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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20화 (445/500)

외전 20화 숙제 (2)

강인 초등학교 교무실.

1학년 1반 담임은 오늘 할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쉬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굉장히 힘든 직업이다.

아이들이 하교하면 사무 업무가 또 남아있고 내일 어떤 수업을 할 건지 자료도 만들거나 뽑아놔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직업적 보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 앞으로 새로운 시대의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지는 담임의 영향이 클 테니까 말이다.

아이들은 굉장히 물들기 쉽고 말을 잘 듣는 경향도 보이기 때문에 선생님으로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좋겠다. 1반이라. 거기 강인 어린이집 애들이 똑똑하잖아요.”

아침에는 이런 잡담도 나누는 법이다.

1반 담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똑똑한 것 같아요.”

“그럼 편하겠다.”

모르는 소리다. 똑똑한 만큼 개성이 너무 강하다.

똑똑해서 말을 잘 들을 것 같지만 재능있는 부분의 똑똑함이기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여기 있는 선생님들은 잘 모른다.

강인 어린이집 아이들을 맡아 본 적이 없으니까.

배출되는 경우도 눈곱만큼이었고 담임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 학교에 교감 선생님밖에 없었다.

소문과 썰은 있었지만 경험한 사람은 적은 셈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강인 어린이집 아이들의 최다 배출이다.

무려 8명.

하나하나 다 개성이 강했고 한 명은 그 유명한 아역이었고, 한 명은 유명한 통역사의 동생이었다.

“그래도 1학년이라 장난기? 아니지. 개성적이에요.”

“그래도 애들이 빨리빨리 배우고 말을 잘 듣잖아요. 똑똑하면 또 점잖은 모습도 있으니까.”

“하하하.”

점잔? 점잔은커녕 오히려 활발하다.

그냥 특별한 건 아니고 그 나이 때에 맞는 1학년이다.

“빨리 배운다고 해야 하나?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역시. 역시. 어린이집에서 6~7세 때 정말 잘 가르치고 보낸다더니.”

“한 명은 통역사 형이 있으니까 영어 회화도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발음도 좋고.”

“와. 와. 형이 통역사예요? 아니, 그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네요.”

“아. 이시혁 통역사라고 유명해요.”

“아! 나 들어본 거 같은데?”

일개미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수 있다.

이제는 좀 시들해져서 잊혀 가는 중이지만 말이다.

이때 예능이나 방송 출연을 했으면 더 많은 사람이 기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 한 분이 폰으로 찾아봤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 기억나네요. 이분이구나.”

“하하하. 시간이 점점 다 돼가네요.”

“아, 그러네요. 저는 오늘 숙제 봐줘야 해서 바쁘겠어요.”

“저도 똑같아요.”

서로 동질감을 한 번 느낀 뒤 헤어졌다.

교실로 들어가서 아이들의 출석을 불렀다.

조례가 시작됐다.

“자. 이제 어느 정도 학교에 익숙해졌다고 생각이 들어요. 모두 좀 친해지고 어느 정도 알게 됐을 거예요. 그래서 그런데 이제 반장을 뽑아 볼까 해요. 오늘 생각해 보고 반장 하고 싶은 사람이 있거나 내일 추천을 해주세요. 알았죠?”

“네!”

“그럼 반장은 내일 뽑고 1교시는 수학이죠?”

“네!”

“그럼 숙제는 이 앞에 제출해 주세요. 알겠죠?”

“네에!”

***

숙제 채점을 하면서 1반 담임은 머리를 싸매었다.

시하의 문제풀이를 보고 말이다.

“이게 답이 왜?”

만약 ‘3+4=?’ 하는 문제였으면 7만 적으면 된다.

하지만 이런 서술 문제는 과정도 중요하다.

문제는 과정이 심히 창의적이었다.

“어떻게 채점하라는 건데?”

수학이라면 당연히 답이 떨어져 나오는 과목.

그런데 떨어져 나오는 답은 내놓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맞춤법은 맞았네? 고친 건가?’

도움을 받았다는 듯이 고친 흔적이 있었다.

“으음.”

더하기도 있고 빼기도 있다. 누가 더 큰지 비교도 하고 있다.

이번 수학에서 배울 개념들이 분명히 한 문제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배열되어 있다.

마지막에 와서 이순신 장군님의 명대사에다가 해피엔딩이라는 결말까지.

이건 좀.

