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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3화 (428/500)

외전 3화 밤새워 놀기 (1)

시하를 데리고 돌아왔다.

오늘 여자 친구가 생겨서 그런지 얼굴에 티가 좀 났나 보다.

“형아. 오늘 시하랑 밤새 노라서 조아?”

“응? 응. 그렇지.”

“시하도 조아. 형아 엄청 조아하고 이써!”

“응. 응.”

시하에게 미안하지만 그것 때문에 좋아하는 건 아니다.

“불금~ 불금~ 불금이래요!”

세상에 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근데 삼촌은 쓸데없는 걸 시하에게 알려주어서 일이 커졌다.

물론 내가 달력에 ‘데이뚜’라고 적은 탓도 있지만.

그건 모르겠고 어찌 되었든 삼촌 탓이다.

“오늘 저녁은 그래서 불고기야. 불고기.”

“불금에 불고기?”

“응.”

“둘이 똑까치 불이야. 불!”

“맞아. 불이지.”

“불은 파이어~ 어~! 어~! 파이어~ 오레오~”

오레오는 왜 나온 거지?

“오레오~ 마시써~! 우유에~ 마시써~!”

오늘 간식으로 오레오를 먹었나 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뭐 개사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야.

“내리자!”

“앙!”

집에 들어가서 불고기를 했다.

미리 재료들은 준비되어 있어서 굽기만 하면 되었다.

삼촌은 이미 반찬을 식탁에 세팅하기 시작했다.

김치도 한 포기 새로 꺼내서 칼로 썬다.

커다란 접시에 잘 담아서 식탁 위에 올렸다.

오늘 저 김치 다 먹는 건 아니겠지?

시하도 삼촌을 도와서 수저를 놓았다. 저런 세팅은 금방 끝나기 때문에 차려진 반찬을 괜히 다시 들었다가 놓았다를 반복한다.

삼촌이 놓으면 시하가 다시 들었다 놓았다.

삼촌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시하를 본다.

“다 놓은 걸 왜 다시 놓아?”

“삼춘. 엣찌가 중요해.”

“각이 중요하다고?”

“마자!”

“내가 놓은 거랑 똑같은데?”

“아냐. 달라. 삼춘. 눈 크게 뜨고 봐야 해.”

삼촌이 눈을 위로 치켜들며 크게 벌렸다.

흰자가 가득하다.

시하가 괴물이다! 하면서 내 다리에 찰싹 붙었다.

밥 차리는데 서로 아주 잘들 노는 것 같다.

“시하야. 이제 밥 가져가야지. 이거 금방 돼.”

“앙~!”

삼촌이 밥을 푸고 시하가 그걸 나른다.

아주 호흡이 척척이다.

그리고 불고기도 다 되어서 같이 먹으면 될 것 같다.

“잘 먹겠습니다!”

흰 쌀밥에 불고기 한 점. 김치를 위에 올리고 입에 넣는다.

너무 맛있다.

시하도 우물우물 먹는다. 볼이 터질 것 같네.

저런 볼이면 꼭 손가락을 누르고 싶은 충동이 든다.

꾸욱.

“우웅?”

“큭큭. 아니야.”

그렇게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형아. 놀자!”

“응. 그래. 그러자. 뭐 하고 놀고 싶어?”

“삼춘이 배부르면 배 꺼뜨리러 가야 한데!”

“어디?”

“노래방!”

아무래도 삼촌이 한국식 루트를 시하에게 전수해 줬나 보다.

밥 먹고 노래방은 국룰이지.

물론 카페로 가기도 하지만 시하가 별로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 노래방 갈까?”

“앙!”

근데 왜 대답이 응이 아니라 앙일까?

어디서 또 누구에게 배웠나 보다.

배웠으면 익숙해질 때까지 복습하는 이시하!

벌써 새싹이 보인다.

나중에 공부도 잘할 것이다.

누군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 동생 엄청 잘났다고!

뭔가 시하의 형아 대다내! 하는 사고와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어? 시하가 형아 대다내는 설마 나의 영향으로 그렇게 된 걸까?

정말 좋군!

“뭐 해? 빨리 나와.”

“삼촌. 언제 현관 앞에?”

“훗. 설거지 다 하고 이미 신발 신고 있었지.”

시하도 아니고 미리 준비하고 있다니.

어쩌면 시하보다 오늘 불금을 즐기고 싶은 것은 삼촌이 아닐까 싶다.

“시하야. 너 엄청 느리네!”

“아냐! 마지막에 신는 게 더 조아!”

“왜?”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대써.”

“오올~ 그런 것도 알아?”

“시하 다 아라.”

“근데 어쩌냐. 삼촌은 엄청 강해서 시하 오기 전에 다 이기는데. 그래서 삼촌이 주인공이야.”

“!!!”

“삼촌 강한 거 알지?”

“아니. 삼춘 안 강해. 백동 형아가 강해.”

