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화
나는 황당해서 뭔 말을 못 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이게 뭔.”
「아무래도 전에 구름 그림이 화제 되었잖아요. 근데 거기에 더해 임티작가로 밝혀졌고.」
“숨긴 적은 없는데?”
「아무튼요. 많이 알게 됐잖아요. 아마 그래서 이런 이벤트 한다고 하니까 다들 퍼 나르고 그러던데요?」
그게 이렇게 파문을 몰고 오게 된다고?
“아…. 새로고침하니까 한글 댓글 엄청 많이 달린다…….”
「그렇죠?」
생각해 보니 시하 임티를 1만 명 넘게 샀구나. 물론 지금까지 산 사람, 사고 있는 사람을 합치면 몇 명인지 모르겠지만.
얼추 1만 명 조금 넘을 것이다.
아니, 근데 진짜 SNS 무섭네.
“어떡하지? 댓글 너무 많아지는데? 이거 언제 추첨 돌려…….”
「이 기회에 스트리밍 한번 해요.」
“뭐?”
「얼굴 안 나오게 추첨 돌리는 거 같이 보면 재밌는 거죠. 그리고 투명하지 않아요? 오빠 혼자 알아서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이렇게 화제 되었는데 나쁜 말 나올지 모르잖아요.」
“으음.”
얼굴이 안 나오는 거면 뭐.
생각해 보니 얼굴 없이 캐릭터로 스트리밍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풀영상은 나중에 증거물로 남겨두고요.」
“그러면 그냥 녹화하는 게 낫지 않아?”
「그거조차 의심할걸요? 의심병 있는 사람들 꼭 있어요.」
“내 생각에는 말이야. 네가 일을 키우는 느낌인데?”
「에이. 아니에요. 지금 딱 좋을 시기예요. 라잇나우!」
“뭐가 좋을 시기인데?”
「채널 키울 좋은 타이밍!」
난 채널 키울 마음이 없는데?
성장하면 좋긴 하겠지만 막 급성장해서 이러쿵저러쿵 열심히 운영하고 싶지는 않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그냥 소소한 일상의 기록을 올리는 거로 만족하는 느낌?
사람들이 칭찬하고 댓글 달아주는 건 기분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았다.
「별로예요?」
“아니야. 좋은 의견이네. 근데 스트리밍을 그렇게 안 볼 것 같은데?”
「아마도요?」
녹화 영상을 보는 것과 스트리밍을 보는 것은 결이 달랐다.
아무리 구독자가 괜찮다고 해도 스트리밍을 보는 수요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채널 키울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사실 그냥 스트리밍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나름 맛이!」
“알았어. 너희 집에서 하면 되는 거지?”
「???」
“우리 집에 스트리밍할 수 있는 컴퓨터가 없어.”
「아…….」
노트북만 있지 데스크톱이 없는 게 문제다.
어느 정도 스펙은 되야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그럼 내일 저녁에 콜?”
「네! 알겠습니다. 같이 밥 먹고 해 보죠.」
그렇게 즉석 스트리밍이 결성되었다.
***
스트리밍 당일.
24시간이 되고 나서 채널에 공지를 올렸다.
생각보다 댓글이 너무 많아서 투명성을 위해 추첨은 스트리밍으로 진행하겠다고.
별일이 없다면 시청 부탁드린다고.
한국 시각으로 20시. 워싱턴 기준으로 7시.
“시하야. 긴장된다. 그치?”
“아냐. 시하 다 해.”
“아, 그래?”
스트리밍은 오랜만이다.
전에 프로게이머 벨 선수와 함께 스트리밍을 한 이후로 처음이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얼굴이 안 나온다는 점에서 꽤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오래할 생각도 없다.
딱 추첨하고 당첨된 걸 축하만 할 생각이다.
서수현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빠. 다 됐어요.”
“어? 그래?”
“네. 여기 영상 송출만 누르면 스트리밍 끝이에요.”
“아. 그렇구나.”
“송출할게요.”
서수현이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송출 버튼을 눌렀다.
“야.”
“왜요? 마이크 끄고 있으면 안 들려요.”
“아, 그래?”
“미리 들어올 수 있게 해줘야죠.”
그것도 그렇다.
서수현의 모니터는 두 개였는데 송출되고 있는 모니터 화면은 페페의 이미지 파일이 띄워져 있다.
“오오! 대박! 10명 들어왔어.”
“오오오.”
“몇 명 예상하세요?”
“구독이 3천이 넘으니까 한 100명?”
“그 정도 들어올 듯요.”
이벤트를 안 했다면 한 10명 정도 들어왔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스트리밍은 굉장히 힘든 컨텐츠였다.
만약 게임이라고 해도 1천 명이 나오면 굉장히 잘 나오는 편이니까.
“그럼 마이크 켭니다.”
“응.”
사람들을 보니 어느새 30명이 와 있었다.
어차피 많이 올 것 같지도 않아서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하이하이!”
