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9화 (309/500)

309화

연극 그리고 사진 그림의 유행.

무엇이 방아쇠를 당겼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 둘이 방아쇠 역할을 했을 것이다.

꾸준히 올린 픽시브와 영상 몇 없는 시하페페 채널.

오프라인에서는 알음알음 알게 되는 시하페페 팝업북.

그 어떤 폭발적인 작용이 일어나서 매출이 크게 뛴 모양이다.

“얼마라고요?”

「매출이 거의 1억입니다.」

“헐…….”

1억 매출.

잘나가는 임티 작가들은 매출이 아니라 순수익이 억 소리 나게 번다고 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4만 개 구매…….”

「그렇죠. 전에 임티까지 합쳐서 그 정도입니다.」

이른바 낙수 효과였다.

이번 움직이는 이모티콘이 잘 팔리니 전에 냈던 이모티콘도 잘 팔리는 것이다.

이번 경우는 둘 다 비슷하게 팔려나간 것 같지만.

“우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보자. 계산하면 임티 하나당 2,500원.

매출이 1억이라 했으니 4만 개가 팔렸다는 결론이 나온다.

순수익을 계산해 봤을 때 결제 수수료 30퍼를 떼면 7천만 원.

플랫폼과 작가가 반씩 가지니 3,500만 원의 이익을 거둔 것이다.

다음 달 매출이 반의반 토막 난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

그래도 대단한 금액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시하야. 네가 형아보다 훨씬 잘 벌어…….

어린이날 선물은 형아가 너에게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돈은 두 달 뒤에 들어오는 거죠?”

「네. 그렇죠.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정말 잘돼서 저도 좋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가 도왔던 거 같아요.”

「네. 그렇죠. 저도 뭐가 이렇게 띄우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뭐, 그렇죠.”

사실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 같다.

순위로 슬슬 올라가면서 사람들 눈에 또 띄게 되었고 그게 구매로 이어진 거일 테니.

임티의 인기 순위는 굉장히 중요하다.

뭐 살지 슬슬 보면 대략 30개는 스쳐 보게 되니까.

“아무튼, 감사합니다. 이렇게 연락을 다 주시고.”

통화를 마무리한 뒤에 시하를 보았다.

“시하야. 시하티콘이 아니라 페페티콘이 많이 팔렸다는데?”

“정말?!”

“응. 0이 8개나 된 대.”

“엄청 마나!!”

“그렇지?”

생각해 보니 플랫폼들이 다 가져가는구나?

어마어마한 수수료다.

결제 수수료 30퍼, 임티 제공되는 플랫폼 35퍼.

하나 만들어두면 앉아만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거 아니야?!

유통업체들이 돈을 제일 잘 번다더니 사실이었다.

이렇게 피부로 와 닿는 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임티 수익이 들어오긴 했는데 피부로 실감이 안 되었는데 인기가 생기니까 와 닿는다.

너무 많이 떼는 거 아니야?

거기에 내년 종합소득세까지 내면 이거 돈이 남아나는지 모르겠다.

‘어? 왜 이렇게 떼가는 게 많지?’

뭐 어찌 되었든 특별한 수익이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미래의 시하가 쓸 돈.

단 한 푼도 내가 쓸 일은 없을 것이다.

“형아. 레드형아페페는?”

“으응?”

그래. 시하 너는 그게 중요하지.

“형아가 한번 생각해 볼게.”

“정말?!”

누구한테 상담해야 하나?

***

선물이라는 건 늘 고르기 힘들었다.

누구에게 무언가 필요할 수도 있고 혹시나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시하의 선물은 글쎄.

고르기 힘들다기보다는 구하기 힘들다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도 해주고 싶었다.

이유는 별거 아니다. 부모님이 해주지 못한 걸 내가 조금이라도 채워줬으면 하니까.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래도 조금이라도 느끼지 못하게.

“그래서 상담하려고 찾아온 건데요.”

오랜만에 찾은 장난감 가게.

예전에 장난감을 고치러 온 가게이기도 하다.

여기를 찾은 이유는 장인의 솜씨가 필요하기도 하고 어쩌면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오랜만에 와 놓고 상담? 에잉.”

“그러지 마시고 들어보세요.”

“뭐 장난감 고칠 일이라도 있어?”

“아니요. 혹시 장난감도 만드시나 해서요.”

“응?”

“전에 고치실 때 부품 같은 건 만드신다고…….”

“그렇다고 내가 뭘 만들거나 그러지는 않는데.”

“그게 만드는 거랑 다른가요?”

“크흠. 뭐, 다르지 않지. 저기 전시되어 있는 프라모델도 내 작품이니까 말이야.”

“진짜요?!”

“부품 같은 거 하나둘씩 없어져서 만들어야 할 때가 있지.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실력이 이렇게 됐어.”

“설마 색칠도 하세요?”

“그럼. 색칠은 자존심이야.”

