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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4화 (429/500)

외전 4화 밤새워 놀기 (2)

시하와 삼촌이 핸들을 잡는다.

레이싱 게임이라서 그런지 좌우로 플레이어가 나뉘어 있다.

시하는 당연하다는 듯 레드 차를 골랐고 삼촌은 노란 차를 골랐다.

이상하게 저 노란색은 아주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색인 것 같다.

이게 바로 삼촌 효과인가?

색마저 삼촌으로 물들이다니. 삼촌. 어서 노란색에게 사과하세요.

“시작한다.”

3. 2. 1. START!

차가 가속하며 앞으로 쭈욱 달린다.

우리 시하 선수. 속도를 낮추는 건 이 레이싱에 대한 모욕이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최속으로 달리고 있다.

커브로 꺾어야 하는 지점에 속도를 낮춰야 함에도 더 올려서 옆을 박아버린다.

삼촌은 유유히 그런 시하를 지나쳐 간다.

“하하하. 시하야. 드리프트를 해야 하는 거라고. 속도를 낮추거나 말이야.”

“삼춘. 치사해.”

“뭘 밑도 끝도 없이 치사하대?”

“이거 해바찌?”

“하하하. 아니. 삼촌도 처음 하는 건데?”

“거짓말!”

나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이라기에는 아주 조종이 익숙할 뿐만 아니라 고난도 드리프트까지 선보이고 있다.

어?! 카트라이*를 한 유저로서 저건 좀 해본 솜씨다!

“삼촌은 실제 차를 이렇게 몰아보잖아. 그래서 익숙해서 그래.”

“정말?!”

“그렇다니까. 나중에 시하도 급한 일이 있거나 나쁜 놈을 쫓을 때를 대비해서 지금 연습해둬.”

“아라써.”

나는 뒤에서 안전운전 하자고 말해 주었다.

드라마도 아니고 저렇게 속도를 내서 쫓으면 분명 사고 난다. 심지어 저렇게 드리프트를?

어디 안 박으면 다행이었다.

물론 삼촌이라면 실제로 해봤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삼촌. 시하에게 쓸데없는 거 가르치지 마세요.”

“쯧쯧. 어?! 엄청나게 긴 일자인 도로가 쭈욱 있어. 차도 하나도 없어. 이걸 안 밟아?”

“안 밟아!”

“밟을 수밖에 없지. 시원하게 속도감을 즐기는 게. 크으.”

“제가 그 속도감 즐기게 해줄게요. 고속도로!”

“아악!”

삼촌의 머리를 주먹으로 밀어주었다.

삼촌은 핸들을 잡고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게임 속 차가 흔들렸다.

시하가 그때를 맞춰서 삼촌을 역전했다.

“야. 치사하게 이러기 있냐.”

“삼촌. 속도감 즐기게 서울 구경도 시켜줄까요? 아니면 한강뷰?”

“아니. 아니!”

“에이. 사양하지 마세요.”

“아악!”

이번에는 뒤에서 삼촌의 얼굴을 잡고 들어 올렸다.

게임에 손을 뗄 수 없는 타입인 삼촌은 그대로 당했다.

시하는 살짝 곁눈질로 삼촌을 보며 웃는다.

“하하하! 삼춘 웃겨! 하하하!”

“웃기는. 야. 시혁아. 너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말라면서 지금 이게 이상한 거거든.”

나는 피식 웃었다.

“아무튼, 과속은 안 돼요”

“과속스캔들은 되나?”

“아, 아재 개그.”

어찌 되었든 삼촌에게 벌을 주면서 시하가 역전하게 해주었으니 만족이었다.

이제 시하가 실수만 하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게임에 봐주는 것 없는 삼촌을 이기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

“아, 혼자 싸우는 것 같아서 외롭다.”

그런 삼촌의 말을 흘려들으며 폰을 꺼냈다.

서수현에게 톡이 와 있었다.

-서수현 : 뭐 해요?

