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1화 (311/500)

311화

새로운 영상은 어떤 걸 올릴까.

그런 고민은 사실 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평소에 하던 것을 찍으면 언젠가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시하가 작업하는 걸 촬영해 두었다.

물론 손이 나오는 부분은 과감하게 펭귄 손으로 바꿔주는 편집을 사용했다.

붓으로 프라모델을 만드는 작업.

이 영상의 원본은 나중에 추억이 될 것이다.

“흐음.”

나는 영상에 자막을 입히며 보았다.

별 특별한 건 없다.

붓이 점점 페페의 색을 입힌다. 거기에 시하페페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시하페페입니다.]

[오늘은 좀 특별한 이벤트로 돌아왔습니다.]

[지금 보고 있다시피 페페 프라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팔 생각인데 좀 고민이 들었다.

원래는 간단히 판매를 인터넷에 등록해서 선착순으로 판매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한다면 외국인이 사기 힘들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인터넷이 더 빠른 한국인이 잽싸게 사지 않겠는가.

물론 이게 얼마나 한국에서 팔릴지 모르긴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어린이날이 있습니다. 그걸 맞이해서 선물을 주려고 만들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하는 날이지만 오늘은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여러분들이 어린이라고 생각해서 선물을 만들었습니다.]

[저도 돈을 들여서 만들었기에 비용은 10만 원입니다.]

사실 30만 원까지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러면 어린이날 이벤트에 너무 벗어나는 가격이지 않나 싶었다.

비록 팬들이 사는 거지만 그래도 선물이라는 느낌을 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고 싶었다.

[이게 돈을 벌려고 파는 게 아니라 원가에 택배비용을 포함한 가격입니다.]

[제 팬들은 다양한 나라의 인원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격이 얼마나 들지 몰라서 최대한 비용이 포함될 수 있게 산정했습니다.]

아마 자막을 보는 팬들도 알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보내면 어느 정도 이득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 보내면 적자가 날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

어쨌든 인건비도 포함해서 가격을 붙이면 말도 안 되게 싼 편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굿즈가 아니라 오로지 100개밖에 없는 프리미엄 에디션 시리즈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영상이 올라오고 24시간 이내에 사고 싶다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80명을 추첨해 판매하겠습니다.]

[단 넘버는 3번을 제외하고 부여할 겁니다. 이것 역시 추첨을 돌리겠습니다.]

[80개의 넘버를 선발한 뒤에 나머지는 20명의 제 친구들에게 선물할 생각입니다.]

그 20명은 시하의 어린이집 멤버들을 포함하여 문도환, 백동환, 서수현, 알리사 등 등에게 줄 생각이다.

[3번은 제가 가지고 있으려고 합니다.]

[왜 1번이 아니냐면 제가 3번을 좋아해서요. ㅎㅎ]

어느새 도색이 끝나고 100개의 완성본이 나온다.

전체 샷을 찍은 다음에 확대해서 발판에 새겨진 숫자를 찍는다.

1에서 100까지.

다시 풀 샷을 찍은 다음에 하나의 페페에게 초점을 맞춘다.

[만든 순서대로 1에서 100까지 올렸습니다.]

[진짜요.]

[그럼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참고로 이번 영상 댓글은 허가로 두는 게 아닙니다. 욕설을 자동 제외한 댓글로 올려질 겁니다.]

이번에는 댓글 허용을 일일이 누를 생각이 없었다.

자유롭게 풀어둘 생각이다.

대신 [부적절한 댓글은 검토를 위해 보류]라는 항목을 설정할 것이다.

[영상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막을 마무리하고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문제는 없다.

완벽한 것 같다.

어찌 보면 10만 원이 비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부분은 정말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손해 보면서 선물을 보내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

어차피 살 사람은 사게 되어 있다.

이건 강요가 아니니 사람들에게 맡겨두자.

“시하야. 영상 다 만들었는데 볼래?”

“볼래!”

시하가 도도도 달려왔다.

내 앞에 털썩 앉으며 고개를 위로 들었다.

손으로 내 볼을 찌른다.

꾸욱.

“응?”

“형아가 시하 위에 이써. 조아!”

“뭐야. 정말.”

“영상 재미써. 재미써.”

“아직 안 봤잖아.”

“시하 안 바도 다 아라. 형아 만든 거 다 재미써.”

“크흐.”

대체 이런 대사는 어디서 배우는 거야.

정말 어린이집에서 이런 것만 가르쳐주는 거 아니야?

