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6화 (326/500)

326화

힌트는 총 4개.

[8], [남자 화장실 그림], [아파트], [동그라미].

여기서 아파트가 뭔지 궁금해서 연주와 하나가 물어보았다.

거기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그것 말고도 비밀은 숨어 있었지만.

아무튼, 거기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배달 라이더를 제외하고 경비 아저씨와 배 나온 아저씨, 미녀 마술사로 셋이다.

남자가 범인이라고 했으니 용의자는 두 아저씨로 좁혀졌다.

“하나는 배 나온 아저씨인 거 같아.”

“나도. 아무리 그래도 배가 고팠으니까.”

하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섣불리 답을 말하지 못했다.

시하와 승준은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8은 뭘 나타내는 걸까?

“샘. 8이 모야?”

“그건 말이지. 8과 비슷한 영어를 생각해봐.”

“아?”

은우와 윤동도 질문했다.

동그라미가 대체 뭐냐고. 선생님은 빙긋 웃더니 이렇게 답한다.

“동그라미를 다른 말로 뭐하고 하게?”

“응?”

다들 고민하고 있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모든 힌트를 다 조합해야 할 것 같았다.

재휘는 살금살금 실성한 종수에게 다가갔다.

“종수야. 종수야. 내가 애들이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거 몰래 들었어.”

“!!!”

종수의 눈빛이 돌아온다.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두의 힌트를 알게 되는 것이다.

재휘에게 이야기를 들은 종수가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조합하다가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알았다! 선생님. 저 알았어요.”

“오. 정말?”

“네! 답은 경비원! 경비원 아저씨예요!”

“어째서?”

“힌트는 총 네 개였잖아요. 남자고. 아파트 이름은 경상 아파트고. 근데 8은 영어 B랑 닮았어요. 동그라미의 다른 말은 원! 합쳐서 경비원!”

“딩동댕! 정답입니다.”

“와아!”

종수가 만세를 했다.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재휘를 끌어안았다.

이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재휘가 존재감을 지우며 몰래 엿들은 덕분에 모든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 축하한다며 박수를 보냈다.

짝. 짝. 짝.

“애초에 선생님의 이야기 속에 누가 범인인지 있었어요. 다시 한번 들으면 다들 알 수 있을 거예요.”

선생님이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주었다.

포인트만 힘을 줘서.

[어쩔 수 없이 ‘경’상 아파트 입구에 나오는 사람을 봅니다.

CCTV를 보는데 ‘8’분 사이에 ‘1’층을 지나간 사람은 총 4명.]

문제에 답이 있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굳이 10분도 아니고 8분을 썼다는 점.

1층에 산다는 점.

마지막으로 아파트 이름이 경상으로 있었다는 점.

그렇기에 순서대로 조합하면 ‘경, 8, 1’.

경, B, One.

경비원이 되는 것이다.

“그럼 그 뒤의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요?”

선생님이 스케치북을 꺼냈다.

휘리릭.

그 뒤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나온다.

“아이는 용의자들의 말을 모두 듣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범인은 그 사람이야!”

아이는 네 사람을 모았습니다.

다들 범인이 궁금했기 때문이죠. 어디서 들고 온 나비넥타이에 대고 말합니다.

“이 중에 범인이 있습니다.”

미녀 마술사가 손을 들고 묻습니다.

“굳이 나비넥타이에 대고 왜 말하는 거니?”

“그걸 궁금해하신다고요?! 그건 넘어가시고 범인을 궁금해하세요.”

“그래. 범인은 누구니?”

“범인은 바로 경비 아저씨. 당신이야!”

경비 아저씨가 깜짝 놀랍니다.

“뭐?! 어째서?”

“먼저 한 사람씩 지울게요. 배달 라이더는 배달하느라 바빠서 굳이 바꿔치기할 필요가 없어요. 그럴 시간도 없고요. 다음 배달하기 바쁜데 굳이 치킨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이유가 되지 않아.”

“일단 들어보세요. 그리고 배 나온 아저씨는 바꿔치기할 이유가 없어요. 보통 배가 고프다면 거기 있는 치킨을 다 먹어버리지요.”

“그건 그렇지.”

“미녀 마술사는 없어지게 하는 게 전문이에요. 없는 걸 있는 걸로 만들 수는 없죠.”

“으음.”

“남은 건 경비아저씨.”

“말도 안 돼!”

아이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어요.

확실한 이유가 있었거든요.

“아저씨는 실수했어요.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CCTV가 고장 났다고요.”

