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아, 나 귀엽지 외전-5화 (430/500)

외전 5화 비밀연애?

삼촌은 물을 마시러 방을 나섰다.

거실에는 시혁이가 있었는데 폰을 보며 실실 웃고 있다.

요즘 따라 점점 저러는 빈도가 늘어나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서수현 때문인 것 같다.

둘이 사귀게 된 것 같은데 보고는 없다.

하지만 저런 모습을 보니 사귀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손가락이 폰을 두드린다. 톡. 톡. 톡.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보내고 있는 중에도 얼굴에 미소가 없어지지 않는다.

보기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물을 마시고 방으로 들어간다.

‘근데 지금 12시 넘은 거 아닌가? 언제 잘 생각이지?’

삼촌은 시혁이가 일어나는 시간을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간 다음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그 와중에 시혁은 쿡쿡 웃으며 톡을 보낼 뿐이었다.

다음 날.

시하가 깨어났다.

어푸어푸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6살인 시하는 이제 혼자서 머리 감을 수 있다.

“형아! 물!”

“응. 그래.”

머리만 감을 줄 알지 샤워기를 못 찾아서 허우적대고 있다.

샤아아아-

시혁이 시하의 머리에 물을 뿌려준다.

시하가 열심히 머리를 헹군다.

그렇게 끝나고 나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다. 옷을 갈아입는다.

그러면 시혁이 머리를 감고 씻기 시작한다.

시하는 그런 형아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휘이잉~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머리 만지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지니까.

“으음.”

시혁이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한다.

왁스를 발라서 이것저것 세팅을 해보다가 한숨을 쉬며 다시 머리를 감는다.

‘형아가 다시 머리를 감아!’

시하는 그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화장실에서 오래 머리를 세팅하고 있었으니까.

굳이 시간을 보지 않아도 시하는 알 수 있었다.

저렇게 다시 머리를 감는 경우는 별로 없다.

휘이잉. 스윽스윽.

“형아. 모해?”

“응? 머리 세팅하고 있어. 마음에 들게. 하하.”

“시하도 해져!”

“응. 응. 시하도 해 줄게.”

“아라써.”

형아가 달라진 걸 느끼고 있는 시하였다.

하지만 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

아까 머리를 말리고 뭐 입을지 오래 고민하는 형아를 보았다.

원래라면 그냥 슥슥 골랐을 텐데 이렇게 오래 고민하는 걸 처음 보았다.

“형아. 시하 따라 해?”

“응?”

“시하 옷 열심히 골라!”

“응. 그렇지. 시하 따라 하네.”

“시하처럼 되고 시퍼?”

“푸흡. 그래.”

“시하가 형아처럼 되니까 형아도 시하처럼 되는 거네?”

“오! 엄청 어려운 말을 하네.”

그렇게 시하의 말을 받아준 시혁은 등에 삐질삐질 땀이 났다.

집에서 너무 티 나게 행동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기에.

그런데 이건 어쩔 수가 없다. 머리 세팅과 옷 고민은 당연히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티를 안 내기 위해 미리 어제 고민했어야 했다고? 사실 어제 고르긴 했다. 근데 오늘 보니까 이 옷이 마음에 안 드네? 그래서 다시 고민.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차라리 당일에 고르기로 한 시혁이었다.

“자. 시하야. 출발하자.”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

차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수현이 누나가 부른 노래다!”

“응. 그렇지.”

“이 노래 좋아!”

“형아도 이 노래 좋더라.”

“근데 형아.”

“응?”

“요즘에 이 노래 많이 들어.”

“…아하하하.”

시혁이 어색한 웃음을 뱉었다.

시하는 너무 자주 듣는 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도 노래 하나를 계속 듣고 반복해서 부르니까.

그저 이 노래 많이 들어서 말한 것뿐이다.

하지만 시혁에게는 등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오는 것 같았다.

심각하게 자신을 한 번 돌아보았다.

‘나 혹시 티가 많이 나나?’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하는 창가로 고개를 돌려 방금 질문에 대한 관심을 껐다.

서수현이 부른 노래 가사를 따라부른다.

“너는 모르고. 나도 모르고. 주변은 다 알고. 우리 둘만 모른대~”

아주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가사였다.

***

서수현은 폰에 울리는 알람에 의해서 눈을 떴다.

늦게 잔 피로가 눈을 덮친다.

아무래도 어제 이야기하다가 늦게 잠든 게 원인이었다.