전시되어 있는 것이 엄청나게 비쌀 듯한 예감이 들었다.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폰에 레드형아페페 그림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혹시 이런 페페 장난감을 만들 수 있나요?”

“흐음. 못 만들 건 없지.”

“오! 근데 이거 좀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요? 여러 개.”

“수제면 좀 힘들겠는데? 틀 만들어서 찍어야 할 것 같은데…. 흐음. 근데 이런 캐릭터면 충분히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로봇처럼 부품이 많이 필요 없으니까.”

“와! 그럼 색칠도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

“응? 프라모델처럼 만들 거야?”

“그럼 안 되나요?”

“안 되는 건 없지만….”

아저씨가 이리저리 보시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아는 사람에게 맡겨두마. 얼마나 만들게?”

“으음. 한 100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뭔…. 그렇게 많이?”

“시하가 이 그림을 재현하고 싶다고 해서.”

“100마리가 안 되는데?”

“뒤에 가려져 있다네요.”

“허헣. 색칠하기 힘들겠구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린이날에 시간 맞출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그래도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남으면 나중에 완성하죠. 뭐.”

“으음. 뭐 그러면 되겠지. 그냥 시하도 색칠에 참여하게 하지?”

“그러면 어린이날 선물이 안 되잖아요.”

“서프라이즈도 좋지만 이런 경험도 선물이 될 수 있잖니.”

생각해 보니 아저씨의 말이 맞았다.

언제 이런 프라모델을 만들어서 색칠해 보겠는가.

어쩌면 시하가 더 좋아할지도 몰랐다.

“생각해 보니까 좋은 생각인 거 같아요.”

“그렇지?”

“그럼 만들어지는 대로 연락해 주세요.”

“그러마. 어차피 틀만 만들면 금방이야.”

“감사합니다.”

“아, 참. 내가 견적 대충 뽑아볼 테니까 비용은 톡으로 보내마.”

“네! 부탁드립니다.”

***

시간이 흘러 장난감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하랑 함께 얼마나 잘 나왔는지 보러 갔다.

“시하야. 지금 어딜 가고 있게?”

“어디?”

“장난감 집에 가고 있어. 전에 할부지 있는 곳.”

“장난감 의사 할부지?”

장난감 고치는 의사 선생님이다.

나에는 아저씨이지만 시하에게는 할아버지가 맞지.

“응. 어린이날도 다가오는데 어떤 걸 선물할까 고민했거든. 그래서 형아가 준비해써.”

“시하 조아!”

“아직 안 봤는데?”

“형아가 주는 거 다 조아!”

“크흑.”

설사 레드형아페페를 준비 안 했다고 해도 아마 시하라면 엄청 좋아해 줬을 것이다.

요구사항은 요구사항일 뿐이었다.

역시 시하다! 근데 저런 멘트는 대체 어디서 배우는 거야?

어린이집에서 감동 멘트 가르쳐주는 건 아니지?

“아마 보면 깜짝 놀랄걸?”

장난감 가게에 도착한 우리는 곧장 들어왔다.

여전히 여기는 한가한 가게다.

물론 인터넷으로 수리 주문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너무 없긴 하다.

뭐, 이 아저씨는 취미로 하고 있는 거기 때문에 걱정은 없지만.

“저희 왔어요.”

“어? 그래? 왔어?”

“네. 아저씨. 준비됐어요?”

“그래. 내가 미리 하나 조립을 했단다.”

“시하야. 준비됐대.”

“아?”

아저씨가 뭔가 박스를 들고 오셨다.

그리고 주머니에 어떤 장난감을 꺼내셨다.

“이게 바로 레드형아페페다.”

“!!!”

시하의 눈이 커졌다.

물론 아직 색을 칠하지 않아서 레드는 아니었지만 분명 형태는 페페였다.

“페페야! 페페!”

드물게 들뜬 모습으로 내 다리를 찰싹찰싹 때렸다.

그렇게 안 해도 형아는 보고 있으니까 알고 있어.

“시하야. 마음에 들어?”

“형아. 이거 시하 선물이야?”

“응. 이건 조립된 형태고 상자 안에 시하가 조립할 수 있게 해뒀대.”

“정말?”

“응. 100개나 있어.”

“마나!”

“100개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

“시하 아라. 백언이야.”

100개가 어느 정도 많은지 모르는 게 확실하다.

그래도 많은 건 알겠지.

아무튼, 엄청 많음. 이렇게 이해한 게 아닐까?

“상자 안을 볼까?”

“아아.”

진짜 프라모델처럼 부품들이 들어 있었다.

일부러 흰색으로 만들어둔 것 같은데 배 부분은 칠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니, 칠해야 하나?

“이거 합체해?”

“응. 이거 떼서 합체하면 돼. 이걸 프라모델이라고 하는 거야. 플라스틱으로 만든 거지.”

사실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들긴 한다.

그래도 부품이 몇 개 없기는 했다.

얼굴 앞뒤, 상체 앞뒤, 하체 앞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

“조립할 수 있겠어?”

