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화
이제는 경찰과 도둑을 바꿔서 해보았다.
아까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서로 간의 체력이 많이 빠졌다는 것이다.
특히 승준이는 많이 뛰어다녀서 그런지 아까와 같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낼 수 없었다.
연주가 말했다.
“만약에 잡으면 주머니에서 열쇠 빼앗는 거 있지 말자. 알았지?”
“응!”
“보물 쪽을 최대한 지켜서 이기는 거야.”
“응!”
경찰의 작전을 단순했다.
벌써 한 번 해봤다고 종수팀이 한 실수를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종수팀 역시 시하팀의 작전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열쇠를 먼저 가져오기.
보물도 중요했지만 다양한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 열쇠는 필수였다.
“다들 잘 들어. 우리는 열쇠를 먼저 하나 얻은 다음에 보물을 훔칠 거야. 이번에야말로 이길 거야. 우리 이길 수 있어.”
“맞아! 이길 수 있다!”
“푸하하. 이긴대! 푸하하.”
“응.”
그렇게 작전을 짜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4명이 열쇠를 획득했다.
연주와 하나가 보물 쪽으로 가려는 종수팀을 막았지만 어쩔 수 없이 놓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신체 능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특히 하나는 체력을 그렇게 소모하지 않았어도 구멍이었다.
아이들이 잘 빠져나가 버린다.
“힝!”
“하나야. 걱정 마. 오빠가 재휘 한 명 잡아 왔어. 이제 경찰서 지켜.”
“응!”
재휘가 ‘왜, 나만…….’이라는 한숨을 쉰다.
종수팀의 구멍이 있다면 재휘였다.
서로의 구멍이 빠진 상태에서 다시 한번 맞붙는다.
지켜야 할 보물은 이제 2개.
종수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 시하팀을 이기기 위해 남은 개수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빠르게 재휘를 구할게. 둘이 보물을 훔쳐줘. 내가 빨리만 하면 넷이서 보물 훔치려고 뛸 수 있어.”
저번에 시하팀이 하나를 일단 버려뒀다면 이번에 종수팀은 재휘를 구하는 작전이었다.
최대한 많은 인원이 뛰어다니는 게 유리하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그럼 가자.”
아지트에 빠져나와 작전대로 달렸다.
종수 역시 열쇠를 가지고 하나 쪽으로 빠르게 달렸다.
하나는 당황해서 이리저리 잡을 생각을 했다.
틈을 보이는 순간 종수는 재휘에게 열쇠를 건네주어 빼갈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구원군이 등장한다.
시하였다.
“종수! 차자따!”
“앗! 야. 이시하. 너 저기 안 가고 왜 여기 있어!”
“종수가 시하랑 아까 노라져써. 구래서 시하도 종수랑 놀래.”
“이익!”
종수가 이리저리 움직이자 시하도 따라 움직인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보물 쪽으로 달려간다.
시하도 따라가는데 종수가 급히 턴을 해서 재휘 쪽으로 방향을 옮긴다.
하나를 지나쳐 열쇠를 건네주는 것까지 작전 성공.
“재휘야. 가자!”
“응!”
순식간에 달아난다.
하나가 팔을 뻗지만 소용없었다.
“하하하!”
작전에 성공한 종수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다닐 것만 같았다.
“윤동이 보물 하나 잡았어. 보물 하나만 더 잡으면 우리 승리야!”
“응!”
승준이 어떻게든 윤동을 막아보려는 게 보인다.
종수는 아까 시하가 쓴 작전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승준이에게 잡히기!
이제 은우가 잘해주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승리다.
“푸하하. 잡혔다. 푸하하!”
하지만 세상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시하랑 연주에게 은우가 잡혀버렸다.
보물은 하나 남았지만 이제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살아 있는 종수팀은 윤동과 재휘.
감옥을 지키는 사람은 한 명. 시하.
“시하야. 두 명이니까 잘 지켜야 해. 알았지?”
“아라써.”
승준이 신신당부를 하며 떠나간다.
감옥에는 이제 두 명이니까 시하가 하나 대신 지키기로 했다.
전력으로 봤을 때 조금은 비등비등한 상황이다.
“야. 이시하. 이번에 우리가 이길 거야.”
“아냐. 시하가 이겨. 시하 경찰이야.”
“경찰이면 다 이기는 줄 알아?”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종수는 시하의 시선을 분산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너. 너. 승준이가 우리 팀이었으면 졌을걸. 시하 너희 팀이니까 그나마 우리랑 비슷했던 거지.”
“승준이 종수팀 안 가. 승준이 종수보다 시하 더 조아해.”
“어? 그건 그렇지. 야! 그걸 어떻게 네가 알아. 날 더 좋아할 수도 있지. 나랑 승부도 많이 했잖아.”
“승준이랑 시하랑 인사 마니해. 재미써. 근데 승준이는 종수랑 인사할 때 손만 흔들어.”