“그랬지.”

“엘리베이터를 확인하러 갔죠?”

“헉!”

“사실 엘리베이터 CCTV를 나오지 않게 했던 거죠. 그리고 저에게 뭐라고 말했죠?”

“뭐라고 했지?”

“뼈보다는 순살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크흑.”

“제 추리는 이거예요. 아저씨는 이 아파트에 사시죠. 그래서 점심시간에 치킨을 시켰어요. 하지만 잘못 누르는 바람에 뼈 치킨을 시켜버린 거죠. 그런데 제 현관문 앞에 순살 치킨이 있네요?”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씨익 웃었어요.

모든 정황이 잘 나왔습니다.

“아저씨는 그래서 치킨을 바꿔치기한 거예요. 결정적인 증거도 있어요. 사장님이 그때 이 아파트에 뼈 치킨도 보냈다고 해요. 제가 확인했어요!”

“크흑.”

“범인은 경비 아저씨 당신이야!”

털썩.

경비 아저씨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어요.

“맞아. 내가 그랬어! 하지만 생각해봐! 경비 일은 바쁘다고. 순살을 빨리 먹고 일해야 한단 말이야. 근데 뼈 치킨이잖아. 젓가락이 아닌 손으로 먹을 수밖에 없어! 치우고 손도 씻어야 하고!”

“어떤 이유든 치킨을 바꾼 건 용서받을 수 없어요.”

아이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미안하다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렇게 모든 일이 해결되고 아이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뼈 치킨은 식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살을 발라서 프라이팬에 양념을 넣어 치밥을 해 먹었습니다.

치킨은 역시 맛있었습니다.

“끝!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우와. 치밥 맛있겠다.”

“결국, 행복하게 치킨 먹었네.”

“대다내!”

원장님은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치킨을 바꾼 게 어떤 이유든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인가.

그런 의문이 살며시 들었으니까.

“네! 여러분. 다들 잘해 줬어요. 1등인 종수, 재휘 팀에게 최고 상금을 주겠어요.”

다른 아이들은 힌트까지 잘 찾아서 나머지 순위는 가위바위보로 정하기로 했다.

승준, 하나, 은우가 대표로 나와서 가위바위보.

2등 연주팀, 3등 은우팀, 4등 시하팀.

승준이 뒤통수를 긁으며 시하를 보았다.

“시하야. 미안해.”

“갠차나. 갠차나. 시하 돈 마나. 1등 두 번 해써.”

“그랬지! 괜찮지!”

“마자. 마자. 승준이 잘해써. 다움에 더 잘하자.”

“맞아! 그러면 돼! 우리나라 사커 할 때도 아저씨가 말하는걸! 졌지만 잘 싸웠다! 우리 선수들!”

“아?”

승준이 곧잘 축구와 연결한다.

시하는 그런 걸 잘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때 종수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시하에게 왔다.

“야 이시하! 내가 1등이다.”

“종수 추카해!”

“내가 너의 방해에도 이렇게 잘 이겼어. 어때? 엄청나지? 하하하!”

종수가 기분 좋게 웃었다.

엄청난 시하의 계략을 극복하고 승리를 따낼 수 있었으니까.

성취감이 엄청났다.

“종수야.”

“대다내! 하려고? 이제 다 알아. 얼마든지 해!”

“아냐.”

“어? 응?”

“대다내는 재휘야. 재휘. 재휘가 대다내!”

재휘가 뒤에서 ‘응? 나?’ 하면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시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휘가 힌투 준 거 시하가 다 들어써! 재휘 대다내!”

재휘가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질문했던 걸 몰래 들었다면 시하는 재휘가 종수에게 건네준 힌트를 다 들었다.

시하가 재휘에게 두 손으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재휘 쌍따봉이야! 대다내. 대다내.”

“헤헤. 고마워. 시하야. 나는 그냥 종수가 이겼으면 해서 열심히 한 건데.”

“머시써! 연주야. 머시찌?”

시하의 말에 연주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재휘는 그 모습을 보고 행복해졌다.

종수는 상당히 당황했다.

“어? 어? 그, 그래. 재휘가 다 해준 거 맞지.”

이미 종수에게는 엄청난 성취감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그래도 1등이다. 뭐! 내가 추리 다 했다. 뭐!”

“종수 대다내!”

이제야 듣고 싶던 대다내를 들었지만 종수는 이상하게도 엄청 기쁘지 않았다.

“이시하. 이 나쁜!”

“아?”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오랜만에 펙폭 시하가 나왔구나.

