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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17화 (442/500)

외전 17화 태권도 (2)

“자. 그럼 스트레칭 시작합니다. 위로 쭉!”

“쭈욱!”

시하가 하늘 높이 손을 쭈욱 뻗었다.

옆구리 스트레칭도 하고 고개를 숙여서 허리 스트레칭도 했다.

“자자. 허리를 원으로 돌립니다. 하나, 둘, 셋.”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돌리고.

아이들이 열심히 따라 했다.

“그럼 앉아서 스트레칭을 합시다.”

나중에는 다리를 쫙 펴서 스트레칭을 한다.

그래도 아직 어려서 잘 벌리고 있다.

물론 일자까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흐잇!”

시하도 열심히 벌렸다.

스트레칭 같은 경우는 승준과 축구를 하면서 시혁이 자주 시켜서인지 정말 유연하게 잘 벌리고 있다.

그래도 조금 힘든 건 사실이다.

“옆으로 발 잡기.”

“흐잇!”

“반대쪽으로!”

“흐잇!”

“앞으로 숙이고.”

“흐아앙.”

“곡소리 나옵니다. 그래도 몸에 땅기는 느낌이 들지?”

시작부터 스트레칭을 하느라 아이들의 곡소리가 울려 퍼진다.

“쉽네.”

승준이가 씨익 웃었다.

사커에서 몸을 유연하게 하는 건 중요하다. 물론 근육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탄력도 중요했다.

슛을 때릴 때 온몸을 이용하면 멋진 슈팅이 나올 수 있다.

“응.”

승준 옆에는 윤동도 있었는데 스트레칭이 별거 아니라는 듯 무덤덤했다.

다리도 일자였다.

춤을 추는 윤동은 예전부터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루브가 나오려면 뻣뻣해서는 안 된다.

“오빠. 나는 죽겠어.”

“으이구. 내가 그러니까 같이 사커하자고 했지!”

“사커랑 무슨 상관이야!”

하나가 심통이 났는지 고개를 휙 돌렸다.

승준이 축구를 했다면 하나는 노래 교실을 열심히 다녔다.

“오빠가 더 유연해. 쌍둥이인데.”

“그러니까 다아~ 사커를 안 해서 그래.”

“그럼 윤동이는 뭔데!”

“윤동이도 사커 좋아해서 그래. 넌 아이돌 되는데 그렇게 일자도 못 만들면 되겠어.”

“이씨. 나도 일자 만들 거거든.”

하나가 뻣뻣한 편은 아니었지만 승준과 윤동에 비해서 손색이 있는 건 맞았다.

“어허헉!”

다 죽어가는 건 오히려 종수였다.

공부를 너무 오래해서 그럴까? 몸이 뻣뻣하기 그지없었다.

재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종수를 바라보았다.

“종, 종수야. 괜찮아?”

“안 괜찮아. 다리 아파.”

“나도 잘 못 해.”

“나랑 비슷해서 다행이다.”

“응.”

서로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었다.

연주는 그런 재휘를 보더니.

“재휘야.”

“응?”

“서로 마주 보고 다리 째기도 있던데 나중에 나랑 같이하자.”

“어? 어, 으응.”

재휘가 연주의 말에 부끄러워했다.

마지막으로 은우는.

“푸하하. 윤동아. 이것 봐라.”

“너 제대로 해야지.”

다리를 째는 건 포기하고 쪼그려 앉아 있었다.

펼치는 게 아니라 아예 접고 있었다.

“푸하하. 아파서 접을 수밖에 없잖아.”

“그건 그렇지.”

아프면 접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은우는 펼치자마자 1초 만에 접어 버렸다.

이게 바로 래퍼의 반항이랄까.

관장님이 아이들을 둘러보고 헛기침을 했다.

“크흠. 지금은 좀 힘들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다 유연하게 된다. 발차기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해.”

관장님이 시범으로 발차기를 보여 주었다.

천장을 향한 발차기.

아이들의 입에서 감탄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태권도의 꽃은 발차기란다.”

관장님이 자랑스러워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때 시하가 물었다.

“간장님.”

“간장이 아니고 관! 장!이란다.”

“태권도의 꽃은 뒤차기라고 하던데요.”

“누가?”

“만화에서 봤어요!”

“흐음. 만화라. 뒤차기도 발차기니까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하지만 멋있는 건 720도 돌려차기란다!”

“???”

“아. 이거 오늘 너무 많이 보여주면 보여줄 게 없는데.”

“보여주세요!”

“원합니까!”

“네!”

“여러분 원해요?!”

“네!”

갑분 콘서트장 분위기를 내는 관장님이셨다.

다행히 아이들이 아주 잘 받아줬다.

“어이!”

관장님이 한 번 심호흡한 뒤 720도를 돌아서 발차기를 했다.

“우와! 우와!”

“관장님 멋있다!”

“진짜 멋있어!”

“두 바퀴 돈 거지?”

