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4화 (414/500)

414화

어린이집에서 시하를 데리고 왔다.

문 앞에 서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 잠깐 망설여졌다.

사실 이 앞은 굉장히 위험한 호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형아?”

“응? 아니야. 아니야.”

“왜? 집에 머 이써?”

“응? 당연히 있지. 열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어두컴컴하지는 않고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과 플라즈마의 불빛이 우리를 반긴다.

중간 문을 열자.

“으잉?”

시하가 의문의 목소리를 낸다.

신기하면 우와! 하는 소리를 낼 텐데.

그때 삼촌이 생일 케이크를 들고 온다.

5개의 초를 꽂은 채로 말이다.

어울리지 않는 불빛들이 가득한 집이다.

이제 나도 모르겠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이시하!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아아~”

“후우!”

이게 뭐지? 하는 것도 잠시다.

시하가 바람을 불어서 촛불을 끈다.

나는 거실의 불을 켰다.

그제야 시하 눈에 꾸며진 거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풍선이다! 트리도 있네? 왜지?”

그건 나도 한 번 품었던 의문이다.

삼촌이 말한다.

“그건 바로 크리스마스를 여기서 즐길 수 없을 때를 대비한 거지.”

“!!!”

“아무튼, 이제 선물 받을 시간이야.”

“아냐. 생일 축하 한 번 더 해.”

“그럴 줄 알았다.”

시하가 책상 위에 남은 성냥을 발견했다.

성냥은 왜 2개를 줘서 2번 하게 하는 거지?

뭐, 그런 생각이 있다.

다시 한번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시하가 바람을 후 하고 불었다.

이제 진짜 선물 증정 시간.

“시하야. 생일 축하해. 이거 선물이야.”

“모야?”

“열어봐.”

시하가 상자를 연다.

안에 나온 것은 페페 가방이다. 주문 제작을 했기에 깔끔한 디자인으로 나왔다.

평소의 가방보다 좀 더 큰 거로 주문했다.

나는 가방이 큰 게 좋더라고. 거북이 등딱지같이 있으면 귀여우니까.

“페페다!”

“응. 이제 펭귄 가방을 버리고 페페 가방을 쓰는 거야. 이거 하나밖에 없는 가방이야.”

“우와! 페페 가방!”

“좋아?”

“조아! 형아도 좋고 페페 가방도 좋아!”

시하가 기쁜지 나를 끌어안았다.

나도 마주 안아주었다.

그 틈에 삼촌이 자기 선물도 꺼내온다.

“시하야. 이거 삼촌이 주는 선물이다.”

“으잉?”

“왜?”

“삼춘. 미리 선물 져짜나.”

“네가 이건 그냥 선물이고 생일 선물 주라며.”

“시하가 농담해찌.”

“사실 저건 선물이 아니고 이게 진짜 선물이야. 흐흐흐.”

“으잉? 정말?”

“응.”

시하가 기다란 박스를 뜯으려고 하는데 쉽지 않았다.

삼촌이 유리 테이프를 뜯어서 열어 주었다.

그래. 대체 뭐가 들어있길래 이렇게 기대하나 보자.

안에 나오는 건 기다란 검.

그냥 검이 아니다.

“이게 모야?”

“바로 광선검이야!”

“???”

“하나는 내 것이지! 잘 봐!”

삼촌이 신나서 거실 불을 껐다.

다시 어두컴컴해지는 방이다. 물론 플라즈마 구슬과 트리의 불빛이 거실을 밝히고 있다.

취잉!

광선검에 소리가 나면서 불이 들어왔다.

“대다내!”

이미 그것만으로 시하가 흥분했다.

현란하게 휘두르는 광선검. 실용성이 없는 움직임이지만 멋 하나는 확실했다.

“이걸로 싸움도 할 수 있어. 볼래?”

“볼래!”

삼촌이 검을 잡고 소파 윗부분을 쳤다.

피융. 피융. 치지직.

때리는 소리도 나왔다.

아무래도 영화에 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쓴 것 같았다.

“크흐. 이거지.”

“삼춘! 시하도! 시하도!”

“시하는 빨간색 검 할래? 삼촌이 들고 있는 건 초록색 검인데.”

“시하는 레드!”

“그럴 줄 알았다.”

보통 빨간색이면 나쁜 애들이 쓰고 다니는 건데 뭐 상관없나?

멋있기만 하면 되지.

참고로 초록색은 학자나 스승의 역할을 하는 자가 썼다.

“여기 누르면 불 들어와.”

“!!!”

“시혁아. 너도 받아.”

“예?”

내 것도 있어? 아니. 뭔 선물을 세 개나 산 거야.

참고로 나는 파란색이다.

전투력이 최강인 자만 쓴다는 그거. 주인공이 쓴다는 파란색.

아주 색색별로 다 사셨구만.

“형아. 검 싸움이야!”

시하는 아주 신났다.

삼촌은 빰빰! 빠바바빠빰 빠바바바밤! 하는 BGM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고 있다.