“그럼 한번 볼까?”

“아아.”

영상에 시하의 손 대신 페페의 손이 나왔다.

“형아. 페페 손이야!”

“응. 시하 손을 가리려고 일부러 그림을 덮었어.”

아마 페페의 손이라고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냥 타원의 서핑보드 앞부분이 튀어나온 거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니까.

“페페가 페페를 칠해.”

“그러네.”

펭귄이 펭귄 프라모델을 만든다.

나는 그냥 시하 손을 가리고 싶었던 것뿐인데 시하는 다르게 생각했나 보다.

사람들도 이걸 보면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영상을 업로드한 뒤에 시하랑 집에서 놀았다.

***

곧 어린이날이 온다.

아이들도 그걸 아는지 무슨 선물을 받을지 이야기 중이다.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승준이 허벅지를 탁 치면서 말했다.

“나는 사커화 갖고 싶어. 발 커져서 이제 안 맞아.”

자고로 축구화는 발에 꼭 맞는 것을 살 수밖에 없다.

운동화야 조금 큰 사이즈를 신어도 발이 자라면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축구화는 꼭 맞아야 한다.

감각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헐렁하면 뛰기에도 힘들다.

“사커화?”

“응. 사커할 때 꼭 신어야 하는 거야. 엄마랑 아빠한테 갖고 싶은 거 말했어.”

보통 아이들이라면 장난감을 선호할 테지만 승준은 구기 종목을 정말 좋아하기에 장난감보다는 공이 더 많았다.

“오빠는 맨날 사커야.”

“왜? 재밌잖아. 아빠도 맨날 사커 본다고.”

“아빠는 맨날 오빠랑 사커 봐. 재미도 없는데.”

“아니거든! 엄청 재밌거든!”

하나는 오빠랑 아빠가 스포츠 채널을 보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아빠가 ‘난 왜 아스날 팬이라서 고통받는가!’라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뱉을 때가 의문이었다.

시하가 물었다.

“하나는? 선물 모야?”

“으음. 하나는 커다란 곰 인형 가지고 시퍼!”

“!!!”

“이따만한 거.”

“큰 거 조아. 시하도 지베 큰 페페 이써.”

시하는 집에 있는 페페 인형탈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세 아이의 시선이 연주를 보았다.

“응? 나도 말해야 해?”

셋이 끄덕이는 모습에 연주가 움찔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총 갖고 싶은데.”

“총?!”

“멋있어.”

연주의 의외의 말에 다들 입을 헤 벌렸다.

설마 총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 전혀 예상 못 했다.

그걸 듣던 재휘가 우물쭈물 말을 걸었다.

“저, 저기. 연주야. 총으로 뭐 할 거야?”

“빵!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연기할 거야! 쏠 수 이써! 쏠 수 이써!”

“으응?”

선생님은 그걸 듣고 피식 웃었다.

연주의 뒷말을 들으니 뭘 보고 왔는지 알 것 같았으니까.

아무래도 우연히 영화의 짤을 본 모양이다.

“그럼 시하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시하만이 아무 말도 안 했으니까.

“시하는 바다써. 레드형아페페야.”

“어? 시하야. 그거 전에 그린 그림 아니야?”

“마자. 시하랑 형아랑 레드형아페페 만드러써. 엄청 마니 만드러써. 100개나 만드러써.”

“헐?! 진짜?”

“시하가 어린이날 때 선물해 주께. 시하가 주고 시퍼.”

“우와!”

승준과 하나가 좋다며 방방 뛰었다.

연주는 얌전히 미소만 지었다.

종수랑 재휘는 눈을 끔뻑 뜨며 자신들을 가리켰다.

“나도 준다고?”

“시하야. 나도?”

시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전부다. 샘하고 언장샘도.”

시하가 폭탄을 떨구었다.

다들 좋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얌전히 좋아하는 몇몇이 있었지만.

선생님이 그런 아이들을 진정시킨 뒤에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곧 어린이날인데 선생님이랑 원장선생님도 그날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요. 다들 마음에 들어 할 거예요.”

“모야?”

“그건 당일 날까지 비밀!”

선생님이 검지를 들어 쉿 하는 포즈를 취했다.

이렇게 다들 어린이날이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

“형아.”

“시하야.”

나는 시하를 안았다.

오늘도 역시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다.

찰랑거리는 펭귄 가방이 내 품에서 흔들린다.

