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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화 (394/500)

394화

어느 정도 놀았으니 쉬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준비한 음료가 없어서 학교에 있는 편의점에 들려서 음료를 샀다.

아이들이 더운지 음료를 척척 골랐다.

나는 땀을 흘려서 그런지 이온 음료가 끌렸다.

“나는 캔으로 먹어야지.”

“저도 캔으로.”

그냥 한 번 시원하게 들이켜고 교수님이 하는 축구나 구경하고 집으로 갔으면 좋겠다.

옆에서 삼촌이 음료를 단번에 마신다.

“캬아! 다 마셨다.”

“삼춘. 빨라!”

시하는 페트병을 들고 꼴깍꼴깍 마시고 푸하! 하는 소리를 내었다.

삼촌이 그런 시하와 승준을 보더니 손에 쥔 빈 캔을 흔들었다.

“얘들아. 그거 알아? 이 캔으로 재밌는 놀이를 할 수 있다?”

“정말?”

“그럼. 일명 깡통차기라고.”

축구에 이어서 깡통차기라니.

하지만 이 넓은 운동장을 봤을 때 깡통차기 하는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삼촌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여기서는 깡통차기를 못하겠다고 한다.

시하와 승준이 말했다.

“삼춘. 궁굼해!”

“맞아요! 이렇게 궁금하게 하고 안 한다고요?”

삼촌이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건 깡통을 차고 숨어야 하는데 여기는 못 하겠어. 근데 다른 놀이도 있어. 축구랑 같이할 수 있어.”

“!!!”

그 말에 승준이 눈을 빛냈다.

사실 별거 아닐 거 같은데.

“여기 시혁이랑 내 깡통을 가지고 세워. 그리고 멀리서 축구공을 차서 맞추는 거지.”

“이거 왜 해요?”

“스트라이크는 원하는 곳에 공을 넣을 수 있어야지. 그러니까 정확한 슛을 넣기 위해 하는 거야.”

“!!!”

뭔가 깡통 놓고 사격하는 느낌으로 말하는 것 같다.

실제로 저런 훈련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애들이랑 하면 재밌을 것 같다.

“자. 그럼 제일 쉬운 곳은 바닥. 그리고 여기 스탠드 의자에 이쯤?”

풋살장 밖에는 돌로 된 야외 스탠드 의자가 있었는데 딱 캔의 위치를 다르게 놓기 좋아 보였다.

계단 한 칸.

난이도를 계속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와! 재밌겠다!”

“시하도 재미써!”

시하야. 아직 하지도 않았어. 근데도 재밌다고?

“자. 자. 이것도 훈련이야. 아주 잘하면 원하는 곳에 슛을 할 수 있어.”

풋살장에서만 늘 놀았는데 이렇게 스탠드에서 노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형아. 시하 이거 빨리 먹고 놀래.”

“응? 아! 그래.”

아무래도 캔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음료병까지 놓을 생각인가 보다.

그러면 우리가 네 명이니까 목표물을 4개로 설정할 수 있다.

천재인데?

여러 개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근데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4번 차서 제일 못 맞추는 사람이 인디언 밥 맞기. 어때?”

상품보다 벌칙을 선정하기.

이것도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하는 방법이다.

“시하는 조아.”

“저도 좋아요. 시하야. 우리 인디언 밥 안 맞게 열심히 하자. 알았지?”

“응.”

그렇게 시작된 깡통과 플라스틱병 맞추기 대회.

제일 먼저 차는 건 역시 자신감이 넘치는 승준이었다.

“간다!”

깡!

제일 바닥에 놓은 건 역시 손쉽게 맞춘다.

그다음부터는 한 계단씩 지그재그로 놓여 있는데 공을 좀 띄워야 맞힐 수 있다.

이게 참 고난이도다.

손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발로 해서 맞혀야 하니.

“후우.”

승준이도 이건 긴장되는지 호흡을 고른다.

하긴 아직 5살인 아이니까. 그래도 이 정도 나이에 잘하는 애들이 있긴 하다.

“이얍!”

아래에서 위로 삽을 뜨듯이 올려 찬다.

너무 높다. 방향도 틀어졌다.

공이 포물선으로 그리며 떨어지는데 세 번째 캔이 통하고 맞았다.

“아싸!”

뭐 운이 좋았다.

이걸로 2개째를 맞혔다.

다음에 한 번 찼을 때는 실패했고 두 번 찼을 때는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저것만 봐도 충분히 승준이에게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나중에 국가대표가 되거나 해외의 다른 구단에서 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예측이 가능했다면 나는 어느 구단에 스카우트로 있었겠지.

아이 때부터 눈여겨보는 엄청난 재능!

뭐, 그런 게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은 시하!”

“시하다!”

시하가 에잇 하고 열심히 찬다.

역시 바닥에 있는 첫 번째 캔은 손쉽게 맞힌다.

