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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화 (366/500)

366화

하지만 종수팀에 승부사가 종수라면 시하팀의 승부사는 승준이었다.

승준은 시하의 의견을 반대했다.

“아니야! 아직 우리에게는 1분이나 시간이 남았어!”

“???”

“불가능.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

“아무튼, 도둑으로서 이겨봐야지. 열심히 해야 해!”

게임의 역할이 그래서 이상하게 들리기는 했다.

멋진 말로 포장을 했지만 어찌 되었든 열심히 도둑질하겠다는 선언!

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럼 열심히 보물 가지고 오자.”

“그래!”

“구럼 어떠케 하까?”

그때 나선 것이 연주였다.

주변을 스윽 둘러보았다. 먼저 보물이 있는 쪽. 그리고 열쇠가 있는 쪽.

“우리는 보물보다는 일단 열쇠가 있는 쪽으로 한 번에 가자.”

“왜?”

“열쇠가 있으면 누구라도 구해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분명 종수는 보물이 있는 쪽으로 많이 갈 거야.”

“정말?!”

“응. 아무래도 보물을 뺏기면 지는 거잖아. 그러니까 설마 열쇠 쪽으로 다 갈지는 생각 못 할 거야.”

시하팀의 브레인인 연주는 뛰어나다.

“하지만 다 절로 가는 모습을 보이면 다들 쫓아오겠지. 그래서 우리는 보물 쪽으로 조금 갔다가 바로 열쇠 쪽으로 뛰는 거야.”

“!!!”

“만약에 여기 누군가 잡히면 승준이 네가 구해. 네가 빠르잖아.”

“알았어!”

“어때? 시하야? 그렇게 할래?”

“시하는 조아. 그렇게 할래!”

대장 이시하. 부하의 의견도 잘 포용하는 리더였다.

그렇게 작전 시간이 끝나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이 외쳤다.

“준비! 시작!”

시하팀은 다 같이 보물 쪽으로 움직였다.

설마 종수팀은 모두가 보물 쪽으로 움직일지 몰랐는지 살짝 당황했지만 그래도 시하팀이 가는 방향으로 뛰었다.

문제가 있다면 윤동이 주춤거렸다.

저기 열쇠를 지키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찰나의 생각.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하팀이 바로 방향을 틀어 열쇠 쪽으로 모두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종수팀 전체가 주춤하면서 한 박자 늦을 수밖에 없었다.

“아싸! 열쇠! 하나 획득!”

“시하도!”

하지만 가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돌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종수팀이랑 마주쳐야 했다.

승준은 재빠른 다리로 뛰었다.

하지만 다들 승준은 무시한 채 다른 아이들을 노렸다.

“승준아. 보물!”

“알아써!”

시하도 헛둘헛둘 열심히 뛰었다.

연주는 종수팀에게 따라잡힐 것 같아서 빙 둘러서 도망쳤다.

그것도 재휘가 있는 쪽으로.

“아앗. 연주야.”

“재휘야. 비켜.”

“안 돼. 우리는 적이야.”

“안 비키면 앞으로 안 놀 거야.”

“치, 치사하잖아. 그건.”

원래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법이다.

연주는 재휘가 안절부절못하는 틈을 타서 지나쳐갔다.

재휘는 어쩔 수 없이 뒤따라간다.

“아지트 도착.”

“아앗!”

안전한 아지트에서 재휘는 어쩔 수 없이 돌아서야 했다.

연주는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곧바로 보물이 있는 쪽으로 달렸다.

“앗!”

한편, 하나는 종수팀에게 잡혀버렸다.

윤동이 재빠르게 잡아서 경찰서로 끌고 갔다.

종수는 열심히 시하를 쫓았다.

“야! 이시하! 거기서! 체포한다!”

“시하 도둑 아냐.”

“너 도둑이잖아.”

“시하 손에 보물 업써. 안 훔쳐써. 구럼 도둑 아니자나.”

“어?”

“훔쳐야 도둑이지. 경찰 아찌가 도둑 아닌데 자브면 안 대.”

“어?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종수가 뛰면서 잠시 혼란이 왔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야! 이건 게임이잖아. 넌 이미 도둑이라구!”

“안 훔쳤는데?”

“안 훔쳐도 훔칠 예정이잖아. 도둑이야.”

“안 훔칠게.”

“거짓말하지 마!”

서로 대치의 상황.

좌우로 움찔움찔하면서 서로가 어디로 뛸지 확인하고 있다.

“안 훔치는데 자브면 안 대.”

“아니! 아! 그래! 넌 이미 전에 훔친 게 있어서 도둑으로 되어 있는 거야. 그래서 지금 안 훔쳐도 잡아야 하는 거지.”

“정말?! 시하가 머 훔쳐찌?!”

“뭐긴! 돈을 훔쳤다!”

종수가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간다.

시하는 뒤로 도망친다. 오른쪽으로 휙 냅다 뛴다.

“거기서!”

“시러! 시하 돈 안 훔쳐써!”