시하가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시하야. 저기 카메라는 찍히지 않아. 그러니까 손 흔들어도 소용없어.
-시하시하!
-시하페페라서 그냥 시하!가 되는구나
-엌ㅋㅋ 이름 말하는 것 같아
-sihapepe!!
-your voice is cool!!
-luvluvluvluv
“흐음. 한국어로 진행할 생각인데 영어도 굉장히 많네요. 어? 괜찮다면 진행은 시하가 하고 저는 영어로 통역하겠습니다.”
영어로 그대로 읊어주자 시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다.
시하페페 작가는 애 이름이 시하라서 시하페페인지도 질문이 들어왔다.
거기에 관해서 다 대답을 해줄 수 없었지만 그냥 동생 이름이 시하라고만 해주었다.
“시하 네 살이에여. 오늘 뽑기할 거에여. 하팅!”
-so cute!!!
-wow
-미친 목소리 졸귀ㅠㅠㅠ
-시하페페 작가 치트키 쓰네. 어린애를 쓰다니.
-그 와중에 영어 목소리 겁나 좋음 ㅎㄷㄷ
시하는 댓글 창을 읽을 수 없으니 자기 할 말만 했다.
알아서 진행하게 두었다.
한국 파트는 시하에게 맡겨 두자.
“댓굴 마니 달아져서 고마어여~ 이제 뽑기 해여. 뽑기.”
나는 미리 엑셀 파일에 옮겨두었던 댓글들을 열어주었다.
“시하야. 댓글 개수가 몇 개라고.”
“웅. 사, 오, 서이, 구!”
4539개.
사실 그 뒤에도 댓글이 더 달렸지만 24시간이 지나서 끊어버렸다.
칼같이 끊을 수밖에 없기도 했고.
“여기 숫자 마나여. 시하가 뽑기 해서 정답 마추께여!”
정답과 맞추는 게 아니라 당첨을 말하는 거겠지.
다들 시하의 말에 귀여워한다.
영어 번역도 그대로 해주면서 설명도 곁들였는데 외국인들도 참으로 좋아했다.
-와. 근데 영어 발음이 좋아!
-정확하게 잘 들려서 좋네! 근데 미국인 스트리밍 방송 듣는 줄 알았어.
-애기 목소리 너무 귀여워! 무슨 말인지 해석해 주니까 좋아.
-시하페페 작가 영어로 그림 올렸을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근데 요즘에는 영어로 누구나 올릴 수는 있는데 저렇게 말도 잘할 줄 몰랐어.
-못하는 게 뭐야?!
-못생겼을 거야. 아무튼, 못생겼을 거야!
-얼굴도 안 나왔으니 못생겼을 거야!!!
내 추한 얼굴을 바라는 팬들도 스트리밍을 보러 왔나 보다.
어? 그게 말이지. 나 정도면 평범하지 않나?
사실 남자라면 한 번씩 생각하는 거다.
‘나 정도면 보통이지.’ 하고 말이다.
물론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다.
“형아. 이거 어케해?”
“이거는 이 버튼을 클릭하면 숫자가 나와.”
“아라써.”
“여러분. 이제 랜덤 숫자 프로그램을 돌리겠습니다. 나오시는 번호가 당첨입니다.”
“시하 쿨릭. 쿨릭.”
“오케이.”
달칵.
순식간에 숫자가 나왔다.
“시하야. 계속해.”
달칵. 달칵. 달칵.
나는 옆에서 숫자를 받아적었다.
“재미써!”
보고 있는 시청자 수를 확인하니 어느새 300명이 넘어 있었다.
생각보다 엄청 많이 들어왔다.
달칵. 달칵. 달칵.
클릭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축하한다고 목소리를 넣어주었다.
-아 제발!
-당첨되라. 진짜!
-근데 무슨 댓글이 저렇게 많이 달렸냐ㅠㅠ
-구독자 수보다 더 많이 달렸네.....나쁜 놈들...
-80개 너무 적다ㅠㅠ
-돈 줄 테니까 제발 나에게 팔라고!!! 더 얹어줄게!!!
이렇게 댓글이 달리니 시하가 궁금했나 보다.
하긴 한글이나 영어나 시하는 읽을 수가 없다.
“형아.”
“응?”
“형아랑 누나랑 머라고 해?”
“아. 누구? 시청자님들?”
“아아. 시청자 형아, 누나.”
“제발 당첨되라고 빌고 있어.”
“시하가 열심히 해주께여! 하팅이야. 하팅. 시청자 형아 누나. 시하가 다 뽑아주께. 이써바여.”
크흑. 시하가 너무 귀여워서 심장에 해롭다.
어서 이걸 통역해 줘야지.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는지 댓글 창도 난리였다.
-미쳤다. 진짜ㅠㅠㅠ
-형아 누나라니ㅠㅠ 귀여워ㅠㅠㅠ
-사실 우리는 삼촌 이모뻘인데 듣기는 좋다!