원인을 알면 그 원인을 제거하면 되는데 그게 쉽게 되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일찍 자야지! 하고 마음을 먹으면서도 막상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넘어가 있는 것이다.

“으윽.”

얼른 씻고 카페에 나갈 준비를 했다.

친한 언니가 하는 곳이었는데 예전에 라이브로 노래를 부른 적 있다.

물론 지금은 하지 않는다.

보통 디저트를 만들거나 커피를 내리는 일을 한다.

한가할 때는 계속 연습해 보고 원두도 가져와서 블랜딩도 해보고 한다.

“나 왔어요.”

“수현아. 어서 와. 피곤해 보인다?”

“아, 오늘 잠을 좀 못 자서요.”

“남자 친구가 안 재워?”

“네?”

가끔 이 언니는 음흉한 미소를 보내며 눈썹을 들썩인다. 뭔가 변태 같다.

“제, 제가 남자친구가 어, 어딨어요.”

“그래? 있는 거 같은데?”

“하. 하. 하. 농담도. 어제 영화보다가 잠들었는데.”

“남친이랑?”

“아이! 그만 좀 해요.”

“아~ 반응이 너무 재밌어! 오늘 하루 열심히 해야지.”

“왜 사람들이 나만 보면 놀리지?”

“네가 반응 잘해 주니까 그렇지. 저기 옷 갈아입고 와.”

“네에~”

그녀는 서수현을 보며 히죽 웃음을 보였다.

톡을 한 번 보내면 답장이 오나 안 오나 계속 확인을 하는 서수현을 본 적 있다.

그러다가 톡이 오면 얼굴이 활짝 펴진다.

저게 남자 친구에게 온 톡이 아니라면 참으로 문제가 있다.

그리고 톡을 할 때는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데 차마 말을 걸 수 없을 정도다.

뭐 재밌는 거 있어? 하면.

“아~ 요새 나온 영화가 너무 재밌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오호~ 뭐가 재밌는데?”

“아~ 뭐냐면요~”

최신 영화를 이것저것 이야기하는데 아주 상세하다.

하아. 이것만 해도 데이트를 간 게 틀림없다.

있는 영화 없는 영화 싹 긁어봤네. 이 영화는 별로였고 저 영화는 재밌었고. 이걸 정말 혼자 보러 간 거라고? 웃기지 마라.

남친이랑 같이 보러 갔겠지. 데이트 많이 했겠지!

지금까지 본 서수현이 있는데 이렇게 영화를 많이 보는 건 처음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이 달라진 걸 티를 내는데 자기는 정말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근데 남친이 누굴까? 아마 전에 이이기한 선배겠지? 여기 카페도 한 번 왔었으니까.

“언니. 오늘은 한가하네요?”

“아침이니까. 너 오기 전에 좀 많이 가져갔어.”

“아, 그래요?”

“응. 아마 아직 시간 있으니까 좀 올 거 같네.”

“그분들은 여기 근처에서 일하시니까. 뭐 드실지 다 알죠.”

“단골이지. 단골이야. 너도 단골이고.”

“아, 딴 카페에 가봐야 하나?”

“어차피 다 똑같아.”

“에이. 그럴 리가.”

그녀가 서수현을 힐끗 보았다.

“요즘 예뻐져서 스카웃 같은 거 당한 거 아니야?”

“에이. 요즘 누가 이 카페에 알바 할 생각 없냐고 물어봐요. 예쁜 사람 많은데.”

“아까 옷도 예쁘게 입던데 어디가?”

“아하하. 친구랑 놀러요.”

“오. 좋은 데 가나 봐?”

“그냥 뭐. 맛있는 거 먹고. 산책하고?”

“드라이브도 하고?”

“아. 드라이브도 하고요. 요새 드라이브가 참 좋더라.”

으이구. 남친이랑 드라이브하겠지.

이렇게 티가 팍팍 나는데 모른 척하고 있기 힘들다.

“아직도 그 오빠 좋아하고?”

“헤헤헤. 아직도 좋아하죠.”

“언제 고백하게?”

“언젠가 하겠죠.”

“여친은 없고?”

“없어요. 완전 없어요. 그 오빠 참 바빠요.”

“바쁜데 너 만나주는 거 보면 참 좋은 사람이네.”

“좋은 사람이죠. 네?”

서수현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화들짝 놀랐다.

그녀가 그런 서수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른 척하기 참 힘들어~”

“아악! 뭐예요. 다 알고 있었어요?”

“그렇게 티를 내는데 누가 모르니?”

“나 엄청 포커페이스였는데?”