“아니야. 훔쳤어!”

계속 따라오니 보물이 있는 곳으로 가서 가져올 시간이 되지 않는다.

줍는 순간 잡힐 것 같다.

“아지트다!”

“그렇게는 안 돼!”

종수가 손을 뻗었다.

아슬아슬하게 닿을락 말락 할 때 시하가 아지트에 발이 먼저 들어왔다.

심판을 보고 있던 선생님이 ‘세이프!’ 하고 말한다.

“아이씨! 잡을 수 있었는데! 헉헉.”

“휴. 살아써.”

그때 윤동이 종수를 불렀다.

“종수야. 여기 지키고 있어. 감옥. 나는 나갈게. 지키면서 쉬어.”

“어? 알았어.”

경찰과 도둑을 하면 감옥을 누가 한 명 지킬 수밖에 없다.

아니면 도망갈 빌미를 주게 된다.

종수는 교도관이 되었다.

윤동이 승준을 보았다. 이미 보물을 하나 들고 아지트로 들고 오는 모습이다.

연주 역시도 재휘를 따돌리고 하나 들고 복귀.

지금 도둑에게 아주 유리한 상황이 왔다.

“흠.”

어쩔 수 없이 보물이 있는 경로 쪽에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닌다.

“셋이서 여기 한 명이라도 붙잡는 거야. 알았지?”

“오케이!”

하나는 오빠를 불렀다.

“오빠! 구해줘!”

“하하하. 넌 거기 있어. 네가 거기 있으면 종수도 거기 있잖아.”

“히잉. 오빠 나빠!”

승준은 아주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원래 그렇다. 축구는 뜨거운 스포츠지만 때로는 냉정하게 머리로 판단할 때가 많다.

스트라이커 오승준은 냄새를 맡았다.

발이 느린 수비수 하나가 한 명만 완벽하게 마크한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고!

“자! 가자!”

“가자!”

승준이 먼저 재빠르게 뛰었다.

그걸 윤동이 막아섰다.

축구로 따지면 최강의 공격수와 최강의 수비수가 만난 상황이다.

화려한 드리블로 제쳐보려고 하지만 과연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연주는 다시 한번 재휘를 노렸지만 은우가 그 앞을 막아섰다.

자연스럽게 재휘는 시하를 맡게 되었다.

“재휘다!”

“응. 시하야. 여기 못 지나가.”

“시하 자바?”

“응!”

시하가 고민하더니 살며시 크게 돌며 뛰기 시작했다.

재휘는 시하를 잡으려고 그대로 따라갔다.

하지만 저건 하수들이 하는 방법이다.

진정한 고수들의 싸움은 바로 승준과 윤동이었다.

승준이 시하처럼 크게 돌았다.

윤동은 살며시 작은 원을 그리며 보물 주변을 뛰었다.

적은 움직임으로 체력을 아낀다.

승준도 그걸 눈치챘는지 혀를 찼다.

“후우.”

“흐음.”

“어쩔 수 없네.”

승준은 과감하게 윤동의 앞으로 다가갔다.

윤동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절묘한 승부수.

오히려 서로의 거리를 줄임으로써 손쉽게 제치려고 한다.

승준이 어느 정도 거리가 되자 그대로 왼쪽으로 뛰었다.

윤동의 몸도 왼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승준이 괜히 운동신경이 뛰어난 게 아니다. 축구 연습도 주말에 했다. 시하랑 같이 시혁이에게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중 하나가 빠른 방향전환. 그리고 페이크.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다. 몸에 속도의 제동이 온다. 윤동이 속았다는 걸 깨달았는지 급하게 몸을 트는 게 보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승준의 의도.

오른쪽으로 가는 척하기.

곧바로 왼쪽으로 다시 몸을 돌려 뛴다. 반응이 한발 더 늦어버린 윤동을 제쳐버린다.

“우와! 오빠 멋있다!”

“하하하!”

그 목소리가 승준의 귀에 꽂혔는지 크게 웃었다.

손쉽게 보물을 쥐어서 그대로 돌아섰다.

이번에도 빠져나와서 아지트로 그대로 달렸다.

“보물 하나 더 득! 이제 세 개네! 하나만 더 얻으면 된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좋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앗!”

승준이 뒤를 돌아보자 시하가 포위되었다.

그것도 두 명에게.

재휘랑 은우.

연주는 내버려 두었다. 왜냐하면 시하의 손에 마지막 보물이 있었으니까.

“이제 잡히겠네! 시하야!”

“푸하하. 잡힌대. 푸하하.”

시하는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힘들었다.

저기서 승준을 놓친 윤동이 다가오는 것도 보였다.

빨리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은우야.”

“응?”

“이거 주께. 시하 나져.”

“!!!”

“이거 경찰에게 돌려주는 거야. 주어써. 주운 거 신고야.”

“푸하하. 그래!”

시하가 보물을 은우에게 툭 던졌다.

그리고 달려서 빠져나왔다.