-저 고등학생인데 이 정도면 형, 누나뻘 아닌가요?
-응. 아니야. 돌아가.
-ㅋㅋㅋㅋ 고1이라고 쳐도 13살 차이네ㅋㅋ
어느새 80명을 다 뽑았다.
아쉽지만 당첨되지 못한 사람은 다음 기회를 노려야 했다.
다음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네! 당첨되신 80분 축하드립니다. 어디 한번 누군지 볼까요?”
다시 엑셀을 불러와서 당첨된 숫자에 맞춰서 확인 작업을 거쳤다.
“어디 보자. 4182번. 따라다라라. 따라라라라.”
-러브하우스 브금 ㅋㅋㅋ
-시하페페 작가 최소 90년대생ㅋㅋㅋ
-자연스럽게 브금 나오는 거 무냐고ㅋㅋㅋ
시하도 옆에서 날 따라 브금을 불렀다.
오디오는 비면 안 되니까 자연스럽게 나온 것뿐이다.
아무튼, 80명을 선발했고 당첨된 사람들은 정말 좋아했다.
“다들 축하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넘버링 추첨하고 갈게요.”
숫자들 추첨까지 끝마쳤다.
정말로 이제 끝낼 시간이다.
사실 소통을 더 하면 좋을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그걸 하려고 한 방송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시하페페 작가를 나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시하란 걸 알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다.
사실 나 역시도 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럼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시하야. 마지막으로 인사해 볼래?”
“시하 이거 아라!”
“으응?”
“시청자 형아 누나! 구독과 조아여 눌러주세여~ 바이바이.”
“푸흡.”
요즘 애들은 저 멘트 다 아는구나.
일단 방송을 종료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너무 귀엽다고 댓글에 난리가 났다.
“그 멘트는 또 어디서 배웠어?”
“수혀니 누나가 맨날 해!”
뒤에서 조용히 보고 있던 서수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뭔가 부끄러운 모양이다.
***
구글에 새롭게 메일을 팠다.
계속 쓰는 메일을 사용하는 건 뭔가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라서.
당첨된 사람들에게 메일 댓글을 남기고 답변이 없을 시 다른 분에게 가게 된다는 것도 남겼다.
물론 그런 사람이 없는지 곧바로 답장이 왔다.
주소, 이름, 전화번호 등등.
계좌 역시 메일로 주고받아서 돈은 확실하게 받았다.
참으로 귀찮은 것이 80개나 되는 걸 택배로 보내야 한다는 점.
나라도 굉장히 다양했다.
한국 사람들이 당첨된 건 한 10명쯤 되었다.
솔직히 자국 사람들에게 보내는 게 제일 편하기는 했다.
“다 보냈다.”
한 번 경험하니 다시는 이런 이벤트를 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굿즈를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냥 업체에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니면 진짜 적게 10개 정도면 괜찮을지도.
이번에 처음 해봐서 이렇게 많은 상품을 이벤트라고 뿌린 거지.
사실 시하페페 팬들 입장에서는 많이 만든 것도 아닐 것이다.
“형아. 갠차나?”
“그러게. 괜히 팔았나?”
“아냐. 사람들이 조아해써. 시하는 선물져서 기뻐써.”
“그래?”
우리 시하는 마음도 왜 이렇게 착한지 모르겠다.
사실 100개면 그냥 자기가 가질 수도 있는데 주변에 선물해 주니까.
물론 팬들에게 판 거긴 한데 우리에게 떨어지는 돈은 거의 없었다.
연예인도 아니고 적자 내면서 역조공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충 배송비도 알아보니 해외특급배송도 있어서 그렇게 보냈다.
무슨 10만 원이 조금 넘어서 기겁을 했다.
진짜 남는 돈이 없다.
“형아. 선물 시하 다 못 들어.”
“걱정 마. 형아가 다 들어줄게. 누구누구 주는 거였지?”
“백동 형아, 수혀니 누나.”
“수혀니 누나는 전에 집에서 스트리밍 찍을 때 줬잖아.”
“아코! 깜빵! 깜빵!”
“깜빵이 아니라 깜빡이겠지. 발음 조심하자.”
형아 놔두고 깜빵 가면 어떡해.
너무나 많이 귀여운 죄로 들어가나?
그런 헛생각을 했다.
“시하 세 개 들 수 이써.”
“그래. 오늘은 세 개라고 발음하는구나?”
“아?”
이시하. 3에 진심인 남자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스트리밍하면서 후원을 받은 거 같은데?”
“후언 모야?”
“아, 그게 뭐냐면 힘내라고 용돈 주는 거야.”
“용돈?!”
“응. 우리 확인해 볼까?”
녹화도 하고 있었기에 후원금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설정해 뒀었다.
나는 폰으로 시하페페 채널에 들어가 후원금 명세를 확인했다.
“어?”
레드페페 선물이 흑자로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