“시하 할 수 이써.”

“형아랑 같이할까?”

“!!!”

시하가 좋은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너무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저씨의 입가도 마찬가지.

“그런데 말이야. 안에 형아 얼굴을 넣는 건 너무 작은 얼굴이라 힘들 것 같아서 못했단다.”

“갠차나여. 시하 집에 형아페페 이써여.”

“오~ 그래?”

이게 무슨 말인지 나를 쳐다보았다.

“페페 인형탈을 생일 때 선물해 줬거든요. 제가 그걸 썼고요.”

“그렇구만. 똑같은 선물은 감동이 덜하지. 암!”

그래. 레드형아페페 인형탈은 차선으로 미뤄뒀다.

이 프라모델이 안 됐으면 말이다.

“그럼 조립해 볼까?”

“아아!”

같이 페페 한 마리씩 잡았다.

얼굴을 끼우고 몸통을 끼우고 마지막으로 배를 끼운다.

진짜 간단한 작업이다.

“형아. 페페 대써!”

“그러네.”

어려운 공정이 아니라 프라모델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캐릭터가 쉬운 만큼 간단히 만들어진 거겠지.

아저씨가 말했다.

“그럼 이제 색칠을 해볼까?”

“아?”

“지금 페페는 레드형아페페가 아니잖니.”

“!!!”

“그래서 색칠을 하는 거란다. 시하도 함께해 볼래?”

“시하 할래여! 시하 잘해여! 시하 하투도 마니 바다써여!”

“???”

나는 SNS에 시하 그림을 올리는데 거기서 하트를 많이 받는다고 이야기해 드렸다.

할아버지가 시하를 아주 귀엽다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근데 아저씨. 시하 진짜 잘 그리거든요.

“그럼 해볼까? 먼저 시범을 보일 테니까 형아랑 같이 따라서 해보렴. 쉬워. 아주 쉬워.”

왜지? 밥 아저씨의 ‘참 쉽죠?’가 생각나는 걸까?

“사실 에어브러쉬로 하면 깔끔하게 되는데 오늘은 붓으로 사용할 거야. 그래야 뭔가 작업하는 손맛이 있거든. 그리고 붓은 붓만의 매력이 있지.”

“그런가요?”

“그럼. 손글씨가 매력 있는 것처럼 말이야.”

“아!”

대충 비유해 주니까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

시하는 반짝이는 눈을 하며 붓을 잡았다.

“처음에는 이 스프레이로 서페이서 작업을 할 거야.”

“서페이서 작업이요?”

“으음. 쉽게 말해서 이 프라모델을 도화지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거라고 보면 돼.”

“아하!”

시하는 눈을 크게 떴다.

“형아. 프라모델 도하지 대? 엄청나. 납작해져?”

“응? 그게 아니라 색을 칠하기 쉽게 해 주는 작업이라고 보면 돼. 지금은 회색 계통이 들어간 흰색? 느낌인데 이 색을 잘 바꿔주기 위해서 스프레이를 뿌리는 거야.”

“아?”

“으음. 색이 예쁘게 나와. 여기 프라모델에 있는 색하고 잘 안 섞여.”

이 정도면 이해했을까?

“시하 아라써. 도하지 대!”

“응. 그래.”

그렇게 이해라도 해줘서 고맙다.

우리는 서페이서 작업을 끝내고 페페를 바라보았다.

톤 자체가 매우 차분해진 느낌을 받았다.

아저씨가 프라모델에 사포질도 했었는데 그 자국도 없어진 느낌이다.

아저씨가 건조기 제품에 페페를 넣었다.

“건조를 시킨 다음에 색칠하면 된다.”

“아하. 신기하네요.”

“형아. 신기해.”

설마 이런 경험을 할 줄 몰라서 시하랑 나는 정말 신기한 기분이었다.

아저씨를 몰랐으면 하지도 못할 경험이었겠지.

“그럼 레드 페페를 만들어야겠구나. 아저씨가 아크릴 도료를 준비했어.”

도료의 다양한 색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어떤 제품인지는 모르겠으나 빨간색은 하나뿐이었다.

“사실 도료가 여러 개 있는데 색깔은 봐도 모를 거야. 빨간색이지만 제품마다 다르거든.”

“그래요?”

“응. 여자 립스틱 색깔 구분하는 것만큼 어렵지.”

“뭔가 비유가…….”

“왜? 맞는 말이잖아? 빨간색만 보여줄까?”

아저씨가 빨간 도료를 왕창 들고 오더니 하나하나씩 플라스틱 숟가락에 발라서 보여주었다.

진짜 색이 달랐다.

“형아. 포도색도 이써. 이건 파란색도 있고, 저건 회색도 있고 또, 또, 이건 황굼색?”

“으응? 무슨 말이야?”

나는 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좀 다른 빨간색 아니야?

“이게 무슨…….”

아저씨가 입을 살며시 벌리며 시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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