-시혁 : (게임하는 두 남자의 뒷모습 사진)

-시혁 : 밤샘 게임ㅋㅋㅋ

-서수현 : 두 사람 뭐얔ㅋㅋㅋ

-서수현 : 귀여웤ㅋㅋㅋ

-시혁 : 너도ㅎ

-서수현 : (부끄러워 하는 개구리 이모티콘)

-서수현 : 헐 저 손발 없어졌어요

-시혁 : 또 간호하러 가야겠네ㅎㅎ

-서수현 : 와악악악악

-시혁 : 좋다는 거지?

-서수현 : 엄청요!

몽글몽글 간질간질한 느낌이다.

적으면서도 내 손발도 사라지는데 서수현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그래도 뭔가 기분 나쁘지 않다.

다른 사람이 보면 막 오글거리기만 할 텐데 연인 사이는 기분 좋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형아. 시하 이겨써!”

아무래도 시하가 이겼나 보다.

좀 더 연락하고 싶지만 시하에게 집중해 줘야 할 때는 집중해야 했다.

서수현에게 나도 시하랑 놀아준다고 답변하고 폰을 놓았다.

“우와! 우리 시하 대단하네!”

“시하 잘해. 이제 시하가 운전해서 어린이집 가까?”

“아니.”

“왜?”

“면허증이 없어서 그래.”

“그럼 시하 면허증 딸래!”

“시하가 나이가 안 돼서 안 되겠네.”

“으잉?!”

아쉽지만 아직 시하에게 운전대를 넘겨줄 수 없다.

바람이 나를 부르고 있는 이시하.

운전은 위험하다.

“형아. 시하랑 해.”

“알았어. 한판하자.”

삼촌과 바통 터치.

삼촌이 흐흐흐 웃으며 내 뒤에 있다.

“삼촌. 저 운전 과격하게 할 거니까 핸들이 제 뒤통수로 휘두르게 될지 몰라요.”

“이거 완전 나쁜 놈이네!”

이렇게 내 머리를 보호했다.

나는 빈말하지 않는다. 진짜 휘두를 생각이다.

그걸 알기에 삼촌이 슬쩍 시하의 뒤편에 자리를 잡는다.

“삼춘. 시하도 과격해.”

“흐흐흐. 그래. 그래.”

과격해 봤자 삼촌 품에 꼬옥 안기는 크기인 이시하.

아무래도 장난을 당할 예정이었다.

3. 2. 1. START!

경기가 시작됐다.

숲 트랙을 달리는 레이싱 경기.

삼촌이 위이잉~ 하는 모깃소리를 내며 시하의 팔에 안착했다. 콕콕콕.

그 작은 간지럼이 시하의 몸을 들썩이게 했다.

“삼춘!”

“왜? 모기가 있네?!”

“삼춘이자나!”

“모기야.”

이번에 손가락이 시하의 옆구리로 콕콕콕.

“잉잉!”

내가 봐주려고 해도 시하의 차가 옆을 박아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정상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기는 하니?

어찌 된 게 게임 속에서도 싸우고 현실 속에서도 싸우고 있다.

멀티테스킹을 잘하는 사람만이 게임을 할 수 있는 건가?

“형아가 이겨써!”

결국, 내가 이겼는데 시하가 좋아하고 있다.

역시 형아라면서 말이다.

나랑 붙으면 이겨도 좋고 져도 좋은 시하였다.

삼촌은 그게 불만이었나 보다.

“야! 나랑은 반응이 다르잖아.”

“삼춘은 삼춘이니까?”

“그게 뭔데!”

그러기에 시하를 적당히 놀렸어야죠.

이건 다 삼촌이 잘못했다.

“근데 시혁아. 이제 좀 놀았으니 출출하지 않냐?”

“???”

“역시 밤새 놀려면 꼭 필요한 게 있지.”

“설마?”

“바로 야식!”

시하도 눈을 반짝인다.

이 두 사람은 진짜 밤새 놀 생각인 건가?

