. 그렇지.”

삼촌이 보는 거라고 퉁 치기에는 거의 다 봐서 웬만하면 거미줄에 다 걸린다.

“거기에서 시하랑 형아한테 섭외 전화가 왔거든. 혹시 출연해줄 수 있냐고 말이야.”

“방송에 나가는 거야?”

“응.”

“갈래.”

고민도 없이 간다고 하는 게 의외였다. 혹시 방송 욕심이 생긴 것인가?

너튜버의 꿈이 펼쳐지는 건지도 모른다.

물론 시하의 영상은 서수현의 채널에 올라와 있지만 말이다.

이렇게 되면 진짜 따로 채널 하나 더 만들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형아랑 같이 가면 가야지.”

아무래도 내가 같이 나온다는 거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혼자 섭외되었으면 거절했겠지.

물론 혼자 방송에 나와도 된다고 했으면 나도 보호자로서 따라갔을 것이다.

“그러면 간다고 한다?”

“응!”

내가 전화를 걸고 있자 삼촌이 시하에게 다가간다.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시하야. 너 방송에 나가는 거야?”

“응. 삼촌이 맨날 보는 토크 온 퀴즈야.”

“맨날은 아니지. 가끔이야. 가끔.”

“아니야. 맨날이야.”

“아니라니까. 아! 그런데 방송에 나가면 준비해야 하는 게 있는 거 알지?”

“준비해야 하는 거?”

“그럼. 당연하지.”

삼촌이 시하를 보며 히죽 웃는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시하가 살며시 고민을 한다. 방송에 가면 뭘 준비해야 하는지 말이다.

“카메라?”

“그건 방송국에 당연히 있지. 시하 네가 준비해야 하는 거야.”

“아! 미소야. 미소.”

“그건 당연히 장착해야 하는 거지. 잘 봐. 이건 예능이잖아.”

“응.”

“예능은 재밌어야 하지. 그럼 당연히 개인기를 준비해야지.”

“개인기?!”

무슨 아이돌도 아니고 예능에서 보여줄 개인기를 준비해 가냐. 그리고 요즘 개인기보다는 끼를 보여주는 게 좋다.

토크 예능이니 입담이 재밌어야지.

나도 재밌는 에피소드 어디서 주워서 해줘야 하나?

“헛둘헛둘.”

시하가 뭔가 발재간을 보인다.

개인기라는 말에 축구를 떠올린 게 틀림없다.

시하야. 그 개인기가 아니야.

삼촌도 시하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았다.

“축구 말고.”

“그럼?”

“뭐 성대모사라던가 모창이라던가 재밌는 흉내 내는 거 말이야.”

“성대모사? 백동 형아가 잘하는데.”

“그래. 그런 거.”

성우인 백동환이 있었기에 시하는 성대모사가 뭔지 알고 있었다.

“춤이라도 준비해야 거기서 또 재밌지.”

“춤이면 윤동인데.”

“다른 사람 말고 너 말이야. 너.”

“나는 춤이랑 성대모사 못 해.”

“그러니까 준비해가야지.”

“우웅.”

그런 거 준비할 필요는 없다.

삼촌이 쓸데없는 거 알려주는 거 막아야 하는데 통화 중이라서 신경이 분산된다.

아무래도 내가 통화하는 거 보고 저런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자. 보오~노~보오~노~라는 만화가 있어.”

“응. 나도 알아.”

“걔 목소리를 따라 하는 거야.”

“띠디디디디.”

“그건 땀 소리고. 전혀 안 똑같아.”

“그러면?”

삼촌이 입을 푸르르 푼다.

아무래도 직접 보여줄 모양이었다.

“허… 헛소리… 하지 마… 임마!”

대체 애한테 뭘 가르치고 있는 거야?

하필 이럴 때 작가님께서 전화로 이것저것 말해주고 있다.

시하가 그 말을 따라한다.

“헛소리 하지 망. 임망!”

“헛소리 하지 마 임마!”

“헛소리 하지 망. 임망.”

“잘하네. 우리 시하 잘한다.”

“정말?”

“응. 정말 잘하네.”

“헛소리 하지 망. 임망.”

“쓰읍. 뭔가 당한 거 같은데.”

시하가 삼촌을 올려다보며 말하는데 연습하는 게 아니라 꼭 대답한 것처럼 들리긴 했다.

근데 저거 방송에서 개인기로 풀 거라고? 나는 반댈세. 시하 이미지가 있지. 저러면 이상한 말 나오지 않겠나.

“자. 이거는 성대모사 하나 더 준비했고. 혹시 안 통할 거를 대비해서 모창을 하나 더 준비해야 해.”

