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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21화 (446/500)

외전 21화 반장 (1)

1학년 때 반장선거를 하는 학교는 잘 없다. 하지만 강인 초등학교는 하고 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안 된다. 아직 학교에 적응해야 한다. 여러 말이 있지만 이것 역시 교육의 관점이 다른 것뿐이라고 강인 초등학교는 생각한다.

8살이 마냥 어리게만 보여도 또 따지면 그렇게 어리지 않다.

오히려 이 부분은 믿어주는 게 좋을 것이다.

“반장은 반을 대표하는 겁니다. 아이들의 말도 잘 들어주고 반장이 하는 일도 잘 따라줘야 합니다. 잘 따라주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스스로 반장을 뽑아야 해요. 그렇지만 반장이 나쁜 짓을 하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알겠죠?”

담임은 말한다. 반장이라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건 아니라고. 정말 옳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말릴 줄 알아야 한다고.

이해하는 친구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먼저 믿어주는 게 좋겠죠. 실패하면 괜찮다고 함께 해결하자고 말하고요.”

따른다는 것은 명령 체계가 아니다.

함께 걸어 나가는 것이다.

눕혀져 있는 피라미드다. 그렇기에 제일 꼭짓점에 있는 반장이 공기의 저항을 세게 받는다.

옆에 있는 아이들은 힘내라고 함께 걸어줘야 한다.

“너무 어려웠나요?”

“아니요!”

최대한 쉽게 설명한다고 했는데 아이들에게 깊숙한 뜻까지 전해졌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함축적인 한자어를 남발할 수도 없었다.

“앞으로 방학 전까지 1반이 어떻게 보이게 될 것인지는 반장과 학급 여러분에게 달려 있답니다. 그러니 잘 생각해서 지원하고 발표와 투표를 진행해 주세요. 알았죠?”

“네!”

이렇게 말했지만 담임은 생각한다.

반장이 될 자격이 있어서 반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반장으로 성장하라고 반장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 생각의 간격은 굉장히 차이가 크다.

“그럼 반장으로 추천하거나 해볼 사람은 손들어주세요.”

번쩍.

먼저 든 사람은 종수였다.

자신을 추천했는데 선생님도 예상한 바였다.

“저는 시하를 추천합니다!”

승준이 손을 들고 시하를 추천했다.

꼭 한 사람씩 있다. 자기는 안 하고 추천만 하는 사람.

하지만 친구라면 받은 만큼 배로 되돌려주는 법.

“저도 승준이를 추천합니다.”

뭐 사귀는 것도 아닌데 서로를 추천하고 난리가 났다.

저게 바로 찐친구다.

일단 벌써 후보가 세 명이 되었다.

담임은 뭔가 불안해졌다. 그 셋이 강인 어린이집 아이들이었으니까.

“저는 저를 추천합니다!”

하나가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이것으로 넷이다.

“연주는 안 나가?”

“응? 나는 안 나가.”

“왜?”

“으음. 나는 촬영하면 학교에 안 나올 수도 있잖아. 그럼 반장 못 해.”

“아. 맞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사퇴를 말하는 연주였다.

아역 배우라서 촬영이 길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끔 안 나올지도 모르는 법이다.

“나는 하나 뽑아줄게.”

“정말? 고마워.”

안 그래도 학급에 사람이 적은데 벌써 한 표를 얻었다.

친분으로 인한 한 표였다.

“푸하하. 저도 나갈래요. 저도.”

은우가 손을 들었다.

“윤동아 넌?”

“안 나가.”

윤동이 귀찮다는 듯이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저런 반장 선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럼 나 뽑아.”

“보고.”

“푸하하. 보고 뽑는데! 푸하하.”

“???”

하나도 안 웃긴데 혼자 웃는 은우였다.

언제나 그렇지만 웃음 포인트를 알 수가 없었다.

담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럼 이제 아무도 없나요?”

“네!”

아이들이 더 추천하고 싶어도 현재 1반에 인기 있는 아이들은 다 나간 상태였다.

종수, 승준, 시하, 하나, 은우.

벌써 반 중심인 패밀리들이었다.

“그럼 나온 사람 중에 사퇴하고 싶은 사람 있나요?”

“사퇴가 뭐예요?”

“아. 반장 안 하고 싶다고 포기하는 걸 말해요.”

“아하. 없어요!”

“시하야. 너만 없다고 말하면 되겠니?”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웃었다.

실제로 사퇴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반장이 되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 반장 공약을 들어보겠습니다. 자. 먼저 발표할 사람은 종수입니다.”

