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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화 (340/500)

340화

결국, 스티커를 붙일 네 명이 정해졌다.

윤동이 가만히 있으면 되겠다 싶은 전략을 취하다가 마지막에 남아서 탈락.

하나와 승준이 동시에 1을 외쳐서 함께 탈락.

둘 중 한 명은 스티커를 붙일 수 있기에 쌍둥이 둘이서 피 튀기는 가위바위보를 했다.

아쉽게도 하나가 져버려서 히잉거리게 되었다.

“아싸. 시하야. 봐봐. 이거 스티커 팔에 붙인다?”

“재미께따. 시하가 부쳐주까?”

“어. 그래.”

시하가 승준의 팔에 토끼 스티커를 붙였다.

승준이 대충 손으로 긁었다.

그리고 땠다.

“악! 토끼 머리가!”

승준의 팔에는 토끼 몸통만 붙여지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하나가 웃었다.

“아하하. 오빠. 바보야. 바보. 가위바위보 이겨놓고 스티커 못 붙였네!”

“근데 이게 더 멋있지 않아?”

“오빠는 역시 이상해. 안 맞아. 안 맞아.”

의외로 승준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다른 아이들처럼 똑같이 토끼면 별로 재미없지 않은가.

긁적긁적.

“응? 아앗!”

“아?”

시하가 스티커가 신기해서 승준의 팔을 긁어보았다.

미용실을 가면 머리에 살짝 스크레치를 준 것처럼 토끼의 몸이 갈려 있었다.

승준의 살이 드문드문 보였다.

“으악! 망했어!”

“승준. 이거 지어지고 이써.”

“근데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상처 입은 토끼야.”

“군데 토끼 머리 업눈데?”

“아하하. 그게 멋있지!”

“???”

시하는 승준의 멋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가 붙어있을 때 긁는 것보다 떼고 나서 긁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승준은 이런 것에 별 신경 쓰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종수였으면 ‘야! 이시하! 다 뗐는데 왜 긁어!’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여러분! 스티커 못 해서 아쉽죠? 그래서 선생님이 타투 스티커를 준비했답니다! 이건 안 긁어도 돼요.”

예쁜 캐릭터들이 있는 스티커였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서 구경했다. 딱 하나만 고를 기회를 줬는데 이것 역시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다들 좋아하는 거 하고 싶어 하는데 이것도 그냥 줄 수 없죠.”

“에에에에에이.”

“게임으로 선착순을 정해요. 이긴 사람부터 먼저 고를 수 있기!”

원하는 캐릭터를 빨리 차지하려면 먼저 이겨야 했다.

어찌 되었든 다들 한 번씩 타투 스티커를 붙여볼 수 있다.

하나는 이번에 원하는 스티커를 얻기 위해서 노력할 결심을 했다.

“자, 여러분. 이번 게임은 선생님이 준비했습니다. 바로 다트!”

선생님이 사격에서 쓰일법한 둥근 점수 칸을 보여주었다.

A4용지에 인쇄한 것이다.

“코끼리 코를 10번 돈 뒤에 싸인펜을 들고 바로 여기에 점을 찍으세요.”

한가운데에 가장 가까이 찍는 사람이 승리.

아주 간단한 룰이지만 이게 어지러운 상태에서는 쉽지 않았다.

“누가 먼저 도전해 볼래?”

“저요! 저요! 저요!”

이런 몸 쓰는 일에는 자신 있는 승준이 손을 든다.

하지만 이건 힘이나 운동을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어지러움은 아무리 버티려고 해도 버틸 수 없다.

기본적으로 반고리관이 좋다면 또 모른다.

“그래. 여기 싸인펜.”

“네!”

“코끼리 코 열 번 돌아야 해. 알았지?”

“네!”

승준이 아주 자신만만하다.

곧바로 돌기 시작하고 벌떡 일어선 뒤에 비틀비틀 다가온다.

“아! 어지러!”

콕.

아쉽게도 5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잘한 것이다.

벽에 붙여진 A4 밖을 찍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걸 대비해서 벽면에 큰 도화지를 미리 붙여놓긴 했지만.

“아 오빠가 못한다!”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나는 이거 잘해.”

하나가 빙글빙글 돌았다.

역시 쌍둥이라서 그런지 승준이처럼 비틀거리는 모습이 아주 똑 닮았다.

콕.

그래도 승준이보다 한끝 더 나아갔다.

6점이었다.

“아악! 진짜 나보다 더 잘하잖아?!”

“헤헤헤!”

승준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하나는 그것 보라는 듯이 웃었다. 그런데 승준은 그렇게 분해 보이지는 않았다.

“야. 이시하. 승부하자.”

“아?”

종수는 시하에게 승부를 걸었다.

이거라면 시하가 받아주지 않더라도 어차피 경쟁이 되기에 상관없었다.

