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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화 (325/500)

325화

4팀은 다른 사람이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물론 시하는 다 선택했지만.

아무튼, 지금 이야기로 범인이 누군지 특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선생님의 이야기 속에 범인에 관한 힌트가 있었지만, 아이들은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눈치채지 말았으면 했다.

너무 빨리 끝나버리면 오후에는 대체 뭘 하고 논단 말인가.

“다들 많이 헷갈리는 것 같네요. 힌트를 드리겠어요.”

“!!!”

다들 선생님의 입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냥 말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

“자, 엄청난 모험을 통해야만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한마디로 숨겨져 있다는 거예요.”

“!!!”

“선생님이 이야기했던 사람들을 잘 생각해 보고 그 사람들이라면 여기 어디에 힌트를 숨겼을지 생각해 보세요.”

“네!”

“그럼 각자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숨겼을 만한 곳을 찾아보아요.”

언제나 문제에 힌트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험을 곁들이며 생각하게 한다.

교육도 되고 즐거운 놀이도 되고.

이게 바로 오늘 준비한 유다희식 추리 게임이다.

승준이 시하를 앞에 앉히고 상의를 했다.

“시하야. 아무리 생각해도 배달 라이더인 것 같아.”

“라이더 마자!”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시하도 그러케 생각해!”

시하는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승준도 알고 있었지만 일단 그 부분은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모두 범인에서 제외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배달 라이더는 힌트를 어디에 숨겼을까?”

“오토바이! 오토바이야!”

“응? 여기 오토바이가 어딨어?”

“그럼 세발자전거!”

“그거다!”

선생님은 헛웃음을 삼켰다.

설마 배달 라이더가 세발자전거 타고 운전해서 오겠니?

면 종류는 다 불어서 올 테고 다른 음식은 차갑게 식어서 올 것이다.

찬 음식은 미지근해져서 끔찍한 결말을 맞겠지.

“저기 밖에 자전거 놓은 데로 가면 있을 거야.”

“시하랑 빨리 가자.”

둘이서 어린이집 벽에 있는 곳에 도도도 달려가려고 신발을 신었다.

선생님이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꼬물꼬물 신발을 신고 두 아이가 문을 열고 벽을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힌트는 없었다.

“아, 없네?”

“모지? 왜 업지?”

“그러게. 여기가 확실했는데.”

“누가 가져가써? 도둑이야!”

“헐! 정말?!”

“얘들아. 거기 원래 힌트 없어. 현실로 돌아오렴.”

선생님의 말에 둘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 서서 꼭 생각해야겠니?

뻘쭘하게 서 있다가 승준이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는지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시하야. 배달 라이더는 봉지를 들고 다녀!”

“!!!”

“그러니 봉지에 숨겨져 있을 거야!”

“샘이 봉지라고 말해써. 봉지야. 봉지!”

선생님이 빙긋 웃었다.

시하가 기억해 주고 있구나? 똑똑한데?

아이들이 다시 어린이집으로 신나게 들어갔다.

분리수거를 할 때 봉지만 모아두는 쓰레기통으로 곧장 향한다.

“음. 없네?”

“업써!”

쓰레기통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저기. 얘들아. 그렇게 눈에 띄기 쉽게 숨겨놨겠어? 포기하지 말고 힘내봐!

“혹시 안에 있나?”

“지지야!”

“그래도 보자.”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시하랑 승준이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봉지 하나만 덩그러니 끼워져 있을 뿐이다.

“여기도 없네.”

“아니에요. 잘 찾아보세요.”

선생님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애들이 다른 곳을 찾아보려고 했을 테니까.

“응? 아무 데도 없는데요.”

“승준아. 여기 봉지 들어보자.”

쓰레기통에 끼워진 봉지를 들었다.

정확히 그 밑에 그림 카드가 있었다.

“차자따!”

시하가 손을 넣어서 카드를 꺼냈다.

거기에는 단지 [8]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하 아라. 팔이야. 팔!”

“오! 근데 이게 무슨 힌트지?”

“후후후. 다른 힌트도 받아야 알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요.”

어쩌면 힌트가 어린애들에게 어려울지도 몰랐다.

하지만 맞출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알았다. 8이 아니라 팔이야. 이렇게 근육이 있는 사람이 범인이야.”

“백동 형아가 범인이야?!”

시하가 휘둥그레 뜨며 깜짝 놀랐다.

선생님은 정정할까 하다가 그냥 가만히 놔두기로 했다. 너무 알려주면 빨리 맞히니까.