썬더 쓰리 사커 동호회에 열심히 참가한 선수답다.

처음에는 잘 못 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기본 정도는 하는 선수가 아닐까.

공격수 하기에는 조금 모자라고 수비수 정도가 딱 적당하다.

아니면 우리 시하는 똑똑하니까 사령탑인 미드필더를 해도 잘할지도 모른다.

스트라이커인 승준이에게 공을 패스하고 승리로 이끄는 거지.

“에잇!”

세 번 다 실패. 아직은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합이 귀여우니 된 거 아닐까? 암!

“그럼 이제 내 차례지?”

다음은 삼촌 차례.

기다렸다는 듯이 씨익 웃는다.

사악한 웃음을 보니 제발 못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디언밥을 엄청 세게 해야지!”

허공에 두 손을 두드리는데 팔에 엄청 힘줘서 그런지 스윙이 심상치 않다.

아이들을 겁먹게 하려는 게 틀림없다.

설마 진짜로 세게 때리는 건 아니지?

“삼춘. 삼춘은 저 멀리서 차야 해.”

“왜?”

“삼춘 어른이자나. 구러니까 멀리서 차.”

“그렇게 어딨어. 다 똑같아야지.”

“삼춘. 시하보다 엄청 큰데 안 똑가타.”

“어? 그건 그렇지.”

의외로 날카로운 구석을 찌르는 이시하.

굉장히 성장을 많이 했다. 근데 저런 구석을 찌르는 부분은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내 모습인가?

“그럼 시혁이도 뒤에서 차야겠네? 어른이니까?”

“!!!”

“그치? 그치?”

하지만 삼촌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를 끌어들이면서 시하를 고민하게 한다.

하지만 저 공격은 손쉽게 물리쳐질 것이다. 왜냐면 시하는 형아를 아주아주 과대평가하거든.

“갠차나. 형아는 잘해. 멀리서도 더 잘해.”

“멀리 차면서 더 잘하는 건 이상하지 않냐?”

“아냐. 안 이상해.”

“그래. 알았다. 멀리서 차면 되지? 이쯤?”

“아냐. 더. 더.”

“어디까지?”

“삼춘. 저기 문 앞까지야.”

“어이가 없네?”

문 앞까지면 거의 여기 끝과 끝이다.

저기서 공을 맞힐 수 있다는 건 그냥 스나이퍼 저리 가라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거다.

“너무하네. 원래 차는 데서 딱 두 배만큼 갈게. 그럼 키가 맞지?”

“마자.”

인정할 건 인정하는 이시하.

형아는 언제나 너를 응원하다. 멋있는 녀석.

“후우. 뭐 공차기 이리 힘들어?”

“푸핫!”

나는 삼촌의 말에 빵 터졌다.

나도 동감한다. 엄격한 잣대는 삼촌에게 적용된다. 왜냐. 못됐으니까.

“삼촌 힘내요.”

“그래. 역시 시혁이밖에 없다.”

“그렇다고 너무 죽자고 힘내지 마시고.”

“그럼 그렇지. 너희 형제 다 똑같아.”

내 말이 오히려 기름이 되었는지 반드시 맞히겠다는 각오가 보였다.

삼촌이 공을 툭 하고 찬다.

살짝 차서 정밀도를 높여서 바닥에 있는 캔을 쓰러뜨린다.

“일단! 하나! 시하랑 동점이다!”

“삼춘. 다시야. 다시.”

“또 왜?”

“살살 차면 반칙이야.”

“헹. 그런 게 어딨어. 안 통한다.”

삼촌이 다시 공을 가지고 뻥 하고 찬다.

하지만 역시 길이가 길이인지라 손쉽게 맞히지 못한다.

두 번. 두 번이나 빗나갔다.

“아. 이거 쉽지 않네.”

“그래도 아까웠는데요.”

“그치? 거리만 좀 가까웠으면 맞힐 수 있었을 거 같은데.”

“화이팅.”

“오케이.”

“못 맞혀라.”

“못 맞히는 거 파이팅이었냐?”

내 말에 다시 한번 투지를 불태우지만 결국 맞히지 못했다.

저거 어렵다니까.

갑자기 나도 걱정되네.

“형아. 하팅!”

“시혁이 형아. 파이팅!”

“야. 너희 둘. 나 할 때는 응원 안 해주고 너무한 거 아니냐.”

“삼춘. 삼춘은 형아 아니자나.”

“맞아요. 시혁이 형아 아니잖아요.”

“와. 차별 서럽네. 진짜.”

이래서 사람은 사랑받아야 한다. 마! 이게 바로 강인대학교 라인인 학연이다! 그리고 지연이다!

무시무시하지.

근데 어린이집을 대학교 학연으로 봐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같은 부지를 쓰니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며 공을 놓았다.

“갑니다.”

첫 번째 캔. 클리어.