시하야. 나중에 잘 거지? 그럴 거지?

잘 모르겠고 나는 일단 중간에 잘 생각이다.

“살찌는데.”

“어허. 시혁아. 그런 말은 야식 먹을 때 하면 안 되는 거라고. 알겠어?”

“모르겠는데요.”

“어찌 되었든 야식이다!”

삼촌이 폰을 들고 앱을 찾았다.

시하도 옆에서 야식, 야식 노래를 불렀다.

야식이 뭔지 알고 노래를 부르니?

“쪽갈비에 어묵탕이다!”

“!!!”

“자. 시켰으니 그때까지 게임 한판할까!”

“응!”

둘이서 다시 신나게 컨트롤러를 잡는다.

긁적긁적.

나는 딱히 말리지도 않고 그저 둘이 하는 걸 지켜보았다.

이거 뭔가 애들이 열심히 게임하는 걸 지켜보는 부모님 같은 느낌이야!

셋이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둘이서 즐겁게 하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다.

“헤잇!”

“삼춘!”

삼촌이 시하가 선택하는 순간을 노려서 다른 차를 고르게 했다.

레드 차가 아니다.

그런 장난을 치고 있음 때 야식이 왔다.

신나게 먹고 다들 배를 두드렸다. 이제 벌써 12시가 되었다.

시하는 잠이 오는지 꾸벅꾸벅 졸았다.

아무리 게임이 재밌어도 원래 자는 시간이 있으니 버틸 수 없다.

“우웅.”

“시하야. 12시 지났네. 밤새 놀기 성공이야.”

“아싸. 성공~”

꾸벅.

12시 지나면 다음 날이니까 밤새 놀았던 거로 쳐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자자.”

“응.”

시하가 팔을 뻗는다.

나는 웃으며 그대로 안았다.

묵직.

이제 6살이라 아주 묵직하네.

이부자리에 눕혀서 잠을 재웠다.

순식간에 잠이 든다.

나도 대충 정리하고 자야겠다.

“오오. 이 게임 재밌네!”

“으이구. 삼촌. 이제 좀 주무세요.”

“아~ 한 판만~”

저거 한 판이 되고 두 판이 되는 패턴 아닌가?

모르겠다. 알아서 하시겠지.

나는 덮어놓았던 폰을 들었다.

***

서수현은 재밌게 노세요~ 라고 톡을 보내놓았다.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실망하지는 않았다. 시하랑 노느라 못 보는 걸 알고 있으니까.

괜히 자기 신경 써준다고 시하에게 소홀히 하면 그건 그것대로 서수현의 연애에 적신호라는 걸 알고 있다.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데 그건 안 되지.

그런 의미로 서수현은 집에서 디저트를 만들기로 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지금 만들면 딱 좋다.

커피도 만들고 디저트 개발도 하고.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카페를 차릴 돈도 차곡차곡 모이고 있으니 앞으로 재밌는 미래를 그릴 수 있으리라.

“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만들어둔 반죽에 모양을 잡는다.

쿠키를 구울 생각이었다.

어쩌면 내일 시혁을 만나서 전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맛만 볼 건데 이렇게 많이 만들어버리면 뱃속으로 다 들어가기 참으로 곤란하다.

보통 주변에 나눠준다. 그래도 이제는 시혁에게 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제일 예쁜 거로 줘야지~!”

다른 사람에게도 줄 거지만 시혁에게는 특히 엄선해서 고른 거로 줄 생각이다.

물론 일정하게 똑같은 맛과 모양을 내는 게 중요하지만 그래도 그중 더 예쁜 게 있다.

다 똑같이 보이면 포장이라도 더 예쁘게 할 생각이다.

그렇게 오븐에 넣으면 멍하니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온다.

폰을 꺼내서 시혁과 관련된 영상을 본다.

영화 통역사로 유명해진 영상.

조금은 화제가 사그라졌지만 그래도 영상 조회수가 상당히 나온다.

