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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화 (395/500)

395화

어린이집에서 시하랑 승준이 사커를 했던 이야기를 풀었다.

축구공으로 깡통을 쓰러뜨렸는데 시혁이 형아가 엄청나다는 말도 같이 전달했다.

삼촌이 인디언밥을 맞았다는 것까지.

“우와. 오빠 재밌었겠다.”

“하하하. 너는 못 왔지?”

“하나는 노래 교실 가잖아. 그리고 하나는 사커에 관심 없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근데 오빠가 계속 보니까 좀 재밌기는 해.”

“그치?!”

하나는 오빠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리고 다른 점에서 관심이 생겼는데 승준이 깡통차기를 못했다고 아쉬워했다는 것에 흥미가 생겼다.

“근데 깡통차기는 어떻게 하는 거야?”

“응?”

승준이 기억을 더듬으며 그때 들었던 설명을 떠듬떠듬 말했다.

선생님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틀리면 이야기해주려고 했는데 대체로 맞았다.

하지만 원래 해보지 않으면 룰을 잘 모르는 법.

“여러분. 그러면 깡통차기 해볼래요?”

“!!!”

“마침 어린이집에도 맛있는 캔이 있답니다.”

아이들에게 캔 주스를 따서 나눠주었다.

다 마시면 이 캔을 물에 씻어서 가지고 놀 것이다.

아이들이 주스를 아주 맛있게 마셨다.

승준이 노래를 불렀다.

“따라라라~ 날 좋아한다고! 포카~”

“아악. 이거 광고 아니에요!”

선생님이 재빨리 막았다.

승준이 머리에 물음표가 올라왔다. 왜 막는지 이해를 못 하는 표정이었다.

다음은 하나가 자신의 주스를 보고 말한다.

“토레! 토레! 토렡.”

“아악! 잠시만 하나야. 안 돼!”

뭔가 미묘한 맛의 표현하려고 했다고 선생님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다른 아이들도 하니까 자신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연주가 자신의 음료를 보았다.

그리고 재휘를 보며 말한다.

“너의 사랑은 몇 프로 부족하니?”

“어억!”

재휘가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했다.

선생님이 연주의 입을 막았다.

앞에 있는 재휘의 눈이 데굴데굴 구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하는 얼굴이었다. 재휘는 이 광고를 몰랐다. 하긴 옛날에 많이 했지 지금은 하지 않으니까.

“으음. 연주야. 1프로?”

“???”

“내가 좀 더 잘할게.”

“?!”

연주는 광고했을 뿐인데 재휘에게 대답을 받아버렸다.

은우가 푸하하 그 모습을 보고 웃다가 자기 주스를 보았다.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오, 오, 오! 오란!”

“안 들려. 안 들려.”

어째서 은우가 그 옛날 광고를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나 때는 말이야~ 하는 사투리 랩을 쓰는 삼촌이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람들이 그런 게 있다. 남들이 다 하면 따라 하게 되는 군중심리.

윤동은 자기가 들고 있는 음료를 보며 정말 나도 해야 하나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망고를 유혹하네~ 딱 걸렸네.”

“윤동아. 억지로 안 해도 돼.”

“아…….”

진짜냐는 듯이 윤동이 눈을 크게 떴다.

물론 뭔가 다 한 듯한 느낌이지만 어쨌든.

어느새 재휘가 연주를 힐끔 보며 노래를 부른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자꾸자꾸 예뻐지면 나는 어떡해.”

“재휘야 뭐 하니?”

종수가 애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다들 뭔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있어. 제일 최신 음료수를 선택했어야지. 봐봐. 이거.”

종수가 자신의 음료수를 보인다.

“사과! 톡! 톡! 톡! 트로피!”

“정말 최신이네!”

“광고는 이렇게 하는 거야.”

“여러분. 지금 광고 시간 아니에요. 어디 다들 협찬받은 거 아니죠?”

선생님이 여기저기 뒤를 돌아보았다.

천장도 보았지만 있는 건 CCTV뿐이었다.

녹음은 안 되는 건데 대체 왜 다들 광고를…….

심지어 다들 상품도 다르고 출처인 회사도 달랐다.

시하가 홀짝홀짝 음료수를 마신다.

다들 시하는 안 하냐는 듯한 눈에 시하가 아? 하면서 바보 같은 소리를 낸다.

잠시 고민하더니.

“여름엔~ 아이스 커피! 여름엔! 형아랑 커피!”

시하야. 네가 들고 있는 음료수랑 전혀 관련 없는 CM 송이거든?

뭐 그래도 유명한 걸 부르긴 했네.

***

다 마신 캔은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겼다.

드디어 시작된 깡통 차기.

먼저 술래는 가위바위보에서 진 승준이었다.

“누가 찰래?”

“내가 할게.”

윤동이 깡통을 그대로 걷어찼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저 멀리 가버린 깡통을 승준이 멍하니 보았다.