두 번째 캔도 클리어.

세 번째 캔도 클리어.

네 번째 캔은 실패.

“와. 운이 좋네?”

삼촌은 어이없어하며 나를 보았다.

“저게 왜 다 맞냐? 어? 이러면 내가 뭐가 돼?”

“삼촌도 아까웠어요. 제가 뭐 운이 좀 잘 따른 것뿐이죠.”

“그렇지?”

“근데 바둑에서 반집 차이가 그렇게 크다던데.”

“시혁아. 나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다.”

“앗. 아직도 한국말 못 하시는 줄. 맨날 그 핑계 대길래.”

삼촌이 부들부들 떤다.

시하가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형아. 대다내!”

내가 공을 잘 차서 대단하다는 건지 삼촌을 놀려먹어서 대단하다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시하야. 타이밍이 좀. 뭐가 대단하다는 거야?

혹시 중의적 표현 그런 거 아니지?

“시혁이 형아. 진짜 대박!”

덩달아 승준도 대박이라고 칭찬한다. 근데 이건 공 차는 걸 말하는 게 확실하다.

그냥 승준은 티가 난다.

시하는 은근 속을 알 수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럼 누가 인디언밥이지?”

“형아. 시하랑 삼춘이 하나 마쳐써.”

“아. 그럼 둘이 가위바위보 할래?”

“!!!”

마지막 꼴찌를 정하는 가위바위보.

이건 국룰이지.

삼촌이 두 손을 꼬아서 안에 빛을 보았다.

사실 저거 뭐 낼지 아무것도 안 보이지 않나?

나도 사실 하긴 하는데 저걸 대체 왜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시하도 삼촌을 따라 두 손을 잡고 꼬았다.

“형아. 형아 보여. 형아 다 보여.”

“시하야. 뭐 낼지 봐야 하지 않을까?”

날 보면 이기니?

뭐 귀여우니까 됐다.

“삼춘. 시하 형아 바써. 다 이겨.”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삼촌도 뭐 낼지 다 봤다. 자 간다!”

“가위! 바위! 보!”

시하는 주먹. 삼촌은 가위.

삼촌이 졌다.

“악!”

“아싸! 삼춘 져따! 삼춘. 구러니까 차칸 일해야지.”

“아니. 이게 착한 일 나쁜 일 말할 정도야?”

“형아 바써야지.”

날 보면 착한 일이고 안 보면 나쁜 일인가?

어마어마한 논리였다.

“삼춘. 이제 인디언밥이야.”

“아. 그게 벌칙이었지.”

삼촌이 엎드렸다.

손으로 눈을 가리라고 승준이 이야기한다.

아주 철저하구만.

근데 손바닥이 차이 나서 누군지 다 알 것 같은데.

“그럼 한다.”

“응!”

“인디어어어언! 밥!”

짝!

아주 신나게 삼촌의 등을 두드렸다.

찰진 소리도 잘 들렸다.

삼촌이 어억 소리를 내며 일어선다.

“시하야. 너 엄청 세게 때리네.”

“시하 아닌데?”

“다 알거든. 손이 작아서 다 알아.”

“시하 아냐.”

“오호 거짓말을 한다?”

“시하가 엄청 세게 안 때려써. 시하는 엄청 엄청 제일 세게 때려써.”

나는 그 정도 때린 게 아니라 더 세게 때린 게 나야! 라고 주장하신다.

삼촌은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하는 표정이다.

당하셨군요. 시하는 아주 솔직한 아이입니다!

“한 번 더 해. 한 번 더.”

“삼춘. 이제 집 가야지.”

“아직 한 번 더 할 시간 있잖아. 다들 한 번 더 하기 전에 갈 생각하지 마라.”

전형적으로 벌칙을 받은 사람의 말이었다.

아니. 삼촌. 애냐고요.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 한 번 더 하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 시하 공부할 시간이네? 시하 집에 가야게따!”

시하가 손목에 시계 보는 척을 했다.

시계도 없으면서 말이다.

“시하야. 너 공부 안 하잖아.”

“아냐. 시하 한글 공부해. 시하 이제 이름 저글 수 이써.”

“너. 이름이야 적을 수 있는지 꽤 됐잖아.”

“시하 더 공부해서 삼춘 이름도 적어야 해.”

“삼촌 이름 영어인데? 한글 공부로 못 적는데?”

“구럼 시하 영어 공부하러 가야게따. 아! 시간 대써. 승준아. 승준이도 공부하러 가야지?”

시하가 승준이에게 토스했다.

승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사커 공부해야 해. 전술 공부야.”

삼촌이 어이없이 하며 두 아이를 보았다.

그러더니 내 얼굴을 본다.

저요? 왜요?

“이거이거. 아주 강인 출신인 사람들은 다 한패구만.”

결국,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삼촌은 돌아가는 길에도 한 판 더 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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