관장님이 팔을 벌리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마치 더 해달라는 듯이.

은근 칭찬을 즐기는 분이다.

그 대상이 아이들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하하. 열심히 여기 다니면 다 할 수 있어.”

“진짜요?”

“그럼. 시하도 다 할 수 있지.”

“나도 해봐야지.”

“어어? 아직은 위험한데.”

“어이!”

“갑자기 코끼리 코는 왜?”

시하가 코끼리 코를 하고 두 번 돈 뒤에 휙 발차기했다.

그리고 어지러운지 그대로 쓰러졌다.

“아. 어렵다.”

“당연히 코끼리 코로 돌았으니까.”

관장님이 엉뚱한 시하를 보며 허허 웃으셨다.

***

관장님이 태권도를 끝내고 차를 태워서 집 앞까지 시하를 데려다주었다.

나는 시하를 맞이하기 위해 집 앞에서 기다렸다.

드르륵.

차 문이 열리고 시하가 튀어나왔다.

“형아!”

포옥.

나에게 안긴다.

그리고 뒤를 돌아서 아이들에게 말한다.

“우리 형아야.”

갑분 형아 소개.

나는 또 인사하려고 뒤를 돌아보는 줄 알았다.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소개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다들 잘 가~”

“시하야. 잘 가~!”

나도 관장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차를 떠나보냈다.

뭔가 신기한 기분이다.

다른 사람이 시하를 데려다주는 게 말이다.

혼자 온 것은 아니지만 벌써 훌쩍 큰 느낌이다. 물론 키야 아직 멀었다만.

“오늘 학교랑 태권도 재밌었어?”

“응! 엄청 재밌어. 오늘 엄청 많이 배웠어. 형아. 내가 알려줄게.”

“아하하.”

엘리베이터에서 저 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아직 태권도 시간이 끝나지 않았구나.

어린애들은 그렇다. 노래를 배워도 계속 반복해서 부르고 좋아하는 것 있으면 반복하고.

복습이라는 개념은 어렸을 때부터 자리 잡고 있는지도.

공부를 복습하라고 하면 싫어하지만 말이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당!”

“그래. 어서 와.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어.”

삼촌이 너스레를 떨며 우리를 반겼다.

시하가 말했다.

“삼촌. 내가 태권도 가르쳐 줄 테니까 목 씻고 기다려.”

“그 표현 이럴 때 쓰는 거 아니야…….”

“목 씻고 기다려!”

“알았다. 목 씻고 기다릴게.”

오자마자 손 씻기.

열심히 습관을 들인 보람이 있다.

그건 그렇고 목 씻고 기다리라는 말은 또 어디서 주워들은 걸까?

“자. 이제 앉아 봐. 스트레칭해야 해.”

“거기서부터냐!”

“스트레칭해야 몸을 안 다쳐.”

“삼촌 오늘 운동했다. 스트레칭 안 해도 돼.”

“아니야. 스트레칭해야 해. 자. 이렇게 다리를 쭉 벌려.”

“네 할 말만 하지 말고 말 좀 들어!”

“삼촌. 빨리!”

“어휴. 그리고 스트레칭이 무슨 처음부터 다리를 째냐.”

“이게 제일 힘든 거니까 제일 먼저 해야지. 힘든 거 먼저 해야 해.”

힘든 일 먼저 하고 쉬운 일 나중에 하는 타입.

“그래도 스트레칭은 순서대로 해야지. 처음부터 힘든 거 하면 몸이 안 따라준다.”

“삼촌 오늘 운동했으니까 힘든 거부터 해도 괜찮아.”

“너 편리할 때만 들은 거 써먹네?”

“아니야. 다 내가 생각해서 하는 거지.”

삼촌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시하를 보았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둘을 보고 있으면 정말 웃긴다니까.

“형아도 빨리.”

“아…….”

나도 해야 하는 거였지.

“이렇게 하면 되나?”

“와! 형아. 잘해!”

나도 운동을 하고 있으니 다리를 째는 건 문제없다.

물론 일자까지 쨀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양호하지.

삼촌 역시도 손쉽게 다리를 벌린다.

“삼촌도 잘해!”

“당연하지. 내가 운동했다고 했잖아.”

“그럼 이제 앞으로 숙여야 해.”

그렇게 남자 셋이서 거실에 모여 스트레칭을 했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이제 태권도 가르쳐 줄게. 다리는 이렇게 벌려.”

어깨너비만큼 벌린다.

“그리고 좀 앉아.”

삼촌이 일부러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뒤로 쭉 뺀다.

“삼촌. 그렇게 앉는 거 아니야.”

“엉덩이가 커서 그래.”

“엉덩이 좀 넣어야 해.”

“이렇게?”

이번에는 엉덩이를 너무 넣었다.

“삼촌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니야. 오늘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서 엉덩이가 마음대로 안 되네.”

“거짓말!”

아무리 그래도 이제 시하가 8살인데 저런 거에 속지 않는다.