종수가 앞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종수입니다. 저는 공부를 좋아하고 잘합니다. 그래서 우리 반이 정말 공부를 잘하는 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제가 다 가르쳐주겠습니다. 멋진 반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준비한 내용인지 종수의 입에서 술술 나왔다.

미리 준비하라고 말했으니 집에서 연습해온 게 분명했다.

티가 확 났다.

담임의 예상이지만 집에서 엄마랑 연습해서 외웠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모르는 거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다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저도 모르면 다른 사람에게 배워서라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굉장한 포부가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저를 뽑아주신다면 정말 후회 한 점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담임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앞에서 잘해 버리면 다음 차례가 너무 힘들고 비교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심지어 다음 차례는 추천을 받은 승준이었다.

준비한 게 없을 게 뻔했다.

이 짧은 시간에 생각할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들었다.

“안녕하세요. 승준입니다. 알다시피 저는 사커를 잘합니다. 그래서 우리 반이 강인FC로서 우승을 하기 원합니다. 저를 따라와 주시면 승리를 안겨드리겠습니다!”

갑자기 1반을 축구 구단으로 바꿔버렸다.

강인FC요? 그건 대체 언제 생긴 구단입니까?

여기 반장 선거인데 갑자기 축구단을 만들어버리면 어떡합니까?

“제가 주장을 잘하겠습니다.”

“승준아. 여기 반장 선거인데?”

“아! 반장이요.”

너 주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이미 구단 출격까지 다 짜여 있는 거지?

걱정이 무색하게 승준은 발표를 아주 잘했다.

반장 선거 발표라고 하기에는 뭐 하지만 말이다.

“감사합니다.”

승준이 들어가고 다음은 하나의 차례가 왔다.

승준과 쌍둥이인 하나.

과연 어떤 말을 할까?

“안녕하세요. 하나예요. 저는 일단 반 이름을 만들겠습니다. 투엔티포. 에에에~ 에에에에~ 에~ 2NT4~. 이름 예쁘죠? 24명이라서 이렇게 지었습니다.”

갑자기 반 이름이 아이돌 그룹 이름처럼 되었는데요?!

반장 선거 공약인데 이게 맞나 싶었다.

반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

“선생님이 함께 해결하자고 했으니 이름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함께가 아이돌 그룹으로서 함께는 아니겠지?

“쉬는 시간 노래도 우리 투엔티포만 아이돌 노래로 바꾸는 걸 해보겠습니다.”

저기요? 공약을 너무 남발하시는 거 아닌가요? 그거 정말 시행될 수 있습니까?

“감사합니다.”

하나가 배꼽 인사로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은우였다.

“푸하하. 나는 은우고. 내가 여기다 씹어 먹어 줄게.”

저기요? 갑자기 왜 씹어 드십니까? 여기 랩 배틀 공간이 아니에요.

은우가 나온 4명을 가리켰다.

“내가 얘네들 다 이길 수 있어.”

흔히 선거할 때 디스하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은우가 말하는 건 랩으로 다 이길 수 있다는 말이었다.

“솔직히 쨉도 안 되지. 나보다 실력 좋은 사람은 없을 텐데.”

래퍼의 자신감.

“푸하하. 그러니까 다 필요 없고 나에게 쇼미더투표! 푸하하! 땡큐!”

은우가 손을 흔들었다.

반말하는 걸로 모자라 땡큐로 마무리까지.

아주 파격적인 공약 연설이었다.

공약이라고는 다 씹어 먹어 주겠다는 것밖에 없지만 말이다.

뭘 씹어 먹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도 하나의 개성이기에 담임은 식은땀을 흘리며 박수를 쳤다.

쇼미더투표라니…….

“마지막은 시하네요. 시하 나와 주세요.”

“네!”

시하가 나왔다.

원래 마지막 차례가 제일 좋다. 첫 번째 차례는 무슨 말을 했는지 희미하지만 마지막은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이시하예요. 저희 형아는 이시혁이에요. 우리는 ㅇㅅㅎ이라서 이름이 똑같아요.”

갑자기 형아 소개도 모자라서 TMI까지.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연설이었다.

“반장이 되면 우리 형아가 많이 도와줄 거예요.”

그거 형아랑 상의된 내용이니?

“우리 형아가 통역사거든요. 영어도 엄청 잘해요. 그래서 저도 영어를 엄청 잘해요. 다 알아요. 형아는 더 많이 알아요. 형아는 진짜 대단해요.”

형아 신봉자 이시하.

비선 실세로 이시혁을 앉힌다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중이었다.