아이들이 숨으러 뛰어간다.

승준은 깡통을 주우러 뛴다.

다 주워와서는 눈을 감고 30초를 센다.

“이제 찾는다!”

술래잡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깡통차기.

원래 깡통차기는 술래에게 아주 불리하다.

한 명과 다수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안 끝날 수도 있는 싸움이다.

선생님은 여기에서 룰을 바꿨다.

깡통 찬 사람은 게임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거로.

한마디로 일 대 다수가 아니라 그저 개인의 생존이 우선시 되는 개인전으로 바꾼 것이다.

잡힌 사람은 생존할 수 없다.

“흐음. 어디 보자.”

승준이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참 잘 숨었다.

술래잡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술래잡기를 많이 해봤다는 건 어디 숨었을지 안다는 것이다.

“미끄럼틀은 무조건이다.”

미끄럼틀은 누워서 숨어있기 좋았다.

역시 한 명이 숨어있었다.

“재휘 찾았다.”

“아앗!”

승준이 살짝 점프했다.

“미끄럼틀 위에 하나 누워있는 거 찾았다.”

“앗. 오빠!”

재휘가 일어서서 달리자 승준이 씨익 웃으며 곧바로 따라잡았다.

어쩔 수 없는 속도 차이가 있다.

승준은 어린이집에서 원탑이라고 할 정도로 빠르다.

타다다다다.

곧바로 캔을 발로 찍었다.

“아싸! 내가 이겼다!”

“앗!”

“재휘 탈락! 하나 탈락!”

하나가 저 멀리서 여유롭게 걸어왔다.

이미 들켰을 때부터 포기하고 뛰지를 않았다.

어떻게 보면 현명한 방법이었다.

“음. 다음은.”

놀이터 쪽을 한 번 더 봤지만 역시나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어린이집 안.

탁 트인 운동장엔 숨을 때가 없다.

“다들 여기 숨었지?”

승준이 신발을 벗었다.

나중에 도망칠 때 신발을 늦게 신으면 불리할 수 있다.

그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보자. 앗! 시하 찾았다.”

“차자따!”

“아니. 시하가 찾으면 안 되지.”

문 뒤에 숨어있는 걸 발견한 승준은 곧바로 신발장으로 갔다.

그런데 나가려던 종수와 눈이 마주쳤다.

“으아악.”

“종수 찾았다.”

이제 달리기 싸움.

먼저 신발을 신은 종수가 후다닥 달려갔다.

승준이 뒤늦게 출발했다.

깡!

하지만 윤동이 종수보다 먼저 나와서 깡통을 차버렸다.

윤동 생존.

“아악!”

종수에게는 불행한 이야기였다.

윤동이 멀리 차 버려서 종수가 깡통을 차려면 더 뛰어야 하니까.

길이가 길수록 승준이 종수를 따라잡을 확률이 높아졌다.

“으하하하!”

결국 종수를 제치고 깡통을 밟았다.

“종수 탈락. 시하 탈락.”

남은 사람은 은우와 연주였지만 승준의 달리기를 따라잡지 못했다.

차라리 윤동이나 종수처럼 승준이 들어왔을 때 재빨리 나가서 깡통을 걷어차는 게 승산이 있었을 것이다.

“뭐야. 윤동이 빼고 다들 탈락이네.”

아이들이 한 번 하고 나니까 감을 잡았다.

이건 달리기가 빠르지 않아도 잘만 타이밍을 잡으면 이길 수 있다는 걸.

“그럼 다들 가위바위보 해.”

탈락한 사람들이 가위바위보를 했다.

술래는 이시하.

다시 아이들이 숨었다.

이번에는 술래가 승준이 아니라서 아이들이 희망을 품었다.

“다섯, 여섯.”

30초를 다 센 시하가 볼록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한쪽 눈으로만 볼 수 있는 망원경.

“억!”

선생님은 황당한 표정으로 시하를 쳐다보았다.

저건 대체 언제 들고 나온 것일까?

아까 승준이 시하를 찾았을 때 어린이집에서 늦게 나오던데 저걸 가지고 왔나 보다.

“이케. 이케. 삼춘이 이케 해써여.”

“어? 응. 그래. 시하야.”

왠지 모르지만 바닥에 있는 풀을 조금 뜯어서 사라락 아래로 뿌렸다.

아무래도 풍향을 보고 있는 모양.

삼촌이 가르쳐준 모양인데 저게 숨어있는 사람을 찾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바람 한 점 없어서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웅. 저기서 분다!”

“?”

휘이잉.

바람은 반대로 불었다.

시하가 슬쩍 몸을 돌리며 손가락을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응! 저기서 부러.”

“시하야. 틀린 거 다 봤는데?”

“실수에여. 실수.”

시하가 먼저 놀이터로 갔다.

망원경을 스윽 들여다본다.