“모창이 뭐야?”

“노래하는 거 따라 하는 거지.”

시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누군가 생각이 났는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도망가시고~”

코는 왜 벌렁거리며 부르는지 모르겠다.

“할머니는 몽둥이 들고 따라가셨네~”

여기서 삼촌이 의문을 제기한다.

“누구 모창한 거야?”

“승준이!”

“아니.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잖아. 거기 방송에서 아는 사람이야 한다니까.”

“근데 승준이가 이렇게 부르면 애들 다 웃긴다고 다 웃는데?”

“그건 승준이가 하니까 웃기는 거지. 내가 또 하나 가르쳐줄게.”

또 뭘 가르치나 싶다.

이제 통화가 끝나긴 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생각이다.

나는 가만히 삼촌을 지켜보았다.

“자. 노래 따라 해봐.”

“응.”

“짧고 임펙트 있는 거로.”

“짧고 임펙트.”

“크흠. 에이. 에이~ 너는 멍췅히이~”

“에이. 에이~ 너는 멍췅히이~”

뭔가 가르치는 것마다 상대방이 기분 나쁜 말인데? 선곡이 왜 이래?

나는 낮게 삼촌을 불렀다.

“삼촌…….”

“어? 시혁아. 통화 다 했어?”

“이 화상아. 대체 뭘 가르치는 거야.”

나는 삼촌의 팔뚝을 때렸다.

“아. 시혁아. 이거 진짜 통한다니까. 재밌잖아.”

재미야 있긴 있는데 시하의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는가.

오랜만에 나와서 저런 개인기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어? 어?!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거 진짜 통한다니까.”

“다른 좋은 것들도 많잖아요. 왜 하필 저것들이냐고요.”

“내가 다 이거 보는 연령대에 맞춰서 고른 거라니까.”

그때 시하가 모창을 연습했다.

“너는 멍췅히이~”

삼촌이 시하를 보았다.

“뭔가 멕이는 거 같은데.”

“자업자득이죠. 그리고 삼촌이 꼬아서 듣는 거고요.”

“그런가?”

우리 시하는 그런 말 안 한다. 진짜 안 하는 거 맞나?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타이밍이 좋긴 했다.

시하가 말했다.

“삼촌. 착각이야.”

“진짜냐?”

“나는 이렇게 안 하고 대놓고 바보라고 말해.”

“뭐지? 그거도 대놓고 한 거 같은데?”

“아니야.”

뭐 시하가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암!

“나 진짜 통하는 거 이야기해 줬다고.”

아직도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 삼촌이었다.

통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

초등학교.

친구들의 만나는 장소에서 언제나 자기가 있었던 일이나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 법이다.

자랑도 하고 힘들거나 짜증 나는 이야기도 한다.

오늘은 시하가 자랑거리를 들고 왔다.

“나 방송에 나간다고 하는데.”

“어디?”

승준이 놀랐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토크 온 퀴즈에.”

“아. 그 아저씨들 나오는 프로그램? 퀴즈 어렵던데.”

“응. 퀴즈는 형아가 있어서 괜찮은데 재밌어야 하니까 막 개인기도 준비하고 그랬어.”

“개인기? 어떤 거? 팬텀 드리블 같은 거? 아니면 플립플랩?”

역시 시하가 승준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예상된 반응을 하는 승준이었다.

“아니. 성대모사랑 모창.”

“에이. 뭐야. 그런 거야.”

승준이 사커 이야기가 아니라서 실망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하나는 달랐다.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니 개인기에도 관심이 있다.

“어떤 개인기 준비했는데?”

“비밀이야. 방송에서 봐야 해.”

“치. 알려주지.”

아직 방송도 찍지 않았지만 알아서 비밀을 엄수하는 시하였다.

“그럼 시하야. 가면 나 이야기해 줘야 해. 알았지?”

“응. 하나 이야기해 줄게. 엄청난 아이돌이 될 거라고.”

“알았어.”

하나의 부탁에 승준이 자신을 가리켰다.

방송에서 이름 한번 불려보고 싶었다.

“시하야. 나도. 나도.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있다고 말해줘.”

“응. 말할게.”

연주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자신은 방송에 꽤 나왔고 인터뷰도 했었으니까.

이름이 나오는 건 그렇게 신기한 일도 아니고 부탁할 일도 아닌 것이다.

“연주도 말해줘?”

“응? 아니. 괜찮아.”

“응. 알았어.”

그런데 시하가 안 말해준다고 하니까 연주는 괜히 뭔가 소외된 느낌이 들었다.