그건 그렇고. 시하야. 백동 형아라는 분은 여기 용의자에 포함되지 않았거든?

그저 속으로만 정정해줬을 뿐이다.

승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백동 형아가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 나왔다는 걸까?”

“시하도 그러케 생각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추리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선생님은 사하팀이 정답 맞힐 가망이 없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른 팀들은 잘하고 있나?’

한편 종수네 팀은 힌트가 어디에 숨겨져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재휘야. 배 나온 아저씨가 어디에 숨겼을까?”

“배를 잡고 있었으니까 뱃살에 숨긴 건 아니겠지?”

“원장쌤 뱃살 볼까?”

원장님이 내 뱃살에는 없단다 하고 알려주었다.

함부로 뱃살을 보이고 싶지 않은 점도 있었다.

“종수야. 어떡해?”

“흠. 아저씨는 배고파했으니까 밥을 먹어야 해. 그럼 냉장고에 숨겨져 있을 거야!”

“오! 맞아! 역시 종수야!”

둘이서 냉장고를 향해 갔다.

안을 열어보니 재료들과 반찬들이 있었다.

샅샅이 뒤지며 또 한 번 고민에 빠졌다.

“흠. 어딨지? 여기 있나?”

밑에 있는 과일 서랍을 열어보니 카드가 있었다.

“오! 있다!”

“어? 종수야. 밑에 배가 있어.”

“아! 배 나온 아저씨의 배가 그 배라서 여기 있었구나?!”

“혹시 진짜 아저씨 배꼽일지도 몰라. 무서워!”

원장님은 ‘그럴 리가 있니.’ 하며 재휘를 안심시켰다.

그러고는 냉장고 문을 너무 오래 열어두면 안 된다고 얘기해 주었다.

“드디어 힌트를 얻었어. 뭘까?”

카드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화장실에 표시되는 파란색 남자 그림이.

재휘가 중얼거렸다.

“범인이 남자야?”

“쉿!”

종수가 재휘의 입을 막고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

“이건 우리만 아는 거야. 알았지?”

“으응…….”

“우리가 계속 꼴찌였어. 이번에는 1등 해보자!”

“응. 꼴찌면 연주가 실망할 거야.”

“?”

한편 연주와 하나의 팀은 미녀 마술사가 범인이라고 생각해서 고민을 해보았다.

물론 종수가 얻은 힌트에 따르면 여성은 제외였지만 아직 둘은 그 사실을 몰랐다.

“연주야. 미녀 마술사는 큰 모자를 쓰고 있었어.”

“응. 나도 똑같이 생각했어. 모자가 있는 곳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군데 어린이집에 모자 없는데?”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하나와 연주는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모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나는 잘 모르겠어.”

하나가 두 손으로 볼을 받치며 쪼그려 앉았다.

연주가 살며시 고민했다.

미녀 마술사는 엄청난 손놀림으로 카드를 숨겼다.

“아! 카드에 있는 거 아니야?”

“카드?”

“오늘 카드 가지고 놀았잖아.”

“!!!”

둘은 카드 통을 바라보았다.

주변에는 힌트라고 할 게 없어서 뚜껑을 꺼내서 카드를 펼쳐 보았다.

카드 사이에 힌트 종이가 알맞게 잘려져 숨어 있었다.

“와! 연주야. 찾았어. 정말 대단하다.”

“응.”

연주는 당연하다는 듯이 턱을 치켜들며 고고한 표정을 짓는다.

둘은 힌트를 들여다보았다.

역시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아파트가 우뚝 서 있었다.

하나가 물었다.

“이게 무슨 힌트지? 아파트?”

“아파트에 사는 사람 아닐까?”

“그럼 배달 라이더는 범인이 아니네?”

“근데 배달 라이더가 이 아파트에 사는지 안 사는지 모르겠어.”

“선생님한테 물어보자.”

연주는 아리송한 힌트를 주머니에 넣었다.

다른 아이들에게 들키면 안 되니까.

“하나는 이번에 1등하고 시퍼.”

“나도.”

한편 은우와 윤동은 경비 아저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에 관한 힌트를 찾고 있다.

“진짜 경비아저씨에게 힌트가 있지 않을까?”

“…….”

“아니지. 아니야. 엘리베이터라고 했으니까 대학교 엘리베이터에 있을 거야. 푸하하.”

“그냥 어린이집에 있을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푸하하!”

“…….”

일단 둘은 어린이집 여기저기를 찾기로 했다.

하지만 그냥 찾으면 느린 법이다.