[굉장히 창의적인 소질이 다분합니다. 처음에는 답을 찾아갔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결론이 4가 되어버렸네요. 떠나간 친구들이 와도 6이 되어버립니다. 아쉽게도 한 사람이 모자라서 7이 될 수 없네요.]

이렇게 평가를 적는 게 맞는지 담임으로서 의문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후우. 끝났다.’

겨우겨우 시하의 숙제 평가가 끝났다.

아이 3명분만큼 시간을 쓴 것 같았다.

‘다른 건 더 빨리해야지.’

그리고 하나의 답지를 펼쳤다.

어느 아이돌 그룹에 있을 만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다.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아까 시하의 답을 봐서 그런지 그나마 충격이 덜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관심사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답도 맞았고요. 더하기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참 잘했습니다.]

다음은 승준.

[3 대 3으로 나눠서 축구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숫자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에 7명인 것까지 맞았습니다. 더하기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승준과 하나의 맞춤법까지 꼬박꼬박 봐주면서 틀린 것을 고쳐주었다.

‘너무 길다.’

답이 너무 길다. 원래 이런 답이 아니다. 금방 채점이 가능한 답이라는 뜻이었다.

‘설마 다른 애들도 이렇지는 않겠지?’

다음은 연주.

[한 명은 카메라 감독님이고 한 명은 오디오 감독님. 그리고…….]

[이상 7명이 동아리인데 사람이 적어서 어쩔 수 없이 독립영화를 찍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은우.

[토끼는 쌈(3)마이 했어. 쥐가 쌈을 걸었지. 어. 어. 싸(4)가지가 없네? 이거 경을 칠(7) 일이네.]

이건 대체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인지 선생님은 심히 고민이 들었다.

은우라면 랩을 좋아하는 아이라고 알고 있다.

자기소개 시간에 말했으니까.

근데 이러면 랩 가사로서 맞춤법을 허용해 줘야 하나?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하지?

근데 이 아이는 뭘 배웠기에 경을 친다는 표현을 알까?

“후우.”

결국, 맞춤법을 고치는 선생님이었다.

[가사로 부를 때는 허용이 되나 맞춤법을 꼭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이건 숙제니까요. 나중에 좋은 랩 들려주세요. > <]

선생님은 다음을 넘겼다.

이제는 그냥 강인 어린이집 아이들의 숙제를 먼저 채점하기로 마음먹었다.

윤동의 숙제.

[3 더하기 4는 7이다.]

분명히 서술 형태로 예까지 들어있는데 이렇게 쓴다고?

이걸 맞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더하기 개념을 잘 알고 있네요. 잘했어요. 그래도 문제의 예시를 따르면 좋을 것 같네요. 다음에는 예시에 나온 답도 써봅시다. 도움이 될 거예요. 알겠죠?]

한숨 돌리고 다음을 보았다.

종수와 재휘.

[토끼 3마리가 있고 쥐 4마리가 와서 동물은 모두 7마리가 되었습니다.]

“그래. 이거야! 어허헝.”

그래도 강인 어린이집 출신 중에서 제대로 답을 써놓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담임은 감격했다.

이렇게 적으면 채점을 매기기가 정말 쉽다.

정석적인 답을 써주어서 담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 그랬으면 오늘 안에 다 매길 수 있을지 심히 고민했을 것이다.

창의력이 필요한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그걸 구분해 주길 바라는 건 사치기는 하지만.

설마 이런 수학 문제에 정석적인 답을 얻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물론 대부분 답을 맞혔지만 장문의 답을 바란 건 아니었다.

피드백을 적어주는데도 한참을 고민했을 정도다.

‘이제 빨리 매기자.’

강인 어린이집 아이들을 지나자 숙제를 매기는 것에 속도가 훨씬 빠르게 붙었다.

더하기, 모으기, 수량 비교, 빼기, 맞춤법 등등.

이제야 제대로 수학에 필요한 피드백을 적는 선생님이었다.

물론 이런 고생을 하는지 다른 선생님들은 몰랐다.

***

태권도장.

관장님은 아이들이 숙제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숙제라고 내주었지만, 실행했는지 안 했는지는 아이들의 자유기 때문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부모님을 사랑하고 공경하자는 행동은 확인을 안 하는 편이다.

혹시나 사랑과 공경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숙제가 되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숙제가 나쁜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건 해왔다고 해서 보상을 주지 않을 뿐이다.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 자. 수업 시작한다.”

“네!”

스트레칭을 하고 수업이 시작됐다.

