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4화 (324/500)

324화

시하와 승준팀이 1위를 거머쥐면서 돈이 아주 풍족해졌다.

종수팀은 꼴찌였다.

그렇게 충분히 놀고 나니 점심시간이었다.

원장선생님이 요리를 다 했다는 신호를 준 만큼 이제 밥을 먹으면 될 것 같았다.

선생님은 손뼉을 한 번 짝, 하고 쳤다.

“여러분. 배고프지 않나요?”

“배고파요!”

“점심이 다 되었네요. 점심의 가격은 한 팀당 만 원이에요.”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지 1만 원 이상은 돌아갔다.

그도 그럴 게 꼴찌인 4위라도 7천 원이었으니까.

도둑 잡기를 제외하더라고 팀에 있는 돈은 최소 1만 4천 원.

점심을 사도 4천 원이나 남는다.

그리고 개인이 가진 돈을 합치면 적어도 6천 원에서 1만 원이 남는다는 계산이 된다.

어찌 되었건 아이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자. 만 원씩 주세요.”

선생님이 만 원씩 받고 점심을 먹으러 출발했다.

오늘은 파자마 파티인 만큼 맛있는 반찬을 준비했다.

추억의 분홍 소시지 달걀부침, 새콤달콤한 채소 샐러드, 어묵볶음, 밥, 소고기를 넣은 맑은 탕국.

후식으로 요거트까지.

“와아. 맛있겠다!”

아이들이 냠냠 맛있게 먹었다.

볼이 빵빵하게 먹는 모습이 마치 다람쥐 같다.

다들 기특하게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는다.

시하는 디저트로 나온 요거트의 뚜껑을 핥아먹다가 코에 콕 하고 묻혔다.

눈치채지 못한 채 열심히 먹었다.

“시하야. 코에 요거트 묻었어.”

“아?”

시하가 손으로 코에 묻은 걸 훑어서 입에 넣었다.

오랜만에 손가락을 빨고 있다.

선생님은 물티슈를 찾다가 재빠른 행동을 막지 못했다.

“시하야. 여기 물티슈. 손 닦아야지.”

“고마어여.”

“다음에는 먹지 말고 그냥 닦자.”

“밥풀은 나중에 머그려고 남겨도 대여. 근데 요거투는 남기면 안 대여.”

“???”

그럼 밥풀은 나중에 먹기 위해 붙여놓을 생각이니?

엉뚱한 대답이 좀 웃기다.

“근데 시하야. 밥풀은 오래 두면 딱딱해져서 못 먹어.”

“!!!”

“그러니 버려야 해.”

“구럼 쌀로 도라가여? 밥이 딱딱해져서 쌀로 도라가서 다시 밥하면 밥 대여?”

“어?”

이게 뭔 소리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다.

그러니까 딱딱해진 밥을 다시 솥에 넣어서 찌면 어떻게 될까?

“글쎄? 근데 그냥 버리는 게 나아.”

“왜여?”

“먼지 묻어서 지지야. 지지.”

“!!!”

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그렇구나 싶은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말한다.

“앗! 시하 큰일나써. 먼지 시하가 머거써.”

“푸흡.”

“지지 머거써. 병언 가야 해!”

“그걸로 병원 안 가도 돼. 조금 먹는 거로 문제가 안 생겨.”

“정말여?”

“응.”

선생님은 시하의 반응이 너무 재밌었다.

그렇게 점심이 끝나고 다들 졸려 올 때쯤에 낮잠 시간이 찾아왔다.

밤을 위한 파자마 파티였지만 이미 낮부터 잠이 시작되었다.

이부자리를 탁탁 펴고 익숙한 듯 베개에 몸을 뉜다.

코오-

다들 한참 잠에 빠졌다.

시하는 페페 얼굴을 이불 옆에 두고 자고 있었고 승준은 자기가 가지고 온 축구공 쿠션을 베고 있다.

하나는 고양이 베개를 안았다.

다들 하나같이 자는 모습이 천사였다.

종수만이 무슨 꿈을 꾸는지 미간을 좁힌 체 ‘으으’ 하는 소리를 내었다.

도대체 뭔 꿈을 꾸는지 궁금했다.

“이제 좀 한숨을 돌릴 만하네. 다희쌤도 잠깐 눈 좀 붙이지?”

“아, 그럴까요? 헤헤. 원장님은요?”

“나는 잠이 없어서. 요즘 따라 더 그러네.”

“그러시구나. 그럼 쫌만 잘게요.”

선생님도 베개를 가지고 누웠다.

적막한 시간 속에 옅은 숨소리가 포근하게 몸을 감싼다.

마치 자장가를 듣는 듯이.

***

아이들의 체력이 충전되었다.

선생님은 끔뻑끔뻑 눈을 비비고 있다. 분명 같이 잤는데 체력 회복이 아이들보다 느린 것 같다.