그렇다고 머리를 쓰는 타입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은우는 랩을 하기 때문에 머리를 좀 쓰는 편이고 윤동은 머리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게 더 편한 타입이다.

“윤동아. 혹시 말이야. 문 앞에 있지 않을까? 경비 아저씨가 거기 순찰했잖아.”

“아까 시하랑 승준이 어린이집 문 앞으로 가던데?”

“그럼 승준이랑 시하가 먼저 찾나?”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윤동은 묵묵히 찾아보면서 은우의 말을 받아주었다.

은우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기운이 넘쳤다.

“은우야.”

“푸하하. 은우래!”

“???”

“근데 왜?”

“찾은 거 같아.”

TV 뒤에 붙어져 있는 힌트를 발견했다.

추리보다는 그냥 뒤적거려서 찾은 게 훨씬 빨리 도움이 되었다.

은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티비? 씨씨티비! 푸하하. 어? 근데 씨씨티비라서 티비에 힌트가 있었나?”

“그런 거 같은데?”

찾고 나서 추론을 해보는 두 아이.

사실 선생님의 힌트는 말장난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하며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했다.

시험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보는 출제자의 의도!

오늘 정답에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이 여기에 있었다.

“근데 뭐라고 적혀 있어?”

“음.”

윤동이 카드를 보았다.

여기 힌트 역시 글자는 안 적혀 있고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글자를 적어봤자 아이들이 못 읽는 걸 선생님은 알고 있으니까.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데?”

“응? 동그라미?”

그렇게 네 팀은 모두 힌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

이제는 범인을 맞출 차례다.

하지만 네 팀은 아직 힌트를 공유하지 않았다.

서로 눈치만 보다가 먼저 말을 꺼낸 건 종수였다.

“우리 힌트랑 교환할까? 시하야?”

“아? 힌투?”

“응. 너랑 나랑만 아는 거야. 알았지?”

“아라써.”

“내가 먼저 알려줄게. 대신 진짜 너도 알려줘야 해.”

“아라써. 아라써. 시하 거짓말 안 해.”

종수는 한, 두 개만 얻으면 분명 범인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노리는 건 이시하.

어깨를 잡고 구석으로 끌고 간다.

“자, 잘 봐.”

“아아.”

“이거 남자 화장실에 있는 그림이거든. 남자.”

“남자 화장실!”

“야! 목소리가 크잖아!”

시하의 말을 모두 들었는지 수군거렸다.

“연주야. 남자 화장실이래.”

“하나야. 그럼 미녀 마술사는 아니네?”

“푸하하. 범인은 남자네!”

“…….”

“종, 종수야…. 우리 어떡해…….”

“시하야. 그거 말해버린 거야?!”

종수는 허탈해졌다.

모두 알아버렸다. 이제 거래할 수 있는 카드가 없어져 버렸다.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 얼마나 신중하게 알려준 건데.

“야, 이시하. 너…….”

“아코! 실수! 실수!”

시하가 이마를 탁 하고 쳤다.

실수? 실수우? 두 번 실수하다가 범인을 딴 사람이 다 맞추겠다.

“으으. 진짜. 진짜.”

“시하가 몰래 알려주께.”

“이미 몰래가 아니야! 아, 아니지. 너 힌트 알려줘. 또 큰 소리로 말하면 안 된다?”

“아라써. 시하가 알려주께.”

시하가 두 손을 입에 모았다.

종수에게 힌트를 가르쳐 줬다.

“8. 8. 8. 8. 아라찌?”

“?”

“왜? 모르게써? 다시 말해주까?”

“아니. 야! 너도 카드 보여줘야지. 왜 말로만 해.”

“아코!”

시하가 이마를 쳤다.

“깜빵. 깜빵.”

“깜빡이겠지. 정말!”

시하가 카드를 보여줬다. 말한 대로 8이 쓰여 있었다.

종수는 조금 억울했다.

손해가 막심했으니까. 진짜 저 8이 무슨 힌트가 된다고.

하나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시하처럼 힌트를 큰 소리로 알려줄 수 없었다.

자신의 힌트가 알려 져버려서 다른 아이들이 시하의 힌트를 알면 범인에게 다가갈지도 모르니까.

그 순간 종수는 뒤통수 한 대 맞은 듯이 눈앞에 별이 튀었다.

머리를 끼기긱 돌려서 시하를 봤다.

“이, 이 나쁜. 일부러…. 내가 못 말할 것 알고…. 치사하다. 이시하!”

“아?”

시하는 뭔지 몰라서 그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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