통역사니까 외교부 장관 정도는 꽂아줄 듯싶었다.

“무슨 말이냐면.”

시하가 종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종수의 얼굴 위에 물음표가 떴다.

“형아가 다 아니까 종수가 말한 거 형아가 다 가르쳐 줄 수 있어요.”

“!!!”

이번에는 승준을 보았다.

“형아가 승준이에게 사커를 가르쳐줬는데 사실 사커 더 잘해서 여기 있는 친구들에게 다 가르쳐줄 수 있어요.”

“!!!”

다음은 하나를 보았다.

“형아한테 노래 잘하는 여자 친구 있는데!”

“!!!”

“노래도 잘 가르쳐주고 여기 쉬는 시간 음악이 혀니 누나 노래로 바뀌는 것도 좋아요.”

“?!?!”

또 나왔다. 이시하의 TMI.

담임은 이시혁에게 혀니 누나라는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니, 반 아이들 모두가 알게 되었다.

시하가 이번에는 은우를 보았다.

“형아 영어 잘하니까 영어 랩도 할 수 있어요!”

“?!!?!”

“형아가 다 씹어 먹어.”

아무튼, 자기를 반장으로 뽑아준다면 형아가 1반을 도울 수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담임은 정말 공약이 이래도 되나 싶은 기분이었다.

뭐, 넓게 보면 인맥도 실력의 한 부분이기는 한데. 1학년한테 이게 맞나?

“네. 모, 모두 잘해 주었어요. 지금부터 투표를 진행할게요. 다들 생각한 친구들을 뽑으면 좋겠어요.”

담임은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교직 인생에 이런 공약은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이런 그림을 꿈꿨다.

[친구들도 돕고 선생님도 도와서 재밌는 반을 만들겠습니다.]

뭐 이런 뻔하지만 귀엽고 예쁜 공약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처음에 나온 후보들을 봤을 때부터 불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런 개성적인 공약 발표가 맞는지 어지러웠다.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너무 개성적이라서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대로 진행했다.

그리고 발표는 뭔가 걷잡을 수 없이 이상해져 버렸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1학년인 시기에. 이 백지인 시기에 반장 발표는 이런 것이라는 이상한 기준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담임은 그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그나마 종수가 정석적으로 발표를 해준 것에 위안으로 삼았다.

“종이를 나눠줄게요.”

아이들이 조금 고민하더니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두 번 접어서 여기 상자에 넣어주세요.”

“네!”

아이들이 상자에 종이를 넣었다.

후보로 나온 사람 5명을 제외하고 19명이 투표를 했다.

이 19개로 이 반의 대표가 정해진다.

“그럼 개표하겠습니다.”

꿀꺽.

선생님도 이렇게 긴장되는 순간이 처음인 것 같다.

누가 돼도 파란만장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그래도 겨우 1학년 반장인데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하나!”

“우와!”

동글동글한 글씨가 연주 같다고 생각했다.

“은우!”

“yo!”

뭔가 대충 쓴 글자가 윤동이 썼을 것 같았다.

선생님은 한 장씩 꺼내서 부르기 시작했다.

의외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전부 2표씩 받아서 무승부.

솔직히 누가 한 표씩 줬는지 심히 궁금하지만, 비밀투표이기에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제 남은 표는 9표.

“종수. 시하. 승준.”

세 명은 세 표가 되었다.

남은 표수는 6표.

“종수. 승준. 시하.”

종수와 승준 시하가 4표로 선두에 섰다.

담임이 생각하기에 승준이 축구로 아이들과 잘 놀아서 표를 많이 받는 것 같았다.

시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형아 찬양론이 이렇게 통한다고? 이런 의문일 뿐.

남은 표는 앞으로 3표.

“종수.”

“우와.”

“승준.”

“우와!”

종수와 승준 5표. 시하 4표.

앞으로 남은 건 한 표였다.

“자. 이제 1표가 남았어요. 만약에 이 표에 시하가 나온다면 세 사람만 다시 투표할 거예요.”

“네!”

“그리고 만약 이 셋 중에 나오지 않는다면 승준이랑 종수만 다시 투표합니다.”

“네!”

꿀꺽.

선생님은 침을 삼키며 종이를 천천히 펼쳤다.

과연 정석적인 반장이 나올 것인가.

아니면 강인FC라는 축구 구단이 나올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비선 실세를 앉힌다는 반장이 재투표를 노려볼 것인가.

모든 결과는 이 한 장의 표에 달렸다.

“이 종이에 적힌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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