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4화 (314/500)

314화

시하와 아이들이 발을 열심히 놀린다.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 시하는 이제 커브도 돌 줄 안다. 밑에 있는 붉은 트랙을 따라 운동장 한 바퀴를 즐겁게 달리고 있다.

“선생님. 시하 드라이브 실력이 엄청 뛰어나지 않아요? 커브 도는 게 완전. 나중에 오토바이 사달라고 하면 어떡하죠?”

“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 않는가.

저런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끌리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형아! 바람이 어서 와~ 해!”

“그래!”

저기 손을 흔드는 시하를 보라.

이제 한 손으로 여유롭게 직진을 하는 모습이 베테랑 운전자와 별다를 게 없다.

바람이 어서 와~ 한다는 것을 보니 이미 세발자전거의 속도감을 느끼고 있나 보다.

“설마?! 나중에 로드바이크 사달라고 해서 대회 나간다고 하면 어쩌죠?”

“네?”

어린이집 멤버들로 팀 단위로 나갈지도 몰랐다.

시하가 속도에 자신 있는 스프린터 역할을 맡을지도?

“하하하! 시하야. 이거 진짜 재밌어!”

“승준아. 빨라!”

스프린터 역할은 승준에게 맡기자.

팀에서 누가 빠른지 자존심 싸움은 승부욕과 재능을 가진 승준이 최고다.

그렇다면 클라이밍 역할은 어떨까?

산에 올라가는 코스에서 선두를 달리며 산악 클라이밍 1등을 노리는 거지.

시하가 살짝 트랙을 벗어나려고 하자 윤동이 옆에 와서 말한다.

“시하야. 벗어날 것 같은데?”

“아? 윤동아. 고마어~”

윤동 역시도 춤을 춰서 그런지 몸이 상당히 탄탄했다.

일어서서 타는 모습이 상당히 탄력적이라는 것을 말한다.

음! 클라이밍 역은 윤동에게 맡기자.

역시! 시하는 팀의 리더 역할이지. 모두가 이렇게 신경 써주니까 팀을 하나로 끌어모으는 데 재능이 있다.

마지막 코스까지 안전하게 운반해 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야! 이시하!”

“아?”

시하가 옆으로 온 종수를 바라보았다.

종수는 이미 아드레날린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지 뭔가 자신만만한 얼굴이다.

“누가 빠른지 승부다!”

“왜?”

“당연히 자전거를 탔으니까! 그럼 간다!”

종수가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앞으로 빠르게 치고 나간다.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겠다는 각오까지 보였다.

일직선 코스는 시원하게 나가며 시하와 거리를 벌렸다.

똑똑한 종수답게 커브에서는 속도를 낮추고 돌았다.

“종수 빨라! 하팅!”

이미 차이가 벌어져서 시하의 말은 종수에게 닿지 않았다.

‘근데 시하야. 너…. 너무 느긋한 거 아니니?’

시하는 마치 산책 나온 사람처럼 느긋하게 페달을 밟았다.

종수와의 승부는 어쩌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까지 가졌다.

과연. 이게 바로 강자의 여유란 말인가.

“형아. 오고 이써?”

“응. 뒤에 있어.”

여유는 무슨.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마치 옆 사람이 걸을 때 발을 맞추듯이 시하는 자전거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랑 멀어지는 걸 방지하고 있는 거겠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형아. 오고 이써?”

“응. 뒤에 있다니까.”

이렇게 몇 번이나 확인 작업을 거친다.

운동장을 산책하고 있으니 운동이 된다. 어차피 나는 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시하 덕분에 이렇게 운동도 한다.

뭐, 운동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 두긴 하지만.

“헉헉.”

어느새 종수가 한 바퀴를 돌고 시하의 뒤까지 와 있었다.

“야. 헉헉. 왜. 헉헉. 안 달려써! 진짜. 완전히. 헉헉. 이겼다고. 헉헉.”

아무래도 시하와 엄청 거리가 벌려지니까 승리감을 맛본 모양이다.

앞에서 보이니 자랑하려고 시하의 뒤꽁무니를 쫓아왔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스윽. 스으윽.

여유롭게 페달을 밟는 이시하.

전혀 승부와 상관없다는 듯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왜 빨리 안 달렸어?!”

“종수 와써? 잘해써?”

“아니이! 난 당연히 잘하는데 너도 잘해야지!”

“종수가 잘하면 대써. 대다내. 대다내.”

“아니이!!! 승부인데 너도 달려야 할 거 아니야!”

“시하 달리고 있눈데?”

종수가 머리를 한 번 뒤로 젖히며 답답함을 풀어냈다.

미안해. 종수야. 시하는 사실 누군가와의 경쟁에 별로 관심 없는 아이야.

그러면서 1등을 척척 하는 게 우리 시하의 장점이지!

어?! 우리 시하가 어?! 마음만 먹으면 이미 승준하고 윤동하고 어?! 다 재꼈다~ 이 말이야!