괜히 도발을 해보는 거다.

“종수 하팅!”

“응원해 달라는 게 아니야!”

“시하랑 승부해. 승부.”

“오오오!”

시하가 승부를 받아주었다.

이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기에 종수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 먼저 한다?”

“종수 하팅!”

“응원하지 마! 승부하는데 적을 응원하는 게 어딨어!”

시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종수눈 시하 적 아닌데? 친군데?”

“으윽.”

갑자기 저리 말하니 할 말이 없어진 종수였다.

우물쭈물하더니 그냥 싸인펜을 잡고 코끼리 코를 돌기 시작했다.

“으윽. 어지러.”

그래도 승리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며 성큼성큼 다가가서 과녁에 콕 찍었다.

8점.

굉장히 높은 점수였다.

종수는 시하를 보면서 ‘어떠냐!’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종수 대다내!”

“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이제는 시하의 반응이 예상 가능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

오늘은 점수로 인해서 확실히 판가름 난다.

몇 번이나 이기고 졌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오늘도 역시 이기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겼는데 진 기분은 느끼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시하 하께.”

“그래. 빨리해라.”

시하가 10바퀴를 돈다.

허리를 펴고 일어나서 비틀비틀 좌우로 움직인다.

한참을 비틀대다가 어지러움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 후에 과녁에 콕 하고 점을 찍는다.

10점.

“야! 이시하! 치사하다! 바로 가서 찍어야지!”

“왜?”

“그게 규칙이라고!”

시하가 정말이냐는 듯이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도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럼증 다 가시고 찍으면 누구라도 10점을 할 수 있다.

“시하 몰라써. 다시. 다시.”

“넌 왜 맨날 다시 하냐!”

종수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탕탕 쳤다.

어찌 되었든 시하는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다.

시하가 이번에 천천히 10바퀴를 돈다.

아주 천천히.

“야!”

“아?”

“다시 해! 다시! 빠르게 돌아야지!”

“왜?”

“왜냐니! 그것도 말 안 해도 지켜야 할 규칙이라고!”

시하가 정말이냐는 듯이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

“아라써. 다시 하께!”

너무 해맑게 말해서 종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번에 진짜 열심히 돌아서 저기 찍어야 해. 알았지!”

“아라써. 시하 이제 다 아라.”

“진짜 다 아는 거 맞지?!”

“갠차나. 갠차나.”

“내가 안 괜찮다고. 내가!”

승부 한번 하기 엄청나게 힘들다.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누구를 위한 승부인 거지? 이미 승리를 맛보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거 아닐까?

“시하 간다!”

시하가 이번에는 빠르게 열 바퀴 돌았다.

어지러운지 심하게 비틀거리며 팔을 허우적대다가 엉뚱한 곳에 콕 찍었다.

바로 종수의 코.

“아악!”

“아? 종수 갠차나?”

“안 괜찮다고! 아까부터 안 괜찮았어!”

“시하가 져써. 멀리 점 찌거써.”

“하나도 안 기쁘다고!”

“시하가 어푸어푸 해주까?”

“내가 알아서 할게!”

오늘도 속 터지는 종수였다.

결국, 게임의 결과는 이랬다.

1등 윤동, 2등 종수, 3등 하나, 4등 승준, 5등 연주, 6등 재휘, 7등 은우, 8등 시하.

그렇게 모두 타투 스티커를 선택했다.

윤동이 시하에게 가더니 손에 있는 스티커를 뺏었다.

그러고는 자기가 선택한 것을 시하 손에 쥐여주었다.

“아?”

“이거 아까 갖고 싶어 하더라.”

그 말을 하고 윤동은 뒤를 돌아 은우에게 가버렸다.

시하의 손에는 펭귄 스티커가 있었다.

“윤동 고마어~”

꼴찌 했지만 갖고 싶어 하는 펭귄 타투 스티커를 차지한 시하였다.

***

다들 하나씩 타투 스티커를 붙이며 좋아했다.

예쁜 캐릭터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기쁨을 준다.

하지만 오늘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대망의 매니큐어 놀이가 남았다.

“여러분. 여기 보세요. 매니큐어랍니다.”

하나와 연주가 눈을 빛냈다.

남자아이들은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다. 별 관심 없는 것이다.

승준이 말했다.

“그거 여자만 하는 거잖아요.”

“아니야. 남자도 해.”

“아빠는 안 하던데요?”

“아빠는 안 하지만 젊은 사람들도 많이 해요.”

“전 안 할래요.”

봉선화 물들이는 건 신기해서 한다고 쳐도 매니큐어는 거부감이 있나 보다.

다른 아이들도 똑같은 생각인지 슬금슬금 승준이 곁에 붙었다.

“매니큐어 모야?”

오로지 시하만이 관심을 가졌다.

처음 보는 물건이었으니까.