시하는 부럽지? 하는 표정으로 배를 쭈욱 내밀었다.
종수는 어이가 없었다.
뭔데 저런 표정인데? 어? 하나도 안 부럽거든?!
그때 재휘가 헤헤 웃으며 시하 뒤로 달려온다.
이대로면 둘 다 풀려날 수 있는 상황.
좀 더 시하가 이쪽을 보게 해야 했다.
“난 재휘랑 엄청 친해!”
“마자. 종수랑 매일 가치 이써. 대다내!”
“어? 어, 그렇지. 부럽지?”
“시하는 형아 이써. 형아 머시써. 부러어?”
“야! 내가 먼저 물었잖아!”
“시하 형아 이써서 다 갠차나. 안 부러어!”
“넌 맨날 형아 있어서 괜찮냐!”
“형아가 머시쑤니까. 구래서 시하도 머시써.”
“뭔 소리야. 그게!”
뭔가 대화가 안 이어지는 그 순간.
재휘가 도착하며 열쇠를 건네주었다.
그것도 두 개!
은우가 하나를 받았고 종수에게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재빨리 감옥을 튀었다.
“으하하. 간다!”
덥썩.
“어?”
하지만 시하가 더 빨랐다.
곧바로 잡혀버린 종수.
“오늘 형아가 경찰 아찌에게 돈 주운 거 돌려주러 바로 가써. 차로 붕붕해서 더 머시써써. 어린이집 먼저 안 가고 경찰서부터 가써. 주인 차자주는 거 더 중요해써.”
“야! 그게 아니잖아!”
알고 보니 열쇠에 풀려서 잡은 게 아니라 형아 이야기를 하는데 대체 어디 가나 싶어서 덥석 잡은 거였다. 엄청난 순발력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평소에는 이런 순발력 안 나오면서 말이다.
“아? 종수. 열쇠 이써?”
“어?”
“시하가 가져 가께.”
“아, 안 돼!”
결국, 종수만 탈출 못 하고 은우만 빠져나왔다.
그러면서 경찰 쪽이 좀 더 불리해져 버렸다.
그렇게 경기가 계속 진행되었다.
윤동이 은우에게 보물을 넘기면서 승준에게 잡혀버렸다.
은우는 여유롭게 아지트로 돌아와 보물을 모두 모았다.
“아싸! 이겼다!”
종수가 그걸 보며 만세를 외쳤다.
“아싸! 이제 놔줘.”
“안 대. 보물은 은우랑 재휘가 가지고 이써. 종수는 경찰서에 잡혀써.”
“어? 그건 그렇지?”
“구리고 시하 말 안 끝나써. 형아가 오늘 시하 잘했다고 해써. 양갱이랑 돈 경찰서에 가져다 져서.”
“야! 아까 했던 이야기잖아!”
“형아가 강이를 교수님한테 들으면 중요한 거 두 번 말한다 해써. 구래서 시하도 두 번 말해.”
“야! 넌 세 번째 말하는 거거든!”
“하지만 시하 서이 번 조아해!”
“야!”
도둑팀인 친구들이랑 하이파이브하고 싶은데도 할 수 없는 종수였다.
이겼는데도 왜 시하에게 말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
경찰에서 블랙박스 영상 파일을 확인해 봤는데 연양갱과 흰 봉투는 어느 할머니께서 놓으신 거였다.
어디 사는 할머니인지 몰라서 경찰 쪽에서 근처 주민들에게 물어보고 다닌다고 했다.
혹시 찾으면 연락을 준다고.
그렇게 회사로 가서 일하고 있는데 오후쯤에 연락이 왔다.
「아! 그 할머니 찾았습니다. 근처에 사시는 분이더라고요.」
“아, 진짜요?”
「네. 지금 만나보고 전해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근데 이거 잠시 놓고 깜빡하셨나 보네요. 잊어버리신 거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게…….」
경찰이 뭔가 곤란하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깜빡 놓고 잊어버린 게 아니더라고요.」
“네?”
「할머니 딸이 빨간 차를 모는데 손녀가 수고한다고 준 거랍니다.」
“아! 차를 착각했나 보네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사실 할머니가 치매 초기셔서 왔다 갔다 한다고 합니다.」
“아…….”
「네. 지금 따님분은 결혼한 상태인데 빨간 차는 안 몬다고 하네요. 흰색 승용차라고 하던데.」
그런 사정이 있어서 괜히 안타까워졌다.
이런 소식을 들고 가는데 시하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주인 찾아주었다고 할지, 아니면 할머니가 기억을 잃어간다고 해야 할지.
이럴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나는 잘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시하를 데리러 간다.
“시하야!”
“형아!”
“응. 시하야. 오늘도 잘 놀았어.”
“오늘 경찰과 도둑 놀이 해써. 엄청 재미써써.”
“응. 도둑 놀이했구나?”
“시하가 도둑일 때 이겨써. 군데 경찰일 때는 져써.”