서수현은 거기에 달린 댓글을 보며 답글을 달았다.

물론 원래 서수현 채널 계정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영상 보는 계정으로 말이다.

-와~ 내 남친이 여기 있네?

-수현 : 제 남친인데요?!

-어떻게 이렇게 번역도 잘하고 통역도 잘하고 생긴 것도 잘생겼고.

-수현 : 엣헴!

-오빠~ 저랑 결혼해 줘요!

-수현 : 제가 먼저 침 발랐으니 탐내지 마요

-??? 웃긴 언니네!

-수현 : 제가 좀 웃겨요. 그래서 저 좋아하나 봄.

-???

-어후 성형빨이네. 성괴극혐

-수현 : 누가 봐도 자연산인데 ㅁㅊㄴ마.....

물론 이런 악플도 있었다.

시혁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서수현은 이런 댓글들을 볼 때마다 열불이 났다.

그런 파이팅을 하고 있을 때 어느새 쿠키가 다 구워졌다.

“오!”

이제 식히기만 하면 끝.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아주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물론 직접 식감과 맛을 느껴봐야겠지만.

커피맛과 초코칩을 넣었는데 너무 초코맛이 강하면 초코 쿠키가 돼버려서 실패다.

물론 초코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그러면 굳이 초코 쿠키를 먹지 커피 초코 쿠키를 먹지 않을 것 같다.

초코는 보조적으로 들어가고 커피향이 확 나는 게 핵심이다.

“응? 헉!”

그렇게 쿠키를 다 되는 것을 보고 있을 때 시혁에게 톡이 왔다.

-시혁 : ㅋㅋㅋ 재밌게 놀았어. 땡큐~

-수현 : 오빠. 오빠!

-시혁 : 어? 안 잤네?

-수현 : ㅇㅇ 안 잤어! 쿠키 만들었는데 내일 오빠 드세요!

-시혁 : 오올~ 파는 용?

-수현 : 일단 파는 용으로 개발 중이요~

-시혁 : 아주 냉정한 평가해 줄게!

-수현 : 여친 어드벤티지 좀 붙여서 주관적으로 부탁드립니다~

-시혁 : 전화해도 돼?

-수현 : 완전 됨!!! 제가 할게요!

-시혁 : ㅋㅋㅋ

수현은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침대에 누웠다.

통화음이 간다.

“여보세요! 오빠?”

「응.」

“나 이렇게 밤에 통화하고 싶은 거 어떻게 알았대?”

「너 답변만 봐도 알겠더라.」

“티 났어요?”

「너는 티가 나는 정도가 아니야. 혹시 모르는 사람에게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거 아니지?」

“에이~ 제가 뭐 그러나요.”

서수현은 아까 답글로 티를 팍팍 낸 게 뜨끔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 오빠가 설마 그것까지 눈치챈 건 아니겠지?

막 그런 생각이 든다.

“오빠. 우리 비밀연애해요. 비밀. 굳이 주변에 알리지 말고. 티 내지 말고.”

「어?」

“뭐야. 이 오빠. 벌써 딴 사람에게 다 말했어요? 아이, 참.”

「아니. 삼촌은 우리 데이트한 거 알고 있어서. 말은 안 했어.」

“아이고~ 동네방네 다 말하고 다녔네.”

「뭔 또 이거 갖고 동네방네 다 말했다고. 너야말로 누구에게 말했어?」

“아직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누구에게 말해요.”

서수현은 다시 한번 답글을 단 게 떠올랐지만 익명성이라는 무기로 티 안 낸 거로 카운트하기로 했다.

「근데 꼭 비밀연애를 해야 해?」

“저 비밀연애 꼭 해보고 싶어요. 물론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그래도~”

「푸흡. 알았어. 개굴개굴 울면 해줄게.」

“이 오빠가 진짜!”

「푸흡!」

서수현도 시혁의 웃음소리에 같이 따라 웃었다.

이렇게 밤새 통화하는 게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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