방금 시하가 신났다는 말은 취소한다. 아주 둘이 신이 났다.

취잉!

나도 광선검에 불을 켰다가 껐다.

“일단 케이크는 넣어두고 놀면 안 될까요?”

“완전 되지.”

원래 생일에는 케이크가 메인이 아니었나?

다들 케이크에는 관심 없고 광선검에 심취해 있다.

심지어 이거 손잡이도 넓네.

내가 케이크를 치우고 냉장고에 넣고 있자 삼촌이 플라즈마 구슬을 잡는다.

“조금만 있으면 여기에 어둠의 에너지가 모이겠군.”

“!!!”

“이게 완성되면 최고의 광선 폭탄이 완성된다. 그러면 우주에서 우리의 이길 자가 없게 되겠지.”

“!!!”

“그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삼촌이 그렇게 말하면서 시하를 힐끗 보았다.

“시하가 막아.”

“큭큭큭.”

취잉!

붉은 광선검이 어둠을 뚫고 나타난다.

삼촌도 그걸 보며 초록색 광선검을 켠다.

내가 봤을 때 플라즈마 구슬을 저렇게 설정 용도로 사 왔다는 것에 한 표다.

선물은 무슨. 용도가 아주 다 정해져 있었구만.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

얼씨구. 아주 트리가 있는 설정까지 부여하네. 12월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 주는구만.

관객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날짜를 알 수 있었을 거다.

“날 막을 거냐. 이시하!”

“막아!”

“I’m your uncle.”

음. ‘난 사실 네 아버지다’라는 것보다 충격은 덜 하네.

시하도 대사를 말한다.

“I’m Siha! My brother Sihyuk.”

“Oh, really?”

“yes. sir! chisol! madaekasol!”

“갑자기 뭔 소리여.”

시하는 어디서 저걸 주워들었을까? 저거 옛날에 유행하던 대사인데.

근데 우리 시하 발음 많이 좋아졌네? 삼촌이랑 영어로 대화해서 그런가?

너무 뜬금없이 나온 말에 삼촌이 당황했지만 헛기침을 하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날 쓰러뜨리지 못하면 우주 정복이 될 거야.”

“그거 안 대!”

“왜 안 되는데?”

“으잉?”

시하가 왜 안 되는지 고민했다.

근데 이거 언제 싸우냐. 싸우는데 왜 이렇게 대화가 길어?

“삼춘이 정복하면 모두 백수가 대. 모두 배고파. 큰일 나.”

“야! 그게 말이 되냐.”

“갠차나. 갠차나.”

“뭐가? 뭐가 괜찮은데?”

무섭군. 삼촌이 우주 정복하면 모든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만다.

“아마 노동력은 저 에너지체에서 생산되는 안드로이드가 일해서 모두 일자리를 잃고 말겠죠. 그리고 인간들은 통제되고 독재가 시작되고 말 겁니다. 그런 의미로 시하는 삼촌이 우주 정복하면 사람들이 백수가 돼버릴 거라고 말하고 있어요.”

“어이가 없네?”

내 그럴듯한 설정에 삼촌이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니면 시하가 그렇게까지 생각했을 리가 없잖아? 하는 의미의 눈초리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설정이야!

“모르겠다. 받아라!”

“얍!”

서로의 검이 부딪친다. 떨어졌다가 붙었다가. 몇 번의 합을 맞춘다.

거기에 소리가 나온다. 피융. 피융. 치지직.

저 광선검은 검을 부딪쳐도 되는 재질로 만들었나 보다.

생각보다 튼튼하네? 시하가 그렇게 휘두르는 데 문제가 없다.

“얍! 얍!”

검 휘두르는 기합은 참으로 귀엽기 그지없다.

광선검을 휘황찬란하게 궤적을 그리면서 움직이는데 기합은 얍얍, 이라니.

“으하하! 겨우 그 정도냐.”

알다시피 삼촌은 시하를 놀리기 위해 봐주지 않는다. 언제나 진심이신 분이다.

어쩔 수 없지.

취잉.

푸른 광선검이 어둠을 가른다.

삼촌은 그걸 재빠르게 막는다.

“형아!”

“시하야 공격해.”

“아라써.”

이제부터 형제가 함께 싸운다.

“삼촌. 광선검 한 번 맞으면 크게 다치는 거 아시죠?”

“둘 다 치사하네.”

삼촌이 재빠르게 검으로 막는다.

시하의 검을 쳐내고 내 검을 막고. 시하가 공격하려고 하면 내 검을 누르면서 검이 서로 교차하게 막아버린다.

삼촌이 힘을 주는 것 보니까 진심이신대?

“삼춘 대다내!”

“삼촌이 검에 일가견이 있지.”

하지만 2 대 1은 힘들었는지 후다닥 뛰어서는 소파를 가로질러서 다른 곳으로 옮긴다.

시하도 도도도 달려서 삼촌을 따라간다.

“삼춘 거기서!”

“싫어.”

피융. 피융. 치지직.

