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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화 (373/500)

373화

시혁이 이사 갔다는 걸 알린 것처럼 시하 역시도 어린이집에서 이사했다는 걸 알렸다.

승준이를 보며.

“시하 형아랑 이사해써!”

“진짜?!”

“엄청 커!”

“그러면 우리 새로운 숨바꼭질할 수 있는 곳이니까 한번 가야겠다.”

“승준아. 놀러 와.”

“하나도! 하나도!”

“하나는 승준이랑 세투니까 가치 오면 대지.”

“엑! 하나는 오빠랑 세트 아닌데!”

하나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승준이가 발끈했다.

“야! 내가 뭐 어때서! 너랑 나는 쌍둥이거든!”

“근데 오빠랑 하나는 너무 달라. 오빠는 맨날 어디 먼저 달려가.”

“너도 나 따라 달리잖아.”

“하나는 오빠가 혹시 위험할까 봐 같이 따라가 주는 거야.”

둘이 그렇게 투덕거리고 있을 때 시하가 말했다.

“시하는 형아랑 집들이해. 집들이.”

승준과 하나가 고개를 휙 돌렸다.

집들이가 뭐냐고 묻는다.

옆에 있던 연주가 그 답을 말한다.

“집들이는 이사했을 때 축하한다고 같이 밥 먹는 거야.”

“승준아. 파티야. 파티.”

시하가 덧붙여서 말하자 승준이가 자기도 갈 거라고 난리였다.

하나도 마찬가지.

연주도 다른 아이들이 가려고 하니까 살짝 관심이 생겼다.

“구럼 시하 집들이 올래?”

“갈래! 갈래!”

“하나도. 하나도.”

“하나 가면 나도 갈래.”

뭔가 다들 시하 집들이에 간다는 거로 결론이 나고 있었다.

종수 패밀리 역시도 관심을 보였다.

“야. 이시하! 너 이사했다며!”

“종수 어케 아라써? 종수 똑똑해!”

“그렇게 옆에서 크게 말하는데 다 들리거든! 그게 아니지. 뭐, 나도 초대해 주면 가줄 수 있는데.”

“아냐. 시하 초대 안 해써.”

“야!”

그걸 초대 안 했다고 바로 막아버리는 이시하였다.

시하는 뭘 잘 못 했는지 몰라서 그냥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재휘는 종수 뒤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그럼 나는 가도 돼?”

“갠차나.”

“야! 이시하! 나는!”

“시하는 아직 종수 초대 안 해써.”

“나도 갈 거라고!”

“구럼 종수도 와. 종수는 휴지 서이 개 들고 와야 해.”

“나는 왜!”

“아? 종수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윤동과 은우도 오고 싶어서 해서 시하는 다 오라고 했다.

형아의 허락도 안 받고 말이다.

***

“그러니까 친구들도 집들이 오라고 했다고?”

“안 대?”

“안 되는 건 아닌데. 집들이 두 번 할까? 자리가 없을 것 같은데.”

“서이 번은?!”

“세 번은 안 되지. 아무래도. 일단 형아 친구들이랑 한 번 하고 그다음 날 어린이집 친구들이랑 한 번 더 하는 건 어때?”

이사를 했어도 100평도 아닌데 그 많은 사람이 오면 자리가 모자라고 터져버릴 것이다.

그리고 설마 전부 오겠어? 싶은 마음도 있었다.

설마 엄마들도 오는 거 아니겠지? 되도록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인솔해서 잘 왔으면 좋겠다.

시하가 친구들에게 놀자고 집으로 부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집들이가 아니라.

응! 그거면 되지. 어차피 전에 하나랑 승준이도 예전 집으로 놀러 온 적이 있으니 익숙하다면 익숙하다.

“시하는 조아. 시하 친구들이랑 가치 형아랑 가치 다 가치 재밌게 노라!”

“형아는 빼줄래.”

“안 대. 형아가 제일 중요해. 별 세 개야. 별 세 개.”

“그거 아직도 기억하는구나. 하하하.”

일단은 정말 올 건지 선생님과 잘 이야기해봐야겠다.

음식은 애들이 좋아하는 치킨이랑 피자 같은 걸 시켜주면 될 것 같았다.

그거면 끝났지 뭐.

“형아.”

“응?”

“신나. 신나.”

“어. 신나네. 하하하.”

왜 다들 집들이에 진심인지 모르겠다.

뭐, 이렇게라도 보면 좋긴 하지만.

그렇게 집들이 날이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백동환이라고 합니다! 시혁 형님의 삼촌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백동환이 삼촌에게 인사를 한다.

삼촌은 아무래도 커다란 덩치 때문에 경계를 했다.

일단 인사를 받아주고 내게 귓속말을 한다.

“시혁아.”

“네?”

“혹시 뭐 특수부대 같은 그런 쪽의 친구는 아니지?”

“성우인데요.”