“이건 손톱에 예쁘게 바르는 거야. 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손톱이 예뻐져.”

“손토비가 거울 보고 나 화장해야 해여. 하고 화장해?”

“응. 응. 그렇게 화장을 해.”

“형아도 해?”

“형아는 안 할걸?”

“구럼 시하도 안 할래.”

“아앗!”

시하가 승준 곁에 붙었다.

선생님은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손톱이 예뻐지는 것뿐만 아니라 멋있어질 수 있어요.”

“안 멋있던데. 엄마 하는 거 봤는데.”

“으윽. 아!”

선생님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

아까 아침에도 이야기했지 않은가.

바로 초능력!

이거면 써먹을 수 있을 듯했다.

“여러분. 그럼 놀고 있어 봐요. 선생님이 금방 스케치북을 가지고 올게요.”

“???”

선생님이 헐레벌떡 스케치북을 가지고 오더니 쓱싹쓱싹 무언가 그리기 시작했다.

원래 보여주려고 했던 이야기에서 설정이 추가되었다.

이건 사실 나중에 써먹을 이야기였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다.

“그럼 오늘 매니큐어를 하기 전에 이야기부터 들려드릴게요!”

[능력자 119 소방대!]

약간 좀 급하게 수정한 감이 있었으나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국을 끓이다가 잠들어버렸습니다. 국은 다 없어지고 불이 나버렸어요. 아이는 놀라서 엄마를 깨웠습니다.”

스케치북에 활활 타오르는 집이 나타났다.

“하지만 불을 끌 수가 없었어요. 도망치지도 못하고 불이 아이와 엄마를 덮치는데!”

승준이 침을 꿀꺽 삼켰다.

벌써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갑자기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불이 순식간에 아이의 손톱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겠어요?! 세상에! 아이의 손톱에 불의 모양이 생깁니다.”

“아이는 놀라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불이 어디 갔어?”

“승준아. 손톱에 불이 들어가던걸?”

“!!!”

승준이 자기가 주인공이라는 걸 알았는지 더욱더 몰입을 시작했다.

이건 다 선생님의 노림수였다.

“하지만 화재로 집이 다 타버려서 엄마, 아빠는 잠시간 밖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어요.”

“밤이 와서 엄청 추웠습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너무 추워.”

“엄마도 그래. 여기 엄마 품에 안기렴.”

“불이 필요해요.”

“응. 아빠가 불을 구해오실 거야.”

“응.”

선생님이 스케치북을 넘겼다.

아이의 검지에서 불이 피워 오르고 있었다.

“엄마가 소리쳤습니다.”

“어머! 우리 애 손에서 불이 나오잖아!”

“승준이도 놀랐습니다.”

“으악! 어떻게 된 거지?!”

“그렇습니다. 승준은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 거죠! 아빠도 돌아와서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이제 우리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 빨리 집을 구하자!”

“승준과 엄마, 아빠는 다시 집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승준은 결심했습니다.”

“우리처럼 불난 집이 있는 사람은 너무 힘들 거야. 앞으로 내가 불난 집을 막겠어!”

“승준은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승준이 드디어 소방관이 되었습니다. 집에 불이 나면 곧바로 불을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승준이는 그 말에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벌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하라는 소방관이었죠. 시하도 손톱에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물을 뿌리는 능력이야.”

“나는 불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능력인데?”

“둘은 그렇게 친해졌습니다.”

선생님이 스케치북을 넘겼다.

소방대원들이 하나둘씩 능력자로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산에 사람들을 습격해서 못 내려가게 하는 적이 나타났습니다. 소방관들은 사람들을 구하러 가야 했어요.”

“승준과 시하가 산에 올라가서 적과 마주쳤습니다.”

“적이 갑자기 손에서 ‘쓰레기를 나무로 만드는 힘!’이라고 소리치며 나무로 공격했습니다.”

“승준과 시하는 열심히 피했어요.”

“그리고 적이 말했습니다. 거미줄! 손에서 거미줄이 나갔어요.”

스케치북을 넘겼다.

적의 손이 나온다. 검지와 중지 손톱에 두 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나무와 거미줄.

“그렇습니다. 적의 능력은 두 개였습니다.”

“승준이 말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이기지?”

스케치북 넘기는 걸 멈추고 ‘다음에 계속’이라고 선생님이 말했다.

승준이 머리를 감쌌다.

“악! 선생님! 다음 이야기해 주세요!”

“후후후. 여러분. 그거 아세요?”

“???”

“사람은 능력을 총 10개를 얻을 수 있어요. 손가락은 10개니까!”

“!!!”

“그럼 지금부터 매니큐어로 능력을 그려볼까요?”

“!!!”

“어떻게 이길지 여러분이 생각해서 좋은 능력을 얻어봐요.”

남자아이들의 흥미를 끌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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