어라? 이거 마치 우리 애들이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잘해~ 하는 느낌의 생각인데?

그런 헛생각을 하고 있자.

“형아. 우리 기차놀이 하까?”

“야! 이시하! 무시하냐!”

“아? 종수야. 시하 무시 안 해써. 시하 종수 응언해.”

“아니이! 응원하지 말고 승부하라고! 승부!”

“우웅. 구럼 승부하까? 시하가 이제 힘내 보께.”

“어?”

갑자기 승부를 받아주는 모습에 종수는 아주 당황한 듯했다.

“그, 그래! 어? 아니, 아니지! 야. 이시하!”

“왜?”

“너, 너, 진짜. 나 이미 힘 다 빠졌는데.”

“???”

“이러려고. 이러려고. 이 나쁜. 비겁하다!”

“???”

시하는 뭐가 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후후후. 마! 이게 리더의 자질이다!

이미 승부하지 않은 시점에서 시하의 계략이 시작되었단 말이야.

힘을 빼놓고 겨루는 건 전쟁 때부터 내려왔던 전술이지.

물론 시하가 그걸 노린 게 아니지만!

“형아. 시하 달리니까 빨리 달려야 해.”

“응. 형아도 운동해야 하니까 열심히 뛰어볼게.”

“야. 이시하. 승부 취소라고.”

시하가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종수도 힘을 주며 페달을 밟았다.

드디어 시작되는 레이스.

“어? 나도 할래! 나도!”

승준이 참가했다.

그 뒤를 따르던 윤동도 은근슬쩍 앞으로 치고 나온다.

참가할 생각은 없지만 빨리 달리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모양새가 이미 승부에 들어온 것 같다.

“하하하. 시하야. 재밌다. 그치?”

“재미써!”

“헉! 헉! 이 나쁜!”

안타깝게도 종수의 체력은 이미 방전이다.

뒤처지는 자전거를 보며 짠수에게 유감을 표했다.

아무래도 레이스의 꼴찌는 종수인가 보다.

불쌍한 녀석.

***

즐거우면 노래를 부른다.

하나가 자전거를 몰면서 굉장히 기쁜지 한 곡 뽑아낸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연주가 그 뒤를 따라부른다.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아이들이 이제는 빨리 달리는 게 힘든지 같이 뭉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승준이 신나는지 같이 노래를 부른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시하도 즐거운지 따라부른다.

“형아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시하야. 형아는 대체 왜 나가는 거지? 형아 출진! 하면 되는 거니?

저기 승준아? 왜 눈을 빛내고 있어? 개사하는 열정이 불타올랐어?

“저기 가는 저 형아 레드예요. 시비 걸다 헬렐렐레 병원 갑니다.”

나 그렇게 폭력적인 사람 아니거든?!

아이들의 개사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형아. 기차놀이 하까?”

“기차놀이는 어떻게 하는데?”

“시하 뒤에 이써.”

“그래. 그럴게.”

나는 정확히 시하의 대각선 뒤에 있었다.

트랙에 벗어난 구간 말이다.

하지만 기차놀이를 하려면 시하의 바로 뒤에 있어야 했다.

“근데 너희들은 왜?”

“헤헤헤. 시혀기 오빠가 앞에 있다.”

“시혀기 형아 등 보여!”

기차놀이는 나랑 시하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내 뒤로 줄지어 있다.

이게 뭐야?

“칙폭! 칙칙폭폭!”

기차놀이를 하면서 노래도 바뀐다.

“기찻길 옆 어린이집!”

“형아형아. 잘도 잔다.”

대체 나는 왜 넣는 건지 모르겠다. 이시하. 네가 형아를 넣으니까 가사가 이상해지잖아.

누가 들으면 내가 어린이집에서 자는 줄 알겠다.

“칙! 폭! 칙칙폭폭!”

정말 별거 아닌 일상인데 뭔가 평화롭다.

사실 이 정도면 지칠 만한데 아이들은 그건 모르겠고 달리자! 하면서 자전거를 몰고 있다.

뭐야. 아이들 체력은 무한이야?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다.

“아이들 엄청 활발하죠?”

선생님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렇네요.”

“이제 슬슬 지치면 들어갈 때 되거든요. 그때 같이 낮잠 자세요.”

“아하하.”

기차 놀이하다가 어린이집에서 진짜 잠을 자게 생겼네.

“아, 맞다. 이 세발자전거 차 트렁크에 넣기 좋아요. 그리고 저기 뒤에 꽂을 수 있는 봉이 있는데 오늘은 일부러 조립 안 했어요.”

“아? 그래요? 근데 봉이라면?”

“그 유모차 끌 듯이 손잡이가 있거든요.”

“아아아. 그거.”

어쩐지 자전거 뒤에 난 구멍이 뭔가 싶었다.

안에 스크루 모양이 있어서 뭔가 꽂아 넣는가 싶었는데.

저렇게 잡고 있으면 아이가 도로로 튀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음. 아이디어 좋은데?