배웠던 걸 복습도 한다. 몸통지르기, 앞차기 등등.

“그래도 곧 잘하니까 좀 더 진도를 나가도 되겠다.”

“네!”

“자. 태권도에도 게임처럼 스킬이 있다.”

“!!!”

관장님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재밌게 설명하려고 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젊게 보이고 싶은 욕망도 자리 잡고 있었다.

“여러 스킬이 있지만 그걸 모두 품새라고 한다. 토끼랑 쥐를 동물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지. 오늘 배운 스킬은 태극 1장이다!”

“태극 1장?!”

시하의 눈이 커졌다.

이름만 들어도 엄청 멋있었다.

“우리나라 태극기!”

“그래. 시하가 잘 말했다. 태극기의 태극이다!”

“태극기 1장!”

“태극 1장이다.”

“관장님. 이거 배우면 경호원 될 수 있어요?”

“…관련이 없지 않지가 않지는 않지.”

“???”

“자! 먼저 시범을 보여주겠다!”

관장님이 얼버무리며 시범을 보여주려고 했다.

노래를 틀었다.

요즘에는 신나게 해야 아이들이 잘 배운다.

고요 속에서 태극 1장을 펼치면 재미없어한다.

사실 기본적인 막기와 발차기를 이어놓았기 때문에 특별한 건 없었다.

“준비!”

노래가 흘러나온다.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아래 막기! 몸통지르기! 아래 막기! 몸통지르기!

좌우로 움직이면서 한 동작씩 보여주었다.

[내일의 주인공도 나야 나! 나야 나!]

머리 막고 발치기. 몸통지르기!

절도 있는 동작을 보며 시하가 눈을 빛냈다.

배웠던 동작이었지만 관장님이 하니까 멋있어 보였다.

멋진 댄서가 그냥 그루브만 쳐도 멋있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어이!”

마지막 동작에서는 기합.

“바로!”

자세를 바로 했다.

“쉬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다.

“자. 이게 바로 태극 1장이다. 어때? 다 배웠던 동작이지?”

“네!”

“그럼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동작, 한 동작씩 같이한다. 하나! 둘!”

시하는 짧은 팔다리로 힘껏 따라 했다.

“절도 있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힘 있게.”

“에잇! 에잇!”

“기합은 마지막에만 넣습니다!”

일련의 동작들을 다 수행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외웠을 때쯤에 노래를 틀고 함께했다.

자세도 열심히 교정해 주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하겠습니다.”

관장님은 폰을 세팅했다.

이렇게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여주면 아주 좋아한다.

힘들지만 관장님의 숙제 중 하나다.

요즘 비즈니스는 힘든 법이다.

“자. 그럼. 노래 튼다.”

노래가 흘러나왔다.

시하는 열심히 막고, 주먹을 찌르고, 발차기했다.

도복이 펄럭이고 흰 띠가 흔들린다.

힘껏 절도 있게 하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동작에서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귀여운 모습만 카메라에 담겼다.

짧은 팔다리는 영차영차 움직이고 있다.

“어이!”

“바로! 쉬어!”

마지막 인사까지 마무리.

“승준아. 힘들다.”

“그러게. 근데 재밌어.”

“응. 재밌어.”

아이들이 이때까지 스트레칭이나 정권, 발차기를 따로따로 배웠는데 이제는 노래와 함께 뭔가 무술을 하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관장님이 말했다.

“오늘의 숙제. 이 태극 1장 내일도 기억하기!”

“네!”

오늘도 숙제가 나갔다.

시하가 승준을 보며 말했다.

“나중에 이거 삼촌이랑 형아한테 알려줘야지.”

“시하야. 너 삼촌이랑 형아한테 알려줘?”

“응.”

“우와. 그럼 나도 아빠한테 알려줘야지.”

옆에서 하나도 끼어들었다.

“나는 엄마한테!”

그렇게 쌍둥이의 부모님에게 태권도 배워야 하는 숙제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옆에서 듣던 똑똑한 종수가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르쳐주면 더 잘 기억한대. 아빠가 가르쳐주더라.”

“!!!”

시하는 오늘 결심했다.

더 잘 기억하기 위해 삼촌과 형아에게 3번 가르치기로 말이다.

시하가 손가락을 접으면 숫자를 세었다.

“그냥 하고. 노래 틀어서 또 하고.”

접힌 손가락은 6개.

“3 더하기 3은 6!”

노래 없이 3번, 노래 포함 3번.

총 6번을 강의할 예정인 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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