“포커페이스는 개뿔. 티나페이스다. 티나.”

서수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것도 모르고 다 티 내고 다닌 것 같아서.

“혹시 참고할 생각인데. 뭐가 그렇게 티가 났어요? 어디서?”

“다! 전부! 말하는 것부터 얼굴 표정까지 전부!”

“그럴 리가 없잖아요!”

끝끝내 부정하는 서수현이었다.

“진짜야.”

“어느 걸 고치면 티 안 날까요?”

“그 질문이 옛날 생각나게 하네. 공부 가르치는 애가 다 모른다고 할 때 와 이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지? 하는 느낌이야.”

“노답이라는 소리예요?”

“어.”

“아이 씨! 비밀연애였는데.”

“비밀은 개뿔. 너만 비밀이고 다른 사람 다 알 거다.”

“진짜요?”

“네 친구한테 물어보던지.”

서수현은 톡방으로 가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너무 티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으음.

-서수현 : 나 혹시 티 났어?

목적어를 생략하는 그 물음에.

-ㅇㅇ 겁나 많이 남

-이제야 말해주네~ 언제 말해주는가 했네~

-모른 척하기 힘들었다!

-와 진짜ㅋㅋㅋ

-서수현 : 나 티 안 냈는데?

-겁나 냈어 이년아!

서수현의 등에 삐질삐질 땀이 났다.

‘나 완전 비밀연애 완벽했다고 생각했는데?’

서수현은 착각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부끄러워서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

어린이집.

시하는 오늘 친구들에게 형아와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옷을 고르는데 고민을 오래 한다든지 화장실에서 머리를 오래 만진다든지.

“시하랑 같아지나 봐.”

어떻게 하면 그런 결론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하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걸 들은 연주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시혁이 오빠한테 여친 생긴 거 아니야?”

“???”

“보통 그렇게 하는 거면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 나도 옷 예쁘게 입고 머리 맨날 빗고 그러는데.”

“?!”

“재휘야. 너도 그렇지?”

연주가 히죽 웃으며 재휘에게 말했다.

재휘가 부끄러워하며 듣고 있다가 화들짝 놀랐다.

설마 질문의 방향이 이쪽으로 날아올 줄 몰랐으니까.

“으응. 나도 많이 신경 쓰는데.”

“흐응~ 누구 때문에?”

“어? 어어. 난 옷을 좋아하니까 그래서.”

“아. 그래? 난 재휘 때문에 신경 쓰는데~”

“어어어?”

“히히. 이 옷 예쁘지?”

“으응. 나도 신경 써.”

“응? 뭐가?”

“아, 아니야.”

재휘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연주가 그런 재휘의 볼을 콕콕 찌른다.

시하는 그런 모습을 보며.

“형아에게 여친 생겨써?!”

갑자기 들이밀리는 엄청난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하나가 말했다.

“하나도 그렇게 생각해!”

“으잉?”

“그냥 시하 말 들어보니까 완전 맞는 거 같은데?”

“정말?”

“응.”

그다음은 승준이 말했다.

“아. 그럼 사커 잘하는 여친이겠네?”

“왜?”

“시혁이 형아는 사커 잘하잖아.”

말도 안 되는 이유였지만 시하는 정말 그런가? 싶은 얼굴이었다.

하나가 말했다.

“오빠!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럴 리가 없잖아.”

“왜! 네가 시혁이 형아 여친 봤어?”

“아니지만 사커는 더 아니야!”

“맞을 수도 있지!”

어느새 시혁이의 여친은 누구인가로 정답 맞추기가 시작됐다.

연주가 시하에게 물었다.

“시하야. 또 시혁이 오빠 달라진 거 없어?”

“우웅. 오늘 수현이 누나 노래 많이 들어써!”

“그거다!”

“???”

“시혁이 오빠 여친은 수현이 누나일 거야.”

“으잉? 아냐. 형아는 수현이 누나 노래 잘 들어. 시하도 많이 들어써.”

“아. 그럼 아닌가?”

“나중에 형아한테 물어볼래.”

“그러면 되겠다. 나중에 나한테도 가르쳐줘.”

다들 시혁이의 여친이 누군지 참으로 궁금해했다.

“군데 형아 여친 업쑬 수도 있자나?”

하지만 시하는 마지막까지 없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버리지 않았다.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 틀림없어!”

“!!!”

“시하는 그런 거 잘 모르나 보네.”

“시하 다 아라!”

언제나 시하는 다 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3명의 ㅅㅎ만 모르고 전부 알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