“좋은 어린이날 선물이네요.”

“물건도 물건이지만 아이들은 시혁 씨랑 놀아서 더 좋을걸요?”

“하하. 그런가요. 근데 선생님은 힘드시겠어요. 어린이날인데 쉬지도 못하고.”

“뭐, 어쩌겠어요. 교수님들은 연구할 게 있어서 쉬는 날이 없지. 다른 분들은 쉬는 날인데 못 쉬고 일하시는 분들도 있지.”

“그렇긴 하죠.”

공휴일이지만 누구나 쉬는 건 아니었다.

마트나 이런 곳은 분명히 운영하고 있고 지정된 휴일이 아닌 연차로 쉬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선생님이 옆에서 기지개를 켰다.

“그래도 좋아요. 애들이 하도 재밌어서.”

“그런가요?”

“네. 그리고 저희는 꽤 편한 축에 속하잖아요. 애들도 8명밖에 없고. 뭐, 사실 원래 이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하긴 원장 선생님도 있어서.”

“그러니까요. 그리고 딱 그룹이 4명, 4명으로 나뉘어 있어서 더 좋고요. 뭐, 그래도 다 같이 놀긴 하니까.”

“두루두루 다 친하면 좋죠.”

“짝수라서 더 좋아요. 시하가 왔을 때는 홀수여서 어쩔 수 없이 소외감이 생길 수 있었거든요.”

“흐음.”

선생님은 이것저것 생각하시는구나.

짝수, 홀수. 이거 참 중요하긴 할 것 같았다.

“약간 하나가 붕 떴었는데 연주가 와서 좋더라고요.”

“시하가 제일 붕 뜨지 않았나요?”

“으음. 시하는 처음에 별말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편이었죠. 근데 승준이 시하를 좋아하니까 하나가 붕 뜬 느낌이 없잖아 있었죠. 그나마 하나는 승준이랑 쌍둥이라 많이 친해서 다행이었죠.”

“그건 그렇죠.”

“가만 보면 승준이가 은근 오빠 느낌이 나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나를 은근 잘 받아주는 느낌? 근데 또 가만 보면 하나가 누나 같을 때도 있다.

남매인데 쌍둥이라서 뭔가 좀 더 다른 느낌을 주는 모양이다.

“하아암.”

“많이 피곤하시죠?”

“진짜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겠네요.”

“저도 낮잠 자는걸요. 원장님은 계속 깨어 계시지만. 은근 잠이 없으신 거 같아요.”

“신기하네요.”

그러고 보니 원장 선생님은 알뜰하게 잘 챙겨주시는데 조용히 움직이신다.

뭔가 힘을 덜 들게 돌봐주는 느낌.

유다희 선생님은 좀 반대다. 에너지 넘치게 아이들을 돌봐준다.

그래서 빨리 지치는 걸지도 모르겠다.

짝짝!

선생님이 손뼉을 쳤다.

“얘들아. 이제 어린이집으로 갈까?”

“네!”

“다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요.”

승준이 말했다.

“타고 가면 안 돼요?”

“안 돼요.”

응. 안 되긴 하지.

지금 시간이 시간인지라 차가 많이 다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사고는 미리 예방하면 크게 줄일 수 있으니까.

“그럼 다들 어린이집으로 갑시다!”

“네에!”

기차들이 분리되었다.

시하가 자전거에 내려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는 옆에 섰다.

“시하야. 형아가 끌고 가줄까?”

“아냐. 시하 할 수 이써.”

“형아가 도와주고 싶은데?”

“아냐. 형아 쉬어야 해. 형아 발 마니 움직여써.”

“크흑.”

거기까지 배려해 주다니. 배려왕 시하다.

“시하야. 선생님이 끌고 가줄까?”

“구럼 샘 주께!”

“선생님은 왜 바로 주는데! 선생님도 많이 걸었는데!”

“샘은 어룬이야. 어룬.”

“아니. 시혁 씨도 어룬인데?”

“형아는 시하 형아니까.”

“우리 시하 벌써 팔이 안으로 굽는단 걸 아네…….”

우리는 그렇게 잡담을 하며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손을 씻고 이부자리를 펼친다.

이제는 낮잠을 자는 시간이다.

“형아. 가치 자자.”

“응. 그래.”

“시하가 이불 갈아써!”

“이불을 갈면 어떡하니?”

“아?”

나는 피식 웃으며 그냥 시하 옆에 누웠다.

“형아. 여기 배게 누어.”

“그거 시하 베개잖아.”

“갠차나. 갠차나. 시하 베개 또 이써.”

“어디 있는데?”

“여기!”

시하가 내 팔을 가리켰다.

그거, 네 베개 아니야…….

아무튼, 시하와 함께 낮잠을 잤다.

나중에 일어나 보니 쌍둥이도 내게 붙어 있었다.

특히 승준은 내 얼굴에 발을 얹고 있었다.

잠버릇이 고약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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