“연주 배우랑 친하다고 말해도 돼.”

“응. 알았어.”

연주가 안심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종수가 나섰다.

“종수도 말해 줘?”

“이시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응? 왜?”

“당연히 거기 나갔으면 퀴즈를 맞혀야지. 시혁이 형한테 다 맡기면 어떡해.”

“근데 퀴즈는 어렵잖아.”

“바보야. 내가 그 프로그램을 퀴즈 나올 때만 봤는데 어린이한테는 쉬운 문제를 줘.”

“왜?”

“당연히 어려운 거 주면 못 푸니까.”

시하는 종수의 말이 일리가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종수가 의기양양해지며 공책과 볼펜을 꺼냈다.

“내가 예상문제 몇 개 알려줄 테니까 그거 공부하고 가.”

“꼭 그래야 해?”

“당연하지. 너 가서 강인초 1학년 1반 이시하입니다, 라고 소개할 거잖아.”

“아닌데. 이시혁 동생 이시하입니다, 라고 소개할 건데.”

“어?”

종수가 저건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당황했다.

언제나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은 어느 초등학교 몇 학년 몇 반이라고 꼭 소개를 했었으니까.

초등학교와 반 이름을 댄다는 거는 어떻게 보면 대표로 나가는 거 아닌가.

그렇기에 퀴즈를 꼭 잘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마 시하가 시혁이 형 동생이라고 소개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 음.”

“왜?”

“형의 이름을 걸고 잘 풀면 좋잖아.”

“형아 이름 왜 걸어? 내 이름 걸어야지.”

“그 말이 아니잖아. 시혁이 형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면 좋다는 거지.”

“형아는 내가 멋진 모습 안 보여도 좋아해.”

“야!”

결국, 뜻대로 안 되는지 종수가 터졌다.

“그래도 멋진 모습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종수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시하였다.

“자. 잘 봐. 속담이 나올 확률이 있어.”

“속담?”

“응.”

“정답. 등잔 밑이 어둡다!”

“아직 문제도 안 냈거든?!”

“그럼 문제 내봐.”

“자. 문제 나간다.”

“응.”

종수가 공책에 열심히 글을 쓴다.

“이것 잃고 외양간 고친다. 이것은 뭘까요?”

“외양간이 뭐야?”

“거기서부터라고?!”

“응.”

종수가 황당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좋아. 네가 알 만한 속담 말해줄게. 자. 하룻강아지 이것 무서운 줄 모른다, 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것은 무엇일까?”

“형아 무서운 줄 모른다?”

“아니거든! 넌 맨날 형아냐!”

시하가 고개를 저었다.

“종수야. 생각해봐. 하룻강아지가 형아를 모르잖아. 그러니까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거야.”

“설득하려고 하지 마! 범 무서운 줄 모른다거든. 호랑이 말이야.”

“호랑이가 범이야?”

“그래.”

“범이. 이름 귀여워.”

“이름이 아니라 한자야!”

물론 시하는 그런 거 모른다.

한자를 알아봤자 얼마나 알겠나.

“그럼 이거. 이거는 알겠지. 이것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이것은 무엇일까?”

시하가 고민하다가 무언가 떠올렸다.

“삼촌!”

삼촌이 언제나 장난을 친다. 하지만 정신만 차리면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니 답은 삼촌이다.

“아니거든?!”

“아니야?”

“정답은 또 호랑이야!”

“범이였구나.”

“아니. 호랑이라니까.”

“범이 호랑이라며. 그럼 범이라고 하면 틀린 거야?”

“어? 틀린 건 아니지. 아닌데. 아 몰라. 너 알아서 해! 퀴즈에 확 다 틀려버려라!”

종수가 씩씩대며 자기 자리에 가더니 책상에 엎드렸다.

시하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종수야. 또 내줘.”

“싫어!”

“이번에 맞출 수 있을 거 같아.”

“…….”

“진짜야.”

종수가 한숨을 쉬며 허리를 폈다.

“후우. 좋아. 마지막이야. 개구리 이것 적 생각 못 한다. 이것은 무엇일까?”

시하의 머릿속에는 개구리 하니까 서수현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때 처음 너튜버 했었던 이야기를 들은 것도 떠올렸다.

서수현이 자신도 모르게 분명 그 단어를 말했었다.

시하는 자신 있게 말했다.

“하꼬!”

“야! 올챙이거든!”

개구리 하꼬 적 생각 못 한다.

어떻게 보면 그리 틀린 의미가 아닐지도 모른다. 속담에 일본어라는 게 좀 그렇긴 했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 학교에서도 방송 나갈 준비를 한 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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