역시 아이들은 기운이 넘친다.

“시하야. 이불 개자.”

이불을 갤 때도 아이들은 다양하다.

승준은 그냥 대충대충 휙휙 접어버리는 타입이다.

“승준아. 이케이케 해야 해. 형아가 말해져써.”

시하는 형아가 가르쳐준 대로 하는 타입.

이불의 모서리 부분을 잘 맞춰서 각지게 잘 접는다.

“나는 그냥 대충 접을래.”

“구래?”

시하는 굳이 승준을 말리진 않는다.

그러라는 듯이 오로지 각에 집중한다.

왠지 군대 가면 이불을 잘 접을 듯한 느낌이다.

“오빠! 또 대충 접고. 엄마가 다시 접으라고 한다?”

“여기 엄마 없으니까 괜찮아.”

아무래도 승준은 엄마의 잔소리에 벗어난 일탈을 하는 모양이다.

하나는 한숨을 쉬더니 오빠의 이불을 다시 접는다.

‘남 시키느니 내가 하는 게 낫지.’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뭔가 이렇게 보면 승준이 오빠 같은 게 아니라 하나가 누나 같다.

“연주야. 내가 이불 접어줄게.”

“그럼 같이해.”

재휘가 연주의 이불 개는 것을 도와주었다.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면 저런 장면도 연출되는 법이다.

약간 재휘는 뭐든지 다 퍼주는 타입 같고 연주는 예뻐서 그런지 받는 게 익숙한 것 같다.

거절을 안 한다. 근데 그럼 해 줘가 아니라 같이하자고 하는 게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는 걸지도 모른다.

오히려 고단수인 것 같다.

“재휘야. 이불은 긴 쪽부터 접어야 해.”

종수는 마치 공식 있는 것처럼 딱딱 그렇게 해야 하는 타입인 것 같다.

“푸하하. 긴 쪽부터 접어야 한대! 푸하하!”

자유로운 영혼인 은우는 이미 이불과 함께 둥글게 말려 있었다.

은우야. 저렇게 접어서 함께 이불장에 갇히게?

“…….”

윤동은 그런 은우를 다시 굴려서 이불을 펼친다.

묵묵하게 일하는 타입이다.

“우하하하. 신난다. 윤동아. 너도 할래?”

“됐어.”

“푸하하. 됐대. 됐대. 이미 된 거야?! 푸하하.”

은우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모르겠다.

윤동은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정말 웃겨서가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웃긴 모양이다.

둘을 보면 친한 게 맞는지 의문이기도 하고 의외로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자자. 다들 빨리 정리합시다. 다음 게임이 준비되어 있어요!”

“네!”

아이들은 다음 게임이 기대되는지 이불을 열심히 접었다.

차곡차곡 이불장에 가져다 놓고는 선생님을 빤히 쳐다본다.

“다음은 선생님이 만든 추리 동화예요! 잘 듣고 범인을 맞춰보세요.”

시하가 손을 든다.

“시하 아라!”

“아직 이야기도 시작 안 했는데?”

시하는 뭐든 아는구나. 그게 아니지! 대체 뭘 안다는 걸까?

“빠바바바밤. 빠바바바바밤. 빠바바바바바. 빠바. 바밤!”

갑자기 익숙한 모 만화의 멜로디가 들려온다.

아이들도 아는지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 저걸 아는구나? 선생님도 알고 있어! 그 명탐정 만화!

“흠흠. 맞아요. 오늘 여러분은 어린이 탐정이 되는 거예요.”

“네!”

선생님이 스케치북을 들었다.

[제목 : 누가 내 후라이드 치킨을 순살에서 뼈로 바꿨어!]

명탐정 모자를 쓴 아이가 폰으로 치킨을 주문해요.

앱으로 [문 앞에 둬주세요.]를 클릭합니다.

그리고 치킨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아요.

하지만 아이는 티비가 너무 재밌었어요.

“이 장면만 보고 가야지!”

그리고 재밌는 장면이 끝나서 문을 열고 치킨을 가지고 옵니다.

봉지를 뜯고 상자를 열어보니 글쎄!

“어? 왜 순살이 아니라 뼈 치킨이야?!”

아이는 너무 놀라 치킨집에 전화를 겁니다.

사장님이 말합니다.

“우리는 순살 치킨으로 만들어서 보냈어요. 그리고 우리 집은 그런 실수 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장님. 여기 온 건 뼈 치킨이라고요.”

“그냥 드시면 안 됩니까.”

“어떻게 그래요. 순살은 천 원이나 더 비싸다구요!”

“우리는 순살로 보냈어요. 증거도 있다구요! 사진도 찍어놨지요!”

사장님이 정말 배달하는 영수증을 붙인 순살 치킨을 찍어놓았습니다.

알리바이가 확실했어요.