“그건 근육하고 덩치만 크지 실제 싸움은 어! 삼촌이 더 쎄거든.”

굉장하다. 이시하. 자연스럽게 백동 형아가 센가 삼촌이 센가, 라는 주제로 넘어가 버렸다.

설마 노린 건 아니겠지?

근데 백동환이 싸우는 건 못 봐서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싸우면 삼촌이 이길 것이다.

괜히 현장에서 뛰었던 베테랑이 아닐 테니까.

우리에게 오기 전까지만 해도 현업으로 뛰었다. 현장에서 뛴다는 건 젊은 애들에게 안 밀린다는 소리였다.

“삼춘 약하니까 시하가 지켜주께.”

“어허. 약하다니.”

삼촌이 현관으로 가는 시하를 번쩍 들어서 넘어뜨렸다.

시하가 일어나자 다시 한번 번쩍 들어서 눕혔다.

물론 안 다치게 살포시 놓았다.

그걸 여러 번 반복하자.

“잉잉!”

“푸하하. 엄청 약하네!”

결국, 시하를 저렇게 또 놀린다.

하여간 하루라도 안 놀리면 입에 가시가 돋는 분이라니까.

“중문 앞에서 그러지 말고 빨리 신발 신고 가요.”

결국, 둘을 중재시키는 건 내 몫인가 보다.

근데 서로 놀리면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친해지기는 엄청 친해진 것 같다.

***

노래방에 왔다.

지폐를 넣어서 노래를 부르고 싶었는데 삼촌이 시간을 넣는 게 좋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코노라도 시간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

삼촌은 옛날 사람이다.

“노래 부르고 있으면 어?! 서비스 20분, 30분은 받아야 크으! 그 맛에 여기 오는 거지.”

“으음.”

나는 그냥 부르고 싶은 것만 부르고 집에 가고 싶은데.

“시간 다 쓰는 맛! 마지막 곡은 무조건 신나는 거!”

“그렇게 부르면 목쉬어요.”

“그게 더 좋은 거라고 시혁아!”

삼촌 미국 사람 맞습니까? 예? 어찌 된 게 맨날 미국인 탈만 쓴 한국사람 같습니까.

각국의 사상이 달라 문화적 차이가 느껴져야 하는데 어찌 된 게 속은 한국인이다.

근데 또 뭐든 총으로 해결하는 걸 보면 미국인 같기도 하고. 아니지. 이건 직업병인가?

“자. 자. 누가 시작할래? 내가 할까? 아니면 시하가? 나는 좀 찾아봐야겠는데?”

씨익 웃으며 노래 목록집을 들고 온다.

“요즘 검색하면 되는데요. 아니. 삼촌 한국 왔을 때도 이 기능 있었는데.”

“어허. 이렇게 책을 넘기면서! 어?! 쭉 둘러보면 옛날 곡도 새록새록 기억나고! 어?! 오랜만이네. 이거 불러볼까? 어?! 이러는 맛이 있는 거지. 갬성을 모르네. 갬성을.”

옛 추억 새록새록.

그런 갬성은 아직 나에게 없나 보다.

내가 몰랐네.

“시하야. 봐봐. 여기 만화주제가 쭉 있다고.”

“정말?!”

“그럼, 그럼. 이게 바로 노래 목록집의 매력이지. 이런 만화주제가도 여기 노래방 기계에 있다고?! 이런 것도 된다고.”

“!!!”

시하에게 노래 목록집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저 둘에게 맡기면 노래 고르는 데 한세월이 걸리겠네.

아무래도 먼저 스타트를 끊어야 하는 건 나인가 보다.

이런. 시간이 간다. 뭐라도 빨리 불러야 한다. 이왕 시간을 받고 부르는 이상 1분이라도 흘려보낼 수 없다.

돈이 아깝잖아!

내가 수전노라서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니라고 하고 싶다.

다들 그렇겠지? 그렇지?

난 누구에게 물어보고 있는 걸까?

하여간 아껴야 산다.

“그럼 제가 먼저.”

시작은 역시 발라드지.

높지 않고 조용한 곡으로 선택한다.

아직 목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동을 걸어줄 곡을 골라야 한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옛날 노래를 픽했다.

삼촌이 아는 노래인지 크으~ 하고 감탄한다.

아니. 진짜 미국인 맞습니까?

“오케이! 나는 편지다!”

검색하면 될 건데 ㅍ을 찾아서 목록집을 촥촥 넘긴다.

시하가 그걸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참고로 시하는 만화주제가를 넘어서 동요를 보고 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생각보다 잘 부르시네?

이미 감성 충만 외국인이다.

그런데 띡 하고 노래가 꺼진다.

삼촌이 당황한다.

“어?! 뭔데?!”

“아코! 시하 실수! 실수!”

“시하야! 이거 선 넘네?”

아 노래 중간에 끊는 건 선 넘는 거지.

아무래도 시하가 뭔가 혼자 예약해 보려다가 취소를 눌렀나 보다.