“저 몸에? 정말? 어디 산속에서 멧돼지 멱을 딸 것 같은 몸인데? 진짜? 사실 격투기 선수는 아니고?”

“하하하. 아니에요.”

“정말? 거짓말 아니고?”

“진짜요. 진짜 성우예요.”

삼촌은 아무래도 백동환이 영 의심스러운 모양이다.

하긴 오해할 만하지. 누가 백동환을 보고 성우라고 생각할까. 절대 못 하지.

약간 성우 하면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목소리가 좀 어디서 들어본 느낌이라든지 목소리가 좋다든지 그런 거.

어디 운동 좀 하고 온 사람 같이 생겼으니. 뭐.

“하하하. 작년에 성우가 되어서 지금도 열심히 합니다. 제 목소리 나온 것들도 꽤 되거든요. 혹시 보시겠습니까!”

친근하게 삼촌을 끌고 소파로 가버린다.

시하도 궁금한지 ‘백동 형아! 백동 형아! 시하도!’ 하면서 나란히 같이 앉는다.

셋이서 붙어서 작은 스마트폰 안을 쳐다보고 있다.

백동환의 손에 있어서 더 작아 보이는 것도 있고.

띵-동-

또 사람이 와서 나는 얼른 나갔다.

이번에는 경트리오 삼인방이었다.

안경호, 박경준, 신경환 순으로 인사를 건넸다.

“오! 이사 축하해!”

“내가 너 이사했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왔어!”

“안녕. 시혁아. 미친놈들 말은 무시하고.”

안경호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은 정상적인 인사를 건넸다고.

다들 집들이 선물이라고 한 아름 가지고 왔다.

휴지 2개, 티슈 2개, 와인 2병.

다들 양손에 두 개씩 들고 온다.

“이렇게 많이 안 가져와도 되는데. 일단 들어와.”

“사실 네 개 들고 오려다가 손이 두 개밖에 없어서 두 개만 샀어. 와, 집 좋다.”

“나는 경호가 휴지 사길래 티슈 샀지! 티슈가 더 편하지 않아?”

“나마저 이 둘 때문에 휴지 살 수는 없어서 와인을 고르긴 했는데. 이거 오늘 마시자.”

셋에게 고맙긴 한데 뭔가 이 둘은 대충 골랐는데 신경환의 선물은 꽤 신경 쓴 티가 나는 느낌이었다.

와인을 들고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사실 술을 안 마신 지 꽤 되어서 오늘 마시면 좋을 것 같았다.

센스가 괜찮구만.

안경호가 그걸 보며 타박한다.

“와인은 무슨 와인이야. 소주나 맥주 딱 사오지.”

“쯧쯧. 네가 뭘 알겠냐.”

신경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때마침 서수현도 도착했다.

“오빠. 이사 축하드려요.”

“어. 왔어. 고마워.”

“이거 집들이 선물.”

“이상한 거 아니지? 막 포장지 뜯었는데 황소개구리 나오고 그런 거 아니야?”

“이 오빠가 진짜! 그런 거 아니거든요!”

“막 개구리가 움직이는 초콜릿은?”

“그런 게 세상에 어딨어요! 그리고 집들이 선물로 누가 그런 거 주냐고!”

“큭큭. 아무튼, 고마워. 풀어봐도 돼?”

“네. 별거 아니에요.”

“어. 진짜 별거 아니네.”

“아직 안 뜯었잖아! 이 자식아!”

“이 자식아?”

“…가 아니라 이 씨 가문의 자제님아.”

“푸흡. 들어와. 들어와.”

나는 집안에 들어가서 포장지를 뜯었다.

와플 기계.

시하에게 해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이걸로 삼각김밥도 넣고, 크루아상도 넣고 이것저것 다 넣는다던데.

“오! 센스!”

“헤헿. 의외로 자주 쓰일걸요?”

“시하 간식해 주기 좋겠네.”

“그렇죠? 그렇죠? 이거 없을 것 같았다니까요.”

“고마워.”

“나중에 이거 없이 대체 어떻게 살았지? 한다니까요.”

“그건 너무 과장 아냐?”

서수현이 검지를 좌우로 흔든다.

나는 피식 웃었다.

요즘에 생활이 달라지는 요소가 3개 있다고는 들었다.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건조기.

안 써보면 모른다고 한다.

전에 시하 책상도 사러 갔을 때 삼촌은 어떻게 알았는지 저 세 개를 꼭 사려고 했다.

필수템이라나 뭐라나.

지금 와서야 느낀다. 저런 도구들이 정말 편하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좀 개인적으로 시원치 않은 점도 있긴 했지만.

특히 로봇청소기의 물걸레 기능이 별로인 것 같았다. 그 부분은 물걸레질하는 게 더 깨끗한 느낌이어서 물걸레 기능은 사용하지 않는다.

“오빠?”

“어? 아! 앉아서 쉬고 있어. 이제 사둔 요리 좀 꺼내야겠다.”