뭐 저렇게 해도 몸을 다 숨긴 아이들은 발견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다들 예상치 못한 점이 있다.

이시하는 좋아하는 걸 할 때 집중력이 좋다. 앉아서 그림 그리는 일을 잘한다는 것이다.

마치 스나이퍼처럼 목표물이 천천히 드러낼 때까지 기다린다.

그때였다.

가만히 있기 좀 쑤시고 아무런 소리가 안 들리니까 미끄럼틀에서 승준이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그걸 멀리서 시하가 발견했다. 망원경을 가지고 말이다!

“승준이 미꾸럼툴에서 차자따!”

“으악!”

승준의 작전은 시하가 발견하면 재빠른 다리로 냅다 달려서 깡통을 차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하가 저 멀리서 망원경으로 자신을 발견할 줄은 몰랐다.

이미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아무리 승준이 달려도 시하를 따라잡기에는 무리였다.

“승준이 탈락.”

깡통을 밟았다.

승준이 입을 벌리며 시하에게 다가왔다.

“와. 시하. 진짜 천재다. 망원경이라니.”

“시하 이걸로 다 바.”

“우와.”

뭐 망원경도 망원경이지만 승준이 못 참고 일어난 점도 문제였다.

“승준아. 놀이터에 또 이써?”

“그건 비밀이지.”

“비밀! 비밀이니까 이써.”

“아앗!”

삼촌에게 하도 당한 시하는 비밀이라는 게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걸 시사한다는 걸 많이 배웠다.

다시 놀이터로 갔다.

놀이터의 구성은 미끄럼틀, 정글짐, 시소, 회전무대로 구성되어있다.

겨우 숨을 수 있는 곳이라고는 미끄럼틀 위쪽과 아래쪽이다.

요즘 미끄럼틀은 계단과 다리도 있고 중간에 밧줄을 잡고 올라갈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숨기가 좋았다.

“시하 어린이집에 들어가야지!”

그렇게 말하면서 망원경을 들었다.

삼촌과 숨바꼭질하면서 배웠던 속이기.

저렇게 말하면서 언제나 시하가 있는 곳에 성큼 가서 놀라게 해줬다.

당한 걸 그대로 써먹는 시하였다.

미끄럼틀 근처에서 슬금슬금 나오는 사람이 보였다.

바로 윤동이었다.

승준과 같은 생각으로 달릴 준비를 하고 숨어 있었다.

하지만 시하가 어린이집으로 들어간다고 하자 기회다 싶어서 슬쩍 밖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속았다. 시하가 망원경으로 자신을 포착하는 걸 보고 움찔했다.

“윤동 차자따! 미끄럼틀 아래에 이따!”

시하가 달려서 캔을 찍었다.

“윤동 탈락.”

윤동 역시 망원경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어이없어했다.

“재휘랑 연주 차자따!”

시하가 어린이집에 들어간다고 말한 거에 낚인 건 윤동뿐만이 아니었다.

시하가 들어왔다고 생각한 재휘랑 연주가 조금 있다가 재빨리 신발 신고 나왔다.

하지만 시하는 밖에 있었고 어이없이 두 명이 탈락해버렸다.

“앗! 시하 밖에 있었어?”

“연주야. 우리 속았어.”

“이런 거에 바로 속다니…. 시하가 방에 들어간 줄 알았는데.”

지레짐작은 언제나 위험한 법이다.

이제 남은 사람은 종수와 은우였다.

시하는 이제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방법이 있다!

“은우야. 은우야.”

“…….”

“종수 어디써? 말해주면 시하가 그냥 바주께.”

“!!!”

은우가 고민하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종수 화장실에 있다!”

“!!!”

시하가 화장실을 벌컥 열자 종수가 놀라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설마 바로 은우가 배신할 줄 몰랐으니까.

은우는 그 틈을 타서 신발을 신고 빠져나왔다.

“종수 차자따.”

시하는 재빨리 신발을 신고 나갔다.

종수가 뒤늦게 반응했다.

당황해서 그런지 신발이 잘 신어지지 않았다.

“아아아악! 은우!!! 이시하!!!”

그렇게 고함쳤지만 은우는 캔을 발로 찼고 시하는 발로 캔을 찍었다.

헉헉거리며 종수가 뒤늦게 왔다.

“이, 이 배신자! 이 나쁜!”

“푸하하. 종수 탈락이야.”

“너 때문이잖아! 너 때문!”

시하가 말했다.

“종수 탈락이야. 종수 탈락.”

“치사하다! 이시하!”

“종수 탈락!”

“야! 그만 말해!”

“탈락 종수!”

“바꿔 말해도 똑같잖아!”

오늘도 종수는 시하에게 완전히 당했다.

“야. 야. 한 판 더 해. 더 해! 내가 술래할게.”

그리고 종수는 전형적으로 진 사람의 모습을 보였다.

저번에 삼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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