“엉덩이 근육이 너무 펌핑돼서 조절이 안 된다니까? 너 엉덩이 근육 키워봤어?”

“아니.”

“엉덩이 엄청 딱딱하다. 만져봐.”

시하가 진짜 삼촌의 엉덩이를 만졌다.

“으잉? 진짜 딱딱해!”

“내가 말했지? 엉덩이가 어! 근육이 막! 어!”

“삼촌 치질이야!”

“야! 치질은 그 뭐냐. 어! 아니야!”

“엉덩이가 딱딱한데? 돌이야. 돌. 유연해야 똥이 잘 나오지.”

뭐 시하의 상상대로면 돌로 된 엉덩이에…….

그만하자. 상상하기도 좀 그래.

“자. 어때. 이러면 됐지?”

“응! 됐어!”

서로 딜 교환이 확실했다.

누가 이겼다고 할 것 없이 치열하다.

“자. 이제 주먹은 허리에.”

“허리에.”

“자. 정면에서 주먹을 뻗어! 이렇게 돌려서 뻗는 거야. 몸하고 일자여야 해.”

“오오오. 대단한데?”

“내가 다 배웠어.”

“그다음은?”

“그리고 태! 하고 외치는 거야.”

“태!”

“다음에 주먹 넣으면서 왼쪽 주먹 똑같이 뻗어!”

“태!”

“태가 아니라 권이야!”

“권!”

시하가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가르친다.

“하나 하면 태! 둘 하면 태! 권! 셋 하면 태! 권! 도! 하는 거야. 알았지?”

“아. 쉽네.”

“하나!”

주먹 하나를 뻗는다.

“태!”

“둘!”

주먹 두 개를 연속으로 뻗는다.

“태! 권!”

“셋!”

“태! 권! 도!”

시하의 구령에 맞춰서 성인 남자들이 ‘때! 껀! 때! 껀! 도!’ 하고 외친다.

뭔가 좀 그래!

진짜 남 보여주기에 부끄러운 장면이었다.

이런 식으로 어린아이처럼 운동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때껀도!”

“삼촌! 태권도야. 때껀도가 아니라. 바바. 때껀도!”

“네가 때껀도 하고 있거든?”

“아니야. 나 태권도 하고 있어. 바바. 때! 껀! 도! 때! 껀! 때! 껀! 도!”

혀 짧은 소리는 어쩔 수 없지.

원래 자기가 하면 잘 모르는 법이다.

삼촌은 계속 시하를 놀리느라 때! 껀! 도! 하고 외친다.

알아서 발음 교정도 해 주는 화목한 가족이다. 암!

“이잉!”

“이잉! 이이이잉~”

“아! 진따! 삼촌!”

“뭐 찐따라고?”

“아니. 진짜라 했는데? 삼촌이 잘못 들었네.”

“아닌데. 내가 찐따라고 하는 거 들었는데.”

“삼촌. 마음 좀 곱게 써야지. 오늘 학교에서 배웠는데 마음이 나쁘면 이상하게 들린대.”

“그럼 내가 찐따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찐따라고 들렸다는 거야? 이거, 이거 돌려서 맥이네?”

“내가 언제 그랬어! 삼촌이 잘못 들었다고 그랬지.”

“와. 실망이다. 너무 실망이라서 이제 태권도 안 배워야지.”

“!!!”

숨 막히는 빌드업 속에 명확한 뜻이 담겨 있었다.

나 태권도 안 배워. 이제 그만하고 싶어.

나도 여기에 편승해 볼까 한다.

아니. 태권도 외치면서 정권 지르기 하는 거 뭔가 좀 그래!

“안 돼. 배워야지.”

“왜?”

“삼촌 나중에 내가 태권도 잘하면 큰일 나. 삼촌이 나한테 져.”

“어? 내가 너한테? 풉! 풉부붑!”

“이잉!”

“왜 화내? 난 노래 부른 건데. 푸쳐 핸즈 업~ 푸쳐 핸즈 업! 푸! 푸부푸붑!”

진짜 가만 보면 놀리는 데 선수다.

보고 있는 나도 한 대 때리고 싶은 기분인데 당하는 시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특히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머리를 흐느적거리는 몸짓. 저게 나의 주먹을 자극한다.

“태권도 안 배우면 어제 삼촌이 실수로 차 트렁크 기스 낸 거 말할 거야.”

“야! 이미 말했잖아.”

기스가 났다고?

내 목이 끼긱 돌아가는 것 같다.

“저기 시혁아? 그거 아니야. 정권 내려놓자. 그 티도 안 나. 진짜야. 가까이서 봐야 보인다니까. 나도 시하한테 뭔가 와악 설명하느라 열쇠로 좀 그었는데. 손톱만큼이야. 티도 안 난다니까.”

“야이. 화상 씨!”

오늘 배운 정권이 얼마나 센지 몸으로 직접 경험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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