“시하가 몰라서 그랬죠. 설마 화내시는 거 아니죠?”

“하아. 내가 어?! 감정을 다 잡고 부르고 있는데. 내가 감정 다 잡았는데!”

“다시 하면 되죠.”

“후우.”

삼촌이 노래방 기계에 번호를 누른다.

외우고 계셨어?!

전주가 흘러나온다.

시하가 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띡.

“야! 이시하! 내가 어?! 제목 이상한 거 나오는 거 보고 혹시나 했다!”

시하가 숫자 잘 못 눌러서 취소를 두 번 눌러버렸다.

마치 마우스를 더블 클릭 하듯이.

“아코! 실수! 실수!”

아 노래 두 번 끊는 건 선 많이 넘는데.

이건 화내도 인정이긴 하지만 나는 시하 편이다.

여기에 삼촌 편은 없다.

“아, 그럴 수도 있죠.”

“아씨!”

“근데 진짜 여기까지 끝이었네. 가사 따라가나?”

“후우. 그럼 딴 거다!”

이번에는 만화주제가였다.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띡!

내 꿈이 시작하자마자 끝이 났다.

“시하야!”

“삼춘! 이번에 실수 아냐!”

시하가 어느새 신발을 벗고 의자에 올라가며 배를 쭈욱 내밀었다.

아무래도 두 번의 실수로 삼촌 놀리는 거에 재미가 들렸나 보다.

“후후후. 내가 그럴 줄 알고 일부러 만화주제가 했지!”

오오! 여기까지 예상했다고?

삼촌이 리모컨을 뺏어서 진짜 부를 노래를 예약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이제 진짜 완창을 한다.

노래방 와서도 장난을 치는 두 사람이었다.

“아. 리모컨 들고 있어서 감정이 덜 잡혔어.”

“이제 둘 다 그만 장난치고 노래 부르죠. 시간 아까워요!”

“시간 모자라면 더 추가하면 되지.”

“그건 좀.”

시간 추가하면서 돈 쓰기는 싫은데 이미 낸 돈은 아까워서 시간을 야무지게 쓰고 싶다.

이제 장난은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장난하면 노래 선곡 못 합니다. 알았죠?”

“아, 알았어.”

이번에는 시하 차례다.

열심히 예약한다.

“시하는 이거랑 이거랑 이거~!”

삼촌이 말한다.

“시하야. 노래 여러 개 한 번에 등록하는 것도 선 넘는 거거든! 번갈아 해야지.”

“왜?”

“그게 암묵적인 룰이야. 그리고 목도 쉬어 줘야지.”

“아라써.”

참고로 나는 누가 여러 번 부르든 상관이 없다.

시간에 빵꾸만 안 나면 된다.

이렇게 노래방에 대한 태도가 다른 세 사람이 재밌게 노래를 불렀다.

“응가~! 응가~! 문 열어져요! 못 참겠어여!”

뭔 동요가 똥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는 노래를 들으며 나는 탬버린을 흔들었다.

삼촌은 저런 동요가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뭐 애들 좋아하는 게 다 그렇지.

***

거의 2시간 동안 노래 부른 것 같다.

아주머니가 서비스를 아주 잘 넣어주셨다.

목이 벌써 쉬고 지치는데 삼촌이랑 시하는 지치지 않는 것 같다.

아직 밤샘은 끝나지 않은 걸까?

밤은 아직 긴 것 같다. 캄캄하지만 아직 더 놀 여력이 있다.

그래도 정말 밤샘은 안 하겠지. 그럴 거야. 시하도 자는 시간이 오면 꾸벅꾸벅 졸게 되어있다.

삼촌이 말했다.

“밤샘에 제일 중요한 게 있어.”

“삼춘. 그게 모야.”

“바로 게임이지! 밤새 게임하는 거! 이건 로망이야.”

“!!!”

나는 삼촌을 보며.

“좋은 거 가르친다. 이 화상아!”

또 쓸데없는 거 가르치고 있어!

등짝을 찰싹찰싹 때렸다.

이건 몇 번이나 맞아도 싸다.

“아악! 아, 왜! 같이하면 좋지.”

“어후.”

“내가 이번에 준비한 게 있지.”

“갑자기요?”

삼촌이 방에 들어가더니 게임기를 들고 온다.

닌텐* 윌!

대체 저건 언제 산 거야?

그것도 최신형이다.

“하하하.”

“삼춘 모야?”

“시하야. 봐봐. 이걸로 너도 레드 차 운전할 수 있어!”

“!!!”

레드 차 운전? 이건 못 참지!

삼촌은 치사하게 시하를 레드 차로 유혹했다.

게임기용 자동차 핸들을 흔드는데, 엉덩이랑 같이 좌우로 흔드는데.

그렇게 차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쓰읍. 진짜 총이 있으면 엉덩이를 쐈을지도 모르겠다.

삼촌의 격발 충동이 이해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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