***

“여러분. 오늘 돈 많이 벌었죠?”

“네!”

“그럼 오늘은 같이 요리를 해볼 건데요. 재료를 사야 해요. 다 같이 먹을 요리예요. 바로 부대찌개!”

“!!!”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방 하나를 가리켰다.

원장님의 방. 문이 닫혀 있었다.

“저기 한 팀씩 들어가서 재료를 사는 거예요. 물론 나와서 뭐 샀는지 말하면 안 돼요. 알았죠?”

“네!”

“다 같이 먹을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겁니다. 먼저 종수와 재휘 팀부터!”

종수와 재휘가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원장님이 빙긋 웃으며 식탁 위를 가리켰다.

부대찌개에 들어갈 재료들이 있었다.

라면 사리, 햄 세 종류, 버섯, 두부, 김치, 다진 돼지고기, 파, 치즈, 달걀.

“여기 사고 싶은 걸 사면 돼요.”

원장 선생님 말씀에 종수와 재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으음. 돈을 아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우리가 먹을 건데 사긴 사야 할 거 같아.”

“그러면 하나만 살까?”

“응. 다른 아이들도 살 거니까 하나만.”

“아니지. 다른 아이들이 뭐 살지 모르잖아. 같은 것도 살 수 있는 거 아니야?”

“아, 그렇구나.”

종수가 이번에도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재료를 선택하는 데도 신중해야 했다.

“골랐다. 햄이야. 햄!”

“어떤 종류를 할 거니?”

“어?!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란다.”

“으윽.”

긴 소시지, 네모난 소시지, 작은 소시지.

다 맛이 다르며 뭘 넣어도 맛있어 보였다.

“그럼 긴 소세지 할래요.”

“나도 할래.”

“그럼 5천 원이란다.”

두 아이가 비싸다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소시지를 하나 사고 아끼는 걸 택했다.

다음에 들어온 것은 하나와 연주.

“우웅. 하나는 고기 먹고 시푼데. 햄하고 라면도 먹고 시퍼. 치즈도.”

하나는 돈은 생각하지 않고 먹고 싶은 걸 말했다.

하지만 연주가 막았다.

“다 사면 돈이 얼마 안 남아.”

“그렇지. 연주 말이 맞아.”

“나중에 또 쓸 수 있을지도 모르니 아껴야 해.”

“구래도 두 개만 안대?”

“으음. 그래. 다 같이 먹으니까 우리 먹고 싶은 거 하나씩 고르자.”

“구래! 하나는 고기!”

“그럼 나는 라면.”

두 사람은 사이좋게 하나씩 골랐다.

만 원이라는 말에 너무 비싸다고 말하는 건 종수팀이랑 똑같았다.

이렇게 팀마다 양상이 다르다.

다음은 은우와 윤동.

“푸하하. 재료 고르래.”

“너 먹고 싶은 거 골라.”

“어? 그래도 돼?”

“어. 그냥 은우가 좋아하는 거 골라.”

“우와. 신난다.”

원장님은 웃음을 보였다.

윤동은 항상 무관심한 듯하면서 아이들을 챙긴다.

어린이집 맏형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햄. 햄. 행님아. 햄. 햄. 행님아~!”

이상한 랩을 하며 은우가 햄을 선택했다.

세 종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니 네모난 햄을 선택했다.

“이거 구워 먹어도 맛있어.”

“버섯도 골라.”

“왜?”

“아무도 안 골랐을 것 같아서.”

“버섯! 벗어! 버섯! 벗어! 푸하하.”

“???”

그렇게 두 사람도 만 원을 냈다.

은우가 ‘행님아! 비싼 버섯! 비싼 버섯!’이라는 이상한 랩을 불렀고 윤동은 그냥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갔다.

마지막으로 온 팀은 시하와 승준.

“시하야. 뭐 살까? 돈도 아껴야 하긴 하는데. 으음. 뭐 사지?”

“우웅.”

시하가 한 차례 고민하더니 첫 번째에 있는 라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오! 라면? 라면 고르는 거야?”

“아냐.”

“응?”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여!”

드라마에서만 보던 플렉스한 대사.

원장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아이들이 그리 많은 돈이 있을 리가 없다.

현실을 자각시켜 줘야 했다.

“다 합쳐서 5만5천 원인데?”

1등을 5번 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시하가 원장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언장샘.”

“응?”

“싸게 해 주면 안 대여?”

두 손을 꼬옥 모아 부탁했다.

파괴력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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