은우는 보물을 얻었다고 좋아했다.

그 순간, 종수가 고함쳤다.

“야! 은우! 너 바보야! 그걸 왜 놓아줘!”

“보물 얻었으면 됐지.”

“그거 그냥 시하 잡으면 얻는 거잖아!”

종수가 가슴을 탕탕 쳤다.

은우는 모르겠다는 듯이 주머니에 보물을 쏙 넣었다.

“이제 보물 내 꺼야.”

“보물 원래 자리로 돌려놔야지.”

“아니. 내 껀데.”

뇌물 받은 경찰이 여기 있었다.

종수는 망연자실하게 은우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룰 파괴자가 여기 있네!

혹, 혹시 래퍼라서 룰을 파괴하는 거야?! 어?! 파격적이게?! 어?!

선생님이 나서서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라고 하자 은우가 푸하하 웃으며 돌려놓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이제 또 잡으면 되지.”

“아니! 진짜!”

그때 시하가 윤동에게 잡혔다.

“내가 잡았어.”

“아! 다행이다! 아!”

종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동이 재빠르게 잡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하하하! 야! 재휘야! 여기 잘 지켜. 이제 내가 나간다.”

“알았어!”

경찰과 도둑 게임은 도둑이 많이 잡히면 불리한 싸움이 된다.

밖에 나와 있는 경찰이 많아지게 되니까.

승준 역시도 남은 보물 하나는 훔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연주야. 뭔가 방법이 없을까?”

“으음. 시하 구할까? 네가 구할래? 나는 저기 보물 쪽으로 갈게.”

“그러다가 네가 잡히면?”

“하나랑 시하 다 풀어주면 괜찮아.”

“아! 그렇네.”

다행히 경찰서를 지키는 건 만만한 재휘.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긴 했다.

하지만 연주가 한 명만 맡고 나머지가 우르르 몰려온다면 또 곤란하긴 했다.

“으. 어렵네.”

“그렇네. 딱 한 개면 도둑이 이기는데.”

“그냥 차라리 보물 노리자.”

“할 수 있겠어?”

“응. 해야지. 스트라이커가 두 명을 제치는 건 멋진 활약이거든.”

“???”

사실 승준도 알고 있었다.

윤동이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심지어 한 명이 더 붙을 게 불 보듯 뻔했다.

“좀만 쉬고.”

일단 체력을 살며시 보충해야 했다.

경찰도 보충하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승준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섰다.

스트라이커가 제 역할을 보일 차례다. 위기의 순간에 골을 터트리는 것.

“간다!”

“가자!”

둘이 동시에 양쪽으로 뛰었다.

붙어서 가면 분명 잡히기 마련이니까.

종수는 이미 윤동과 말을 맞춰놔서 승준이 쪽으로 달렸다.

은우는 연주를 맡았다.

서로가 뛴다.

이제 모두 잡히거나 아니면 모두 훔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언제나 경기에는 의외성을 주는 사람이 있으니.

“어어?!”

종수가 당황했다.

갑자기 시하가 튀어나온 것이다.

뭐지? 왜 갑자기 감옥에 빠져나오지? 은우만 룰 파괴자인 줄 알았는데 시하마저 룰 파괴자인가!

아니. 은우야 뭐 멍청한 선택을 했다 치더라도 시하는 진짜 룰을 파괴해버렸는데?

“보물 잡아따!”

“야! 이시하! 반칙이다!”

“아냐. 시하 주머니에 열쇠 이써써.”

“???”

“처음에 시하가 열쇠 잡아짜나.”

“아!!”

그렇다. 애초에 시하를 감옥에 넣었을 때 주머니에 있던 열쇠도 뺏어야 했다!

애초에 룰이 깨진 건 아니었다.

“승준아!”

“오!”

시하는 승준이랑 만나서 곧바로 보물을 건네줬다.

그리고 달려서 윤동에게 폭 안겼다.

윤동의 표정에 물음표가 떴다.

승준이 씨익 웃었다.

앞에 있는 종수를 손쉽게 제칠 수 있었으니까.

마지막으로 미드필드인 시하.

즉 사령탑이라고 불리는 미드필드의 이시하가 스트라이커에게 공을 넘겨준 셈이다.

그렇다면 그 명령을 따를 수밖에!

주장이 골을 넣으라고 패스했다.

“야! 종수. 먼저 간다.”

“이익!”

윤동보다 훨씬 쉽게 종수를 제친 승준이 그대로 보물을 아지트에 집어넣었다.

“시하야!”

“승준아!”

짝!

둘이 서로 하이파이브!

멋진 연계 플레이로 도둑의 승리가 되었다.

타이밍 맞게 일부러 은우에게 잡힌 연주가 어이없이 승준을 보았다.

“야. 우리는 팀 아니야? 누가 보면 둘만 팀인 줄 알겠어.”

“마자! 오빠! 하나는 안 구해 주고! 시하도 하나 안 구해 주고!”

사소한 불만 있긴 했지만, 결과는 시하팀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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