나도 재빨리 따라가서 공격했다.

삼촌이 뒤로 밀리면서 부엌까지 뒷걸음질 친다.

싱크대에 등이 닿자 더는 도망칠 데가 없어진다.

이제는 끝이 날 때다.

“삼춘 이제 못 도망쳐!”

“흐음.”

“you lose!”

“No. not finish. 후흡.”

삼촌이 플라즈마 있는 곳에 손을 뻗는다.

“불완전하지만 저 힘을 이 광선검에 받겠어!”

“!!!”

“으아아악!”

삼촌이 버튼을 2초 정도 누르더니 광선검이 여러 가지 색으로 번쩍번쩍 빛이 났다.

삼촌이 좀 더 효과적이게 연출한다고 광선검을 위로 든다. 물론 천장에 닿았다.

저런 기능도 있었던 건가?

시하도 그걸 보며 눈을 동그래졌다.

삼촌이 기를 모은다.

“으아아아!”

푹.

“엌!”

삼촌이 기 모으고 있는데 시하가 그대로 삼촌의 배를 찔렀다.

어? 잠깐만. 변신이나 저런 장면에서 기다려주는 게 국룰 아니냐고. 고대로 배에 찔러버리네.

삼촌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시하를 보았다.

“아니. 기다려줘야지.”

“기다리면 위험해.”

“아니. 그건 맞는데.”

“삼춘. you lose야.”

“으윽.”

뭐 어쩔 수 없이 삼촌이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착실히 광선검에 불도 끄고 손에 놓는다.

털썩.

“어억.”

죽는 연기가 실감나는구만. 마치 영화 같다.

“I’ll be back…….”

삼촌이 엄지를 치켜들며 그대로 털썩 손을 내린다.

저기요? 그거 딴 영화 아닙니까?

“형아. 시하가 이겨써!”

“응. 이겼네. 축하해!”

짝짝짝.

여기서 그냥 끝낼 수도 있지만 더 착실하게 해볼까?

이왕 하는 거 더 재밌어지면 좋잖아.

나는 플라즈마 구슬에 다가갔다.

시하가 나를 부른다.

“형아?”

나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플라즈마 구슬을 만진다.

“이거 어떻게 할까?”

“폭탄이야. 위험해. 꺼야 해.”

“근데 시하야.”

“아?”

“굳이 끌 필요가 있을까?”

“!!!”

탁. 플라즈마 구슬을 쳤다.

그리고 시하를 보며.

“우리가 가지면 되잖아.”

“안 대는데. 위험한데.”

“그래? 그러면 할 수 없지. 꺼야겠다.”

플라즈마 구슬을 껐다.

집안이 좀 더 어두워졌다.

“이제 껐으니까 이건 형아가 가져가서 버릴게. 알았지?”

“응!”

나는 마치 내레이션처럼 말했다.

“그렇게 형아는 플라즈마 구슬을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버리지는 않았어요. 여기에 담긴 에너지가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거든요.”

“!!!”

“다음에 계속!”

“!!!”

아마 이후의 이야기는 형제의 갈등이 나오지 않을까?

영화는 다음 작을 예고하고 있었다.

뭐, 다음에도 할지 모르겠지만.

거실에 불을 켰다.

“이제 케이크 먹지 않을래?”

“먹자!”

실컷 놀았으니 케이크 한 조각 먹어줘야지.

“삼춘. 일나. 일나.”

“응? 벌써 끝났어? 다음 편은?”

“삼춘. 이제 다 끝나써.”

“다음 편 해야 하는데.”

“케이크 먹고 해.”

케이크 먹고 다음 편 또 하는 거야?

그건 좀 힘들 것 같지만 시하가 원하면 해야지. 오늘 생일이니까.

“케이크 자른다?”

“응! 아니!”

“???”

“시하가 자를래!”

“그래. 자.”

시하가 케이크를 반으로 잘랐다.

내가 한 걸 본 게 있어서 그런지 조각 케이크를 잘 잘랐다.

“이거 형아 꺼.”

“고마워.”

“이거 시하 꺼. 그리고 이거 삼촌 꺼.”

삼촌이 눈을 깜빡 떴다.

“왠지 내 것만 크지 않아? 케이크의 4분의 1인데?”

“삼춘 빨리 머그니까 마나야 천천히 머거.”

“???”

두 배는 되어야 우리랑 같이 먹는 속도가 맞춰진다는 말이겠지.

우리 시하 천재다!

“나 그렇게 빨리 안 먹어.”

“아냐. 삼춘 빨리 머거.”

“그래! 삼촌 빨리 먹는다. 그럼 이거 말고 케이크 반은 내가 먹어야지~”

“안 대! 케이크 시하 꺼야.”

“이미 가운데 포크 꽂았다!”

“!!!”

“침도 묻혔다.”

“잉잉!”

결국, 큰 거 줬다고 또 놀린다.

아마 작은 거 줬어도 놀렸을 거다.

평화로운 생일이군.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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