“휴. 어쩔 수 없지! 범인을 찾아야겠어!”

아이는 범인을 찾기 위해 경비 아저씨에게 갑니다. 그리고 CCTV를 찾아보죠.

“누가 뼈 치킨으로 바꿨는지 알아야겠어요!”

“그래. 범인을 찾아보자! 뼈는 버리기 귀찮아서 나도 안 시킨다고!”

경비 아저씨가 자기 일처럼 화를 내주었습니다.

“아니. 근데 엘리베이터 앞에 CCTV가 고장이 났잖아? 아파트 입구에만 나오는 CCTV만 되네?”

“헐! 범인 찾기 더 힘들겠다.”

어쩔 수 없이 경상 아파트 입구에 나오는 사람을 봅니다.

CCTV를 보는데 8분 사이에 1층을 지나간 사람은 총 4명.

[배달 라이더, 순찰하는 경비아저씨, 배를 잡은 뚱뚱한 아저씨, 손 빠른 미녀 마술사.]

아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경비아저씨를 보았습니다.

“아저씨도 용의자 중 한 명이에요! 입구에 왜 들어갔던 거죠?!”

“순찰 중이었어. 엘리베이터도 확인할 겸 그랬지.”

“수상해!”

“대체 뭐가?!”

경비원은 수상했습니다.

아이는 용의자들은 한 번씩 만나보기로 했어요.

먼저 지나가던 배달 라이더를 만났어요.

“잠시만요!”

“뭐야. 난 배달하느라 바쁘다고! 한 건에 얼마인 줄 알아?”

“경상 아파트에 사는 아이인데요. 제 치킨이 순살에서 뼈로 바뀌었다고요. 혹시 범인은 당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난 배달을 많이 해야 돈을 번다고. 그럴 시간에 하나라도 더 배달해야지.”

“수상해!”

“대체 뭐가?!”

배달 라이더는 수상했습니다.

다음은 배를 잡은 뚱뚱한 아저씨.

“그때 왜 배를 잡으셨죠?”

“나? 너무 배가 고팠지. 그래서 배를 잡고 나왔어.”

“수상해!”

“엥?!”

마지막은 손 빠른 미녀 마술사.

마술사는 엄청난 손놀림으로 카드를 숨기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어머. 옆집에 사는 아이 아니니.”

“혹시 나갈 때 제 치킨 봤어요?”

“응. 봤지. 순살 치킨이었잖아.”

“아니! 순살인 거 어떻게 알았지?”

“앗! 너무 냄새가 좋아서 한번 열어봤단다. 단단하게 묶여 있었지만 내 손은 너무나 빠르거든.”

“뼈 치킨으로 바꿨죠!”

“아닌데? 난 그런 적 없어.”

“수상해!”

하나같이 다 수상해 보였습니다.

혹시 전부 범인은 아닐까요?

대체 범인은 누구일까요?

“자, 여러분. 이제 범인을 맞춰 주세요. 4명 중 누가 범인일까요?”

아이들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승준이 벌떡 일어났다.

“범인은 배달 라이더야. 가져올 때 이미 뼈 치킨으로 바꿔치기해 놨어!”

“시하도 그러케 생각해!”

하지만 다른 의견이 돌아온다.

바로 종수다.

“범인은 바로 배 나온 아저씨야. 배를 왜 움켜잡고 나왔겠어. 바로 치킨을 바꿔치기하고 배에 숨겼기 때문이야. 아이도 수상해했잖아.”

과연. 종수다운 예리한 추리였다.

브레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시하도 그러케 생각해!”

저기. 시하야. 아까 승준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니?

또 다른 의견은 연주에게서 나왔다.

“미녀 마술사일지도 몰라. 손이 빠르니까 그 짧은 시간에 바꿔치기했을 거야. 머리에 쓴 큰 모자에 치킨을 넣었을 거고.”

“시하도 그러케 생각해!”

종수가 발끈했다.

“야! 이시하. 너무 이쪽저쪽으로 가는 거 아니야!”

“다 마자. 다 마자.”

“아무리 다 맞는 것 같다고 해도…….”

종수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탕탕 쳤다.

옆에서 은우가 의견을 냈다.

“푸하하. 범인은 경비 아저씨지.”

종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점심으로 밥 먹어야지. 경비아저씨 해 있을 때 순찰 안 해. 푸하하.”

“너 해 있을 때 경비 아저씨 순찰하는지 안 하는지 어떻게 알아? 봤어? 안 도는 거?”

“아니. 난 어린이집에 있잖아. 푸하하.”

“뭐야. 정말!”

시하가 맞장구쳤다.

“시하도 그러케 생각해!”

“야, 이시하! 하나만 선택하라고!”

“종수야. 다 선택하면 하나는 마자. 그치?”

“어? 그렇긴 한데…. 시하, 너. 치사하네!”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천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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