“요리해요? 제가 도와드려요?”

“아니야. 아니야. 그냥 사 왔어. 좀 돌리면 되는 것도 있고 요리한 것도 있고.”

“요리한 건 뭔데요?”

서수현이 부엌까지 졸졸 따라왔다.

나는 큰 냄비에 있는 뚜껑을 열었다.

“우와! 쪽갈비! 오빠가 양념하고 했어요?”

“어. 내가 했지. 푹 끓여서 양념이 잘 배어 있네. 젓가락으로 스르륵 뜯기도 편할걸?”

“우와. 이 많은 걸 어떻게 먹지?”

“뭔 소리야. 내일도 먹고 모래도 먹을 반찬인데.”

“그럼 나 좀 싸가야지.”

“그럼 좀 사와.”

“쪽갈비요?”

“아니. 개구리. 내가 잘 구워줄게. 아니다. 개구리 잡아 와야 하나? 저 뒷산에 좀 갈래?”

“이 오빠가 진짜! 맨날 놀려!”

나는 수저를 집어서 넘겼다.

사람이 많아서 쇠 수저 개수를 맞출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을 꺼냈다.

치우기도 편하다.

“도와줄 거면 일단 이거 들고 가. 나머지는 그릇에 담을 테니까 옮겨주고.”

“네!”

서수현은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해맑은 표정으로 음식을 날랐다.

양념치킨, 족발, 쪽갈비, 계란말이 등등.

연어 샐러드도 대충 만들어서 식탁 위에 올렸다.

김치도 큰 접시에 쭉쭉 찢어서 올려두었다.

밥도 푼다.

대충해서 올려두기는 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자. 집들이 시작하자. 시하야. 뭐 해?”

“아?”

시하는 한쪽에 있는 집들이 선물을 보고 있었다.

뭐 있는지 궁금했나?

“형아. 시하 휴지 세고 이써.”

“푸흡.”

아무래도 전에 삼촌이랑 말한 걸 신경 쓰고 있나 보다.

휴지 다 쓰면 이사 가야 한다는 그거.

아니, 그렇다고 진짜 세고 있는 게 너무 웃겼다.

“그래서 몇 개던데?”

“몰라. 안에도 이써서 뜨더 바야 해.”

“아, 그렇지.”

세려고 하면 곱셈을 알아야 하는 법.

하지만 보통 비닐에 쓰여 있다.

“저기 개수 쓰여 있어. 시하야.”

“!!!”

“이거 하나에 30개네. 이것도 30개고. 그럼 몇 개?”

“몰라.”

아차. 아직 덧셈도 안 배웠었지.

잊어먹고 있었다.

“음. 이거 두 개면 백 밤은 쓸 수 있어.”

“정말?!”

어? 그게. 정말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지금은 셋이 사니까 휴지 쓰는 양이 더 늘어나겠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백 밤이나. 마나!”

그래. 시하야. 100밤이 많아 보일 때지?

한 3달 조금 넘게 밖에 되지 않지만 말이다.

원래 아이들의 1년은 엄청 느리지 않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도 매일매일 놀면 시간이 느리다고 생각하게 될 건데!

일하고 나면 일주일이나 한 달이 금방 간다.

“이제 밥 먹을 거니까 나중에 세자. 알았지?”

“아라써!”

다들 큰 식탁 앞에서 있었다.

집들이 온다고 해서 큰 상을 샀는데 언제 한번 이걸 더 펼지는 모르겠다.

아! 어린이집 애들 오면 또 펴겠구나.

안경호가 흠흠 기침을 하며 말했다.

“시혁아. 왜 다들 쿨피스야?”

“아. 시하가 같이 먹을 거니까 술은 나중에 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건 그렇지. 음. 음. 자 그럼 모두 잔을 들고!”

우리는 쿨피스가 든 잔을 들었다.

“오늘은 시혁이가 이사한 집들이랑 출간한 것. 그리고 우리 게임이 잘 팔린 것을 축하하는 자립니다. 모두 축하합니다. 제가 선창을 대박! 하면 축하! 하고 외쳐주세요. 아셨죠?”

“어!”

“대박!”

“축하!”

잔을 부딪쳤다.

“형아도 시하도. 시하도.”

“응. 그래. 짠.”

“또. 또.”

“또?”

“서이 번 해야 해. 시하는 그래.”

“아, 그래.”

또 세 번이냐!

그렇게 세 번 잔을 부딪쳤다.

그때 삼촌이 시하의 손목을 잡더니 내 잔에 한 번 더 부딪치게 한다.

그리고 한 번 더.

다섯 번이나 부딪치게 되었다.

시하의 동공이 떨렸다.

“하하하. 서이 번 안 됐지!”

“잉잉!”

시하는 삼촌의 허벅지를 탁탁 때렸다.

하하하.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보이며 음료를 마셨다.

음. 맛있네.

즐거운 파티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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