“1 대 1이네?”
“다움에 더 잘하꺼야.”
“응. 다음에 더 잘하자.”
나는 시하를 안아 올렸다.
그대로 어린이집을 나와서 차에 태웠다.
시하가 묻는다.
“형아. 주인 차자져써?”
“어? 응. 주인 찾아줬지. 할머니가 주인이래.”
“정말? 할무니가 간식 먹으려고 했눈데 까먹고 안 가져가찌?”
“음. 아니. 사실 딸한테 주려고 했대. 근데 우리 차 말고 다른 빨간 차에 줬어야 했대.”
“레드 차! 할무니 딸은 시하랑 가튼 차 조아해?”
“이제는 화이트 차 좋아한대.”
“!!!”
시하가 배신당했다는 얼굴을 한다.
뭔데 그런 얼굴이냐. 거, 흰색 차 좋아할 수도 있지.
“군데 할무니 번호 안 바써? 시하 차에여. 하고 번호 있자나.”
“응. 차량 번호가 있지.”
고민이 많이 된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말이다. 이런 건 교육도 받아보지 않아서 뭐라 할지 모르겠다.
“할머니가 아파서. 여기에 뒀대.”
“할무니 마니 아파? 병언 가야 해.”
“응. 그렇지. 근데 병원 가도 소용없대.”
“왜?”
“할머니가 과거에서 와서.”
“과거?”
“응. 그래서 할머니는 딸이 어른인데. 어른인 걸 몰라. 그렇대.”
“할무니 시하처럼 미래로 온 거야? 여기 할무니한테 미래야?”
“응. 할머니가 과거에서 왔어.”
“큰일이야. 빨리 과거로 가야 해. 시하는 형아가 걱정해서 돌아가써. 할무니한테 말해주자. 형아. 딸이 걱정해.”
“응. 그러게.”
경찰은 누군가를 찾았는데 할머니가 바라는 사람은 여기선 찾을 수가 없다.
과거의 따님은 이미 좀 더 나이를 먹은 어른이 되었으니까.
“시하가 다시 돌아가는 거 아라.”
“응?”
“페페 담요 이브면 대!”
“어?”
“이케 써써 더프면 대. 시하가 그림 그려서 선물하까?”
“괜찮은 생각인데?”
안면도 없으신 분이지만 시하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런 거는 딱히 반대하고 싶지 않다.
담요 제작하는 걸 살며시 검색해 보니까 별로 비싸지도 않았다.
1장 이상을 주문도 받고 개당 2만 원 정도 했다.
“그림은 뭐 그릴 건데?”
“시하가 다 생각 나써. 돌아가 구림이야. 돌아가.”
“그게 뭔데?”
“돌아가 페페!”
너만 아는 이미지 아니냐.
뭐, 나중에 시하가 그리는 그림으로 알게 되겠지.
이왕 하는 거 시하 꺼도 하나 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하가 도도도 달려갔다.
나는 목덜미를 잡아서 화장실로 끌고 갔다.
갔다 오면 손부터 씻어야 하니까.
이런 작은 행동 하나가 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이제 시하 그림 그려!”
“응. 마음껏 그려.”
시하가 패드에 페페를 그리기 시작한다.
손에는 원을 잡고 있었다.
“훌라후프야?”
“마자! 형아 다 아라! 대다내!”
“하하.”
근데 그냥 훌라후프가 아닌 모양이다.
원의 한가운데 열쇠 구멍 모양이 새겨져 있다.
아무래도 이 훌라후프가 원래 세계로 갈 수 있는 문인 모양이다.
“열쇠는 안 그려?”
“아냐. 그려. 여기 손에 열쇠 이써.”
아무래도 훌라후프 잡은 손 말고 반대편 손에 열쇠를 쥐여줄 모양인 것 같다.
커다란 열쇠.
전체적으로 황금색인데 열쇠에 빨간색 두 줄을 그어서 포인트를 주었다.
열쇠고리도 달려있었는데 별 모양 세 개로 구성되었다.
별님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뜻일까?
별의 힘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거지.
한번 물어보자. 시하의 의도가 무엇인지.
“별의 힘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거야? 반짝반짝?”
“아냐.”
“응? 아니야?”
“형아가 말했자나. 중요한 건 두 번 말해야 해.”
“응. 내가 그랬지.”
“구리고 빨간펜으로 줄 두 개 하고 별 세 개 그려야 한대써. 열세 중요해.”
“!!!”
아, 그러니까. 열쇠에 빨간색 두 줄하고 열쇠고리에 별 세 개 넣은 건 중요해서 그런 거야?!
별의 힘으로 과거로 가는 게 아니라?!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빨간펜으로 밑줄 두 번에 별 3개 그려 넣긴 해야지. 중요한 거니까. 암! 시하는 천재라고!
그리고 열쇠가 과거로 가게 만드는 중요한 건 맞잖아!
난 누구에게 변명하는 거지?
아무튼, 그런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