“오늘 잘 놀았어?”

“마니 노라써. 오늘 어린이날 선물 말해써.”

“오. 시하가 준다고 했어?”

“레드페페.”

“그렇구만. 근데 아직 형아가 추첨을 안 했거든. 그래서 말인데 시하가 사람들 추첨 좀 해줄래?”

“추첨?”

“응. 뽑기 같은 거야.”

나는 차로 걸었다.

시하는 품에 안기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이게 고민할 거리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가만히 기다려줘야지.

“시하가 뽑기 하면 대? 종이 뽑기.”

“아, 그건 아니고 프로그램을 하나 쓸 건데. 아니다. 게임을 하나 할 건데 그걸 시하가 클릭하면 신기하게 80명이 뽑힌다네?”

“!!!”

댓글을 그대로 긁어서 액셀에 옮긴 다음에 정리를 조금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추첨 프로그램을 돌려서 나오는 숫자를 선정할 생각이다.

“시하 할래. 시하가 뽑을래.”

“그래?”

집에 도착해서 노트북을 꺼냈다.

하루 동안 댓글이 얼마나 쌓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확인해 봐야지.

오늘 이것저것 일을 하느라 바빠서 중간중간에 확인을 못 했다.

“댓글이 얼마나 쌓였는지 볼까?”

“아아.”

나는 시하랑 나란히 앉아서 시하페페 채널에 들어갔다.

영상을 클릭하고 댓글을 확인했다.

“어?”

“형아. 엄청 마나!”

“아니. 왜 이렇게 많아…….”

시하페페 구독자는 상당히 늘어서 3천 명.

대부분 영상의 조회 수는 1만이 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시하페페 프라모델의 영상 조회수는 2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형아. 서이야. 서이. 서이 마나.”

“그러네.”

댓글 수 3733개.

구독자는 가뿐히 뛰어넘은 건 물론이다.

구독하지 않은 사람들도 댓글을 달았단 건데.

“아니. 뭔. 그래도 10만 원이나 하는데 80개가 이렇게 팔릴 수 있다고?”

10만 원.

내가 생각하기에 굉장히 큰돈이다.

10끼 정도 먹을 수 있는 금액. 싼 음식을 찾아본다는 가정이면 최대 20끼는 충분하다.

게임에서 간단히 소과금을 한다고 하면 55,000원이나 110,000원을 쓰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보면 또 별로 비싸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게임과 다르게 프라모델은 형태가 남으니.

“으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댓글 수에 곤란했다.

이거 어떻게 긁으면 되는 거지?

그냥 쭉 드래그해서 하면 되나?

“아 맞다. 어젯밤에 올려서 아직 24시간이 안 됐네?”

“형아. 시하 뽑기해?”

“아니. 잠깐만.”

그렇다면 놀랍게도 아직 댓글이 더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잠깐 봤는데 영어 댓글이 한가득하다.

한글 공부하고 있는 시하는 읽을 수 없다.

“끄응.”

“왜?”

“댓글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아서.”

“???”

아니, 보통 이 정도 조회 수면 이렇게 많이 안 달리잖아?

나는 대충 500개 정도만 달릴 줄 알았지.

아무래도 내가 크게 간과한 게 있나 보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아지지?”

더 무서운 건 새로고침 할수록 댓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마치 세일 끝나기 전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다.

뭐야. 무서워.

“형아. 전화 와써!”

“응?”

폰을 진동으로 해둬서 몰랐는데 시하가 그걸 들었나 보다.

주머니에 재빨리 폰을 꺼내서 받았다.

“어. 수현아.”

「헐. 오빠. 레드페페 프라모델 지금 난리예요.」

“나도 댓글 보고 있어. 엄청 많네.”

「네? 댓글이요?」

“너튜브 말한 거 아니야?”

「아닌데요. 지금 SNS 전부 난린데요?」

“어?”

「제가 링크 보내줄게요.」

픽시브뿐만 아니라 인별, 투위트 등에서 내가 너튜브에만 올린 이벤트를 공유하고 있었다.

-시하페페 작가 임티 이벤트 함. 빨리 산다고 댓글 다셈!

-임티 작가가 개인이 만든 굿즈 80개를 판다고 함. 공유함.

-시하페페 임티 작가가 만든 굿즈를 딱 80개만 ‘한정 판매’한다고 하네요. 직접 도색도 해서 앞으로 안 나올 거 같은데 얼른 댓글 다세요.

당신들 대체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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